사례 1
2000년 10월, 제주도의 천연 해안도로를 그대로 이용하여 타막 랠리(일반적인 랠리와는 달리 포장도로를 사용하는 랠리.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산레"/> 사례 1
2000년 10월, 제주도의 천연 해안도로를 그대로 이용하여 타막 랠리(일반적인 랠리와는 달리 포장도로를 사용하는 랠리.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산레"/> 한국의 모터스포츠, 안전 인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 유일한기자의 모빌리티스토리 | 글로벌오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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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모터스포츠, 안전 인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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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7-10-05 20:33:59

본문

사례 1
2000년 10월, 제주도의 천연 해안도로를 그대로 이용하여 타막 랠리(일반적인 랠리와는 달리 포장도로를 사용하는 랠리.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산레모 랠리가 있다)가 개최되었다. 그러나 개최 첫날, 참가 차량 중 한 대가 큰 사고를 일으켰고 랠리 오피셜은 물론 구급차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 사고 운전자는 사망하고 말았다. 경기 전까지 결사반대를 외치던 제주경찰청은 이 사고를 근거로 다음날 현장에 나타나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고, 결국 다음 랠리는 영원히 개최되지 못했다.

 

사례 2
2017년 1월, 새롭게 개정된 WRC 규정으로 인해 최고출력이 380마력까지 상승한 새 머신들이 남프랑스의 프렌치 알프스 지역에 도열했다. 호기롭게 출발했던 현대 WRC 팀의 헤이든 페든은 도로에 깔려있던 블랙 아이스로 인해 머신을 컨트롤하지 못했고, 결국 사진을 찍기 위해 도로로 나와 있던 관중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관중은 사망했고, 헤이든 패든 역시 당 경기를 리타이어했지만, 랠리는 중단되지 않았고 참가한 다른 머신들은 계속 일정을 소화했다. 헤이든 패든도 다음 경기부터 다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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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를 든 두 개의 사고는 모터스포츠에서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모터스포츠만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늘 탑승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지만 자동차 또는 모터사이클에 탑승한 채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사실은 100마력의 패밀리카도, 600마력의 튜닝카도 동일하며, 1톤 이상의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사고에 대한 대응은 전혀 다르다. 한 쪽은, 아니 정확히 국내에서는 사고가 발생하자 경기 자체를 폐쇄하는 것으로 막고자 했다. 경기가 개최되지 않으면 경기로 인해 부상당하거나 사망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니, 근시안적인 사고라면 이쪽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터스포츠의 발전, 더 나아가서는 모터스포츠의 안전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이러한 사고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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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지금까지 국내의 모터스포츠를 살펴보면서 항상 답답했던 점은 ‘안전’이라는 이름하에 모터스포츠에 진입해 보려는 신규 인원들을 환영하기 보다는 매몰차게 돌려보내는 분위기였다. 예를 들어 가장 참가비가 저렴할지도 모르는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에 참가하려고 해도 헬멧, 한스, 방염 슈트, 방염 슈즈, 방염 글러브, 버킷시트, 4점식 이상의 벨트, 롤케이지, 소화장치 등의 안전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장비들을 아무리 저렴하게 마련한다고 해도 2-300만원은 가볍게 사용하게 되고, 가벼운 마음으로는 절대로 참가할 수 없게 된다.

 

물론 한국에서 자동차는 고가의 제품이고, 모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의 라이벌이 중얼거린 ‘레이스는 곧 돈이다’라는 말은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적어도 자신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에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참가 가능한 경주가 많이 있다. 볼트를 이용해서 간단히 결합할 수 있는 롤케이지를 적용하거나 그조차도 없는 경우도 있고, 방염 슈트를 입을 필요도 없이 헬멧과 장갑만 준비한 채로 참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롤케이지를 적용하지 않으면 사고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거창한 경기를 생각했을 때의 이야기고, 타이어 제한 등을 통해서 속력을 적절하게 묶을 수 있다. 자동차가 등장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레이스 데이터들을 이용한다면 타이어 선택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자동차라는 물체가 처음 제작될 때부터 전복 사고 등 다양한 사고를 대비하여 제작된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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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롤케이지를 적용한다고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낮은 속력일 수 있는 50km/h에서도 사망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망 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모터스포츠를 다 없애야 할까? 야구는 ‘히트 바이 피치’로 인해 사망 또는 큰 부상을 입을 확률이 항상 있는데, 프로야구도 다 없애야 할까? 핫도그를 먹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핫도그도 팔지 말아야 할까?

 

이즘에서 다시 사례 2 로 돌아가 보자. 한국은 사람의 생명을 중시해서 랠리를 폐쇄시켰고, 유럽은 사람의 생명이 그리 중요하지 않아서 WRC 경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일까? 자동차 안전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도로 뿐 아니라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때로는 사고를 내기도 하고, 사망사고의 교훈을 받아들여 자동차를 좀 더 안전하게, 신뢰성이 높게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명제는 같지만 받아들이는 방법이 좀 더 건설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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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일본 F1 그랑프리에서 발생한 쥘 비앙키의 사망사고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대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시 쥘 비앙키의 사망 원인이 트랙터와 부딪히면서 머리를 크게 다친 것으로 확인되자 FIA는 운전석에 헤일로를 설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했다. 이 장치는 미관적으로 보기 좋지 않다는 문제 외에도 전복 사고에서 오히려 방해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2018년 시즌부터 도입이 결정됐다. 논란은 좀 있었지만 F1 경기를 없애지 않고 사고를 줄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려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모터스포츠가 안전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안전 원칙은 스포츠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고,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지 못한다. 또한 모터스포츠가 없다면, 자동차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무대도 없을 것이고 결론적으로 일반도로에서의 운전자 안전도 챙길 수 없을 것이다. 저변 확대를 통해 관련 기술의 빠른 발전을 도모하고 싶다면, 또 새로운 시장을 열고 싶다면 모터스포츠 안전 규정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반대를 외치면서 모터스포츠를 막는 것은 정말 쉽고 당장 부상 또는 사망사고가 없어지기 때문에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교통사고를 없앨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도로의 자동차 통행을 전면 제한하지는 않는다.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모여 사고에 대해 논의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안전한 모터스포츠를 만드는 것은 무작정 반대를 외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좀 더 건설적인 방법으로, 모터스포츠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반대는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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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례 1로 돌아가면, 당시 주최측에서 오피셜을 구간마다 촘촘히 배치하지 못했기에 랠리에서 발생했던 사망사고를 인지한 시점이 상당히 늦었다. 오피셜이 구간마다 배치되어 상황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다면 사고 발생 즉시 구급차를 요청할 수 있었을 것이고, 롤케이지를 제거할 수 있는 특수 공구를 미리 확보했다면 구조작업이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만약 경찰이 무조건 랠리 개최를 반대하지 않고 부족한 오피셜 숫자를 대신했다면 어땠을까?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제 국내에서도 고성능을 표방하는 자동차들이 많이 판매되기 시작했고, 모터스포츠 잠재 인구도 상당히 많다. 굳이 서킷을 가지 않아도 많은 코너가 도사리고 있는 잠재적인 와인딩 코스는 전국에 널려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모터스포츠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과 자원이 널려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에 의한 사고를 막는 것’이다. 한국의 모터스포츠가 누구라도 조금 더 쉽게 입문할 수 있기를, 그래서 조금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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