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단순히 이동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자동차를 소유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집 밖으로 나가게 되고,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자동차로 인해 애인이 생기기도 한다고 하니, 단순히 모빌리티라고 하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그 느낌을 미리 체험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동차 대리점의 문을 열어 젖히는 것은 쉽지 않다. 대리점이라는 장소가 판매를 주로 하는 곳이다 보니 자동차에 대해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거나, 자동차를 소유함으로써 변할 수 있는 삶에 대해 느껴보기가 쉽지 않다. 왜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자동차 구매 계획을 세우지 않고서는 대리점에 접근하면 안될 것 같고, 딜러는 꼭 지금 구매하지 않아도 가볍게 상담만 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가볍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런 부담 없이도 가볍게 자동차를 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기왕이면 그 브랜드의 자동차에 대해서 좀 더 잘 알 수 있는 곳이 좋겠다. 자동차 브랜드랑 관련이 없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둘러볼 수 있었으면, 여유롭게 앉아서 벽에 걸린 사진들과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면 좋다. 딜러가 아니더라도 그 브랜드와 관련된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그러한 고객의 작은 욕구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욕구가 팝업스토어 또는 브랜드의 스튜디오 등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재규어랜드로버가 가로수길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 스튜디오는 작년 9월에 첫 선을 보인 곳으로 재규어랜드로버의 대표 라인업 모델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브랜드 고유의 느낌을 체험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관련 라이프스타일 상품도 마련되어 있어, 자동차 구매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브랜드를 느낄 수도 있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몰려있는 가로수길에서 보는 자동차가 언뜻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울릴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자동차를 강조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는 자동차 제조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지만 대리점처럼 자동차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꾸미기 보다는 자동차가 하나의 장식인 것처럼 어우러지도록 하고 있다. 1층에 전시되어 있는 재규어 XJ가 플래그십 세단이라 약간 크게 느껴지는 면은 있지만, 그런 느낌은 아주 잠깐이다.

이곳의 중심은 2층과 3층에 있다. 2층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있으며 한 쪽은 카페, 다른 한 쪽은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전시된 공간이다. 카페의 경우 SNS 이용을 통해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혼자서 와도 혹은 여러 명이 와도 괜찮은 공간이다. 어딘지 모르게 흐트러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주고, 벽에는 재규어와 관련된 사진이 걸려있고 프로젝터를 통해 재규어와 랜드로버 관련 영상들이 흘러나온다. 영상의 경우 지금은 볼 수 없는 모델들도 상당히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관심 있게 지켜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갈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의 경우 모형차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제품은 랜드로버와 관련된 바버 제품들이다. 영국의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견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브랜드인 바버는 사냥 또는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재킷들을 제작하면서 인기를 얻었고, 영국 왕실에서 보증하는 3개의 인증서를 갖고 있다. 그 점에 있어서도 재규어랜드로버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바버의 진정한 가치는 랜드로버와 어울린다는 데 있다.

바버의 재킷들은 야외에서의 거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튼튼하게 제작되었고, 이로 인해 영국 왕실의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할 때 즐겨 입는 재킷이 되었다. 랜드로버는 사냥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한 사냥용 소총과 실용적인 도구 보관함을 따로 마련한 스페셜 레인지로버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바버에서 사냥용 재킷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써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된다.

3층에서는 랜드로버의 모델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전시되어 있는 모델은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로 고성능을 발휘하는 역동적인 SUV 모델이다. 실내에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시동을 걸어볼 수는 없지만, 그 외에 다른 것들은 모두 조작해 볼 수 있고 자세를 여러 가지로 바꾸면서 앉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둘러봐도 은근히 구매를 권하는 것 같은 딜러의 눈빛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승을 원한다면 밖에 마련되어 있는 모델들에 한해 따로 신청하여 시승을 진행할 수도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체험 클래스도 진행된다. 가수를 초대해 진행하는 미니 신년 콘서트는 물론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스타일링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주말마다 작은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은 SNS를 통해서 알리거나 참가 신청을 받고 있어 재규어랜드로버의 고객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다. 문화 공간을 찾아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스튜디오 하나만으로 재규어랜드로버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일부분만이라도 체험할 수 있다면 좀 더 삶에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미래의 삶을 상상하며 욕구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자동차들을 소유했을 때 다가오게 될 삶이 자신과 맞는다면,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을 동력으로 좀 더 열심히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품게 하는 곳, 라이프로 아주 천천히, 가볍게 미래의 고객들을 받아들이는 곳만으로도 재규어랜드로버 스튜디오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