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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와 생산 노동자들과의 상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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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2-21 03: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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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토요타의 소형 SUV인 C-HR의 개발 비화 일부를 들을 일이 있었다. 개발자인 ‘코바 히로유키’는 다이아몬드를 모티브로 한 강인한 외형을 만들 것을 일괄적으로 주장했는데,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담당자는 ‘컨셉카가 아닌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하는 양산 모델이 복잡한 형태의 외형을 갖고 있으니 공정 상 제작이 힘들다’고 주장하며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자’고 모든 직원들에게 호소했고, 개발자와 생산 담당자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화는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의 핵심은 개발과 생산이 일괄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자동차를 만들고 생산자들에게 ‘이러한 자동차를 만들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와 생산자가 한 대의 자동차를 놓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하고, 반드시 고집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를 설득하며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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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전제는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단순한 노동을 반복하는 직원이 아니라 자동차를 같이 만들어가는 동반자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와 생산 노동자들과의 대립 구도 때문이다. 하나의 자동차 제조사 내에 있으면서도 서로 상생을 거듭하며 훈훈한 개발 비화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하는 제로섬 게임을 반복하고 있는 현실을 더 많이 보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최근의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촉발된 사태가 그렇다. 이 사태는 GM의 경영진들, 한국지엠의 노동자들, 한국 정부, 미국 정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그동안 제조사와 노동자들이 상생을 전제로 한 소통을 하지 못했기에 촉발된 사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제조사와 노동자들은 협상 또는 소통을 위한 테이블에 여러 차례 올라왔지만, 정작 서로가 준비한 것은 도박을 위한 카드뿐이었다. 서로 ‘자신의 패를 먼저 보여주면 패배한다’는 심정으로 오르고 있으니 소통이 될 리가 없다.

 

제조사의 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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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내에서 생산 공장을 따로 분리하고 인원을 나눈다고 하면 크게 경영과 개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자동차 판매, 예산 투자 등 크게 돈을 움직이는 계획을 수립하고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데 열중한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인원들이 있고 업무 역시 복잡하지만, 크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와 개발자들만으로는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기에 공장을 짓고 노동자들을 고용하게 된다. 물론 전문 공장에 외주를 주는 방법도 있긴 하나, 대량 생산이 전제가 되면 외주보다는 직접 공장을 짓는 것이 유리하기에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이고,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공장도, 노동자들도 성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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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경영자 또는 개발자들이 공장의 노동자들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사들의 노사분규와 관련된 여러 기사를 접해 왔지만, 경영자들이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회사 내 재무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필요에 의한 구조조정 등의 설득을 진행할 때 임원진들의 감축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다는 기사는 거의 접하지 못했다. 재무지표 또는 경영계획은 대부분 ‘경영 상 비밀’이라는 이름 아래 봉인되었고, 임원진들은 거의 물러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으니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개발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들은 그 제작기술에 있어서 고도의 숙련된 작업을 요하는 부분들이 많다.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공장의 설비를 자동차에 맞게 바꾸거나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요하는 부분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 개발자들이 노동자들과 진지하게 논의를 거쳤다는 이야기를 국내에서는 거의 듣지 못했다. 만약 공정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지시만을 내렸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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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쯔다에서 차체의 실링 작업을 담당하는 숙련공들의 작업을 볼 기회가 있었다. 실링 도구를 들고 빠르면서도 부드럽게 선을 그어가는 숙련공의 작업 속도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실링 담당 노동자들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새로 개발하는 자동차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노즐의 굵기와 작업에 필요한 각도, 길이 등을 개발자들과 논의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자들은 물론 노동자들도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효율적인 자동차 제작에 기여할 수 있다. 실링 작업은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이며, 자동차 제작 공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공구들을 주기적으로 수리, 관리하는 것부터 특별한 기술을 가진 장인 노동자가 후임들을 선발해 기술을 전수하고 폭을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 크게 보면 생산되는 자동차의 품질을 높일 수 있고, 작게 보면 숙련된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가치를 높이고 해고를 쉽게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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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의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에서도 특별한 기술을 가진 장인 노동자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장인 노동자들이 기술을 많은 후임들에게 전수하거나 효율적이면서도 생산되는 자동차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공정을 먼저 제안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왜인지 모르게 노동자들이 자신이 제작하는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기 보다는 ‘부여된 조립 공정만을 진행한다’는 태도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로봇과 인공지능에 더 위기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도박이 아닌 상생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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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가 없으면 노동자도 없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노동자가 없으면 자동차 제조사도 없다.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이겨야만 하는 상대로 보기 보다는 서로를 받쳐줄 수 있는 상생을 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한국 내 급격한 산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차별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고, 노동자들이 죽음으로써 투쟁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시대가 점점 바뀌고 있으며 과거처럼 경영자들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핍박할 수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경영진들이 그리고 개발자들이 노동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 때, 제작되는 자동차의 품질이 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고, 과감한 시도도 가능해 질 것이다. 만약 희생이 필요하다고 하면, 투명하게 경영을 공개함으로써 노동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제조사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국내에서 자동차 제조사와 노동자들이 더 이상 반목하지 않기를, 그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더 듣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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