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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12-30 16: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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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벤츠라고 불리는 차는 외국에선 메르세데스로 불린다. 벤츠는 창업자인 칼 벤츠의 이름을 따서 지금의 회사 명칭이 되었고 벤츠사가 만드는 승용차가 바로 메르세데스다.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은 칼 벤츠가 친구의 딸인 독일 처녀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어쨌든 벤츠의 차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차로 군림해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철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능과 안전, 최고의 품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것은 하나의 가치이자 권위이다.

권위는 항상 도전받게 마련. 벤츠의 권위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독일 브랜드가 바로 BMW다. 벤츠와 BMW는 반세기가 넘는 기간동안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서로의 역량을 키워왔다. 이 경쟁이 지금의 벤츠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런 경쟁 속에서도 벤츠는 가장 우수한 차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BMW의 성장세는 벤츠를 위협하고 있고 어떤 부분에선 이미 벤츠를 앞서고 있다. 벤츠의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최근 수년간 벤츠의 변모는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벤츠는 변화를 시작했다. 지난 96년 트윈 헤드램프를 적용, 보닛에 이중의 굵은 주름을 넣은 E클래스가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98년에 풀체인지된 최상급 S클래스 역시 기존의 무게감을 벗고 날렵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수입된 뉴 C클래스는 이런 흐름 속에서 태어났다. 7년만에 풀체인지된 C클래스는 가벼움을 지향하는 벤츠의 변화를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이는 겉모습에서부터 나타난다. 이 차는 외형과 편의장비 등에서 벤츠의 화려한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중소형급 컴팩트카이면서도 최첨단 기술과 고급 편의장비들로 이전의 C클래스보다 한층 화려해졌다. 스타일도 맏형격인 S클래스를 많이 닮았다. 트윈 헤드램프는 중간급 E클래스와 비슷하지만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차체는 기존 C클래스보다 길이가 10mm, 휠베이스가 25mm 늘어났다. 이것은 실내가 넓어졌다는 것을 뜻하고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기존 C클래스의 다소 얌전한 모습에서 훨씬 튀는 모양으로 바뀌었다.

튀는 외모에 초호화판 컴팩트 세단

실내 인테리어는 다기능 스티어링 휠과 트립컴퓨터, 자동 겸 수동(스텝트로닉) 변속기 등으로 호화스럽다. 윈도우 백을 포함한 8개의 에어백이 내장돼 있고, 헤드램프 어시스트, 다기능 스티어링 휠 등 S클래스와 E클래스에서 보여주었던 20여가지가 넘는 혁신적인 기술이 담겨있다. C클래스는 오너드라이버를 겨냥한 컴팩트 세단이므로 편의장비들은 운전석 위주로 세팅돼 있다. 컴팩트카치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호화판 장비들 때문에 운전석 주변은 온갖 스위치 투성이다.

인상적인 편의장치 중 하나는 첨단 인텔리전트 기능. 키를 꽂으면 시트가 적당히 앞으로 이동되며, 스티어링 휠과 시트가 자동으로 위치를 잡고 이 자세를 그대로 메모리 할 수 있다. 이 상태를 아예 리모컨 키에 저장시킬 수도 있다. 키를 빼면 시트는 자동으로 뒤로 빠지고, 스티어링 휠은 위로 올라가 운전자가 내리기 쉽게 해준다.

이런 메모리 기능을 갖춘 다기능 스티어링 휠은 오디오 컨트롤, 차의 이상유무 체크, 트립컴퓨터, 전화기와 내비게이션, 운전자의 취향에 따른 실내환경 등 7가지 기본기능을 세팅할 수 있다. 제대로 써먹으려면 공부 좀 해야한다.

이밖에도 재미있는 장치들이 더 있다. 대시보드 위쪽 가운데에는 스피커 같은 그물망이 있다. 이 차를 한 번 타본 뒤 “벤츠는 스피커가 대시보드 가운데도 있더라”고 떠벌리다간 창피당한다. 사실은 앞유리에 성에와 김이 서리는 것을 막는 디프로스터다. 이는 크라이슬러가 주로 사용하던 장치로 벤츠와의 합병을 통해 인테리어 설계의 시너지가 나타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겨울철에 시동을 꺼도 히터가 작동된다는 것. 엔진에 남아있는 열을 이용한다. 겨울에 야외 자동차극장을 찾는 연인들에게 딱 알맞는 장치다. 편의장비는 이외에도 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 역시 벤츠라는 이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뉴 C클래스는 화려한 외모와 첨단장비로 고급스럽게 바뀐 한편 주행감각도 예전의 벤츠와 달라졌다. 시승차는 슈퍼차저를 장착한 C200컴프레서 모델로 C200K로 표시한다. 슈퍼차저는 터보차저와 마찬가지로 엔진에 압축공기를 강제로 공급, 연소효율을 높이는 장치로 ‘과급기’라고도 부른다. 슈퍼차저는 크랭크축에 직접 벨트를 연결 컴프레서를 돌리고 터보차저는 배기가스를 이용해 압축장치를 가동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들 과급장치는 1905년경 이미 발명돼 주로 비행기와 경주차 등에 사용돼 왔다. 다임러-벤츠는 초창기부터 슈퍼차저를 개발, 발전시킨 선두업체. 1920~50년대 경주용차에 주로 쓰인 슈퍼차저는 그 이후 양산차에 아주 드물게 사용됐고 오히려 터보차저를 쓴 차들이 훨씬 많았다. 그런 슈퍼차저가 벤츠의 최신차종에 적용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동력성능 높으나 실용성 부족한 비싼 차

뉴 C200K는 1,998cc 직렬 4기통 DOHC엔진에 슈퍼차저 장착, 최고출력 163마력의 강한 힘을 발휘한다. 2.0리터 엔진으로 이 정도의 힘을 낸다는 것은 자연흡기 상태에선 힘들다. 이는 기존 C클래스보다 20%정도 출력이 높아진 것이며 최대토크도 23.4kg.m로 43%나 향상됐다. 당연히 가속력도 좋아져 정지상태에서 시속100km 도달시간이 9.3초, 최고시속은 230km에 이른다.

제원표상의 동력성능은 이 차의 스포츠성을 말해준다. 시동키를 돌리자 계기판이 반짝 눈을 뜨며 심장박동이 시작된다. 엔진의 고동감은 묵직한 느낌. 중소형급 컴팩트카에서 느끼기 어려운 감각이다. 정지상태에서 액셀 페달에 힘을 주자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움직인다. 반응이 기대했던 것만큼 민감하진 않다. 대신 2,500rpm 근처를 넘기면 ‘부~쉬잉’하는 슈퍼차저의 작동음이 들린다. 문득 상당히 과격한 놈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시승차는 달리기 시작하자 거친 면을 드러냈다. 2,000rpm이하의 저회전, 저속에선 출력의 균형이 맞지 않아 차가 울컥거린다. 그러다가 액셀 페달을 좀더 세게 밟으면 반박자쯤 늦게 갑작스런 힘이 차체를 몰아부친다. ‘이건 좀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덜 다듬어진 듯한 느낌이다.

부드러운 가속은 기대하기 어렵고 그저 튕겨져 나가고만 싶어한다. 운전자의 의도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아 마치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다. 하지만 일단 속력이 붙고 나면 중속이상에서도 힘이 넘치는데 가속충격을 덜 느끼려면 3,000rpm이상을 유지하는 게 좋다. 시승코스가 시내도로인데다 차가 밀려 도무지 제 맛을 내지 못했다.

이 녀석은 아무래도 한적한 지방국도 체질인 것같다. 레이싱카의 성격과도 흡사해 서킷에서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 굴곡이 많은 와인딩 로드를 거침없이 달리면서 스포츠 드라이빙의 쾌감을 느끼기엔 안성맞춤. 차가 밀리고 신호가 많은 도심도로에선 거칠기 만해 오히려 짜증스럽다. 가까워지려면 좀더 자극적인 조건에서 다양한 운전 테크닉을 발휘해 사귀어야 할 것 같다.

승차감도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예전 벤츠의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안정감을 모두 갖춘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벤츠는 차 안에 물을 가득 채운 컵을 놓고 시골의 비포장길을 달려도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어린시절 ‘전설’(?)처럼 들어왔다. 그런 완벽한 진동흡수와 최고의 승차감이 벤츠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아니다. 급코너에서의 안정감이나 핸들링, 타이어의 접지력 등은 뛰어나다. 하지만 구형과 달리 차체의 흔들림이 크고 진동흡수력도 떨어진다. 과속방지턱만 지나도 달라진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다소 부드러워진 서스펜션은 BMW를 의식한 것인지도 모른다. 느낌이 BMW와 비슷하다. 제동성능은 최정상급 수준을 실감케 한다. 전자식 브레이크는 완벽하게 차체를 통제한다.

신형 C200K를 대하면서 좀 특이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뭔가 균형 잡히지 않은(쉬운 말로 언밸런스) 구석이 있지만 역시 벤츠의 혈통을 무시할 순 없다는 점. 이것은 슈퍼차저를 얹은 C200K만의 특성일 수도 있다.

이 차는 적극적으로 스피드를 즐기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다루기 까다롭다. 벤츠의 안락함과 여유로움을 즐기기엔 거칠다. 이 차를 제대로 즐겨보겠다고 마구 운전을 하다간 높은 속도에서 맛을 내는 특성 때문에 사고의 위험도 높아질 것같다. C클래스의 고객 중 여성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걱정도 된다. 여성이나 중년 이상의 운전자라면 슈퍼차저 엔진이 아닌 모델을 찾는 게 나을 것같다.

시승차는 품위와 안락함을 벗어 던진 신세대 벤츠였다. 튀는 외모에 호사스러운 치장을 했으나 성격은 좌충우돌 거칠다. ‘반항끼 넘치는 명문가의 문제아’라고나 할까. 이 차를 가지고 도심에서 출퇴근만 하거나 기껏 시장이나 왔다갔다 한다면 그야말로 ‘우끼는 드라이버’(멋모르고 벤츠 딱지만 보고 타는 족속)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다.

이 차를 가끔 드라이브에 쓰려고 사기엔 엄청난 값이지만 SLK나 CLK에 비하면 양반이다. 이런 차들은 그야말로 폼잡는 게 주목적인데 값이 7,000만원~1억원에 육박한다. 재벌에 가까운 사람들이 몇대 사가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뉴 C200K는 벌써 100대 이상 팔렸다고 하니 우리나라엔 진짜 돈 많은 ‘벌짜’들이 널렸나보다.

- 아이컴즈콤 사이버 X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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