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2005 동경모터쇼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11-02 16:25:32

본문

제 39회 동경모터쇼가 일본 동경 시바시 마쿠하리 메세에서 19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올해의 쇼는 10월 21일부터 일반에게 공개되어 11월 6일까지 열린다. 세계 5대 모터쇼 중 가장 긴 전시기간을 가진 동경모터쇼는 한 달 전 프랑크푸르트쇼에서 유럽의 주요 메이커들이 신 제품들을 대부분 발표했기 때문에 일본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글·사진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동경모터쇼는 다른 지역의 쇼와는 달리 아직도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의 컨셉트카와 쇼카 등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쇼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토요타와 혼다를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관련 제품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9월의 프랑크푸르트쇼에 이어 이 분야에서의 기술발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쇼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까지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디젤엔진과의 결합, 나아가서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사용한 시스템도 등장해 차세대 파워 트레인을 향한 각 메이커들의 각축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용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연료전지차에서는 동력 장치에 대한 연구 이외에도 현행 차에는 없는 새로운 측면에서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를 들면 스즈키에서 출품하는 컨셉트카 이오니스에는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를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원하는 위치에서 운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 토요타자동차에서 선보이는 컨셉트카 파인-X는 타이어를 거의 90도 각도까지 회전시킬 수 있어 좁은 도로에서의 운전을 쉽게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기능들이 가능한 것은 가솔린 차에서와 같이 기계적으로 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연료전지차는 조작 내용을 전기적 신호로 전달하기 때문에 이런 배치가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해 X-by Wire의 본격적인 실용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혼다의 FCX 컨셉트는 수소 탱크와 전지, 모터 등을 플로어 아래에 배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가솔린차를 베이스로 개발된 종래형의 연료전지차보다 실내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혼다가 발표한 수소 충전 시스템을 소개한 혼다는 장차 자동차 뿐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수소의 일상화가 이루어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시판차로서는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의 최상급 모델인 LS의 차세대 모델의 프로토 타입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미국시장 가격 기준으로 6만 달러 이상의 모델이 없었던 렉서스가 차세대 플래그십이 어떤 포지셔닝을 할 지 벌써부터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편 올해의 쇼는 예년보다 스포츠카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아졌다. 닛산이 차세대 GT-R의 베이스가 될 것으로 보이는 컨셉트카 GT-R은 1969년 등장한 이래 일본 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스카G”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델이다. 2002년 8월 단종된 이래 부활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2007년 발매를 예정으로 개발 중에 있고 그 디자인 스터디 모델이 이번에 출품되는 것이다. 전시 차량의 스타일링은 실제 시판차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쓰비시 자동차는 2007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란서 에볼루션을 이미지한 컨셉트-X를 출품했다.
물론 역으로 일본시장을 위해 수퍼세단 S8과 컨셉트카 슈팅 브레이크, 그리고 폴로 GTI등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독일 메이커들의 공세도 주목을 끌었다.
한편 세계 최대 메이커로의 부상을 앞두고 있는 토요타자동차는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 LS에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4WD를 채용한 LF-Sh 를 공개했다. V8엔진을 탑재하고 달리는 즐거움을 살리면서 동시에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대 배기량 하이브리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등장한 모델이어서 앞으로 이 부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디트로이트쇼 등을 통해 공개된 컨셉트카 LF-A는 F1 레이스의 기술을 응용한 엔진과 공기저항을 저감하는 설계를 채용하고 있다. 엔진은 5.0리터 미만, 최고출력은 500마력 이상, 최고속도는 320km/h로 전통적인 유럽 스포츠카인 포르쉐와 페라리에 대항할 수 있는 파워를 갖추고 있다. 출시에 대해서 검토 중에 있으며 토요타는 모터쇼의 반응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계 명품 소비 40%를 점하고 있는 일본 시장을 겨냥한 럭셔리카 메이커들의 예고없는 컨셉트카의 등장을 지켜 보는 것도 동경모터쇼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예년에 비해 차분해졌다. 이는 일본시장의 규모가 그만큼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쇼를 진행하는 방식도 예전에 비해 차분하게 바뀌었다.
올해 쇼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하이브리드카, 니치마켓용인가 메인 스트림인가?
: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카의 세계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혼다와 닛산을 비롯한 다른 나라 메이커들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2. X-by-Wire의 본격적인 실용화 진전
: 전기적 명령에 의한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엑셀러레이터 페달의 조작이 가능해져 운전석 위치의 자유자재 변경 등 설계의 융통성이 높아졌다.
3. 탑승자를 위한 시트 구성과 배열 다양화
: 복지차, 즉 장애인을 위한 차량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답게 일반 자동차에서도 조수석과 뒷좌석 탑승자들이 사용하기 편하고 안락하게 느낄 수 있는 시트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4. 일본산 스포츠카의 세계화
: 일본 내수용 스포츠카였던 닛산 스카이라인 GT-R이 글로벌 플레이어를 선언했다. 혼다도 F1의 독자참여등을 계기로 달리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차만들기를 하겠다고 강조해 NSX의 부활을 예고했다.
5. 일본에서 디자인된, 일본인을 위한 차
: 크라이슬러가 선 보인 컨셉트카 아키노(Akino)는 일본인 여성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컨셉트카다. 뒷좌석을 집안의 쇼파처럼 아늑하게 하고자 했다고 설명한 그녀는 캘리포니아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일본인 감각으로 미국인을 위한 차를 개발한 셈이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NEOS-3도 현대자동차의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것으로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크로스오버로 3~4년 뒤 양산을 기대하고 있단다.
6. 여전히 다양한 아이디어의 쇼카
: 단지 눈요기거리의 쇼카가 적어진 오늘날 다른 지역의 모터쇼와는 달리 동경모터쇼는 여전히 눈을 즐겁게 하는 모델들이 많다. 특히 도어 앞문은 앞으로, 뒷문은 뒤로 열도록 해 승강성과 개방감을 동시에 높인 형태의 설계가 이들 쇼카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7. 지역화가 더 강화되는 자동차시장
: 이제는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모터쇼는 그 지역 시장에 대한 비중을 더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첨단 기술과 미래의 탈 것과는 별도로 당장에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열 수 있는 모델은 세계화가 아니라 지역화가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양산차 메이커들은 그런 시장 특성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라인업을 구축해야만 하는 시대에 와있다.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등 기술 발전 정체

자동차업계에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지구촌의 석유는 30년 후에 고갈된다는 고전적인 가정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의 실용화에 대해 “10년 뒤”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것 같은데 여전히 같은 톤의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의 동경모터쇼에서는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등 소위 말하는 환경친화적이거나 차세대 파워트레인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의 실용화가 얼마나 당겨졌을까 하는데 관심이 모아졌다. 뚜껑은 열렸고 각 메이커들은 그들이 항상 그래왔듯이 “첨단(Advanced) 하이테크널로지의 결정체”들을 쏟아 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림상으로 보이는데로라면 금방이라도 내 손에 들어와 직접 운행할 수 있는 것처럼 강조한다.
정말로 환경을 위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자동차들이 각 부스마다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을 당장에 타고 다닐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원하는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답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자신들의 예산에 맞게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술적으로 아직은 개발 단계이고 지금도 한대를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이 수익성을 논할 수 없는 수준이거나 혹은 천문학적인 수치라는 얘기이다. 그래서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다. 몇사람의 환경론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토요타가 장악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본격적 의미의 스트롱 하이브리드는 토요타가 650여개의 특허를 소유하고 있어 다른 메이커들의 접근이 어렵다.
혼다가 사용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기존 가솔린 엔진의 보조 역할을 해 더 적은 연료를 소모하면서 더 큰 파워를 낸다는데 아직까지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BMW, GM이 콘소시엄을 형성했지만 그 역시 수년이 지난 뒤에야 어떤 결과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그런 상태라는 얘기이다. 아무리 많이 내려도 따뜻한 날씨 때문에 쌓이지 않는 눈처럼. 아무리 많은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기치를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도 가시적인 것은 없다는 얘기이다.
모터쇼가 시작되기 전에 열린 2005국제자동차회의에서 이미 세계의 CEO들은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입장을 정리했다.
유럽과 미국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의 시장은 5~6% 정도까지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토요타는 20%까지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다시 한번 80년대 말 디젤엔진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엇갈린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지금 디젤엔진은 유럽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증가에 힘입어 유럽에서만 연간 1,000만대가 넘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10만대 갖 넘긴 상태다. 미미한 점유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섰다. 적어도 80년대의 미국 빅3처럼 디젤의 미래에 대해 오판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그 한계를 보고 있는 측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입장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만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수소엔진자동차 또는 연료전지차의 가능성이 생각보다는 멀리 있다는 점에서 당장에는 하이브리드와 디젤엔진차의 경쟁의 격화가 현실적인 양상으로 계속되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화되는 지역화와 일본차의 힘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2005년 동경모터쇼는 1989년부터 취재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가장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좋게 표현하면 그렇다는 얘기이고 예년에 비해 힘이 없어 보였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왜인가? 답은 간단하다. 시장이다. 일본 시장의 판매가 아직도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전반적인 경기는 소위 말하는 “잃어 버린 10년”을 벗어나 꿈틀거리고 있다는 소식인데 자동차시장은 아직 잠에서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자동차시장은 전성기였던 90년대 초반 1992년의 경우 연간 판매대수가 780만대에 달했다. 버블에 대한 이야기가 정점을 이룰 때였다. 그 즈음 동경모터쇼는 화려함의 극에 달했었다. 쇼의 진행 내용도 그렇고 쇼카의 숫자도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수입 브랜드들도 그에 걸맞은 내용으로 쇼를 진행했었다. 때문에 당시만 해도 동경모터쇼만 취재해도 전 세계의 흐름을 어느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일본시장만을 위한 모델들을 중심으로 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참가 브랜드 수도 일본 자체의 13개를 비롯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도 외에는 없다.
무엇보다 지난 2003년 쇼부터 한자를 사용한 컨셉트카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당시는 화(和)라는 컨셉트카 있었으나 이번에는 마쓰다에서 선구(先驅)라는 일본명을 선보였다.
물론 이것은 비롯 동경모터쇼에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다. 연간 1700만대가 판매되는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인 미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의 경우 모두가 미국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모델들이 출품된다. 프랑크푸르트와 제네바, 파리살롱은 연간 1800만대에 육박하는 유럽지역 을 대상으로 하는 쇼인만큼 그 지역의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2004년 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자동차 대수는 6,395만대로 사상 최대였다. 그중 EU 지역과 미국시장에서 각각 1700만대 전후가 소화되었고 다음으로 일본시장에서 580만대가 팔렸다. 중국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단일시장이라는 이름마저 중국에게 내 줄 날이 머지 않았다.
문제는 이처럼 자국시장의 규모가 적어져 결과적으로 메이커들도 힘을 잃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일본 메이커들은 여전히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2004년 일본메이커들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일본 내 1,029만대, 해외 979만대로 전 세계 생산대수의 1/3에 가까운 2,000만대에 달한다.
이는 일본 메이커들이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현지화를 추진해 생산시설을 해외 각 지역으로 분산한 결과다. 토요타만해도 일본 내에 19개, 해외에 54개의 현지 공장을 갖고 있다.
이런 일본 메이커들의 현지화는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의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소품종 다량 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형태로 바뀌면서 그에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소비자 취향과 미국 및 유럽의 그것과는 그야말로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런 소비자의 취향에 따른 차를 개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은 현지에서 개발하고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무역마찰로 인해 순간적인 판매 하락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오락가락하지 않아도 된다.
90년대 중반 이후 독일 메이커들이 “Made in Germany”를 탈피하고 “Made by Germany” 전략을 택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일본 시장이 580만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그런 내수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일본 메이커들은 글로벌 전략을 차질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여전히 기술적인 면에서나 소비자들을 리드하는 면에서나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빅3는 모두가 다른 색깔로 다른 방법으로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아이덴티티를 중시하는 시장의 특성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화를 가장 먼저 실천해 결과적으로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구조를 갖춘 일본 빅3는 그래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이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일본과 일본차

흔히들 일본차는 색깔이 없다고들 한다. 특별히 내 세울만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본차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이다. 우리가 말하는 “색깔이 없는 일본차”는 일본 메이커들이 세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만든 차를 말한다. 색깔이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긴 유럽 메이커들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었고 이제는 렉서스를 중심으로 혼다와 닛산 등은 “일본차의 색깔”로 인정받는 차를 만들고 있다. 쉬운 말로 오늘날 일본차 하면 품질을 우선으로 쾌적성과 안락성을 주무기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유럽차에 비해 그렇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그런 색깔 말고 일본차는 일본시장에서만 통용되는 특징이 강한 차를 오랜 동안 만들어 오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일본을 “축소 지향의 나라”라는 이어령 박사의 이야기로 이해하길 좋아한다. 필자가 묵고 있는 호텔도 50층이나 되지만 객실은 심하게 얘기하면 숨 막힐 정도로 작다. 침대와 자그마한 소파, 그리고 TV가 놓여 있고 노트북을 올려놓고 작업할 수 있는 정도의 탁자가 고작이다. 누가 와도 답답할 정도의 공간이다. 필자는 이것을 전형적인 일본의 생활문화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자동차에서도 그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그들의 생활문화는 그대로 나타난다. 특히 전체 판매대수의 1/3에 달하는 경차의 경우는 대부분이 성냥갑처럼 네모만 모양을 하고 있다. 물론 미니밴을 만들어도 그런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번에 등장한 컨셉트카 중 닛산의 아메니오(Amenio)의 경우는 뒷부분을 가능한 각지게 설계해 그로 인해 생긴 공간을 뒷좌석 승차자를 위해 배려하고 있다. 물론 이 컨셉트카의 개념은 거기에 운전석 중심이 아닌 뒷좌석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런 예는 토요타의 컨셉트카 Fine-X를 비롯해, 자동차형 뮤직 플레이어를 표방하는 bB컨셉트, 혼다의 애완견을 위한 차 W.O.W., 스즈키의 엄마의 일상생활 위한 mom’s personal Concept, 연료전지 경차 IONIS등 수없이 많다.
이들 모델들이 동시에 시도하고 있는 것은 조수석의 시트를 돌려 승하차할 때 편리하게 하는 기능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과 앞 도어는 앞으로 열고 뒷 도어는 뒤로 여는(Suicide 도어라고 해 글로벌오토뉴스 사이트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재기되었던) 방식을 택해 승하차를 편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인 디자이너의 이름을 차명에 그대로 사용한 크라이슬러의 아키노(Akino)의 경우는 뒷좌석을 소파와 같이 안락하게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이 차의 디자이너인 아키노의 부모를 참석시켜 어른을 공경하는 동양적인 자세를 실천함으로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런 스타일의 자동차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 좀처럼 받아 들여지기 어려운 일본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당초부터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한국차가 이제는 색깔이 없는 자동차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시장에 공들이는 현대 컨셉트카 neos-3

39회 동경모터쇼에 한국차로서는 현대와 기아자동차가 참가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일본시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만 기아는 아직까지는 참고 출품.
현대자동차가 일본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01년으로 올해로 5년째를 맞는다. 첫 해 1,209대를 판매한 현대는 2003년에는 당초 목표인 5,00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200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는 일본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에 치바에 디자인센터를 건립했고 그곳에서 개발한 컨셉트카 neos-2를 동경모터쇼를 통해 선 보였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발전형인 neos-3를 크로스오버 컨셉트카로 출품했다. 2년 전의 모델에 비해 훨씬 현실성이 높아 보이는 neos-3는 럭셔리 크로스오버 비클로 새로운 세그먼트로의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델이다.
NEOS란 NEologism Of Style의 약자.
Neos-2의 컨셉은 urban horse-trekking이었는데 이번에 출품된 neos-3는 private jet. 말에서 제트로 단번에 변신한 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에는 완전히 달리기 위한 인텔리전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강력한 인상의 프론트 엔드와 공력특성을 살린 에어로 다이나믹성도 높다. 또 인테리어는 IT 기술을 구사한 대형 디스플레이, 센터 콘솔에는 중앙집중 컨트롤 스위치를 장비하고 있다. 파워 트레인은 새로 개발한 4.6리터 V8 DOHC 32밸브 엔진이 탑재된다. 구동방식은 4WD.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980×1,960×1,675mm, 휠 베이스 2,985mm.
물론 컨셉트카들이 그렇듯이 현대자동차의 미래의 디자인 컨셉을 보여 주는 것이기는 한데 그것이 한국이나 미국의 디자인센터가 아닌 일본에서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사실 현대자동차는 일본시장의 판매 규모에 비해 본다면 디자인센터를 건립한다거나 별도의 일본시장을 겨냥한 모델을 개발할 처지가 못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일본시장에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해외영업본부.김재일 부사장은 “올해 일본 자동차산업 수요는 전년의 585만대에 비해 0.4% 증가한 587만대 규모로 예상하고 있으며, 소형차보다는 중/대형차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지난달 출시된 쏘나타와 이번 신형 그랜저를 통해 일본 자동차시장의 격전지인 중/대형차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으로 TV, 신문, 인터넷 광고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마케팅 판촉활동 등을 통해 신차 붐 조성에 나서며,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딜러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고, 대도시 중심으로 정비망 확충을 통해 고객 신뢰를 제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며 일본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을 확실히 천명했다

사람은 차를 바꾸고, 차는 세상을 바꾼다.

동경모터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쇼는 아니다. 게다가 올해는 더 축소되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동경모터쇼는 짝수년 상용차, 홀수년 승용차로 나누어 개최하던 것을 2007년에는 통합한다. 관람객도 줄어서 초등학생은 무료로 입장시키는 고육책을 동원하고 있을 정도다. 처음 가보는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이고 어마어마한 규모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서울모터쇼만을 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한 달 전 개최된 프랑크푸르트쇼에 비해서도 많이 빈약해 보인다.

하지만 동경모터쇼는 다른 모터쇼와는 달리 조금만 세심히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발상들이 많은 것은 여전하다. 기상천외한 것은 더 이상 없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아이디어들이 많다. 물론 그것들도 처음 보는 것들은 많지 않다. 다만 머지 않아 양산 가능한 모델들만을 내놓다시피하는 다른 모터쇼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동경모터쇼에 등장한 컨셉트카들을 보고 있으면 자동차의 대시보드가 컴퓨터의 모니터와 같은 형태로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지금도 7인치 전후의 AV모니터와 윈도우 CE 의 OS가 자동차용으로 보편화된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 20인치, 아니 그 이상의 모니터들이 등장해 전체적인 조작계통을 그 모니터를 통해 표시하고 작동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물론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모델들이 시도를 하고 있다.

형태는 다양하다. 하나의 커다란 모니터를 설치한 것부터 시작해 대시보드 전체를 3등분해 모니터화한 것, 또 기존 계기판 부분을 확대해 두 세 개의 모니터로 처리한 것 등 모양도 아주 다양하다.
센터 페시아는 어떤가. 디지털 세대의 감성에 맞추어 변화를 할 조짐을 보인 것은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는 거의 대세를 이루다시피하고 있다. 과거처럼 레버를 좌우로 밀어 당긴다거나 둥그런 아날로그 방식의 버튼을 누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질지도 모른다. 터치 스크린조차도 이제는 당연하듯이 받아 들이고 있다.

더불어 연료전지 시스템의 도입과 바이 와이어의 실용화로 인해 실내 공간을 넓게 사용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상의 차체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운전자만을 위한 차처럼 느껴졌던 것이 이제는 조수석은 물론이고 뒷좌석도 얼마나 안락하게 꾸밀 수 있느냐 하는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물론 운전자 한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승하차하기 쉽도록 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소위 앞뒤로 열리는 도어(글로벌오토뉴스 독자 게시판에 Suicide door(자살 도어))의 보편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실차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다시 말하면 연료전지 시스템 등 새로운 파워 트레인이 실용화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인간은 개선이라는 이름 하에 끊임없이 다른 것을 꿈꾸어 왔고 그것을 실현시켜왔다. 지금 우리가 모터쇼장에서 보고 있는 것들이 단지 쇼카의 차원을 넘어 말 그대로 공상영화 속의 비행접시와 같은 형태로 변할 날이 머지 않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