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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디트로이트 오토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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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1-17 18: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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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쇼는 올해로 90회째를 맞는 역사를 갖고 있지만 국제모터쇼로 개최된 것은 1989년부터로 2006년쇼가 18회째가 된다. 매년 40개가 넘는 메이커가 700여대의 승용차와 트럭을 전시하며 해마다 7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2006 디트로이트모터쇼의 프레스 데이 공식 행사는 1월 8일 오전 11시 30분 포드의 컨퍼런스로 시작됐다. 그 전에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보다 큰 관심사는 물론 GM과 포드가 어떤 내용으로 쇼장을 찾은 전 세계 기자들을 놀라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당연히 그렇지 않겠느냐 하는 분위기였다.

그것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GM 의 상황 악화가 다른 메이커들에게 결코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현지화가 많이 진행되어 미국 내에 고용창출효과는 물론이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상당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통상마찰의 재연은 쉽게 발생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은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여러가지 정보를 교환하곤 하는데 올해는 작년 미국시장의 판매대수가 미미하지만 성장했음에도 GM과 포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거나, 일본 빅3 중 토요타는 10년 연속 신기록을 갱신하며 2005년 9.7%의 판매 증가를 보였다는 내용보다는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그런데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토요타가 LA쇼에 선보인 야리스라는 소형차의 미국시장 출시가 더 눈길을 끌었다. 야리스는 90년대 후반 토요타가 선보인 에코(Echo)의 후속 모델로 1.3리터 디젤과 1.4리터 디젤이 유럽에 출시되어 있다. 미국시장에는 1.5리터 106마력 사양을 선보였다.

토요타 야리스는 혼다 재즈와 함께 세그먼트에서는 현대 엑센트(국내 베르나)나 기아 리오(프라이드)보다는 한 등급 아래의 모델로 사회 초년병들을 위한 모델이다. 이미지로는 토요타의 다른 브랜드인 사이언 모델들과 비슷하다.
주로 이제 막 운전 면허 시험자격이 주어인 16세부터 대학생들이 부담없이 사는 모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에 반해 현대 엑센트나 기아 리오는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병들로 높은 연비와 부담없는 가격을 원하는 소비층을 노린 모델이다.
문제는 이런 소비층과 관계없이 판매가격 1만 달러 전후의 모델의 시장 분할로 인해 현대가 기아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이 세그먼트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던 엑센트와 리오는 이미 2004년에 시보레 아베오(GM대우 칼로스)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있다. 이름만 다르지 한국산 모델들이 경쟁하는 부문이었다.

시보레 아베오는 2004년 56,642대에서 2005년에는 68,085대를 판매해 신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반해 현대 엑센트는 2004년 43,258대에서 41,012대로 오히려 감소했으며 기아 리오도 38,518대에서 30,290대로 크게 줄었다.

그런데 그 시장에 일본 토요타와 닛산, 혼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모델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한 단계 아래층의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로 달려 들고 있다. 바야흐로 미국시장에서 소형차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고하고 있다.
이들 일본 빅3는 2005년에도 미국시장에서 높은 판매 신장률을 보이며 그 위세를 실감하게 해 주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본 메이커들에 비하면 아직은 내용을 충실히 해야 할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좀 더 구체적인 현지 시장의 파악과 그에 따른 세부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판매대수가 많은 이면에는 미국시장의 특징 중 하나인 플리트판매(렌터카 및 리스 등을 비롯한 대량 판매)가 있다면 그것은 곧 벌써 모델의 생명력이 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출시한 지 1년 조금 지나 그런 상황에 처한 모델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으로 촉발된 석유 파동으로 인해 한국차는 지금 절호의 기회를 얻고 있다. 특히 2006년은 미국시장에서 소형차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디트로이트모터쇼를 찾은 전 세계 기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느냐 아니면 일본 메이커들의 공세에 주저 않느냐는 어디까지나 그 주체인 한국 메이커들에게 달려있다.

디트로이트 빅2, CUV와 하이브리드에 올인

GM과 포드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촉발된 미국 최대 부품회사인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인해 충격이 큰 상황에서 2006 디트로이트 오토쇼의 막이 올랐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노조 문제, 가솔린 가격의 폭등 등의 악재가 겹친 가운데 디트로이트 빅3가 어떤 전략을 발표할지가 무엇보다 큰 관심사. 그만큼 그들의 새로운 전략이 기대되는 분위기가 강했다.
오전 중 카 오브 더 이어를 승용차와 트럭에서 혼다가 휩쓸었다는 뉴스를 시작으로 포드가 프레스 컨퍼런스의 테이프를 끊었다. 웅장한 음향효과와 화려한 조명 등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았으나 이날 하루 코보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최근 몇 년의 그것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다양한 퍼포먼스를 독특한 이미지의 컨셉트카와 함께 선보이며 활기에 찼던 것과는 달랐다. 더불어 필자가 16년째 디트로이트쇼를 취재한 이래 처음으로 부스별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형태로 진행된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스 센터도 일하는 조건은 훨씬 개선이 되었는데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제공하던 예년과는 달리 아침에 잠깐으로 끝났다.
디트로이트 경제의 침체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첫 날 선보인 디트로이트 빅3의 부스는 소형 SUV, 즉 CUV와 포니카, 하이브리드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GM이 뷰익 디비전을 통해 크로스오버 엔클라베를, 포드 역시 포드 디비전에 CUV 에지(Edge)를 내놓으며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장르임을 강조했다. 또한 크라이슬러 닷지 챌린저와 이틀째 선보일 GM의 시보레 카마로 등과 함께 포니카가 되살려 내고 있다. 언뜻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미국 메이커들은 이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풍을 내놓아 재미를 본 적이 있어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로는 대체 에너지와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 고조다. GM은 14개의 트럭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버전을 라인업하겠다고 밝혔고 포드는 가솔린과 E85 에탄올, 수소 등 세가지 연료를 하나의 파워 트레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을 발표했다.
여기에 GM은 앞으로 18개월 동안 30%의 라인업을 새롭게 단장하겠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고 포드도 기존 모델의 풀 모델체인지와 소형 SUV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눈에 띄게 획기적이라고 할만한 전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픽업 트럭과 SUV등 전통적으로 미국 메이커들이 강세를 보이는 세그먼트에 대한 전략은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시장의 점유율을 끊임없이 높여가고 있는 일본이나 한국 메이커들, 그리고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세단과 경쟁할만한 대안이 보이지를 않았다.
특히 중소형차 분야에서 포드의 컨셉트카 리플렉스(Reflex) 등 덩치가 작은 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니치 마켓용 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2006 디트로이트쇼 첫날 감지된 미국 디트로이트 업체들의 전략은 기존의 구상을 강화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2005년 쇼에서 2010년 100만대 규모를 생산하겠다고 호언했던 것이기에 특별한 것이 없다. 더불어 연료전지의 기술발전 정도에 대한 이야기도 예를 들어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의 발명이나 개발 같은 것은 없었다. 예년에 비해 하나의 엔진으로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에너지를 동시에 사용하고자 하는 것과 대체 에너지 부문에서 E85 에탄올에 관한 것이 좀 더 부각된 정도다.
첫 번째로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한 포드는 캐치 프레이즈는 “Drivng American Innovation.”를 내걸었다. 그런데 미국적인 혁신이 무엇인지 손에 잡하지 않는다. 원유가 폭등으로 기름 덜먹는 소형차에 대한 수요 증가를 소리치면서도 그것도 어디까지나 미국식으로 하고 있다. SUV를 소형화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형 SUV는 이미 일본차와 한국차 등은 거의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또한 프리미엄 SUV는 유럽 메이커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워낙에 픽업 트럭과 SUV의 수요가 큰 미국시장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런 전략이 어느정도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시장에서의 이야기이다.
그러는 사이 일본 메이들은 서브 컴팩트카 장르를 들여 오면서 럭셔리 브랜드부터 소형 저가 모델에 이르기까지 전천후 공세를 펼치기 시작해 대조를 보였다. 그러면서 렉서스는 플래그십 모델인 LS460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 최상위 그레이드를 향한 발걸음을 착실히 하고 있다.

일본차,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다.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관한 일반적인 기사를 보면 하이브리드카가 가장 주목을 끌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우리가 떠드는 것만큼 그렇게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2005년 전 세계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카 개발 계획을 발표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하이브리드의 선두주자인 일본 메이커들이 흐름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05년 판매대수가 15만대 전후에 불과하다. 판매하고 있는 메이커도 토요타와 혼다, 포드, 다이하츠 등 네 개에 불과하다.

그것은 연료전지도 마찬가지다. 금방이라도 무공해차를 만들 것 같이 큰소리친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실용화 가능 시기를 더 늦추어 발표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카의 연비에 관해서도 메이커가 발표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그에 대한 다른 시각도 일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소비자 정보잡지 컨슈머 리포트에는 하이브리드카의 발표연비와 실제 연비가 크게 차이가 난다고 되어 있다.
때문에 하이브리드는 미국시장의 총량 연비규제를 커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이번에 GM이 하이브리드카의 가격이 노멀카보다 1,500달러 정도밖에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고는 있지만 판매조건 등을 따지면 그것도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가 분명 뉴스의 초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본격적으로 실용화되려면 앞으로도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주목을 끄는 것이 바로 소형차다. 전통적으로 미국시장에서는 소형차의 판매 비중이 크지 않다. 그래서 디트로이트 빅3는 소형차 개발에 소홀히 했고 그 결과 글로벌화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여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기름값 무서운 줄 알게 된 미국의 소비자들이 당장에 현실적인 대안인 소형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상황 파악이 빠른 토요타 등 일본 메이커들은 미국시장에 대한 소형차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06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물론 여전히 빅3의 대형 트럭과 SUV다. 다만 두 장르 모두 소형화쪽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 시장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토요타의 에코 후속 모델인 야리스와 혼다 피트(유럽명 재즈), 닛산 버사(Versa), 마쓰다3, 폭스바겐의 브라질산 폭스, BMW 미니 등 적지 않은 소형 모델들이 어느새 상당한 비중을 차지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 모델들은 기존에 이 시장을 장악했던 현대 엑센트와 기아 리오, 그리고 2004년 이 세그먼트 1위를 차지한 시보레 아베오(GM대우 칼로스, 젠트라)등과 함께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기존 모델들의 시장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최근의 유가 상황에 따라 시장을 확대해 간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 같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 컨설팅회사인 CSM월드와이드는 이 세그먼트의 시장이 2008년까지 매년 5%가 넘는 신장률을 보여 북미시장 전체 판매의 1/3 수준인 연간 600만대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야리스 급의 판매는 2004년 72만 4,000대에서 2007년에는 100만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시장의 소비자는 주로 운전면허를 막 취득한 소위 Y세대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이 세대들은 중고차의 최대 수요자이기도 하지만 연비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저연비의 새 차에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그먼트의 차는 자동차회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익성이 낮아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성장하면서 중 대형차로 바꿀 때 충성도를 잘만 쌓게 되면 미래의 수요자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한 고객이다. 다시 말해 엔트리카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시장의 경우만 본다면 엔트리카의 크기가 작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토요타는 그런 엔트리카의 중요성을 알고 사이언이라고 하는 별도의 브랜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시장이 수익성이 낮다고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내용인 셈이다.

물론 이처럼 소형화가 진행되는 것은 소비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석유가격 급등으로 인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운행비 절약을 위해 같은 세그먼트라도 저 배기량차를 선호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렇게 되면 미국 전체 연비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게 된다.
그리고 기술 발전과 성능의 개선 등도 소형차로의 이동을 용이하게 해 주는 요소 중 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오늘날 준중형차는 90년대 후반 중형차 수준의 크기와 성능,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어쨌거나 이런 것들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 메이커들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양적인 면에서는 일본 메이커는 이미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6,395만대. 그중 일본에서 생산된 일본차가 1,029만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일본차가 979만대로 전체 판매의 1/3 가까이 일본차다.

그런 양적인 측면 이외에도 2005년에는 하이브리드 바람을 일으켰고 올해에는 대형차 주류의 미국시장에 소형차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늦게서야 발동이 걸린 디트로이트 메이커들과 달리 일본 메이커들은 90년대 후반부터 CUV 바람을 선도해 오고 있다. 결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에 관한 것도 일본 메이커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변화를 감지하고 빠른 대응책을 강구한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이 철저하게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디트로이트 오토쇼장에서 느끼는 일본차의 위력은 그래서 더 실감할 수가 있는 것 같다.

아메리칸 드림, 아메리칸 프리미엄

“아메리칸 드림”을 살려라. 포드가 링컨 디비전에 마크 S세단과 마크X 중형 CUV를 출시하며 선언한 캠페인이다. 포드의 앤 스티븐(Anne Stevevens) 수석 부사장은 아메리칸 럭셔리이자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미국의 아이콘 링컨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것은 미국적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흔히 말하는 ‘가장 미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상기시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미국시장은 세계 모든 브랜드들의 경연장이고 그런 경쟁 속에서 미국적인 특성을 살려 존재 가치를 찾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005년 10월 생산이 시작된 제퍼에 이어 2006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출품한 MKS 세단과 MKX 럭셔리 중형 CUV를 출품하면서 이런 링컨의 프리미엄화를 위한 행보가 가속화될 것임을 천명했다.
이중 MKS는 링컨의 차세대 풀 사이즈 럭셔리 세단으로 현행 LS 후속 모델에 속하고 MKX CUV는 포드 디비전 에지(Edge)의 프리미엄 세그먼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2006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나타난 미국 메이커들의 전략은 첫날 설명한 CUV와 하이브리드에 올인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그들이 가진 가장 미국적인 것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틀째에는 보였다는 것이다.

캐딜락은 이미 2002년 출시한 CTS부터 이런 프리미엄화를 진행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유러피언 프리미엄을 직접적인 공략 대상으로 표방하며 개발과 테스트를 독일에서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포드가 이번에는 링컨의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사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캐딜락은 럭셔리 프리미엄의 대명사였고 성공한 미국인들에게는 없어서는 필수품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흑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백인들의 반발 수요가 발생하며 80년대 후반부터 링컨 컨티넨탈부터 캐딜락과 링컨이 같은 등급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자국시장의 프리미엄 세그먼트는 유럽과 일본 메이커들에게 내주었으며 이 모델의 수요층이 고령화되면서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특히 90년대 초반은 경기 호황으로 인해 다시 대형차의 수요가 증가하며 디트로이트 메이카들의 수익 기반인 픽업 트럭과 SUV 등에만 집중하면서 세단형 시장은 수입업체들에게 야금야금 잠식당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바로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이 다시 그들의 브랜드를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을 갖출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한다는 전략을 수립했고 이번에 링컨이 그것을 구체화한 것이다.
디트로이트 빅3의 브랜드들 중에 약간씩 등급이 다르기는 하지만 GM의 캐딜락과 뷰익, 포드의 링컨과 머큐리 등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류될 수 있는 브랜드들이다.
이들의 판매대수는 2005년 기준으로 뷰익이 18만 6,140대를 비롯해 링컨 7만 1,216대, 머큐리 12만 1,193대, 캐딜락 16만 859대 등에 이른다.

이들 중 뷰익과 머큐리는 포드나 시보레 등보다 뷰익은 2만 5,000에서 3만 5천 달러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2만 1,000달러에서 3만 5천달러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캐딜락은 CTS의 3만 달러부터 STS의 7만 4,000달러까지이고 링컨은 LS 3만 9,000달러부터 타운카 5만 달러선까지에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디트로이트 메이커의 안방인 미국에서 일본산 렉서스는 ES 3만 2,000달러부터 LS 5만 6,000달러까지 판매되어 어쨌거나 상징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것이다. 좀 더 확대하면 유러피언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12만 달러가 넘는 모델까지 있으니 과거 영광을 누렸던 캐딜락이나 링컨에게는 결코 그냥 좌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뷰익은 이미 2005년 말 출시한 루체른이라는 모델부터 이런 움직임을 가시화하기 시작했고 링컨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여기에 크라이슬러그룹도 닷지와 지프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크라이슬러 브랜드도 이미 300C를 통해 시동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픽업트럭이나 SUV처럼 수익성은 높지만 전체적인 시장 볼륨이 작아 그 결과는 속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하며 좀 더 미국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 세우며 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나섰다.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에게는 볼륨은 적더라도 브랜드 가치의 재고를 위해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여기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전쟁은 갈수록 복잡해 지고 있다. 세그먼트도 더욱 구체적으로 나뉘어가고 있다. 이것은 곧 메이커의 비용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전략을 통해 시장을 공략할지 2006년 디트로이트쇼를 찾은 전 세계 기자들은 디트로이트 빅3의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형 포니카와 머슬카의 부활?

GM의 시보레 카마로와 크라이슬러의 닷지 챌린저가 살아났다.
포니카라는 말은 1964년 포드 머스탱으로 인해 생겨난 말이다. 포드 머스탱은 전형적인 미국형 스포츠카의 기준이 되었으며 정통 스포츠카가 아닌 스포츠 패션카 장르로 분류되는 모델이다. 이 포드 머스탱을 포니카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 세단형 플랫폼을 베이스로 스포츠카의 분위기를 내며 저가의 가격을 무기로 하기 때문이었다.
머스탱은 1964년, 리 아이아코카가 포드Ⅱ세 및 엔지니어들과 투쟁 끝에 탄생시킨 야생마였다.

당시 청년 중역이었던 아이아코카는 레이싱에의 복귀와 스포츠카의 개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 곤궁에 빠진 회사를 구하고자 했다. 미국 전체의 호황이 계속되었지만 포드는 GM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머스탱이다. 물론 흔히들 인식하는데로 스포츠카라는 장르로 분류되기를 바랐지만 그렇다고 니치 모델로 소량 생산을 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래서 시판 가격을 최대한 낮추어 설정했다.
결과는 대 히트였고 이것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사에서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달성하기 어려운 13개월 만에 100만대 판매라는 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때부터 미국식 스포츠카와, 유럽형 스포츠카가 다른 방향 발전해 갔다. 그것은 아우토반(속도 무제한)과 프리웨이(55mph속도 제한)의 차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스포츠카는 최고속도와 고속주행성, 핸들링 등을 중시하게 되었던데 반해 미국 스포츠카는 0-60mph 가속성능에 더 높은 비중을 두어 엔진은 저속 토크 중시형으로 개발되었다. 물론 하체도 스파르탄한 유럽 스포츠카와는 달리 부드럽게 세팅된다.

한편 머슬카란 가끔씩 등장하는 미국 영화 중 드레그 레이스(정지에서 400미터까지 얼마나 빨리 가느냐 하는 등의 경주)에 등장하는 류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앞바퀴보다 한 참 두터운 뒷바퀴에 리어 휠 하우스로 인해 엉덩이 부분이 크다보니 기이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델로 과거에는 최고출력이 300마력은 넘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었다. 물론 이런 마력보다 중요한 것은 토크. 지금도 이런 류의 미국형 모델들은 같은 배기량이라면 유럽차에 비해 최고출력은 한참 뒤지지만 최대토크는 ‘짐승’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어쨌든 그런 대 히트작 머스탱이 21세기에 부활하면서 포드의 재정문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포드의 책임 디자이너인 J.Mays 는 이 새로운 머스탱 디자인 작업을 `과거로의 회귀 속에 새로운 기술을 담아내려 했다`고 표현했다. 곧게 튀어나온 후드 에지 라인과 그릴 속에 포함된 원형의 안개 등. 그리고 두껍게 보이다 못해 안정감을 주기까지 하는 A/B/C 필러의 라인과 그 속에 어쩌면 어색하게 보이기도 하는 삼각형의 리어 윈도우 글래스까지 머스탱을 기억하는 사람들 속에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는 67~68년형 패스트 백의 라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 포드의 전략은 맞아 떨어져 크게 히트를 쳤고 역시 미국시장에서 먹히는 마케팅 전략은 베이비 붐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정설을 입증해 보였다.

이런 유형의 모델로는 포드 선더버드와 시보레 카마로, 닷지 챌린저 등이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포니카와 머슬카의 범주를 드나드는 모델도 있다.
2006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는 이들 중 시보레 카마로와 닷지 챌린저가 부활한 것이다. 쇼 무대에는 컨셉트카로 등장했지만 머지 않아 양산으로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모터쇼 이틀째의 시보레 카마로의 발표회는 미국 문화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런 미국인들의 머슬카에 대한 욕망을 다양한 유명인들을 대동해 강조했고 쇼장을 찾은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사실 이런 레트로풍의 모델 중 미국차가 아닌 것으로 성공한 예가 폭스바겐 뉴 비틀이다. 폭스바겐 비틀은 히틀러의 명령에 의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개발한 모델로 사상 최초로 단일모델로 2,000만대의 판매대수를 넘긴 모델이다. 그 모델은 정작 유럽보다 미국시장에서 더 인기가 있었고 그런 점을 노려 부활한 뉴 비틀은 미국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라든가, 시보레 HHR 등도 이 범주에 속하는 모델들이다.

그런데 이들 모델들은 그 생명력이 길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이 이런 제품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미국적인 문화의 산물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캐딜락과 링컨이 아메리칸 드림을 프레스티지에서 찾으려 한다면 포니카와 머슬카는 개척정신을 중시하는 미국의 일반 국민들의 야생마와 같은 기질을 반영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선 보인 이들 포니카와 머슬카들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지금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일부에서는 포드 머스탱처럼 성공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시장을 확대하기 보다는 갈라먹기를 할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은 난국 타개 방법 중 하나로 이런 형태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즐겨왔으며 실패보다는 성공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가장 미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지 않은 것이 바로 이런 장르의 모델이라는 점이다. 미국시장에서는 일정의 기대효과를 성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여타 지역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디트로이트 메이커들도 알고 있다.

현대 기아, 미일 업체에 역공 당하다

충격이었다.
2006 디트로이트 오토쇼 이틀째까지 취재를 마치고 그다지 큰 이슈가 보이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3일째. 프레스센터도 전날에 비해 많이 한산해 져 있었다. 해외에서 온 기자들은 상당수 귀국한 상황이어서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프레스컨퍼런스도 전날 아침 7시 30분에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9시부터 느긋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그 일정 중에 크라이슬러와 GM이 있었다.

크라이슬러가 먼저 시작했다. 세일즈 및 마케팅 담당 책임자가 나와 닷지 디비전의 소형차 칼리버와 크라이슬러 디비전 첫 번째 SUV인 아스펜(Aspen)에 관한 소개를 시작했다. 동시에 무대에서는 코믹한 무언극을 연출해 발표회장을 찾은 기자들은 거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기자도 차에 대한 설명을 동영상에 나오는 자료를 보며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순간 아찔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다.

다시 한번 귀를 기울였다. 3만 달러 선이라고 들렸다. 좀 이상해서 옆사람에게 물었다. 필자는 3만 달러선으로 들렸기 때문에 크라이슬러차로서는 내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답은 이 차의 가격이 1만 3,895달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스펜의 등장을 위해 발표회장을 하얀 종이 눈을 쏟아내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연출했다. 상당 시간 동안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나 싶었다.

사실 그때까지만해도 그럴 수도 있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로부터 40분 정도 뒤 GM의 대중차 브랜드 시보레의 발표회장에서 발생했다. GM의 시보레 디비전의 다양한 라인업에 대한 페이스 리프트 및 모델체인지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지 않느냐 하고 생각하면서 서울행 비행기 시간 때문에 막 현장을 벗어나려는데 또 가격 이야기가 들렸다.

시보레 코발트(?)의 판매 가격이 1만 2990달러라는 것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2006 디트로이트 오토쇼 프리뷰 기사, 그러니까 06 Detroit 1신에서 필자는 소형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공세로 인해 한일 전쟁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내보냈었다.

쇼 마지막 날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은 그런 기자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가격 전쟁의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미 글로벌오토뉴스 미국 통신원 유승민씨의 글을 통해서도 소개됐지만 “가격 대비 가치”를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사실 일본 토요타가 야리스를 발표하고 혼다가 피트를 내놓을 때만해도 닛산이 버사라는 차를 카를로스 곤이 소개할 때만해도 과연 미국시장에서 이 등급의 차가 어떻게 받아 들여질까라는 생각이 더 컸다.

미국시장 연간 전체 판매대수 1,700만대에서 2리터급 컴팩트도 아닌 1.5리터급의 서브 컴팩트카들의 점유율은 시실 그다지 높지 않다. 2004년 기준으로 74만대 정도라는 데이터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미국 디트로이트 메이커가 이 세그먼트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보레만해도 미국 내 전시장이 4,600개에 달한다. 네트워크에서 수입차들과 비교가 안된다는 얘기이다. 거기에다 GM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심정적인 동조를 하게 되면 그 효과는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미국에는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이 있다.
만약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의 이런 공세가 효과를 본다면 이 세그먼트가 연간 600만대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고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CSM월드와이드는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장을 노리고 중국차들도 미국시장에 진출해 한국차의 반값에 판다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금 승승장구하는 상황에 조금은 도취된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들어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아마 현대자동차가 목표했던 것을 모두 달성했을 것이다. 아니 목표 이상의 성과를 올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현대차가 저가 모델만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아제라(그랜저)와 싼타페 등 3만 달러 전후의 모델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중가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은 아직 입증되지 않고 있다. 그랜저만해도 선대 모델이 2만 5천달러가 최고가였던 것을 최처 2만 4,335달러에서 최고 2만 6,835 달러 선으로 올렸다. 가격을 인상했을 때는 그만큼의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 계산이 맞았을지는 아직 모른다.

필자는 아프칸전쟁 시작 당시 석유파동으로 현대기아차그룹과 GM대우의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을 예고했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현대차의 판매 증가는 2006년 이후로도 2~3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얘기했었다.

이제 그 전망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올 한해 미국시장에서의 결과가 당장에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버렸다. 미국의 중저가 시장에서 가격은 아주 예민하게 작용한다. 설마 하는 상황이 아니다.

본격적인 에너지 전쟁 시작됐다.

아무리 SUV, 또는 CUV 바람이 심해도 미국은 픽업 트럭의 나라다. 특히 디트로이트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영원한 수익성의 보고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미국 문화를 이해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거대한 쇼핑몰에 가면 그 자리에서 쇼파를 구입해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처럼 구입만하면 집에까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600달러짜리 쇼파를 구입했을 때 만약 배달을 원하면 3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살려면 이 정도의 짐은 직접 운반하면서 살아야 한다. 양반(?) 기질이 있는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문화를 반영하듯 2006 디트로이트쇼 첫 번째 순서인 포드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픽업 트럭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F-250 수퍼 컨셉트(Super Chief)가 그것으로 2004년 F-150의 풀 모델체인지에 이은 차세대 F-250의 스타일링 큐를 보여 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 엔진과 Tri-Flex

그런데 그것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이 차의 파워 트레인이다. 트라이 플렉스(Tri-Flex )라고 하는 것으로 수소와 에탄올 혼합연료 E85, 그리고 가솔린 등 세 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수소 모드에서는 자연흡기 V10엔진에 비해 연료효율이 12% 향상되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99%줄였다고 포드측은 주장하고 있다. 수소에서 E85 혹은 가솔린으로 아니면 에탄올 혹은 가솔린에소 수소모드로의 전환 모드에서 속도를 올리기 위한 수퍼차저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들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엔진은 연료탱크를 가득 체우고 V10엔진으로 500마일을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수소 엔진 차에 대해서는 BMW가 선구적인 입장에 있다. BMW는 1978년부터 수소엔진차를 개발해 왔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그 우수성을 입증해 보이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더불어 수소와 가솔린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바이 퓨얼 시스템도 개발해 선을 보이고 있다. 내연기관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가솔린과 수소를 동시에 싣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포드도 연료전지가 아닌 수소 엔진의 개념으로 이 부문에서는 마쓰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VT

두 번째로 주목을 끈 것은 CVT, 즉 무단변속기의 부활이다. 무단 변속기는 한국 메이커들도 조합을 한 적이 있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GM대우의 현행 마티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사용됐었고 수입차 중에서는 아우디가 A4 2.4 카브리올레 등에 탑재되어 있다.
그런데 2006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닛산은 앞으로 미니밴 퀘스트(Quest)를 제외하고 전 차종에 CVT 버전을 라인업하겠다고 밝혔다. 닛산측은 변속기를 CVT로 바꿈으로써 하이브리드보다 더 높은 연비 절약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도 바로 이어서 크라이슬러는 지프 콤파스 양산형을 발표하면서 역시 CVT 채용버전의 등장을 강조했다.
CVT는 90년대 등장하면서 많은 주목을 끌었던 메커니즘이었지만 내구성 등의 문제로 채용 빈도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Hybrid

그리고 하이브리드 역시 주목을 끌고 있는 시스템 중 하나다.
특히 GM이 픽업 트럭과 SUV 등 14개의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버전을 출시해 그린카 경쟁을 리드하겠다고 밝혔다. GM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의 것과는 달리 2모드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다. 각 바퀴에 별도의 모터를 장착해 구동하는 시스템으로 풀 하이브리드, 즉 스트롱 하이브리드에 속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2006 디트로이트쇼에서 GM은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과 노멀 모델과의 가격차이를 1,500달러로 좁히겠다고 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동안 50%까지 연비 개선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온 다른 메이커들과는 달리 20~25% 정도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보고와 비슷한 대목이어서 오히려 현실적인 데이터가 아니냐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서 GM의 하이브리드 버전 가격이 1,500 달러 정도로 좁혀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모델들은 평균 3,000 달러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난다. 미국시장에서 3,000달러라는 것은 4년 10만 마일의 주행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그런데 4년 10만 마일을 주행 후, 그러니까 구체적으로는 8~10만 마일 정도 주행하고 나면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이 배터리의 가격이 다시 최소한 2,000달러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000 달러의 가격 차이를 1,500 달러로 좁혔다는 것은 2년 5만 마일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복잡한 계산식을 떠나서 미국시장의 1세대 하이브리드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연비 개선으로 인한 이득이 없었다. 그런데 GM이 실제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게 되면 1년에 평균 2만 마일을 주행한다고 하는 미국인들의 운행패턴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모델들은 적어도 5년 이상 운행해야 연비 절약을 위해 하이브리드를 구입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멀 모델보다 1만 달러 정도 비싸게 주고 구입했을 경우 40만 마일을 달려야 손익분기점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도 있다. 40만 마일이면 20년 주행거리다.
GM의 하이브리드가 시장에 나오게 되면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에 대한 사고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디젤

그리고 디젤. 여러 번 언급했지만 미국의 소비자들은 디젤차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그래서 전체 자동차 판매중 디젤차의 비율도 8% 전후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미국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것은 폭스바겐으로 1992년 진출했다.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선구자라는 이미지 외에는 판매고에서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S클래스와 GL, ML 등에 320CDI를 탑재해 선을 보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부터 일본 시장에도 디젤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320CDI엔진은 2005년 미국 텍사스주의 레이싱 코스에서 E320CDI로 24시간의 세계 속도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 올해 초에는 미국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독일인 저널리스트로 하여금 렉서스 RX400h와 메르세데스 벤츠 ML320CDI로 장거리 비교테스트를 하게 해 ML이 RX보다 총 평균 연비에서 100km당 1리터의 이점이 있다는 결과를 대대적으로 미디어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디젤엔진 기술에 자신있는 메르세데스가 하이브리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디젤엔진을 들고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메르세데스는 그들의 디젤엔진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작년 가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발표했던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블루텍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다이렉트 하이브리드를 전면에 내 세우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블루텍 하이브리드의 메인 파워 트레인은 3리터 V6 CDI로 최고출력 235p/3,800rpm, 최대토크 54.5kgm/1,600~2,400rpm을 발휘한다.
여기에 가솔린 사양과 마찬가지로 7G트로닉 트랜스미션과 사이에 8.2ps의 전기모터를 끼워 넣어 출발과 저 부하시의 주행에 공헌한다.
이 디젤 엔진에는 요소 분사 테크닉을 사용한 NOx 대책이 채용되어 있고 그 요소첨가재가 애드 블루라고 불리우고 있는 것에서 블루텍 하이브리드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첨가제는 이미 메르세데스의 5000대 이상의 트럭에 채용되어 있기 때문에 그 효과와 안전성은 보증된다.
S320 블루텍 하이브리드에는 22리터의 애드블루가 스페어 타이어용 공간에 설계된 탱크에 저장되어 있고 100km/h 당 0.1리터가 소비되며 최종적으로는 캐털라이저를 지나면서 80%의 질소산화물이 제거된다. 이 정도의 수준은 미국의 미래 배기가스 규제, 일본의 중장기 배기가스 규제도 클리어할 수 있는 수치다. 또 당연히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도 표준으로 장비하고 있다.
연비의 향상 면에서는 종래의 S400 CDI(W220형)과 비교하면 약 20%가 저감된다. 또 이 S320블루텍 하이브리드도 가솔린 사양과 마찬가지로 주행성능을 희생하지 않고 0-100km/h 가속성능이 7.2초, 최고속도는 250km/h 로 동급 논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이가 없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런 기술적인 우위를 강조하며 미국시장의 소비자들에게 디젤엔진의 연비개선 효과 및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디트로이트쇼에서도 지난 가을 프랑크푸르트와 동경에서처럼 연료전지의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파워 트레인들과 대체 에너지 사용을 위한 노력이 혼재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그동안과는 다른 관점에서 파워트레인을 고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과연 이런 싸움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 것인가 하는 것은 앞으로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를 좌우할만한 일이기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의 물밑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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