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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파리살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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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10-13 07: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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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양산 메이커들의 한계 가시화

파리살롱은 세계 5대 모터쇼에 속한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내용도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만큼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모터쇼가 그렇듯이 자국 자동차산업의 위상과 시장의 상황에 따라 주목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잘 나가던 프랑스 메이커들이 주춤거리며 수익성과 판매면에서 좋지 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얘기이다.
폭스바겐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메이커인 PSA푸조시트로엥 그룹은 3년 연속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고용 동결과 더불어 1만명의 인원감축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오토뉴스를 통해 이미 알려졌듯이 퇴임이 결정된 CEO 장 마틴 폴츠는 올 해의 연간 설비투자예산을 당초 예정 약 30억 유로에서 25억 유로로 축소함과 동시에 연구개발비에 관해서도 총액은 연간 약 22억 유로로 변함이 없지만 신차 한 대당 코스트를 15% 낮춘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유럽시장에서의 중핵 모델의 모델체인지 기간을 2008년까지 현재의 4.5년에서 3.3년으로 단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PSA푸조시트로엥은 신규고용의 동결과 인건비 억제조처등을 통해 2006년 하반기에 1억 2,500만 유로의 비용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76년 푸조와 시트로엥이 합병해 가장 성공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내 모범적인 사례로 꼽혔던 PSA푸조시트로엥 그룹의 최근 부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불어 PSA푸조시트로엥이 생산하는 모델들이 대부분 유럽시장 등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소형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푸조와 르노 등은 오래 전부터 모터쇼 등을 통해 V형 10기통 엔진을 탑재한 컨셉트카를 출품해 양산 가능성을 점치게 했으나 그것이 실행에 옮겨진 것이 없다. 연구실에서의 아이디어와 마케팅 부서에서의 현실감각이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여기에 일본 메이커와 한국 메이커들의 공격적인 시장 침투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최근 GM과 르노닛산 연합의 제휴협의에서 나타났듯이 양산 메이커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말한다.
양산 메이커들의 최대의 덕목은 ‘코스트 다운’. 그를 위해 인수합병을 했고 그 효과는 충분히 보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마저 사라져 버리자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90년대 말 ‘400만대 논리’가 지금은 GM과 르노닛산의 제휴 논의로 인해 또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이는 PSA푸조시트로엥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현대기아자동차도 합병으로 인한 비용저감 효과가 끝나면 어떤 길을 모색할지에 대해 돌아 보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PSA 푸조시트로엥은 시트로엥 그룹을 통해 C4 피카소라는 크로스오버 컨셉트카를 선보이며 새로운 세그먼트로의 진출을 선언했지만 SUV의 판매가 가장 많은 미국시장에는 아예 전시장도 없는 상황이어서 규모를 늘리는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푸조는 유럽시장에는 2006년~2009년 사이에 왜건과 SUV등 6개 차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중국시장에 11개 차종을, 남미에는 6개 차종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매력적인 모델을 만들어 시장을 다시 살리겠다는 것이다.

아우디 미드십 스포츠카 R8 전격 공개

2006 파리살롱의 테이프는 아우디가 끊었다. 아우디는 파리살롱 프레이데이 하루 전날 파리의 ‘무역센터’라고 할 수 있는 라데팡스에서 2인승 미드십 정통 스포츠카 R8을 공개하며 1990년대 이미지 변신에 이어 이제는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명성을 활용한 세그먼트 세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퓨어 스포츠카 R8을 통해 아우디의 기술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그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동시에 그 힘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아우디 R8은 지난 200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르망 콰트로(Lemans Quattro)라는 컨셉트카로 선보이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 모델이다. 퓨어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있는 아우디 R8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고 있으며 공식 출시는 2007년 봄으로 예정되어 있다. 아우디는 이미 R8에 대해 아우디의 알루미늄 보디 전용 공장인 네카슬룸(Neckarsulm)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2006년 말에 생산을 개시해 2007년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의 100% 출자 자회사인 콰트로Gmbh가 네카슬룸공장에 약 2,800만 유로를 투자해 R8전용의 생산 라인 등을 구축한다고 한다.
네카슬룸 공장은 A8과 A2 등 아우디가 자랑하는 알루미늄에 관한 전문 기술을 보유한 생산 거점. R8은 완전히 수작업으로 조립되며 그 때문에 아주 높은 기술과 많은 경험을 가진 스탭들을 투입된다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아우디 R8의 스타일링은 이미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컨셉트카의 라인을 대부분 살리고 있는 것으로 지극히 공격적이다. 물론 기존 모델들과 달리 21세기에 등장한 모델인만큼 그 프로포션과 실루엣 등이 현대적인 터치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프론트에 있는 트렁크에 골프백을 두 개나 실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아우디의 상징인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로 존재감을 확실히 표현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라인은 아우디 세단의 우아함보다는 공격적인 자세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사이드 실루엣에서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라인이 이끄는 정석적인 선과 프론트와 리어 펜더 부분에서 솟아 오른 캐릭터 라인의 조화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런데 엔진이 탑재된 부분에 검은 커버를 덧댄 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시도로 시각적으로는 익숙치 않다.
미드십에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만큼 운전석은 앞쪽으로 당겨져 차체 중앙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량 배분이 앞쪽이 44%, 뒤쪽이 56%로 이상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331×1,904×1,249mm, 휠 베이스는 2,650mm.
인테리어는 TT와 S시리즈 등 아우디의 스포츠 모델들에서 보았던 터치를 상당 부분 유용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 페시아에 사용된 라인을 비롯해 실렉터 레버의 디자인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엔진은 우선은 4.2리터 FSI가솔린 한 가지만 설정하고 있다. 최고출력 420ps/7,800rpm, 최대토크 43.5kgm/4,500~6,000rpm을 발휘한다. 아우디측은 특히 최대토크의 90%가 3,500~7,600rpm 영역에서 플랫하게 발휘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디젤엔진을 탑재한 그룹 C카 레이싱 머신인 R10이 지난 6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하면서 R8에 디젤 엔진이 탑재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이번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머지 않아 가야르도에 탑재된 V10엔진과 디젤엔진 사양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미션은 6단 MT를 기본으로 R트로닉 시퀀셜 시프트가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
0-100km/h 가속성능은 4.6초, 최고속도는 301km/h.
타이어는 앞 235/40ZR18, 뒤 285?35ZR18사이즈가 기본으로, 19인치가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

유럽시장용 SUV, 과연 바람을 일으킬까?

새로운 컨셉의 제품은 소비자가 원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메이커에서 그들의 시장 점유율 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 개발하는 것일까? 간단한 것 같은 질문이지만 유럽에서 열리는 모터쇼장에서 만나는 SUV는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모터쇼가 열렸다하면 국내 언론들은 한결 같이 ‘SUV 물결’이라는 단어가 ‘첨단 기술 대거 등장’, ‘하이브리드’ 등과 함께 빠짐없이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적어도 유럽시장에서는 아직도 SUV 물결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유럽시장에서 SUV의 점유율은 6%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GM유럽 관계자는 밝혔다. 물론 지역적으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다. 이번 파리살롱 취재 전에 방문한 스페인 등 남부 유럽에서는 SUV의 판매 비율이 9% 정도로 비교적 높다고 한다. 하지만 북유럽쪽으로 갈수록 왜건형이 강세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이 만다는 SUV도 사실은 미국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볼보 XC90를 비롯해 폭스바겐 투아렉, BMW X5, 메르세데스 M클래스, 아우디 Q7 등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런데 2006 파리살롱이 열리는 프랑스 메이커들이 크로스오버 SUV를 전면에 내 세우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었다. PSA푸조 시트로엥 그룹에서는 시트로엥 C4피카소를, 르노는 르노삼성에서 생산하게 될 콜레오스(KOLEOS)를 무대 전면에 배치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자 했다.
혼다도 대표적인 SUV인 CR-V의 차세대 모델의 공식 데뷔 장소를 파리살롱으로 삼으며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틈을 타 쌍용자동차도 SUC, 즉 스포츠 유틸리티 쿠페를 표방하는 액티언을 유럽시장에 데뷔시켰다.
그리고 GM은 역시 한국산인 GM대우제 윈스톰의 오펠 버전 안타라(Antara)로 유럽시장의 SUV바람이 불기를 기대하는 자세를 보였다. 물론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크라이슬러 디비전에서는 지프 브랜드의 전 라인업을 동원해 그들의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자 했으며 영국의 랜드로버사도 런던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프리랜더2와 새로운 V형 8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레인지로버로 그들의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었다.
사실 랜드로버나 지프 등은 정통 SUV브랜드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에 대해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일 수 있겠지만 시트로엥과 르노가 SUV를 라인업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부유럽에 위치한 프랑스와 이태리 메이커들은 전통적으로 큰 차를 개발하는데는 극히 인색한 모습을 보여왔다. 유럽시장의 구분으로 프랑스와 이태리 등 남부유럽에서는 A와 B세그먼트 모델의 판매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C세그먼트가 되면 우리 기준으로 본다면 중형 세단급에 해당하는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남부 유럽 메이커들이 SUV모델을 내놓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독일 메이커들처럼 세그먼트 확장에 소극적이었던 이들이 최근 판매 부진으로 경영압박을 받으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우선은 추측이 가능하다. 이들이 내놓은 SUV들은 미국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닌 유럽의 소비자들에게 통용될 수 있을 정도의 것들이다. 이런 모델들에 대해 업계에서는 크로스로오버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물론 시보레 브랜드의 캡티바로 판매되면서 동시에 오펠 버전 안타라로도 만들어지는 GM대우제 윈스톰의 경우는 현대 싼타페나 투산 등과 마찬가지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좀 더 높기는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왜건형 승용차에 트레일러를 매달고 주말 휴가를 떠나는 것이 일상화된 이들의 자동차 사용 패턴에 SUV가 먹혀 들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90년대 후반 등장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A클래스를 비롯해 르노의 메간 세닉 등 이 시장의 용어로 모노볼륨카들도 처음 예상보다는 높은 판매를 보이지 않을 정도다. 모노볼륨카는 SUV를 유럽시장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개발한 것으로 역시 공간을 중시한 모델군에 속한다.
그런 과연 유럽시장에서 SUV 바람이 불 수 있을까.
2006 파리살롱에서는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프랑스메이커들과 그 틈을 노려 시장 침투를 노리는 다른 생각을 가진 메이커들이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시 말해 같은 세그먼트의 모델을 내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볼보도 뛰어든 C세그먼트 전쟁

기아의 cee’d, 현대 아네즈, 토요타 아오리스 등에 대해 이미 소개했는데 이들은 기왕에 자신들의 주력 모델들을 일신하거나 새로운 장르의 모델들을 내놓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볼보가 선 보인 C30은 볼보로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소형 모델을 새로이 개발해 세그먼트를 확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연간 45만대 수준의 판매대수를 60만대로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볼보는 소형 해치백 모델 C30의 연간 판매계획을 6만 5,000대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볼보측에 따르면 전체 판매대수의 75%인 4만 8,750대를 유럽시장에서 판매하고 미국시장에도 2007년 여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글로벌오토뉴스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는 C30은 올 초 디트로이트쇼를 통해 선 보였던 컨셉트카와 거의 비슷한 스타일링을 취하고 있다.
C30은 S40과 V50왜건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여기에서 잠깐 유럽시장의 세그먼트 구분에 대해 알아 보자. 우리나라의 경우는 소형, 준중형, 중형, 대형 등으로 구분하는데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서브 컴팩트카와 컴팩트카, 미드 사이즈, 라지 사이즈 등으로 구분하고 일본에서는 차체 크기와 엔진 등 두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경자동차, 소형차, 보통차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에서는 차체의 전장을 기준으로 3,500mm 이하를 A세그먼트, 3,850mm이하를 B세그먼트, 4,300mm 이하를 C세그먼트, 4,700mm 이하를 D세그먼트, 5,000mm 이하를 E세그먼트, 그리고 S클래스와 7시리즈, XJ, A8 등을 F세그먼트로 분류한다.
세그먼트별로 대표적인 모델을 보면 A세그먼트에는 폭스바겐 루포, 시트로엥 C2, 피아트 판다 푸조 107 등이 있다. B세그먼트에는 폭스바겐 폴로를 비롯해 푸조 206, 피아트 푼토, 시트로엥 C3, C세그먼트에는 폭스바겐 골프가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여기에 아우디 A3, 르노 메간 시리즈, 포드 포커스, 푸조 307, 알파로메오 147 등 쟁쟁한 모델들이 포진하고 있다.
다음으로 D세그먼트에는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 C클래스, 아우디 A4, 볼보 A4, 오펠 벡트라, 재규어 X시리즈, E세그먼트에는 메르세데스 E클래스를 시작으로 BMW 5시리즈, 아우디 A6, 사브 9-5, 볼보 S80, 푸조 407 등이 있다.

주제가 C세그먼트에서는 2차 대전 후에 출범한 폭스바겐의 비틀이 단일 모델로 사상 최초로 2천만대가 넘는 판매대수를 기록하며 유럽의 표준으로 자리잡았고 이후로도 골프로 발전하며 역시 유럽인들의 실용성 중시의 자동차생활을 만족시키며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벤치 마킹의 대상이 되어왔다. 물론 다른 세그먼트보다 더 많은 보디 베리에이션과 엔진 라인업 등으로 끊임없이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해 온 결과다.
그 폭스바겐의 아성을 무너트리기 위해 프랑스의 푸조와 르노,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은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왔고 그 결과 최근에는 폭스바겐 골프의 유럽에서의 위력에 과거와 같지는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
참고로 2006년 상반기 유럽시장에서는 794만 8,581대의 자동차가 판매되었는데 그중 폭스바겐이 152만 3,239대로 19.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많은 것이 PSA푸조시트로엥그룹으로 13.5%인 106만 9,487대. 세 번째는 유럽포드로 85만 7,225대, 네 번째는 GM의 82만 9,119대로 10.4%, 다섯 번째는 르노로 72만 5,502대의 91.%, 그리고 피아트는 7.9%인 62만 4,538대로 여섯 번째로 밀려났다.
1900년대만해도 이들의 순위기 이처럼 뚜렷하지 않고 업치락뒤치락했었다. 그러던 것이 푸조그룹의 강세와 피아트의 약세로 구도가 정리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시장에 볼보도 뛰어 들었고 더 중요한 것은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메이커들과 현대기아 등 한국 메이커들의 득세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일본차와 한국차는 1990년대와 21세기 초반 미국시장에서 폭발적인 신장세를 기록하며 서브 컴팩트카와 컴팩트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미국시장에서는 미국 메이커들의 주 무대가 아닌 중소형차 분야에서의 득세이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유럽시장에서는 유럽의 양산차 메이커들과 같은 세그먼트의 모델들로 경쟁을 해야 했다. 미국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특성과 특히 중소형차 만들기에서는 세계의 기준이 되어 온 그들인만큼 아시아산 제품들이 아무리 품질이라는 무기를 내 세워도 시장 공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90년대 후반부터 어려움을 겪어 온 폭스바겐과 최근 들어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의 극대화 이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프랑스 메이커들이 주춤하는 틈을 타 일본과 한국세가 거센 공격을 하면서 시장은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롤로스 곤은 최근 ‘르노에게 있어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특히 당장에 시장에 내놓을만한 특별한 것이 없다는 말로 어려움을 대변했다. 그런 상황은 닛산도 마찬가지이고 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카를로스 곤은 GM과의 제휴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푸조도 2005년 말 기준 13만 3,400명이었던 인원의 7.5%를 감축할 계획을 밝히는등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비용저감책을 강구하는데 안간 힘을 쓰고 있다. 퇴임이 결정된 CEO 장 마틴 폴츠는 올 해의 연간 설비투자예산을 당초 예정 약 30억 유로에서 25억 유로로 축소함과 동시에 연구개발비에 관해서도 총액은 연간 약 22억 유로로 변함이 없지만 신차 한 대당 코스트를 15% 낮춘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반해 토요타는 최근 9년 연속 판매 증가세를 보이며 미국시장에 이어 유럽시장에서도 포지셔닝 구축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시장에서 토요타차의 판매대수는 렉서스를 포함해 44만 ,5956대로 5.6%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판매 강세로 토요타는 당초 2010년까지 연간 120만대의 판매 목표를 2008년까지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유럽시장에 쏟는 애정이 각별하다. 현대는 륏셀스하임에 기아는 프랑크푸르트에 각각 연구개발 및 디자인 센터를 건설하고 유럽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내년 3월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을 갖고 유럽전략용 모델 씨드를 출고할 예정으로 있고 현대자동차도 체코 공장을 2008년 가동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메이커이면서 그들로서는 소형차 시장에 뛰어든 볼보와 기존 세그먼트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며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차들간의 공격적인 전략이 유럽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프랑스메이커들의 컨셉트카는 전시용?

프랑스 메이커들은 자국에서 2년마다 개최되는 파리살롱과 이웃 스위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제네바쇼 등이 기상천외한 컨셉트카들을 출품해 많은 눈요기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우리가 컨셉트카(Concept Car)라고 부르는 용어로 통일되기 전 퓨처카(Future Car), 어드밴스드 카(Advanced Car) 등이 같이 사용되었을 시절부터 유럽의 모터쇼장에서 프랑스 메이커들이 내놓은 작품은 잡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왔다.
그런 프랑스 메이커들의 실험정신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모터쇼장에 나타나는 컨셉트카라는 것이 사실은 개발 중인 모델들의 프로토 타입, 혹은 디자인 스터디들로 자리를 메우며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는 점에서는 조금은 실망 스러워져 가고 있다. 근미래에 등장할 모델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경쟁사들에게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겠으나 좀 더 먼 미래에 우리들의 발이 되어 줄 교통 수단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메이커들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감각의, 그들만의 예술성을 내 세운 컨셉트카를 전시해 부스를 찾는 사람들의 니즈에 호응하고 있다.
2006파리살롱에 등장한 프랑스 메이커들의 컨셉트카들로는 이미 글로벌오토뉴스를 통해 사전에 공개된 것들이기는 하지만 푸조 908RC를 비롯해 시트로엥 C-Métisse, 르노 넵타 등이 있다.
우선 푸조의 디젤엔진을 탑재한 컨셉트카 908RC는 2006 르망 레이스에서 우승한 아우디 R8과 경쟁을 선언하고 있는 모델이다. 아우디가 R10의 컨셉을 살린 리얼 스포츠카 R8을 프랑스의 심장 파리에서 국제 무대 데뷔를 선언했기 때문에 908RC의 미래도 전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시판차에서도 감각적인 스타일링과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 푸조이지만 컨셉트카도 항상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908RC는 2004년 파리살롱을 통해 공개했던 스포츠 쿠페 907과 시리즈명은 같다. 앞쪽에 9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형상은 푸조다운 기발함이 우선은 강하게 와 닿는다. 프론트는 푸조임을 금방 알 수 있는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가 채용되어 있어 우선은 알기 쉽다. 물론 라이언을 엠블럼으로 하면서 맹수의 눈을 연상케 하는 푸조만의 아이덴티티도 그대로 살아 있다.

프론트의 강렬한 이미지와는 달리 사이드 실루엣은 우아함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도 항상 그렇듯이 웅크린 맹수가 금세라도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자세는 변함없다.
하지만 907은 6.0리터 V12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던데 반해 908RC는 5.5리터 V12 디젤엔진을 탑재한다. 성능은 최고출력 700ps에 최대토크 122.4kgm의 몬스터급. 그리고 그 엔진은 프론트가 아닌 리어에 탑재된다는 것이 우선은 눈길을 끈다.
트랜스미션은 6단 시퀀셜 AT.
섀시는 기본 구조를 카본 콤포지트와 알루미늄 하니컴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리어에는 튜블라 구조에 의해 서브 프레임을 형성해 중량이 나가는 V12엔진과 서스펜션을 지탱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서스펜션은 앞뒤 공히 드롭 링크 더블위시본 타입. 이는 407에 채용된 것이다.
브레이크는 세라믹 카본 콤포지트제 디스크로터,
타이어는 앞 255/35R20、뒤285/30R21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SP2가 장착되어 있다.
다음으로 주목을 끄는 것은 시트로엥 C-Métisse. 푸조 908RC와 마찬가지로 주로 소형 모델에만 강세를 보여온 프랑스메이커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시트로엥이 선보이는 컨셉트카 C-Métisse는 고성능이면서 연비성능이 좋은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속도 250km/h에 달하며 0-60mph 가속성능이 6초대의 준족을 자랑하는 모델이라고. 그러면서도 연비는 45mpg로 아주 높은 수준.
이 차에는 프론트에 V6 HDi DPFS 208마력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6단 AT를 조합해 앞바퀴를 구동한다. 리어 휠에 한 쌍의 전기모터가 동시에 탑재된다.
크기는 전장은 4,740mm, 전폭은 2,000mm 전고는 1,240mm로 아주 낮다.
차체는 4도어 4인승 쿠페의 럭셔리 GT컨셉트. 메티스는 영어로 하이브리드의 의미로 디젤과 전기로 구동한다.
르노의 컨셉트카 넵타도 독특한 보디 라인을 채용한 4인승 카브리올레 모델로 장르상으로는 GT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995×1,956×1,332mm。
도어는 차체 가운데 피봇을 통해 걸윙 도어 형태로 여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인테리어는 여유있는 공간과 화려한 장비로 가득 채워져 있다.
넵타는 프레스티시 세단급의 성능을 강조하고 있다. 엔진은 3.5리터 V6 24밸브 IDE 트윈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420HP、최대토크 560Nm을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7단 AT를 조합하고 있다. 레이아웃은 프론트 엔진 리어 드라이브.
0-100km/h 가속성능은 4.9초.

그런데 지금까지 모터쇼를 통해 프랑스메이커들은 V형 10기통 엔진을 탑재한 컨셉트카를 적지 않게 선보여 왔는데 그것이 양산화로 이어진 예는 아직까지 없다. 아니 적어도 V8모델이라도 생산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다 알다시피 프랑스메이커들이 생산하는 시판차들 중 가장 큰 배기량의 모델은 르노 벨사티스의 3.5리터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3.0리터 이하의 모델들이다.
필자는 90년대 중반 푸조의 CEO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미국시장 공략 등을 위해 대 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모델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었다. 그런데 그에 대해 푸조의 CEO는 프랑스 대통령도 3.0리터 모델을 타는데 더 이상 큰 차가 뭣 때문에 필요하냐고 핏대를 올리며 답했었다.

이 이야기가 세삼 떠 오른 것은 최근 프랑스 메이커들의 부진 때문이다.
필자의 짧은 소견일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양산차 메이커들 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미국 디트로이트 빅3이고 다음으로 프랑스메이커들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은 주로 대 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모델들에만 비중을 두고 있고 반대로 프랑스메이커들은 중소 배기량에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본거지 시장에서는 충분한 경쟁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바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 걸림돌로 작용해 오늘날과 같은 어려움에 처한 이유가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은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프랑스 메이커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철수한지 20년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아직 전시장을 만들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최근 GM과 르노닛산 연합간의 제휴협의 등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면서 하나둘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아네즈 vs 토요타 아오리스

현대기아차 그룹이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모터쇼를 통해 선보이는 컨셉트카는 HCD와 HED가 있다. HCD는 Hyundai California Design의 약자이고 HED는 Hyundai Europe Design의 약자다.
토요타도 유럽에 디자인연구소가 있다. 토요타는 ED²라고 표기한다.
현대의 유럽 디자인연구소는 독일 뤼셀스하임에 있고 토요타는 니스(Nice)에 있다.
두 회사가 2006 파리살롱에 같은 세그먼트의 비슷한 차명의 5도어 해치백 컨셉트카를 동시에 내놓았다. 컨셉트카라고는 하지만 금방이라도 양산에 들어갈 수 있는 단계의 모델들이다.
현대는 아네즈(Arnejs), 토요타는 아오리스(Auris).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치열한 정보전의 산물인지 알 수는 없지만 두 회사는 C세그먼트의 해치백이라는 같은 장르 같은 컨셉의 모델을 같은 장소에서 공개한 것이다.

차체 크기는 아네즈가 전장×전폭×전고가 4,335×1,840×1,488mm, 휠 베이스 2,649mm. 아오리스가 4,226×1,762×1,530mm, 휠 베이스에 관한 데이터는 없다.
두 차 모두 19인치 휠을 장착하고 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에서도 두 차 모두 파노라마 루프를 채용하는 등 비슷한 구석이 많다.
컨셉에서 타겟마켓까지 두 차는 같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

토요타의 아오리스는 카롤라라는 차명을 대신해 등장한 모델이다. 물론 세단과 왜건은 카롤라라는 차명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5도어 해치백의 차명을 아오리스로 바꾼다는 것이다. 시장 세분화, 세그먼트의 세분화를 읽은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반해 현대 아네즈는 기아가 먼저 개발을 시작한 씨드의 현대 버전이다. 플랫폼을 같은 것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는 5도어 해치백 외에도 유럽에서 유행하는 쿠페 컨버터블과 왜건형까지 라인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미 소개됐듯이 현대기아차 그룹은 같은 장소에서 기아 브랜드로 Cee’d라는 유럽전용 C세그먼트의 모델을 공식 발표했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기아유럽디자인연구소에서 디자인해 내년 3월 준공 예정인 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하게 될 유럽 전용 모델이다. 기아는 씨드가 유럽시장 판매를 60만대로 끌어 올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기에 현대 브랜드로도 같은 세그먼트의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얘기이다. 컨셉트카 아네즈는 그 스타일링과 디자인에서 씨드의 현대 버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누구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규모의 경제가 숙명인 자동차산업의 속성상 현대기아가 합병해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같은 시장에서 같은 세그먼트의 모델을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기우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메이커들은 해외에서 다른 나라 회사들과의 경쟁보다 우리끼리 사투를 벌이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 과거의 경험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것이 현대와 기아 브랜드의 싸움이 될지 아니면 현대기아가 토요타를 협공하는 양상으로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 물론 토요타는 유럽시장 진출 이래 9년 연속 판매 증가세를 보이며 미국에 이어 또 다른 바람을 예고하고 있어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유럽시장에서의 C세그먼트 모델은 양산차 메이커들에게는 판매대수를 올려주고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장이기도 하고 그것은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말도 된다.
때문에 현대와 기아가 같은 장르 같은 세그먼트의 모델을 동시에 출시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그보다는 최근 주춤하고 있는 유럽 양산 메이커들의 빈틈을 노려 한국차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와 기아는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 경영을 선언하며 두 브랜드의 차별화를 선언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같은 성격의 모델을 동시에 내놓는 것 보다는 서로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적어도 세그먼트는 같더라도 장르의 차별화를 통해서라도 브랜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는 않을까.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21세기 자동차산업의 페러다임은 소품종 다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개성을 중시하는 자동차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곳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된다. 규모의 경제의 핵인 ‘플랫폼 공유’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거기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모델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GM과 포드, PSA푸조시트로엥과 르노닛산 연합 등 양산차 메이커들이 처한 최근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이제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기아도 그동안은 두 회사가 합병함으로써 얻은 비용절감 효과로 911과 이라크전쟁 등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예상 외의 수익을 올리며 성장세를 그려왔다.

이제 현대기아그룹을 비롯한 세계의 양산차 메이커들은 이런 변화하는 페러다임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비용 저감이 최대의 덕목인 양산차 메이커들이 이제 더 이상 쥐어짤 것이 없는 상황에 왔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 수익성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은 기본적으로 양산 메이커이지만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 그들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적어도 토요타는 렉서스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토요타의 판매를 늘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현대 아네즈와 토요타 아오리스는 과연 같은 위치에 있는 경쟁 모델이 될 수 있을까.

기아, Cee’d로 유럽시장 공략한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기아자동차 Cee’d 광고를 아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건물 옥상의 광고탑은 물론이고 건물벽에도 적지 않은 광고가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시내버스 전체를 광고로 도색한 경우도 볼 수 있었다.
90년대 대우자동차가 입술모양의 그림으로 “우-“라는 발음을 설명하는 광고만큼 많지는 않지만 파리의 도로에서 만나는 기아자동차의 광고가 그 어느때보다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만큼 기아자동차는 유럽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6 파리살롱에 프로토 타입을 공개한 유럽시장용 C세그먼트에 해당하는 Cee’d는 유럽에서 설계 디자인되어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말 그대로 유럽 전용 모델이다.
Cee’d는 유럽시장 기준으로 C세그먼트에 해당하는 모델. 가장 경쟁이 심한 세그먼트이다. 그것은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얘기도 된다. 다시 말해 전체적인 볼륨을 올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세그먼트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인지 기아자동차는 유럽시장의 워런티를 7년으로 늘린다고 선언했다. 미국시장에서 효과를 보았던 최장 품질 보증기간 전략을 유럽시장에서도 구사하겠다는 것.
과연 유럽시장의 소비자들도 미국의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최장 워런티를 구매 조건의 주요 요소로 고려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자동차 소유 연한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점을 고려하면 기아자동차는 그만큼의 마케팅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cee’의 출시를 계기로 2010년까지 유럽시장에서 연간 6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 4년 동안 유럽시장에 9개의 뉴 모델을 출시한다.
기아자동차는 유럽시장의 소비자 취향을 잘 반영하기 위해 지난 7월 아우디, 폭스바겐 등에서 디자인 담당 총괄 책임자를 지낸 독일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53)씨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CDO, Chief Design Officer)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물론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기아차 해외디자인거점들을 모두 관장하며 앞으로 차별화된 기아차의 독자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GM대우와 르노삼성제 모델도

2006년 파리살롱 프레스데이 첫 날의 공식 프레스컨퍼런스는 GM이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디트로이트쇼를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는 GM을 대표하는 것은 캐딜락이 아닌 시보레로 되어 있다. 미국시장에서 연간 250만대가 넘게 팔리며 포드와 함께 양산 브랜드의 대표적인 존재가 유럽에서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제품력이 있는 GM 대우제 모델을 전면에 내 세워 공략을 하고자 하는 GM 측의 의도 때문.
이번에도 역시 시보레 부스의 모델들은 대부분 GM대우제 모델로 체워졌다. 마티즈부터 토스카에 이르기까지 맨 앞 열에는 낯 익은 모델들이 도열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한 술 더 떠 GM 의 프레스컨퍼런스도 GM대우제 모델이 무대를 장악했다. GM대우의 첫 번째 SUV인 윈스톰의 오펠 버전인 안타라(Antara)의 세계 무대 데뷔와 GM대우의 소형차 라세티를 베이스로 하는 레이싱 컨셉트카 WTCC등이 그것이다.
GM측은 최근 유럽시장의 판매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점유율이 6% 까지 신장됐다며 오펠 안타라의 출시로 유럽의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GM DAEWOO 및 GM 아시아태평양 디자인담당 임원인 데이빗 라이언 (David Lyon) 전무는 WTCC는 유럽시장을 겨냥한 머슬카로 앞으로 시보레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 부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카를로스 곤은 르노의 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한 두 가지 모델을 공개했다. 하나는 전형적인 남유럽시장용 모델인 트윙고이고 또 하는 르노와 르노삼성이 공동 개발하고 르노삼성이 생산하게 될 르노그룹 첫 번째 SUV 콜레오스(KOLEOS).
이런 예 역시 비단 GM대우나 르노삼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규모의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으로 인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관계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도 달라진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잘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평가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수소시대의 도래 아닌 내연기관엔진 발전의 시대

2006 파리살롱은 적어도 파워트레인에서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요소는 많지 않았다. BMW가 수소엔진차를 2007년 공식 출시한다는 최근의 발표가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당장에는 실험적인 차원에서의 일일 뿐이다. 본격적인 실용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많다. 각 메이커의 부스에는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 컨셉트카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보다는 시작 전부터 머슬카의 득세를 예상케 했다. 모터쇼 기간에 맞춰 랜드로버가 플래그십 모델 레인지로버에 2.7리터 배기량을 3.6리터로 확대한 TD V8을 탑재한 모델을 스페인으로 가져와 전 세계 기자들을 초청해 시승회를 개최하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2007년형 레인지로버에 탑재된 3,630cc V8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272ps/4,000rpm, 최대토크 64.9kgm/1,750~2,500rpm을 발휘한다. 이 엔진에 대한 랜드로버측의 설명은 기존 2.7리터 사양과 대등한 연비이면서 출력은 54%가, 토크는 64%가 증강되었다고 한다. 배기량이 크게 늘었으면서도 연비는 그대로이고 성능만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0-100km/h 가속성능이 9,2초로 32%나 빨라졌고 80~110km/h 영역에서의 중간가속도도 42%나 향상되었다고 한다. 특히 소음 측면에서는 운전석에 앉아서 가솔린 엔진인지 디젤엔진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았던 2,7리터였는데 그보다 또 75%나 개선되었다고 하니 놀랄만하다.

같은 기간 재규어도 지난 7월 런던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GT스포츠카 XK의 수퍼처저 버전 XKR의 국제 시승회를 개최했다. 물론 이들은 같은 PAG 멤버이기 때문에 파워 트레인 공유는 당연한 것이고 앞으로 이들이 내놓을 추가적인 모델들의 양상을 짐작케 하고 있다.

그리고 모터쇼 프레스데이 전날 밤에는 아우디가 처음으로 미드십 스포츠카 R8을 전격 공개하며 포르쉐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2006 파리살롱의 분위기는 실용 모델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모터쇼라고는 보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되어 갔다.
아우디의 리얼 스포츠카 R8에 탑재되는 엔진은 당장에는 4.2리터 FSI가솔린 한 가지. 최고출력 420ps/7,800rpm, 최대토크 43.5kgm/4,500~6,000rpm을 발휘한다. 아우디측은 특히 최대토크의 90%가 3,500~7,600rpm 영역에서 플랫하게 발휘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0-100km/h 가속성능은 4.6초, 최고속도는 301km/h.

이런 분위기는 프레스데이 첫 날 첫 번째 프레스컨퍼런스를 개최한 GM부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GM대우산 윈스톰의 오펠 버전인 안타라의 발표와 함께 유러피언 머슬카임을 주장한 라세티를 베이스로 한 레이싱 컨셉트카 WTCC를 선보이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GM측은 시보레 브랜드로 발표한 WTCC를 단순한 컨셉트카 수준이 아닌 양산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GM은 머지 않아 포르투갈에서 이 모델에 대한 국제시승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한다. 이태리 피아트 오토 산하의 알파로메오도 4.7리터 V8 450ps, 47.9kgm 엔진을 탑재한 앞바퀴 굴림방식의 스포츠 쿠페 알파 8C 컴피티치오네를 발표했다.

이어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3월 제네바쇼에서는 AMG 디비전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한데 이어 이번에는 이그조틱카에 속하는 SLR의 722 에디션을 무대 중앙에 배치하며 파워를 과시했다.
SLR맥라렌에는 트윈 수퍼차저를 장착한 AMG제 5.5리터 V형 8기통 엔진이 탑재되며 최고출력 626ps, 최대토크 79.6,kgm라는 가공할 성능을 발휘한다. 최근 들어 출력싸움은 점입가경 양상으로 500ps를 넘는 모델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아우디 산하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가 500ps, 메르세데스 벤츠 CL65 AMG가 612ps, 포르쉐 카레라 GT도 612ps를 발휘한다.
본거지 프랑스 메이커들이 내놓은 컨셉트카들도 대 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절대 출력 경쟁과는 별도로 같은 배기량으로 성능을 높이는 경쟁이 사실은 실제 유저들에게는 더 와 닿는다. 앞서 언급한 레인지로버의 TD V8을 위시한 유럽산 디젤엔진들의 성능은 절정에 달해 있는 느낌이다. 어느 메이커에서 내놓든지 출력과 토크는 물론 소음과 배출가스 측면에서도 이제 더 이상 가솔린과의 비교를 거부한다고 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은 가솔린 엔진의 기술 발전이다.
BMW는 지난 봄 전 세계 자동차 전문기자들을 뮌헨으로 초청해 발표한 신형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3시리즈 쿠페를 발표했다. 끊임없는 제품 포트 폴리오의 전개도 놀랍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개발해 트렌드세터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자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가솔린 엔진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디젤엔진에 뒤질 뿐 아니라 실용영역에서의 토크감이 디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적어도 유럽시장에서는 디젤이 가솔린을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 달리 4밸브 테크놀러지로부터 가변 VANOS 밸브관리, 그리고 더블 VNOS에서 밸브트로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발군의 기술혁신을 이루어 온 ‘엔진의 BMW’가 소형 터보차저 두 개를 동시에 채용해 2세대 연료직접분사시스템 HPFI, 즉 High Precision Fuel Injection 와 어울려 최고출력을 306마력, 최대토크를 400Nm까지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배기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파워를 획기적으로 증강시킨 것이다.

트윈 터보차저 테크놀러지의 직접분사방식을 채용한 직렬 6기통의 개발은 그 의미가 적지않다. 우선은 파워의 획기적인 증대다. BMW의 현행 모델에 직렬 6기통 3.0리터 최고출력 265hp를 발휘해 이미 자연흡기로서는 높은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터보차저를 채용해 3.0리터 자연흡기 엔진보다 출력은 15%가 증대된 306hp, 토크는 약 30%가 증대된 400Nm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연비 개선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높은 내열성의 특수철강으로 된 터빈은 1,050℃ 까지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 연료공급시의 냉각효과가 필요없다. 그 결과 낮은 부하로 큰 폭의 연료소모 저감을 이룩하고 있는 것이다. 연료소모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유해배기가스의 배출도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요타가 최근 선 보인 D-4시스템을 채용한 엔진도 주목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렉서스GS350에 탑재된 3,456cc V6 DOHC Dual VVT-I 엔진은 최고출력 307ps/6,400rpm, 최대 토크 37.9kgm/4,800rpm을 발휘한다. 이는 자연흡기가 아닌 새로 개발한 가솔린 직접분사시스템인 D-4S를 채용해 같은 토요타의 4.3리터 V8보다 출력이 더 높다. D-4란 직접분사 4스트로크 가솔린 엔진(Direct injection 4stroke gasoline engine)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터쇼를 통해 자동차의 미래를 점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개최되는 세계 각국의 모터쇼들은 그런 우리의 기대와는 약간은 동 떨어진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수소 시대의 도래’라는 말이 나온지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기술 발전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이야기도 떠들썩한 것만큼 그렇게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2006년 파리살롱에서 보여 주었듯이 그보다는 당장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파워 트레인을 가진 ‘달리는 즐거움’에 포인트를 맞춘 모델들이 더 주목을 끌고 있다.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즐거운 만큼 미래가 걱정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소비자들의 원성이 들리는 것 같다.
“우리에게 미래를 보여 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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