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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타타 나노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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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11-10-26 01:08:03

본문

타타 나노를 통상적인 관점으로 이해할 순 없다.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게 많고 그 있는 것조차 많이 부실하다. 하지만 나노의 백그라운드를 이해하고 본다면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양산된 자체가 신기할 정도이다. 실내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기대 이상으로 패키징이 알차다. 동력 성능도 이 정도면 됐다. 나노는 원가 절감 기술의 끝을 보여준다. 혼이 실린 원가 절감이라고나 할까. 이보다 더 쥐어짤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글, 사진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타타 나노는 개발부터 일반적인 신차와는 접근 방식이나 마인드가 전혀 달랐다. 타타 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이 밝힌 나노의 개발 이유는 이렇다. 인도의 수많은 사람들 또는 가족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이 너무 위험해 보였다는 것이다. 대기업 회장으로서 이 말이 진심일 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 언론 플레이용 멘트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신선한 멘트였고 신차 개발을 알리면서 이런 이유는 처음 들어본 것이었다.

나노는 인도의 생애 첫 차 오너를 겨냥한다. 알려진 것처럼 인도는 이륜차가 정말 많다. 인도 내 이륜차 오너는 5천만 명에 달하고 마이카 붐이 일어나면 이들이 자동차로 넘어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7년의 경우 모터사이클과 스쿠터 등의 이륜차 판매는 9백만 대에 달했다. 월등히 낮은 가격도 빼놓을 수 없다. 2,500달러는 마루티 800의 절반 이하이지만 차체 사이즈는 대등하다.

나노가 공개됐을 때 관련 기사(http://www.global-autonews.com/board/view.php3?idx=2390&table=bd_chae_war&gubun=7)를 쓴 적이 있는데, 자기가 기사 쓰면서 자기가 감화되는 어이없는 경험도 했다. 어쨌든 나노는 최근 나온 신차 중 가장 인상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양산된 것도 신기하다. 개발 소식을 알린 이후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그 가격에 출시했다. 알려진 것처럼 2008년에는 철강과 고무의 가격도 엄청 뛰었다. 몇 년 전 공언했던 그 가격을 지킨 것도 참으로 대단하다 싶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노를 꼭 한 번 타보고 싶었다.

나노의 개발에는 부품 회사의 역할도 빼놓을 수가 없다. 듣기만 하면 알만한 메이저 부품 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세계 1위의 부품 회사 보쉬는 산소 센서와 분사 시스템, 스타터, 알터네이터, 브레이크, 콘티넨탈은 가솔린 연료 분사와 연료 레벨 센서, 델파이는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 덴소는 싱글 모터 와이퍼, 페데럴-모글은 피스톤과 스파크 플러그, 가스킷, GKN은 드라이브샤프트, 존슨 컨트롤은 시트, 생 고방은 윈도우, TRW는 브레이크, 비스티온은 에어컨, ZF는 타이 로드를 포함한 섀시 부품을 공급했다.

나노의 시승은 약간 스토리가 있다. 원래는 개인적으로 메탈리카의 인도 공연(F1 ROCKS INDIA)을 보고 여세를 몰아 첫 인도 GP도 볼 생각이었다. 근데 인도까지 가서 두 개만 보고 오면 섭하니 그동안 타고 싶었던 나노까지 생각했다. 그래서 타타에 메일을 보냈는데 기다리던 답변은 안 오고 타타 대우 쪽으로 신분 조회(일명 백그라운드)가 들어왔다.

타타 대우는 2대의 나노(전시차와 시승차)를 보유하고 있다. 타타 대우 홍보팀은 군산 공장에 오면 시승이 가능하다고 했다. 기자가 시승하러 오는 건 처음이란다. 나노는 인도에서 타야 제 맛일 거 같긴 하지만 군산 시승도 그야말로 감사한 수준이다. 타타 대우가 보유한 나노는 일반 도로에서 탈 수가 없어 시승은 공장 내에서 간락하게 했다.

EXTERIOR

시승차는 타타 대우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인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나노를 세워 놨다. 나노는 앙증맞게 생겼다.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 생각보다 디자인이 좋아서 놀랐는데 실물은 더 괜찮다. 노란색은 나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이 아닌가 싶다.

나노는 일반적인 미니카의 기본을 지키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의 실내를 뽑아내기 위해 전고는 높이고 오버행은 최대한 줄였다. 옆에서 보면 앞뒤 오버행이 없다시피 하다. 오리지널 미니나 스마트에서 보던 모습과 비슷하다. 인도 회사의 자동차인 나노에 동반자석 사이드미러(는 옵션)가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이드미러 있는 자리가 깔끔하다.

가장 비슷한 디자인의 차를 꼽는다면 미쓰비시 아이이다. 전면의 디자인이나 실루엣이 비슷하다. 차체 사이즈에 비해 과도하게 커 보이는 헤드램프나 보닛을 정확하게 반으로 가른 캐릭터 라인 등에서는 만화적인 이미지도 연상된다. 전반적으로 유리의 면적이 넓은 것도 특징이다.

조금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뒷바퀴 앞의 인테이크는 폼이 아니다. 엔진이 뒤에 있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인테이크이다. 이 인테이크는 특징적인 장식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노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IEDA가 맡았다. 리어 범퍼는 앞보다 좀 더 복잡해 보이고 멋을 냈다. 요 부분만 떼놓고 본다면 스포티한 맛도 난다. 가운데 손가락 하나만 들어갈 정도로 작은 머플러 구멍이 앙증맞게 보인다. 보닛에는 앞 타이어와 동일한 사이즈의 스페어 타이어와 워셔액 등이 마련된다.

키가 크고 전폭은 좁다 보니 정면이나 뒤에서 봤을 때 약간은 불안해 보인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3,099×1,495×1,652mm, 휠베이스는 2,230mm이다. 하지만 전고가 있다 보니 다른 경차와 같이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스틸 휠을 봤다. 꽉 막혀 있는 스틸 휠이 답답해 보인다. 거기다 볼트도 3개다. 이 역시 원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3 볼트 휠을 쓰는 모델은 스마트 포투 말고는 못 본 거 같다. 타이어는 MRF(Madras Rubber Factory)라는 회사의 ZEC이고 사이즈는 앞-135/70R, 뒤-155/65R이다. 1949년에 설립된 MRF는 인도 1위의 타이어 회사이다. 나노 덕분에 MRF라는 타이어 회사도 알게 됐다.

INTERIOR

사실 겉에서는 그렇게 원가 절감의 티가 난다고 할 수는 없다. 실내로 들어와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아니 들어가면서부터 알 수 있다. 도어는 아주 얇고 가볍다. 그래도 경첩 같은 부분이 잘 만들어진 게 신통방통하다. 도어는 90도로 열려서 드나들기가 편하고 2열 도어는 열었을 때 자꾸 저절로 닫힌다. 그러니까 2열을 열림 상태로 하기 위해서는 문을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 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나노의 실내는 썰렁하다. 정말로 최소한의 필요한 장비만 갖추고 있다. 대칭형 대시보드는 좌핸들 국가를 위해 채용된 것이고 막말로 스티어링과 사이드미러 위치만 바꾸면 될 것 같다.

센터페시아는 계기판과 송풍구, 공조장치가 있다. 라디오나 오디오 같은 거 바라면 안 된다. 이마저도 LX라서 에어컨이 있는 것이다. 나노에서는 덮개가 있는 송풍구조차 호화스러워 보인다. 움푹 파인 대시보드 양쪽은 여러 물건을 놔두기 좋아 보인다. 공조장치 밑에는 뭔가 덮개가 열릴 것 같지만 막혀 있다.

계기판은 속도계만 있다. 그러니까 타코미터가 없어서 엔진 소리를 듣고 대충 감으로 변속을 해야 한다. 작은 액정에는 디지털 연료 게이지가 있고 놀랍게도 잔여 거리가 표시된다. 이쯤 되니 전통적인 게이지보다 디지털이 더 원가가 싼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신차는 여러 정보가 표시되지만 나노는 딱 이 정도다. 그래도 도어가 덜 닫히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도어가 덜 닫혔을 경우 실내 조명이 들어오게 할 수 있다.

가격을 생각했을 때 플라스틱의 질감이 나쁘지 않다. 나노에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싶다. 요즘 트렌드가 실내 재질 다운그레이드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시선을 밑으로 내려 보면 매우 얇은 대시보드 플라스틱이 보인다. 그리고 가느다란 페달은 조금은 안쓰러워 보인다. 페달 주변으로는 각종 배선류가 훤하게 드러난다.

기어는 수동 4단이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기어 하나를 버린 것 같다. 기어 레버 앞에는 컵홀더와 윈도우 스위치가 있다. 기본형은 당연히 유리 4개 모두 수동이지만 LX라서 1열에는 파워가 지원된다. 3스포크 디자인의 운전대는 그야말로 깔끔하다. 운전자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있는 버튼 하나 없다. 컬럼에 비상등 스위치만이 있을 뿐이다. 스티어링 휠은 당연히 틸팅이 되지 않는다.

대신 시트는 등받이 조절도 되고 슬라이딩도 된다. 등받이 조절 폭은 작지만 슬라이딩은 앞뒤 거리가 꽤 크게 움직인다. 직물 시트는 의외로 착좌감이 괜찮고 적당히 크고 헤드레스트 일체형이다. 시트 옆에는 작은 수납함이 있는데 탈착도 된다. 이 수납함이나 도어 포켓이나 상당히 폭이 좁다. 그러고 보면 나노의 캐릭터 중 하나가 ‘얇음’인 것 같다.

시트는 포지션이 약간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시야가 상당히 좋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리의 면적이 넓다. B 필러도 얇아서 사이드미러 없어도 고개만 돌리면 잘 보인다. 나노는 마루티 800보다 전장이 8% 짧지만 실내 공간은 21% 넓다고 한다. 실내 공간에서 가장 두드러진 게 바로 2열이다.

2열에 앉으면 실내가 생각보다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머리 위는 말할 것도 없고 무릎 공간도 남는다. 거기다 2열 시트는 폴딩도 된다. 접으면 짐 공간도 꽤 늘어난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150리터인데 짐은 2열로 실어야 한다. 트렁크 해치가 열리지 않는다. 해치가 열리지 않는 세계 유일의 차가 아닐까 싶다. 배터리를 1열 시트 밑에 놓은 것은 무게 중심을 고려해서일까. 스트럿바의 역할과 함께 1열 시트를 지지하는 철제 바도 눈에 띈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624cc 배기량의 2기통 가솔린과 4단 수동변속기로 조합된다. 출력은 35마력, 최대 토크는 4.9kg.m이다. 스퀘어 타입의 이 엔진은 압축비가 9.5:1로 낮은 편이다. 그리고 2기통 가솔린으로서는 처음으로 싱글 밸런스 샤프트까지 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는 진동이 적다.

시동은 클러치 페달을 밟지 않아도 걸린다. 시동이 걸리면 잔잔한 진동과 함께 등 뒤에서 엔진 소음이 들려온다. 이정도면 진동이나 소음은 괜찮지 않나 싶다. 조용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시끄러운 것은 아니다.

클러치 페달의 무게는 상당히 가볍고 미트 시점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그리고 엔진의 작은 토크를 생각한다면 시동도 잘 꺼지지 않는다. 몇 번 클러치 조작을 실수해 엔진이 푸득대긴 했다. 기어 레버는 유격이 크고 기어가 쏙쏙 잘 들어가진 않는다. 운전대는 왼쪽으로 많이 틀어져 있었는데, 원래 이렇거나 아니면 시승차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둘 중 하나지 않을까.

나노는 움직임 자체가 느긋하다. 당연히 서둘러서 타는 타입의 자동차가 아니다. 달리고 돌고 서는 것을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엔진의 사이즈와 출력을 생각하면 괜찮은 가속력이라고 본다. 어차피 시내에서 타는 목적으로 만든 차니까 이 정도의 동력 성능이면 큰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타코미터가 없어서 대충 엔진 소리를 듣고 변속을 해야 한다. 2단에서는 60km/h에서 연료가 차단되는데 느낌상 4천 rpm 이상의 회전수는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나노의 2기통 엔진은 회전 상승이 느리고 반응도 빠르지 않다. 적당한 회전수에서 변속하는 게 속편하다.

2단을 지나 3단으로 90km/h까지 내봤다. 연료가 차단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3단에서 최고 속도가 나오는 것 같다. 90km/h만 되도 충분히 스릴 있고 나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속도대이다. 직선의 가속에서 불안하거나 특별히 차체 안정성이 떨어져서 그렇다기보다 다가올 상황이 부담스럽다.

나노의 스티어링은 반응이 느리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에서 조향을 하면 된다는 감이 있는데 나노는 그보다 앞서서 감아야 방향을 잡는다. 그렇지 않으면 밖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그리고 롤도 크다. 차는 가벼운데 무게가 쏠렸다 돌아오는 게 느리다. 살살 타는 게 상책이다. 거기다 브레이크는 드럼이다. 원가를 위해 앞뒤 브레이크 모두 드럼이고 사이즈도 180mm로 같다. 브레이크 역시 한 발 앞서서 꽉 밟아야 원하는 만큼 선다.

나노 기본형은 2,500달러에서 시작했다. 이 가격은 마진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고 50만대 정도는 팔아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한다. 현재까지의 판매는 기대보다 못한 게 사실이지만 나노는 큰 의미가 있다. 타타는 나노를 통해 승용차 만들기의 능력을 보여줬고 그 가능성도 열어 놨다. 자국 시장의 볼륨 확대는 물론 중고차 가격도 25~30% 인하시키는 파급력도 가져왔다. 훗날에는 나노가 인도의 포드 모델 T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주요제원 타타 나노

크기
전장×전폭×전고 : 3,099×1,495×1,652mm
휠베이스 : 2,230mm
트레드 앞/뒤 : 1,325/1,315mm
공차중량 : 600kg(CX 615kg, LX 635kg)
트렁크 용량 : 150리터
연료탱크 : 15리터

엔진
형식 : 624cc 2기통 가솔린 MPFI
최고 출력 : 35마력/5,250 rpm
최대 토크 : 4.9kg.m/3000 +/-500 rpm
보어×스트로크 : 73.5×73.5mm
압축비: 9.5:1

변속기
형식: 4단 수동
기어비:
최종감속비:

섀시
구동방식 : 뒷바퀴굴림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세미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드럼
스티어링: 랙 & 피니언
타이어: 앞-135/70R/12, 뒤-155/65R/12

성능
0-100km/h 가속 시간 : ---초
최고속도: 105km/h
최소회전반경: 4m
연비 : 23.6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

가격 : --

(작성 일자 : 2011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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