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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폭스바겐 업! 이태리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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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11-11-01 19:58:31

본문

업!은 근래 나온 폭스바겐 중에서 가장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폭스바겐이 목표로 하는 세계 1위, 평균 CO2 감축, 도심 집중화를 위한 시티카, 그리고 블루모션까지 다양한 의미와 기술이 함축됐다고 할 수 있다. 업!은 작지만 큰 차를 지향하고 실제로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새로 개발된 1리터 3기통 유닛은 성능도 좋지만 엔진 자체의 정숙성이 좋은 게 인상적이다. 고속 주행 성능은 영락없는 폭스바겐이다. 이태리 로마 근교에서 시승했다.

글, 사진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폭스바겐

이제 연비 좋은 소형차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어느 메이커도 이를 외면하기 힘들다. 평균 연비와 CO2로 대변되는 강력한 규제는 고급차 브랜드조차도 소형차를 만들게 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게 요즘의 자동차 업계이다.

B 세그먼트 이하의 소형차는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B 세그먼트가 C 세그먼트와 경쟁할 수준으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도 이전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작은 차들이 출시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16년이면 소형차의 유럽 점유율은 20%, 글로벌 시장에서는 40%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형차의 판매가 늘어날 게 명백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판매가 아니라 소형차가 필요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폭스바겐의 주력인 유럽은 평균 CO2 규제를 한다. 강력한 규제 탓에 최근 몇 년 새에 전체 CO2 배출량이 크게 내려갔다. 폭스바겐은 이미 CO2 배출량 130g/km 이하인 모델이 75개, 120g 이하는 40개, 100g 이하는 5개일 정도로 앞선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CO2 배출량에서는 순위가 낮다. CO2는 브랜드가 아니라 메이커 기준이기 때문에 산하의 많은 고급 브랜드를 보유한 폭스바겐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업!처럼 더욱 연비가 좋은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2018년 판매 1위이다. 처음으로 이 목표가 알려질 때만 해도 토요타와의 차이는 상당히 컸지만 4년 여 만에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이 왔다. 폭스바겐은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6백만 대를 넘어섰고 이대로라면 처음으로 판매 1위를 달성하게 된다. 올해는 천재지변 등의 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내년에도 1위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지만 업! 같은 모델이 기대만큼 판매가 된다면 당초 목표보다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폭스바겐에게 ‘업!’이라는 차명이 참 잘 어울리고 출시된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

폭스바겐은 업!을 소개하면서 전형적인 폭스바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새로운 엔트리 모델이지만 폭스바겐 특유의 품질과 성능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단순히 ‘서브 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폭스바겐의 장점을 압축했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에 비교하기도 했다. 소비자 타겟은 첫 차 오너를 포함한 젊은 층과 50세 이상이다.

업!은 스마트처럼 리어 엔진, 리어 휠 드라이브로 계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럴 경우 별도의 플랫폼이 있어야 하고 다른 폭스바겐과의 부품 호환이 어렵기 때문에 전통적인 FF로 방향을 선회 했다. 플랫폼은 MQB를 공유하며 주요 경쟁 모델은 르노 트윙고, 피아트 판다, 토요타 아이고, 푸조 107 등이다. 업!은 판매가 부진한 브라질의 폭스도 대체한다.

엔진은 3가지가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천연가스 버전인 에코 업!이다. 내년에 출시되는 에코 업!의 경우 CO2 배출량이 79g/km에 불과할 정도로 친환경적인 모델이다. 업!과 비슷한 사이즈의 소형차가 유난히 많고 유럽에서 CNG의 판매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에서 업!을 런칭한 이유이다. 2013년에는 전기차 버전인 e-업!도 나온다. 5도어 모델의 출시도 확정됐다. 업!의 연간 판매는 140만대를 목표로 한다.

업!은 엔트리급인 테이크 업!과 편의성을 보강한 무브 업!, 그리고 상위 트림인 하이 업! 3가지로 나온다. 여기에 하이 업!을 더욱 고급스럽게 꾸민 블랙과 화이트 버전도 추가돼 총 5가지 버전이 출시된다. 독일에는 9월부터 판매가 시작됐고, 다른 유럽 국가에는 올해 말부터 출시된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 계획은 없다.

EXTERIOR

길은 좁고 복잡하며 차들이 뒤엉켜 달리는 로마에서 업!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사이즈이다. 전장×전폭×전고는 3,540×1,641×1,478mm, 휠베이스는 2,420mm로 겉에서 보는 것만큼 컴팩트하다. 하지만 2,420mm의 휠베이스는 동급에서 가장 길고 전장이 430mm나 긴 폴로에 비해 50mm가 짧을 뿐이다. 휠베이스를 늘리기 위해 앞뒤 오버행을 최대한 줄인 게 눈에 띈다. 특히 리어 오버행은 스마트를 연상시킬 만큼 짧다.

업!의 디자인은 생각보다 괜찮고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좋다. 가격과 차급을 생각한다면 고급스럽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작은 차라도 디자인하기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업!의 차체 사이즈는 작지만 디테일은 큼직큼직하다. 작지만 큰 차로 최대한 부각시키고 싶었던 의도인지 헤드램프나 그릴의 엠블렘이 상당히 크다. 거기다 윈드실드를 포함한 전반적인 유리의 면적이 넓은 것도 시원해 보인다. 특히 리어 해치는 전체가 유리로 된 것처럼 보인다. 업!은 앞보다 뒤가 더 괜찮아 보이고 하얀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

처음 탔던 블랙 업!은 15인치 휠에 185/55R 사이즈의 타이어를 달았다. 멀티 스포크 휠은 승용차에 더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이지만 업!에도 나름 잘 어울린다. 라인업에서 가장 차체가 작지만 휠에 박힌 엠블렘은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알로이 휠은 최대 16인치까지 고를 수 있다.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콘티프리미엄콘택트2로 폭스바겐답게 차급 이상의 좋은 타이어를 달았다.

INTERIOR

업!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실내이다. 실내의 소재와 편의 장비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맞췄는가이다. 실내는 기대 이상이다. 가격과 차급을 생각한다면 이 이상은 힘들어 보인다. 소재는 싼 티가 나지 않게 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 보인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의 소재도 이정도면 만족할 만하고 본다. 실내의 색상은 빨간색이 가장 좋아 보인다.

실내는 간결하다. 상단에 탈착 가능한 5인치 모니터가 있고 바로 아래에 공조 장치와 오디오가 배치된 디자인이다. 공조 장치와 오디오 패널에는 피아노 블랙 트림을 적용하는 성의를 보였고 고급 트림에는 열선 시트도 있다. 공조 장치나 오디오나 사용법을 금세 익힐 수 있는 간결한 디자인이다.

탈착식 내비게이션은 독일 회사인 나비곤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업!을 위한 맞춤형 제품인 셈이다. 이 모니터는 간단히 탈착이 가능하며 배터리가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는 1시간 반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갖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국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애프터마켓 제품과 비슷하지만 기능이 훨씬 많고 차량과 완벽히 연동되는 게 다른 점이다.

메뉴는 기본적으로 카 인포와 미디어, 내비게이션, 폰 4가지로 구성된다. 카 인포로 들어가면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트립 컴퓨터, 연비 운전 가이드, 그리고 회전수와 냉각수 온도 등의 정보가 뜬다. 트립 컴퓨터만 해도 상위 모델에서 볼 수 있는 메뉴가 모두 있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급의 차에서는 메리트가 있는 기능들이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작은 수납함과 컵홀더가 마련된다. 공간의 문제인지 컵홀더는 하나만 있다. 대신 도어 포켓에 병을 수납할 수 있다. 그리고 선글라스 수납 공간은 글로브 박스 안으로 옮겨갔다. 운전석 쪽에는 윈도우 스위치가 하나만 있다. 그러니까 동반자석 유리를 열기 위해서는 손을 쭉 뻗어야 한다. 약간은 불편하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이다. 원가 절감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유리도 원터치가 아니다.

시트는 당연히 모두 수동 조작이며 폭스바겐답게 몸과의 밀착성이 좋다. 화이트 업!의 경우 시트백에 로고도 새겨지며 테두리의 하얀색 바늘땀이 감각적이다. 고급 트림 모델의 경우 시트 내장 사이드 에어백도 있다. 유럽 성인의 평균에 맞게 개발했다는 설명처럼 시트에 앉았을 때는 작은 차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공간이 충분하고 시야도 좋다.

계기판도 가운데 커다란 속도계가 배치된 간단한 디자인이다. 속도계에 비해 타코미터의 크기가 많이 작은 게 특징이며 작은 액정에도 트립 컴퓨터의 정보가 표시된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버튼이 전혀 없고 길이 조절이 지원되지 않는 게 아쉬운 점이다.

2열 승하차를 위해서는 1열 시트의 레버 한 번만 젖히면 된다. 2열 역시 생각보다 넓다. 무릎이 시트에 닿긴 하지만 겉에서 보는 것보다는 공간이 충분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251리터에 2열 시트를 젖히면 951리터까지 늘어난다. 트렁크 역시 생각보다 크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새로 개발된 999cc 3기통 가솔린(EA211)이 올라간다. 이 엔진은 연비를 중시한 60마력과 성능을 보강한 75마력 두 가지로 나온다. 블루모션 기술의 60마력 버전은 공인 연비가 23.8km/L에 달한다. 68마력의 천연가스 버전은 CO2 배출량이 79g/km으로 양산차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변속기는 5단 수동(MQ100)과 5단 자동(SQ100)이 준비되고 무게는 각각 25kg, 30kg이다. 차량 가격 상승 때문에 당장 디젤 모델의 계획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우선 75마력 버전을 먼저 탔다. 좀 더 출력이 높긴 하지만 수치로 나타나는 가속력이나 최고 속도가 인상적이진 않다. 하지만 상당히 경쾌하게 움직인다. 폭스바겐 특유의 끈적함에 경쾌함을 가미했다고나 할까. 넉넉하진 않지만 아쉽지 않을 정도로 나간다. 고속도로에서도 충분히 흐름에 맞춰 달릴 수 있고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추월도 용이하다. 3기통 자연흡기 엔진으로 더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75마력 1리터 3기통 엔진은 아무래도 회전수를 높여 써야 하는 타입이다. 2천 rpm 전까지는 토크가 다소 부족하고 이 이상의 회전수에서는 원활하게 움직인다. 성능을 떠나 인상적인 것은 엔진의 소리이다. 보통 작은 엔진으로 빨리 달리기가 힘든 것은 소리에 대한 부담 때문일 때가 많다. 모 국산 경차의 경우 급가속 시 회전수가 높아지면 울부짖는 엔진 때문에 미안해서 더 이상 못 밟는다.

반면 업!의 3기통은 그렇지 않다. 회전수를 높게 쓰면서 달려도 부담이 없다. 거기다 엔진도 조용하다. 보닛 안쪽에는 방음재도 없는데 가속 시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볼륨이 의외로 적다. 엔진 사운드는 낮게 깔리는 베이스톤이며 가속 시 페달로 전해지는 진동은 조금 있다. 새 3기통 엔진은 밸런스 샤프트 없이도 좋은 밸런스를 구현했다고 한다.

1~3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46, 90, 135km/h이다. 1리터 3기통답지 않게 초반의 기어비가 평범하다. 실질적인 최고 속도는 4단에서 나온다고 봐야겠다. 4단 6천 rpm에서 170km/h까지 가속되고 이 이상은 도로 사정 때문에 힘들었다. 여기까지의 느낌을 보면 5단에서 더 가속될 것 같지만 제원상 최고 속도는 171km/h이다. 75마력 버전을 타다가 60마력 버전을 운전하면 확실히 힘에서 차이를 보인다. 속도가 높지 않아도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하체는 통상적인 폭스바겐의 그것에 비해서는 말랑한 편이고 롤도 좀 있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에서 노면을 붙잡고 잘도 달린다. 거기다 고속 안정성도 좋다. 이 사이즈의 경차로 더 이상 탄탄히 달릴 수 있을까 싶다. 보디 강성은 19,800 Nm에 달한다. 다른 폭스바겐이 그렇듯 동급 최고 수준이며 업!의 차체와 휠베이스를 고려할 때 ‘오버 스펙’으로 보일 정도다.

업!이 내세울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CEB(City Emergency Braking)가 있다. CEB는 30km/h 이하 속도에서 충돌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동력을 발휘해 차를 멈춰 세운다. 사실 CEB가 새로운 기술도 아니고 볼보에서 여러 번 경험했지만 업! 급 사이즈의 자동차에 적용되기 힘든 안전 장비이다. 업!이 동급에선 처음이고 당분간도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폭스바겐은 앞으로 나올 신차에도 CEB를 적용할 계획이다.

업!은 부가티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만들기가 어려웠을지 모른다. 비용은 줄이면서 마진은 챙기고 그러면서도 차를 잘 만들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고 들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내면 업! 같은 소형차가 탄생한다. 업!은 폭스바겐을 이끌어갈 견인차 같은 역할을 부여 받았다. 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폭스바겐이 원하는 그룹 전체의 볼륨 확대와 평균 CO2를 줄이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걸 가리켜 ‘It`s Up! to you`라고 한다.

주요제원 폭스바겐 업!

크기
전장×전폭×전고 : 3,540×1,641×1,478mm
휠베이스 : 2,420mm
트레드 앞/뒤 : 1,428,/1,424mm
공차중량 : 929kg 854
트렁크 용량 : 251리터(951리터)
연료탱크 : 35리터

엔진
형식 : 999cc 3기통 가솔린
최고 출력 : 60/75마력/ 6,200/5,500 rpm
최대 토크 : 9.7kg.m/ 3천~4,300 rpm
보어×스트로크 : 74.5×76.4mm
압축비: 10.5:1

변속기
형식 : 5단 수동
기어비 : 3.643/1.955/1.27/0.959/0.796
최종감속비 : 4.167

섀시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
스티어링: 랙 & 피니언
타이어: 185/55R/15

성능
0-100km/h 가속 시간 : 13.2초(60마력 14.4초)
최고속도: 171km/h(60마력 160km/h)
최소회전반경: --
연비 : 21.3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79~108g/km

가격 : - -
(작성 일자 : 2011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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