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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1.6 JTDm 유럽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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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11-12-13 03:37:28

본문

줄리에타로 인해 알파로메오에 대한 기대치가 다시 복구됐다. 줄리에타는 단연 돋보이는 스타일링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알파의 고향에서도 시선을 많이 받는다. 출렁 거리는 하체는 장시간 운전에도 괜찮은 승차감을 제공하고 무엇보다도 연비가 좋다. 빼어난 연비와 돋보이는 외모가 줄리에타 1.6 JTDm의 메리트이다.

글, 사진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막연히 알파로메오를 동경하다가 작년에 미토를 타고 정신이 들었다. 차라리 안탔으면 환상이라도 갖고 있었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알파로메오 특유의 디자인에 끌렸고 147의 엔진 소리(아마 4기통 가솔린)에 매료돼 더욱 동경하게 됐다.

확실히 알파로메오는 디자인과 감성적인 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이건 다르게 말하면 그거 외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뜻도 된다. 요즘처럼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는 시대에 더 이상 디자인과 감성만 내세워서는 잘 될 확률이 높지 않다. 알파로메오의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알파로메오는 156, 147, 159 등이 나오면서는 다시 힘을 찾는 듯했다. 그래도 연간 판매가 20만대 근처에서 놀았다. 1998년에는 19만 7천대, 1999년에는 20만 8천대, 2000년에는 20만 6천대, 2011년에는 21만 3,638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 이후로 알파로메오의 판매는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07년에 15만대로 회복되는가 싶더니 2008년에는 10만 3천대, 2009년에는 10만 1천대로 바닥을 찍었다. 이때는 다른 메이커도 어려웠긴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작년에도 11만 2천대로 신통치 않았다. 보통 바닥 찍고 상황이 좋아지면 반등하기 마련인데, 알파로메오는 반등할 힘이 없어 뵌다.

포르쉐도 아니고 알파로메오 같은 프리미엄 비스무리한 브랜드가 10만대를 팔아서는 답이 없다. 볼보 정도는 팔아야 돈이 된다. 그동안은 당연히 흑자를 낸 기억이 별로 없다. 이렇다보니 지난 10년 동안 알파로메오의 CEO는 5번이나 바뀌었다. CEO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그대로거나 더 나빠졌다.

예전부터 알파로메오는 디자인과 감성적인 엔진 사운드, 날렵한 핸들링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반면 승객을 배려하는 편의성이나 승차감, 품질, 연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중요시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브랜드에게 고객을 빼앗겨 왔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알파로메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 것 같다. 규모의 경제를 노리면서 투자가 시작됐고 이전과는 다른 패키징의 차를 개발했다. 그 차가 바로 줄리에타(타입 940)이다.

줄리에타는 개발 과정에서 149 또는 밀라노로 알려졌다. 밀라노는 알파로메오의 유서 깊은 공장과 스타일링 센터가 있는 도시인데 2005년과 2009년에 문을 닫았다. 양산 직전까지 차명은 밀라노였지만 막판에 줄리에타로 차명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줄리에타는 예전에도 있었다. 2010년에 데뷔한 현행 모델이 3번째 줄리에타이다. 초대 모델은 1950년대에 나왔고 세단과 스프린트로 유명한 쿠페가 있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에 나온 2번째 줄리에타는 알파로메오의 마지막 뒷바퀴굴림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행 모델은 다른 알파처럼 앞바퀴굴림이다.

147의 후속이지만 미토라는 새 엔트리 모델이 생겼기 때문에 5도어 해치만 나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플랫폼은 피아트 그룹의 컴팩트 전용인 C-에보를 공유한다. C-에보는 1억 유로를 들여 기존의 플랫폼을 개선한 것이다. 그리고 엔진은 1.4 T-젯 가솔린과 듀얼 드라이 클러치 같은 새 파워트레인이 첫 선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크게 좋아진 패키징 덕분에 줄리에타는 2011 유럽 올해의 차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TERIOR

줄리에타의 스타일링은 전작인 147만 못하다. 정확히 말하면 147이 나왔을 때만큼의 신선함은 아니다. 사람으로 치면 살이 쪄서 얼굴의 윤곽이 묻혀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147에 비하면 날카롭고 스포티한 느낌 대신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래도 줄리에타의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것은 변치 않다.

전면의 디자인은 미토에서 시작된 새 패밀리룩이다. 앞으로 나올 알파의 신차도 같은 테마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뵌다. 구형과 비교하면 수수해 보이지만 요모조모 신경을 많이 쓴 티도 난다. 측면에서 보면 낮게 내려온 범퍼의 끝을 날카롭게 처리했고 윈도우 프레임에도 크롬을 덮었다. 헤드램프를 보면 눈을 치켜 뜬 거 같다. 각도에 따라서는 헤드램프의 특정 부분이 흰자위로 보이기도 한다.

줄리에타야 당연히 엉덩이도 예쁘다. 운동선수처럼 착 치켜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준수하다. 둔부가 아주 퍼진 것도 아니고 적당히 풍만하다. 허리가 좀 잘록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뒤에 탄 사람의 공간이 줄어드는 단점이 발생한다. 쿠페처럼 보이기 위해 뒷문의 손잡이를 필러에 감춰주는 센스도 있다.

줄리에타의 차체 사이즈는 유럽에서는 골프에 해당하는 C 세그먼트, 국내 기준으로 준중형급이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351×1,798×1,465mm, 휠베이스는 2,634mm으로 147(4,170×1,729×1,421, 2,546mm)보다 모든 사이즈가 커졌다. 그리고 벤치마킹 대상인 골프(4,199×1,779×1,479mm, 2,575mm)보다도 크다. 147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실내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이다.

타이어는 205/55R/16 사이즈의 피렐리 신투라토 P7이다. 단출한 엔진에 비하면 타이어는 스포츠 성향이다. X1 23d 같은 차도 동일한 타이어를 신고 있다. 처음 빌렸을 때 타이어 트레드는 반 정도 닳아 있었다.

INTERIOR

타는 순간 속으로 ‘엇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아마 기대치가 미토에 맞춰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줄리에타의 실내는 일반적인 유럽의 C 세그먼트 또는 렌트카로서는 괜찮은 편이고, 한편으로는 나름 프리미엄 브랜드로서는 조금 못 미친다고 하겠다. 모니터가 없는 건 렌터카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실내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센터페시아는 아주 단순한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모니터가 있는 자리에 오디오가 있고 그 아래 램프류와 공조장치가 배열돼 있다. 오디오는 버튼이 좀 작고 짧은 감이 있으며 볼륨이나 선국 다이얼은 미끄럽다고 해야 하나. 손에 착 감기는 작동감은 아니다. 보통은 볼륨을 누르면 오디오 ON이 되는데 줄리에타는 전원 버튼이 따로 있다. 한 밤중에 처음으로 오디오를 켜려 하는데 전원 버튼을 찾지 못해 좀 헤맸다. 알파가 좋아하는 빨간색 조명도 딱히 보기 좋다고 할 순 없다.

아래의 버튼은 좌측부터 앞뒤 안개등, 스톱-스타트, 도어 록이다. 안개등의 버튼은 위치가 참 좋다. 한 예로 암레스트에 팔을 걸치고 운전하는 상태에서 손을 뻗으면 손가락이 딱 안개등 버튼에 닿는다. 안개등이 상당히 밝아서 아무도 없는 캄캄한 국도를 갈 때 자주 사용했다. 줄리에타는 레버를 들어 하이빔을 켜면 그대로 켜져 있다. 그래서 차라리 안개등을 더 사용하게 된다.

공조장치는 테두리가 메탈, 안쪽은 피아노 블랙 트림을 적용했다. 공조장치만 딱 떼놓고 보면 조금은 있어 보이는 디자인이다. 그 아래에는 ‘DNA’ 버튼과 작은 수납함이 있다. 이 수납함은 작기도 하지만 얕기 때문에 뭘 하나 담기가 애매하다.

최신 모델인 줄리에타 역시 세심한 면은 부족하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수납 공간이 부족하다. 대시보드 상단에 수납함이 있긴 한데 거기엔 내비게이션을 놔야 한다. 수납함 사용을 위해 왼쪽으로 옮기면 시야를 가리고, 오른쪽으로 옮기면 눈과 너무 멀어진다. 도어 포켓도 한 쪽 귀퉁이를 둥그렇게 파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병을 넣기에도 빡빡하다. 이런 자잘한 부분에서 부족하다.

이번 여정은 ‘자동차에서 컵 홀더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장거리 운전에서는 컵홀더의 개수나 위치가 참으로 중요하다. 일단 위치를 보면, 역시 컵홀더는 오른손의 앞쪽에 있어야 한다. 줄리에타는 기어 레버 뒤에 있어서 꺼낼 때 손이 좀 불편하다. 그리고 암레스트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걸 다시 올리고 나서 음료수를 꺼내야 하니 이 역시 불편하다.

9일 동안 주구장창 운전하면, 먹고 마신 음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줄리에타는 컵홀더가 딱 2개뿐. 음료수가 2개 이상이 되면 도어 트림에 억지로 꾸겨 넣거나 동반자석 시트에 놔야 한다. 시트의 직물이 특별히 접지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보디의 앞뒤 움직임도 많아서 시트 옆이나 밑으로 잘 떨어져버린다. 한 밤중에 떨어지면 찾기도 힘들고 손도 잘 안 닿는다. 옛 생각이 나니 약간 흥분했는데, 하여튼 컵홀더는 많으면 좋다는 게 결론.

기어 레버는 봉만 보면 스포티한데, 좀 길다. 그래도 메탈이라서 만지는 감촉은 좋다. 그리고 6단이다. 수동 6단을 운전할 일이 별로 없어서 반갑긴 하다. ‘수동 6단’하면 왠지 잘 나갈 것 같은데, 현실은 연비를 위함이다. 후진은 눌러서 넣는 타입이다.

여기까지 둘러봤을 때, 뭔가 허전했다. 있어야 할 게 없다. 바로 ‘블루 & 미(Blue & Me)’. 블루 & 미가 있어야 USB가 있는 건데, 이번에 빌린 줄리에타는 없다. 이건 참 치명적인 단점이다. 미토는 있는데 더 비싼 줄리에타는 없는 건가. 운전할 땐 음악을 거의 듣지 않고, 시승 때는 전혀 듣지 않지만 이건 그런 상황이 아니잖아.

계기판 디자인도 간단한 구성이다. 속도계 스케일이 무려 260km/h. 105마력에 불과한 1.6리터 디젤로는 과도한 스케일이다. 현실은 190km/h 넘기기도 힘들다. 작은 액정을 통해서는 여러 가지 세팅 변경 또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만지게 되는 운전대도 극히 평범하다. 나쁘게 보면 없어 보인다.

시트야 당연히 직물이다. 요 사이즈의 렌트카를 타면서 가죽은 바라지도 않고, 차라리 괜찮은 감촉의 직물이 낫다. 물론 줄리에타는 특별히 괜찮은 감촉이 아니다. 몸을 잡아주는 느낌도 거의 없고 그냥 얹혀 있는 것 같다. 작동도 모두 수동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 운전해 보니 괜찮다고 생각됐다. 800km 넘게 운전한 날에도 허리가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차가 그렇듯 뒷문은 작고 입구도 좁다. 147보다 늘렸다곤 하지만 2열의 공간도 넉넉지 않다. 들어가서도 자세가 빠듯하고 무릎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이런 걸 볼 때 국산차의 공간은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창문은 4개 모두 상하향 원터치이다.

트렁크의 용량은 350리터인데 이 역시 이 급의 차로서는 평균적인 용량이다. 트렁크에는 여행용 가방 하나가 들어가고, 이층으로 쌓으면 문이 안 닫힐 것 같다. 그래도 트렁크가 네모반듯하게 정리는 잘 돼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이번에 렌트한 줄리에타의 엔진은 1.6리터 디젤이다. 줄리에타 중 가장 저출력이고 출력은 105마력(28.5kg.m)에 불과하다. 최대 토크는 다이내믹 모드 시 32.5kg.m으로 높아지고 발생 회전수도 1,500 rpm에서 1,750 rpm으로 소폭 높아진다. 요즘의 기술에 비추어볼 때 디젤로서는 거의 최저 수준의 리터당 출력이다. 이는 곧 연비 위주라는 말이 된다. 허츠의 메뉴판에도 줄리에타 1.6 JTDm에는 ‘그린 콜렉션’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아이들링은 조용한데 진동은 좀 있다. 미토는 진동도 없었는데 줄리에타의 1.6 디젤은 공회전에서 조금 떠는 편이다. 클러치 페달은 아주 가볍다. 밟는데 힘이 하나도 안 들고 미트 시점을 찾기도 쉽다. 잘 시동이 꺼지지도 않는다. 미토처럼 기어 레버의 조작감은 별로다. 일단 조작 거리가 길고 쏙 들어가는 맛이 없다.

배기량이 300cc 커서 그런지 1.3 디젤의 미토에 비하면 줄리에타는 한결 나은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미토보다 나을 뿐, 가속력은 말 그대로 평범 또는 그 이하다. 0→100km/h 가속 시간이 11.3초니까. 회전수를 써가면서 가속하면 다른 디젤이 그렇듯 수치보다는 체감이 더 괜찮다. 한 마디로 ‘아쉬운 대로 그럭저럭 타고 다닐 만은 하다’는 뜻이다. 자극적이거나 운전의 재미 이런 거 없다. 렌트카에 어울리는 모델이다.

그리고 3천 rpm 이상 쓰는 고회전은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다. 태생이 그렇지 않아서 그런지 버거워한다. 적당한 회전수에서 ‘업’ 해주는 게 줄리에타는 무리 안 가서 좋고 나는 기름 아껴서 좋다. 피스톤 운동이 빨라지면 소리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방음이 부족해서 엔진 소리가 생생히 들린다.

단출한 출력이지만 이탈리아의 고속도로 흐름에는 무리 없이 따라갈 만하다. 대부분이 130km/h로 달리는 상황에서 줄리에타 역시 이 속도에 맞춘다. 작년의 미토도 그랬지만, 줄리에타도 6단 기어비나 엔진의 세팅이 제한 속도에 맞춰진 듯싶다. 6단으로 이 이하의 속도를 달리면 재가속에서 힘이 없다. 그렇다고 5단으로 시프트다운하면 힘이 생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기어비 차이가 크지 않아 4단 정도는 들어가 줘야 이 사람들의 페이스에 맞춰진다.

당연히 6단+130km/h는 고속도로에서 가장 좋은 연비를 뽑을 수 있는 조합이다. 25km/L를 쉽게 넘긴다. 그런데 여기서 속도가 더 높아지면 연비가 그 속도의 증가 대비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6단으로 70km/h를 달리면 순간 연비가 42~45km/L 사이를 오간다. 대신 힘은 없다.

계기판에는 연비 운전을 위해 일정 회전수가 되면 ‘시프트 업’ 표시가 뜨는데, 이대로 따라 하면 물론 연비가 좋다. 하지만 이게 안 맞는 상황도 많다. 5단에서 70km/h 정도만 되도 6단으로 넣으라고 하는데, 추월이나 가속 상황, 언덕에서는 힘이 없다. 한마디로 요령껏 참고하는 게 좋다.

현실적으로 외국인이 유럽에 가서 최고 속도를 찍을 곳은 아우토반의 무제한 구간밖에 없다. 초반에 무제한 구간을 만나서 냅다 밟았다. GPS에 속도 제한 표시가 없어지자마자 다들 달려대니 덩달아 같이 밟는 분위기라고 할까.

죽는 소리 하는 걸 무시하고 밟으니 4단 160km/h까지는 그럭저럭 속도가 잘 붙는다. 대신 5단부터 가속이 처진다. 제원상 최고 속도가 185km/h인데, 여기에 도달하기가 힘들다. 5단부터는 가속이 처지긴 하지만 웃기게도 꾸역꾸역 속도가 올라가긴 한다. 나중에 GPS에 저장된 기록을 보니 최고 속도가 202km/h이다. 언제 나왔을까 생각해보니 3시리즈 쫓아갈 때(아마 내리막)인 것 같다. 202km/h면 제원상 최고 속도보다 17km/h나 높은 속도다.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은 괜찮다. 그래도 미토보다는 차가 크다고, 한 급 위라고, 한결 낫다. 별로 불안하지 않게 고속 주행을 할 수 있다. 우리 기준으로 본다면 단점은 소음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상당한데, 특히 앞에서 올라오는 타이어 소음이 대단히 크다. 줄리에타는 유달리 앞 타이어 소리가 많이 들린다. 거기다 양 A필러에 부닥치는 바람 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 한 3일 되니 이 소음도 아무 감각이 없어진다.

흔히 유럽 소형차는 하체가 단단할 거 같지만 줄리에타는 이탈리아 침대처럼 물렁하다. 달리면 좌우로 출렁이는 롤이 있는 편이다. 댐퍼가 끝까지 눌렸을 때의 감각은 단단해서, 거친 노면에서는 충격도 좀 전해진다. 이 롤을 보면 코너링이 그저 그럴 거 같은데, 실제로는 약간 낫다.

알프스 고개에서는 휘청대면서도 자세가 잘 흐트러지지 않는다. 처음엔 불안한데 몇 번 경험해 보니 나름 든든하다. 그림젤패스에서 내려올 때는 멍 때리다가 호수로 빠질 뻔도 했다. ESP가 살렸다. 이번에 다시 깨달은 것은 아무리 ESP라도 조향을 정확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가고자 하는 곳으로 조향을 해줘야 ESP가 바른 자세를 잡아준다. 안 그러면 ESP의 효과도 반감된다.

다른 부분은 다 평범하지만, 참 괜찮다고 느낀 부분은 스티어링이다. 듀얼 피니언 EPS의 감각이 아주 자연스럽다. 최근 경험한 EPS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지 않나 싶다. 일단 정지 상태에서는 운전대가 상당히 가볍고 그러면서도 감각이 꽤 정확하다. 그리고 속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정확하게 무거워지고 고속 직진에서도 중심 부분의 유격이 별로 없다. 운전이 편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EPS 때문인 것 같다.

이번에는 스톱-스타트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막히는 구간이 별로 없어서 정차하면 항상 엔진이 꺼졌다. 이렇게 9일을 타고 다니다 보니 정차 시 엔진이 꺼지는 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심한 정체에 걸려서 배터리 용량 때문에 엔진이 꺼지지 않으면 낭비라는 생각이 심하게 든다. 그리고 공회전 시 엔진 소리가 참 크게 들린다. 줄리에타는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차에서 내리면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알파로메오의 ‘DNA’는 ‘올 웨더’와 ‘노멀’, ‘다이내믹’의 3가지 모드가 있다. 보통 땐 노멀이면 되고 조금 스포티하기 위해서는 다이내믹이다. 다이내믹으로 모드를 바꾸면 초기의 페달 반응이 많이 민감해진다. 좀 빨리 달리거나 고갯길을 올라갈 때 다이내믹 모드가 꽤 도움이 된다. 모드를 바꾸기 위해서는 원터치가 아니고 약간 길게 눌러야 하는데 이게 좀 귀찮다. 그리고 대략 120km/h 이상의 속도에서는 다이내믹 모드가 선택이 안 된다. 그러니까 일찌감치 바꿔놔야 한다. 브레이크는 한 번도 세게 밟은 적이 없어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

힘이 없는 대신 연비는 탁월했다. 8박 9일 동안 4,064km를 달리면서 총 223.3리터를 주유했다. 연비가 18.2km/L 정도 나온 셈이다. 참고로 얼마 전 재규어가 발표한 XF 2.2 디젤은 뉴욕에서 LA까지 4,634km를 달리면서 평균 연비가 22.27km/L가 나왔다. 거기야 디젤을 홍보하기 위해 전문 드라이버가 맘 잡고(평균 속도 85km/h) 달린 것이고, 난 대충(연비 운전하긴 했지만) 달렸는데 18.2km/L면 대단히 좋은 연비라고 생각된다. 물론 배기량과 차의 크기에서 차이가 나긴 한다.

개인적으로 단기간에 이렇게 운전을 많이 하기는 처음이다. 9일 동안 주행 거리가 4천 km를 넘었고 알프스의 여러 고개, 5개국의 고속도로와 국도, 심지어는 그린 헬까지 달렸지만 혹시나 했던 고장은 없었다. 컨디션 저하도 없어서 많이 고마웠다. 1.6 디젤만 놓고 본다면 줄리에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스타일링에 제대로 필이 꽂혀야 한다. 요즘 1.6 디젤이면 다들 이 정도 연비는 나오지 않나. 그래도 자꾸 끌리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이나 차나 외모가 중요하긴 하다.

주요제원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1.6 JTDM

크기
전장×전폭×전고 : 4,351×1,798×1,465mm
휠베이스 : 2,634mm
트레드 앞/뒤 : 1,554
공차중량 : 1,385kg
트렁크 용량 : 350리터
연료탱크 : 60리터

엔진
형식 : 1,598cc 4기통 디젤 터보
최고 출력 : 105마력/4,000 rpm
최대 토크 : 28.5kg.m/1,500 rpm(다이내믹 모드-32.5kg.m/1,750 rpm)
보어×스트로크 : 79.5×80.5mm
압축비: 16.5:1

변속기
형식 : 6단 수동
기어비 : 4.154/2.118/1.361/0.978/0.756/0.622
최종감속비 : 3.421

섀시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
스티어링: 랙 & 피니언
타이어: 205/55R/16

성능
0-100km/h 가속 시간 : 11.3초
최고속도: 185km/h
최소회전반경: --
연비 : 22.72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114g/km

가격 : - -
(작성 일자 : 2011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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