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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혼다 시빅 1.8 i-VTEC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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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1-12-19 21:40:34

본문

혼다 시빅의 상품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기대에는 못 미치는 구석이 있다. 일단 구형에 비해 상품성 개선의 폭이 크지 않고 일부는 오히려 못한 면이 있다. 모니터나 시프트 패들이 빠진 것은 약간 이해가 가지 않다. 동력 성능은 배기량이나 수치 이상으로 좋다. 직분사 같은 기술이 없어도 혼다의 엔진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주행 시 노면과 바람 소리가 큰 것은 단점이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Twitter / @Global_AutoNews

90년대까지의 혼다는 대중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엔지니어링적인 성향이 강했고 실제 결과물도 그랬다. 보편적인 대중 브랜드로서 충성도 높은 마니아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VTEC 엔진과 타입-R로 대변되는 혼다의 스포츠 마인드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흔하고 많이 팔리는 소형차긴 하지만 시빅도 마찬가지다. 신형이 나올 때마다 동급의 기준이 됐고 특히 미국에서는 안정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빅이야말로 혼다의 베스트셀러이자 대표 차종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혼다의 개성은 점차 퇴색됐다. 예전에는 마니아적이고 개성이 강한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대중 브랜드로 인식된다. 확실히 요즘은 일본 메이커에게 어려운 시기이다. 내수 시장이 침체됐고 리콜 파동이 있었으며 엔화 강세도 여전하다. 거기다 올해에는 유례없는 천재지변이 일본과 태국에서 일어났다. 거기다 한국 메이커가 상승세에 있고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의 메이커도 되살아났다. 그런 반면 GM과 폭스바겐처럼 중국 판매가 좋아서 다른 지역의 부진을 상쇄하는 수준도 아니다. 어려운 시기가 맞고 신형 시빅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혼다는 판매가 꾸준하고 혼자서도 잘하는 메이커이다. 판매를 보면 다른 메이커에 비해 등락 폭이 크지 않았다. 05/06 339만, 06/07 365만대, 07/08 392만대였고, 경기 침체가 찾아왔던 08/09 회계연도에도 351만대, 09/10에도 339만대였다. 반면 볼륨을 크게 늘리는 면에서는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내실을 다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도 하다.

요즘에는 이전에는 생각하기 힘든 파트너십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유독 혼다는 혼자서 해나간다. 예를 들어 미래가 불투명한 친환경 기술,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연료 전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거침없이 손을 잡는데 혼다는 이런 것들을 혼자서 해결하는 게 튀는 점이다. 약간은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엔지니어적인 자신감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판매 상위권 메이커들도 혼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규모의 경제라는 점에서는 혼다와 입장 차이가 있다.

시빅은 여전히 풀 모델 체인지 주기 5년을 지키고 있다. 8세대인 구형이 2006년 초에 나왔고 올해 9세대가 나왔다. 그럼에도 풀 모델 체인지에 따른 변화의 폭은 시빅 데뷔 이후 가장 적다고 할 수 있다. 안팎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등이 구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현상은 혼다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상당수 메이커의 신차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현행 시빅의 첫 부분 변경에서는 기존보다는 개선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을 할 수도 있다.

EXTERIOR

스타일링은 구형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통상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풀 모델 체인지보다는 부분 변경 수준이다. 전면의 얼굴은 인사이트를 연상케 하고 시빅하면 생각났던 스포티한 맛은 조금 희석됐다. 스포티보다는 조금은 중후한 면이 가미됐다고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면적이 넓은 윈드실드이다. 넓은 윈드실드에서는 개방감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윈드실드를 앞으로 최대한 뺀 캡포워드 디자인도 여전하다. 보닛의 길이는 물론 앞바퀴굴림으로서는 오버행도 짧은 편이다. 측면의 캐릭터라인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도어 아래쪽으로 지나가는 라인이 엑센트를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과감한 변화보다는 기존의 디자인을 다듬었다고 할 수 있다.

신형 시빅의 특징 중 하나는 차체 사이즈가 소폭 줄었다는 것이다. 신형의 전장×전폭×전고는 4,550×1,755×1,435mm, 휠베이스는 2,670mm로 구형(4,540×1,750×1,440mm, 2,700mm)에 비해 조금씩 사이즈가 줄었다. 보통은 세대가 진행될수록 차체가 커지지만 신형 시빅은 조금 다르다. 더욱이 전장이 줄었을지언정 휠베이스까지 줄어든 게 이채롭다. 물론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 휠베이스의 수치가 작은 것은 아니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00, 사이즈는 205/55R/16이다. 타이어의 선택은 물론 휠까지 극히 OEM스러운 디자인이다. EL400은 접지력보다는 승차감 위주의 트레드 패턴을 갖고 있다. 기본형은 15인치가 장착되지만 시승차는 16인치이다.

INTERIOR

시빅을 타면 계기판으로 가장 먼저 눈이 간다. 그만큼 계기판과 그 주변 디자인이 화려하다. 2단으로 나뉜 계기판은 혼다 특유의 멀티플렉스 디자인이다. 상단에는 자주 보는 속도계 및 주요 정보를 디스플레이하고 계기판의 위치가 높다보니 약간은 HUD의 효과도 낸다.

상단의 계기판은 가운데 커다랗게 디지털 속도계가 있고 양쪽에 연료와 연비 게이지가 마련됐다. 전부 디지털이고 수온계는 없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수온계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인 것 같다. 시빅의 계기판은 위치도 좋지만 시인성도 참 좋다. 일단 그래픽이 화려하고 급 이상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우측에 붙은 네모난 액정도 마찬가지다. 이 액정에는 트립 컴퓨터와 오디오, 도어 오픈 등의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아무래도 센터페시아에 있는 것보다 시야를 뺏기는 시간이 적고 폰트조차도 예쁘게 디자인 됐다. 오너라면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다. 하단에는 일반적인 오너들이 자주 안 쳐다보는 타코미터와 변속기 인디케이터만 마련돼 있다.

앞으로 쭉 뻗는 대시보드 시야가 탁월하다. 커다란 면적의 윈드실드와 함께 대시보드 디자인이 좋은 시야를 만든다. 좋은 점 중 하나는 실내 소재가 싼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사이트나 레전드를 제외한다면 혼다가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메이커에서는 보기 힘든 개성 있는 실내 디자인도 보기가 좋다.

센터페시아에는 오디오 패널만 있다. 요즘 신차에 모니터가 없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디자인상 오디오 패널 자리에 모니터가 들어가야 하는데 차후 도입 예정이란다. 그동안의 혼다 코리아 행보를 봐선 언제 될지 모를 일이다. 현재로서는 애프터마켓 제품을 구입해도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오디오 버튼들은 혼다답게 큼직큼직하고 공조장치는 간단한 디자인이다. 공조장치는 듀얼이 지원 안 된다.

기어 레버 앞에는 넓은 수납 공간이 마련돼 있고 이런저런 물건을 놓아두기 요긴해 보인다. 수납 공간에는 AUX 단자만 있고 USB 단자는 콘솔박스에 있다. USB 단자를 기어 레버 앞으로 옮기는 게 어려운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편의성은 정말 국산차가 탁월하다.

기어 레버는 고전적인 I자 타입이다. 그러니까 수동 모드 없고 1, 2, D3, D만 있다. 시빅 같은 준중형차에 수동 모드를 잘 안 쓰긴 하지만 그래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구형에 S 모드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역시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다.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지름이 작다. 시빅이 대중적인 소형차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스포티하다. 동급에서 운전대가 가장 작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가죽의 그립도 좋다. 스포크 양쪽에는 트립 컴퓨터와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마련돼 있다. 그리고 구형에 있던 시프트 패들이 빠졌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편의 장비가 풍부한 편은 아니다.

가죽 시트는 당연히 모두 수동이고 힙 포지션은 약간 높게 느껴진다. 쿠션은 구형보다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다. 미국의 대중차답게 유리는 운전석만 상하향 원터치이다. 근데 운전석 유리가 완전히 닫히고 열릴 때 윈도우 버튼 패널이 움직인다. 눈으로 보일 정도다.

휠베이스가 30mm 줄긴 했지만 2열의 공간은 넉넉하다. 내가 앉았을 때 레그룸에 주먹 하나 이상이 남는 정도다. 설계를 잘한 덕분인지 휠베이스가 줄었음에도 2열의 레그룸이 40mm, 숄더룸은 74mm가 늘었다. 그리고 EPA에 따르면 신형 시빅의 실내 공간도 구형보다 4%가 늘어났다. 트렁크 공간도 339리터에서 354리터로 늘었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1.8리터 가솔린과 5단 자동변속기로 구형과 동일하다. 단순히 동일한 게 아니라 출력의 수치가 변함이 없다. 혼다는 VTEC이라는 가장 앞선 기술을 도입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직분사나 터보 같은 기술 적용은 뒤처져 있다. 아직까지 SOHC 4밸브가 주력인 것도 이채롭다. 출력은 142마력으로 동일하지만 내부적인 개선이 있긴 했다. 압축비가 10.5에서 10.6으로 올랐고 배기량은 1,799cc에서 1,798cc로 줄었다. 최고 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도 6,300 rpm에서 6,500 rpm으로 소폭 높아졌다.

아이들링에서는 상당히 조용하다. 히터 1단의 소리에 엔진 소리가 묻혀서 안 들릴 정도다. 조용한 것은 아이들링까지고 달리기 시작하면 전반적인 소음이 커진다. 두드러진 것은 밑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바람 소리이다. 타이어가 소음이 많은 제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상당하다. 그리고 앞에서 부딪치는 바람 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빅의 1.8리터 엔진은 2리터 같다. 저속 토크가 만만치 않아서 급출발 하면 타이어가 헛돌고 힘차게 뻗어나간다. 감각적으로는 2~3천 rpm 사이에서 토크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회전대로 세팅을 맞춘 것 같다. 그런 반면 고회전까지도 끈질기게 힘이 나오기도 한다. 중간 영역대에서 잠시 토크가 죽는 감은 있지만 1.8리터로 이 정도의 동력 성능은 두드러지게 좋다고 할 수 있다.

거기가 기어비 간격도 넓다. 1~3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50, 109, 170km/h이다. 1.8 배기량으로 3단에서 170km/h까지 가속되는 것도 흔한 세팅은 아니다. 최고 속도는 4단에서 나온다. 계기판 상으로 205km/h까지 가속된다. 처음에는 내리막의 도움을 받아야 200km/h이 나갔는데 나중에는 평지에서도 이 속도가 나온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동력 성능은 꽤나 좋다고 할 수 있다. 6단으로 100km/h를 달릴 때의 회전수는 2천 rpm으로 구형 2.0보다 조금 낮다. 그러니까 1.8은 연비를 더 고려한 세팅이면서도 동력 성능까지 잡았다고 인정할 만하다. 참고로 시빅 1.8의 5단 변속기는 구형과 기어비가 완전히 같다.

엔진은 좋지만 넓은 간격의 기어비 때문에 힘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단점은 있다. 어느 정도의 속도에서 가속 페달을 많이 안 밟고 가속하고 싶을 때도 쉽게 다운시프트가 되지 않는다. 만약 6단이었으면 중간 영역의 기어비 간격을 좁혀 좀 더 효율적인 성능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5단 변속기의 성능은 평범하다.

고속 주행 시 자세는 안정적이다. 크게 불안하지 않다. 고속에서는 스티어링이 더 확고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이정도면 훌륭하다. 대신 스티어링 감각은 구형보다 떨어져 보인다. 조향했을 때의 반응이 느리고 되돌아오는 감각도 다소 굼뜨다. 언더스티어가 별로 없고 나름 탄탄한 하체 세팅을 했다고 해도 스티어링 감각은 스포티함과 거리가 있다. 브레이크 성능은 괜찮지만 연속으로 했을 때 성능 저하가 있는 편이고 ABS 작동 시 진동은 최신 차답지 않게 크다. 요즘 ABS 작동한다고 이렇게 진동 있는 차가 별로 없다.

이번 시빅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하는 차라는 것이다. 많이 안 바뀌고 개선 폭이 적어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기술이 없음에도 엔진의 경쟁력이 상당하고 거기다 체감 연비까지 좋다. 이래서 자동차 업계에는 품질은 일시적이지만 패키징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주요제원 혼다 시빅 1.8 i-VTEC

크기
전장×전폭×전고 : 4,550×1,755×1,435mm
휠베이스 : 2,670mm
트레드 앞/뒤: 1,500/1,520mm
공차중량 : 1,275kg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SOHC i-VTEC
배기량 : 1,798cc
최고출력 : 142마력/6,500 rpm
최대토크 : 17.7kg.m/4,300 mm
보어×스트로크 : 81×87.3mm
압축비 : 10.6:1
구동방식: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5단 자동
기어비 : 2.666/1.534/1.022/0.721/0.525
최종감속비 : 4.44

섀시
프론트 서스펜션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 V. 디스크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05/55R16

성능
0-100km/h : ---초
최고속도 : ---
연료탱크 : 50리터
연비 : 14.5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 161g/km

가격
가솔린 : 2,690~2,790만원 (VAT 포함)

(작성일자 : 2011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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