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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석 | 기아 K9 3.8 동해안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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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5-09 23: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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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뒷바퀴 굴림방식 대형 세단 K9을 시승했다. 전장 5미터가 넘는 대형 세단으로 에쿠스에 없는 첨단 장비 9가지를 장착하고 BMW 7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를 공공연하게 경쟁상대로 표방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의 핵심인 ‘고급감과 디테일’을 주제로 ‘직선의 단순함(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을 모토로 하는 기아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다. 타이거 노즈에 변화를 주어 좀 더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기아 K9 3.8의 동해안에서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민병권(RPM9 기자), 기아차

K9은 전장이 5미터가 넘고 휠 베이스가 3미터를 초과하는 대형 세단이다. 현대 제네시스와 동급이 아니라 에쿠스급의 모델이다. 유럽시장 기준으로 E2 세그먼트에 속한다. 양산 브랜드 중 이 등급의 세단을 만드는 메이커는 토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포드 정도다. 그런데 토요타 센츄리와 폭스바겐 페이톤, 현대 에쿠스, 포드 토러스 등 모두가 아직까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자국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갖는데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시장 침투가 어려운 세그먼트이다.

기아자동차는 K9의 포지셔닝을 가격대로 잡았다. 차체 크기로는 대형 세단이고 내용이나 상품성, 주행성 등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공공연하게 경쟁 모델로 내 세우면서 가격은 5,000~8000만원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BMW 7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경쟁할 수 있는 제품성을 갖추고 5시리즈와 E클래스급의 가격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 세우고 있는 것이다.

같은 그룹 내 에쿠스 및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베이스 모델 기준으로 에쿠스보다 1,500만원 가량 낮고 제네시스보다는 1,100만원 가량 비싸다. 여기에서 일부 미디어들이 제네시스와 동급인데 비싸지 않느냐 하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전장 5미터 이하, 휠 베이스 3미터 이하의 E1 세그먼트에 속한다. K9는 분명 에쿠스와 동급이다. 그런데 엔진을 에쿠스의 경우 5.0리터와 3.8리터를 탑재하는데 비해 K9은 3.8리터와 3.3리터 사양을 탑재한다.

이건 분명 현대기아차 그룹 내에서 에쿠스의 존재감을 위해 K9의 포지셔닝을 한 단계 낮게 설정한 것이다. 그러니까 여전히 현대기아차 그룹 내에서는 아무리 성능이 좋고 상품성이 뛰어나도 기아 브랜드는 현대 브랜드보다 위에 설 수 없지 않느냐 하는 인식이 있다는 얘기이다. 이 등급 말고도 여러 세그먼트에서 그런 보이지 않는 차별(?)이 보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반면 K9에는 그 동안 현대기아차의 모델에 적용되지 않는 각종 첨단 기술을 먼저 채용해 신차효과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TFT LCD 모니터, 어댑티브 풀 LED헤드램프, 후측방 경보 시스템, 전자식 변속레버,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DIS 내비게이션 등이 그것이다. 이 가격대에 이 정도의 장비를 장착한 모델은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 그 어느 브랜드에도 없다. 이제는 기아 브랜드의 모델도 수입차를 경쟁상대로 삼아 모든 것을 동원한다는 자세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여년의 현대기아차의 신차 출시 역사에서 이처럼 기아의 모델에 방대한 규모의 신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수입차시장을 의식한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K9의 경쟁 모델로 설정한 프리미엄 대형차의 2011년 내수 판매대수는 10만 9,000대. 그 중 수입차가 6만대로 국산차의 4만 9,000대보다 많다. 수입차의 경우 2008년 2만 9,000대였던 것이 11년 6만대로 207%나 증가했다. 수입차만을 분석해 보면 8,000만원대 이상의 모델의 점유율이 16%, 5,000~8,000만원대의 모델이 41%, 3,000~5,000만원대의 모델이 40%, 3,000만원 이하가 3%를 차지했다. 5,000만원 이상 모델의 점유율이 57%나 된다.

기아자동차는 K9의 가격대 포지셔닝을 성장폭이 가장 큰 5,000~8,000만원대로 설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크기와 장비 등에서는 월등히 앞선 내용으로 럭셔리성을 부각시키고자 하고 있다.

그런 전략의 배경은 국내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근거하고 있다. 마케팅에서 브랜드 `로얄리스트`들은 어떤 경우에도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양산 브랜드의 고급차로 옮겨 타지 않는다. 그러나 꼼꼼하게 비교 분석하는 `전문가`들과 가격대에 좌우되는 `기회주의자`. 그리고 그 동안 무시했던 `냉소주의자`들에게 넘치는 장비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자신감의 저변에는 물론 주행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호화 장비도 물론 중요하지만 달리기 성능에서도 수준급에 올라와야 한다. 최근 출시된 렉서스의 GS시리즈가 주행성을 전면에 내 세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불과 6년 전에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며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던 기아자동차가 이제는 달리기 성능에서도 뒤질 것이 없다는 주장을 K9을 통해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Exterior

기아자동차가 K9의 디자인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빛과 면의 조화`다. 그를 통해 하이테크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K9은 ‘Simple is Beautiful’ 을 컨셉으로 ‘느껴지는 고급성’, ‘성능을 표현하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Form Follows Function’이라는 기본에 기아만의, 더 정확히는 피터 슈라이어의 철학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쉽게 설명하면 ‘자세가 좋으면 거동이 좋다.’라는 논리를 한 차원 높은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시각적인 자세는 물론이고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것이 대형 세단의 프레스티지성의 표현법이다.

K9이 기아 브랜드 디자인의 혁신이라는 것은 프론트 엔드와 사이드 실루엣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다. 피터 슈라이어가 창조했던 ‘키(Kee)’를 주제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새롭게 바뀌었다. 그릴이 차지하는 면적이 기존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 더 커지고 넓어졌다. 당당하면서도 강한 얼굴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좌우 펜더까지 파고 들어간 헤드램프와 램프 위쪽에 삽입한 눈썹 모양 그래픽으로 더 강한 이미지의 호랑이가 만들어졌다. 그릴 부분만 크롬 도금 처리를 해 간결하면서도 강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주목을 끄는 것은 그릴보다 높은 위치에서 좌우로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에 국내 최초로 어댑티브 풀 LED를 채용한 것이다. 상하 좌우로 움직이는 스위블 타입의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를 적용했다. 이 부문에서는 아우디가 트렌드세터인데 K9은 전방에 차량이 마주 올 경우 상향등을 자동으로 온 오프시키는 기술까지 접목했다. 작년 아우디 테크니컬 세미나에서 봤던 것인데 기아가 먼저 적용한 것이다.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 역시 풀 LED타입으로 첨단 이미지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측면 실루엣은 K9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크게 봐서는 이 시대의 트렌드인 스포티한 프로포션이다. 긴 휠 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이라고 하는 전형적인 비율에 더해 좁은 그린 하우스도 역동성을 살리는 데 중요한 포인트다. 긴 후드와 짧은 리어 데크가 만드는 것은 역동성. 전체적으로는 간결한 면의 구성이 주제다. 도어 패널은 물론이고 앞뒤 펜더 부분의 패널에도 ‘단순함의 미학’이라고 하는 피터 슈라이어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다만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 풀 웨지를 추구하지는 않고 조금은 완고한 느낌이다. 이 등급 모델들의 트렌드다.

높게 설정된 캐릭터 라인은 최대한 억제되어 있으며 숄더 라인과 어울려 K9만의 억제된 럭셔리성을 살려 내고 있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조화를 이룬 펜더 가니시와 도어 핸들은 크롬과 유광 블랙 소재를 적절히 조합해 고급성을 살리고 있다. 루프라인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C필러에서는 재규어 XJ의 라인이 보이기도 한다.

리어 엔드도 정제된 선과 면의 조화로 프론트 엔드와 유기적으로 어울리고 있다. 날렵하고 하이테크적 감성을 살린 면발광 LED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와 크롬 도금 가니쉬도 튀는 것보다는 정리된 느낌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범퍼내장형 듀얼 머플러는 스포티하면서도 고성능 모델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세계 최초로 시트에 차선 이탈 경고장치를 설치하는 등 첨단 기술을 통한 이미지 제고를 꾀하고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5,090×1,900×1,490mm, 휠 베이스 3,045mm. 현대 에쿠스가 5,160×1,900×1,495mm, 3,045mm, BMW 7시리즈가 5,212×1,902×1,479mm, 3,210mm 이므로 비교가 될 것이다.

Interior

인테리어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컬러를 물씬 느끼게 한다. 대시보드의 레이아웃과 실렉터 레버 주변의 구성, 리어 암 레스트의 컨트롤 패널 등 BMW 7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내용들이 많다. 렉서스가 현행 LS시리즈의 디자인에서 과거 메르세데스 벤츠를 연상케 했던 것과 달리 자신만의 독창성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달리 K9은 유럽차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한 흔적이 보인다.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더블 패널을 이루는 것을 비롯해 그 아래 에어컨 컨트롤 패널, 오디오 컨트롤 패널, 그 가운데에 삽입된 아날로그 시계 등 이 시대 럭셔리카들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시프트 바이 와이어 기술을 채용한 실렉터 레버의 디자인은 BMW의 그것과 같다. 그 주변의 각종 버튼 나열과 뒤쪽의 내비게이션 컨트롤러 등도 BMW의 iDrive를 떠 올리게 한다. BMW가 iDrive를 도입하고 이어 메르세데스 벤츠가 커맨더 시스템을, 아우디가 MMI를 채용했을 때는 그 브랜드의 독창성이라고 했는데 기아가 K9에 같은 컨셉을 적용했을 때 유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풀 사이즈(12.3인치) TFT LCD 클러스터. 계기판이 완전한 디지털 방식으로 재규어가 현행 XJ에 처음 적용해 주목을 끌었던 기술이다. 두 개의 클러스터 중 오른쪽의 것은 기아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스티어링 휠 햅틱 리모콘으로 조절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컴퓨터 마우스를 올려놓은 로터리 타입의 컨트롤러는 조작감이 의외로 좋다. 자동차의 계기판이 컴퓨터 모니터화가 되어간다고 전망했었는데 그것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블루링크라는 이름으로 싼타페를 통해 선 보인 텔레매틱스가 기아자동차는 UVO라는 명칭으로 K9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처음 2년 동안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2년 후 유료로 전환된다. 요금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시트는 5인승. 히팅과 쿨링을 비롯해 시트를 위한 각종 편의장비도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적용되어 있다. 운전석 안마 기능은 없다. 착좌감은 이 등급 차의 격에 맞게 쾌적하고 안락하다. 처음 자리잡을 때부터 시승이 끝날 때까지 특별한 감각이 없이 탑승자를 수용한다.

리어 시트는 이 차가 쇼파 드리븐카로서의 기능에 더 충실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많은 배려가 이루어져 있다. 오른쪽 시트에 앉아 암레스트의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 시트가 자동으로 앞으로 이동해 시트백이 폴딩이 된다. 굳이 리무진 버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더불어 시트백 가운데 럼버 서포트를 채용해 장거리 운전시 허리를 지지해 주도록 한 것도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앞 시트백 뒤에는 독립적으로 작동이 가능한 9.2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설계되어 있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장비이다.

공간 측면에서는 앞좌석 레그룸은 1,145mm로 에쿠스의 1,125mm보다 넓지만 후석 레그룸은 990mm로 1,010mm의 에쿠스보다 짧다. 실내장은 2,135mm로 같은 차체라면 넓은 실내공간을 잘 만드는 능력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리어 시트에 앉으면 프론트 시트보다 미세하게 높은 히프 포인트가 특별히 거슬리지는 않는다.

트렁크 공간은 충분히 깊고 넓다. 플로어를 들어 올리면 타이어와 함께 배터리가 보인다. 차량 중량 배분을 고려한 것이다. K9의 앞뒤 중량 배분은 52 : 48로 이상적인 수치를 달성하고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싼타페 시승기에서도 언급했듯이 현대기아차는 스타일링과 플랫폼, 엔진의 모델체인지가 각기 따로 논다. K9만을 위해 별도로 플랫폼과 엔진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현대기아의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을 베이스로 3.8리터와 3.3리터 직분사 람다 엔진이 탑재된다. 시승차는 3.8리터 사양. 3,778 V6 DOHC 직분사로 최고출력 334마력/6,400rpm, 최대 토크 40.3kg,m/5,300rpm. 이 람다 엔진은 처음 나왔을 때보다 출력과 토크 수치가 향상됐다. 제네시스 세단과는 같지만 제네시스 쿠페 버전과는 수치가 약간 차이가 난다. 기아자동차는 연비가 3.8리터가 10.3km/리터, 3.3리터가 10.7km/리터로 동급 모델로서는 유일하게 10km대가 넘는다는 것을 내 세우고 있다.

트랜스미션은 8단 AT. 2012년형 제네시스를 통해 처음 선보였었다. 양산 브랜드의 승용차로는 8단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욕심이 보이는 대목이다. 유럽 메이커 중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ZF, 게트락, 아이신 등의 제품을 사용한다. 그만큼 변속기 개발은 어렵고 부담이 된다. 현대기아차그룹이 판매대수가 적은 뒷바퀴 굴림방식용 8단 AT를 자체 개발한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특허를 127건이나 획득한 이 8단 AT는 대응 토크 44.0kg.m(V6)과 55.0kg.m(V8) 두 가지가 있다. 전장은 V8이 676mm로 V6용의 684mm보다 오히려 짧다. 그리고 렉서스에 쓰이는 아이신의 8단(754mm)보다 한결 짧다. 무게도 85.7kg으로 가벼운 편이다.

제네시스에서 처음 선 보였을 때보다 직결감, 변속 충격 등에서 숙성되었다. 다만 최근 일부 8단 AT의 연비가 경우에 따라 6단 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K9은 어떤 결과를 얻을지 궁금하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800rpm 전후. 레드존은 6,5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400rpm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62km/h에서 2단, 85km/h에서 3단, 13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매끄럽다. 이 엔진의 특성은 폭발력보다는 부드러움이다. 현대 제네시스 세단에서처럼 강한 추진력보다는 매끄러운 가속이 특성이다. 그런 느낌으로 인해 동급 엔진을 탑재한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다른 방향성이 보인다. 가속 페달을 밟고 약간 뜸을 들이는 듯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회전 상승과 속도계 바늘의 상승이 매치된다.

일단 탄력을 받으면 거침없이 속도계의 바늘을 밀어 붙인다. 0-100km/h도 만만치 않은 실력이지만 고속역에서의 밀어붙이는 힘도 기대 이상이다. 첫 번째 벽을 아무 생각없이 돌파하고 세 개의 바늘을 더 지나도 속도감이 없다. 풍절음 침입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속도에서 그정도는 충분히 소화할만하다. 그것은 두터운 토크감이 주는 기분 때문일 수도 있다. 스포츠 드라이빙이 아니라면 최근 등장한 기아와 현대의 직분사 엔진들은 오른발에 힘을 주지 않고도 어지간한 영역은 부담없이 가감속을 해 준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 것은 소음이다. 엔진 소음과 차음, 그리고 부밍음에 대한 대책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조용하기로 정평이 있는 렉서스와 직접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 조용함이 속도감을 상쇄한다는 대목에서는 한편으로 불만(?)인 유저도 있을 것이다. 가속시 약간은 흔들리는 듯한 제네시스와 달리 안정적으로 전진해 준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멀티 링크로 세팅력도 한 단계 진보했다. 댐핑 스트로크는 BMW 7보다는 길고 재규어 XJ보다는 짧다. 한국차만을 기준으로 표현하면 짧은 편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노면의 잔 충격과 다리 이음매 등을 소화하는 능력이 좋다. 운전자의 조작이나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감쇄력 및 차고를 자동 제어해 주는 에어 서스펜션이 채용되어 있다. 이 등급 모델들의 기본 장비화되어 있는 추세다.

초고속역으로 올라가면 공기의 흐름 제어가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차체를 위에서 눌러 다운포스를 발생시켜야 하는데 댐퍼가 그것을 완전하게 소화해 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정도의 속도역을 사용할 빈도가 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지적을 위한 지적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속도역에서 NVH 성능은 평가할만한 수준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한국차가 언제 이정도의 능력을 갖추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기아차는 양산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필요충분 조건은 갖추었지만 잠재력이 부족했다. 극한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는 얘기이다. ESC 제어라든가 급제동시 ABS의 작동 등에서 지적을 받아왔다. K9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와 같은 수준은 아닐지라도 한 단계 진보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차세대 플랫폼이 등장하면 또 한 단계 진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존재감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록 투 록 2.8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즉답식쪽. 서스펜션과 마찬가지로 BMW와 재규어의 중간 수준. 표현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부족함이 없는 반응을 보여준다. 그런 점들이 합해져 한국차로서는 처음으로 승차감이 세련됐다는 말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전장비로는 9개의 에어백을 비롯해 AVSM(차량통합제어시스템) 등 거의 대부분의 안전장비를 만재하고 있다.

기아 K9은 흔한 말로 `야심작`이다. 메이커 입장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항용 있는 일이다. 그보다는 현대기아차 그룹 내에서 기아의 뉴 모델이 사전에 쇼케이스를 실시해 고객들에게 차를 공개하는 등의 이벤트를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이다. 이번 시승회만에도 50대 가량의 차를 동원했다. 그 비용만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표현일 텐데 앞으로 시장과의 교감을 어떻게 이루어갈지 주목이 된다.

주요제원 기아 K9 3.8 GDI

크기
전장×전폭×전고 : 5,090×1,900×1,490mm
휠 베이스 3,045mm
트레드 앞/뒤 : 1,620/1,627mm
공차중량 : ----kg
트렁크 용량 :
연료 탱크 용량 : 65리터

엔진
형식 : 3,778 V6 직분사
보어×스트로크 : 96×87mm
압축비 : 11.5:1
최고출력 : 334마력/6,400rpm
최대 토크 : 40.3kg,m/5,300rpm

변속기
형식 : 자동 8단
기어비 : 3.964/2.468/1.610/1.176/1.000/0.832/0.652/0.565
최종감속비 : 4.181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듀얼 맥퍼슨/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 245/45R19, 275/40R19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연비 : 10.3km/리터 (신 기준 복합연비 9.6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g/km

시판가격
3.3 모델
▲프레스티지 5,290만원 ▲노블레스 5,89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6,400만원
3.8 모델
▲프레스티지 6,340만원 ▲프레스티지 스페셜 6,850만원 ▲노블레스 7,23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7,730만원 ▲프레지던트 8,640만원

(작성일자 : 2012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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