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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토요타 86 영암 F1 서킷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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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12-06-18 07:32:03

본문

토요타 86은 낮은 속도에서도 재미가 있다. 토요타가 큰 결정을 내렸고 그만큼 정성들여 만든 모델이다. 실내의 일부 구식 디자인을 큰 흠으로 볼 수가 없다. VSC는 하체의 능력에 비해 개입이 빠른 감은 있지만 그래도 회전하는 재미를 살려 놨다. 반대로 VSC를 오프하면 기본적으로 약한 오버스티어 성향을 보인다. VSC 오프 시 컨트롤을 잘해야 하는 스릴도 있다. 직진 안정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글 사진/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한국토요타

지금은 소형차가 대세지만 스포츠카는 예외다. 소위 말하는 만만한 스포츠카가 드물다. 스포츠카의 수 자체도 적어졌고 있다 해도 비싼 모델이 주류를 이룬다. 여전히 마쓰다 MX-5가 보급형 스포츠카의 아이콘이고 특별한 경쟁 차종도 없다. 일본 메이커의 경우 혼다 S2000이 가장 최근에 나온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온지 13년이 됐고 그마저도 단종된 상태다.

보급형 스포츠카가 없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핫해치와 크로스오버가 트렌드가 됐으며 젊은 소비자들의 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주된 이유이다. 일본의 경우 특히 이런 트렌드가 심해서 젊은 층이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감소 추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요타가 86을 개발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미도 있다.

86의 개발은 토요타가 스바루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현실화 됐다. 2005년에 토요타가 스바루의 지분 일부를 사들이면서 미국의 인디애나 공장에서 캠리를 생산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지분을 16.5% 높이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86은 토요타가 스타일링과 자본을 대고 엔지니어링은 스바루가 맡았다. 개발해서 각 회사의 버전으로 판매하는 형식이며 미국의 경우 사이언 FR-S로 팔린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GT86, 일본과 호주, 한국에서는 86으로 소개됐다. 연간 판매 목표는 합쳐서 10만대이다.

86의 패키징은 유니크하다. 일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다. 요즘 시대에, 그것도 효율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토요타 같은 거대 메이커가 판매 볼륨이 낮은 86 하나를 위해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거기다 엔진도 전용이다. 이 엔진은 86과 사이언 FR-S, 스바루 BRZ에만 쓰인다.

엔진도 다른 차에는 사용하기 힘든 구성이다. 상식적으로 1.6터보를 개발하면 86에도 쓰고 다른 차에도 쓸 수 있지만 토요타는 그 대신 자연흡기를 택했다. 터보가 대세인 시대에 리터당 100마력을 내는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존재 자체가 어느 정도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자연흡기는 터보보다 업그레이드가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이외에도 86은 부품의 91%를 새로 개발했다. 이 때문에 스바루와 공동 개발하고 생산도 스바루의 군마에서 하지만 정해진 가격 안에서 원하는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86은 토요타의 스포츠 비클 매니지먼트 디비전의 ZR 부서가 개발을 맡았다. ZR은 86을 위해 새로 런칭한 사업부이고 앞으로 새 스포츠카가 나올 경우에도 개발을 맡게 된다. 국내에는 수동과 자동 모델 모두 팔리며 시승차는 자동 사양이다.

EXTERIOR

유니크한 패키징에 비해 86의 스타일링은 그다지 끌리는 맛은 없다. 최근 나온 다른 토요타처럼 밋밋하다. 86의 전체 상품성에서 가장 약점인 부분이 외관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다른 부분은 기대 이상이지만 외관만큼은 기대치를 밑돈다. 공기저항계수는 0.27로 빼어나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240×1,775×1,285mm, 2,570mm로 컴팩트하다. 반면 실제로는 그 수치에 비해 그렇게 작다는 느낌은 없다. 전면에는 낮게 내려온 보닛이 눈에 띄고 그런 반면 펜더는 불룩 솟아 있다. 낮지만 운전자가 바퀴의 위치를 파악하기 쉽게 펜더를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앞보다는 뒤가 더 볼 만하다. 앞이 뭔가 부드럽다면 디퓨저와 트윈 머플러가 어우러진 리어의 디자인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전면뿐 아니라 트렁크 리드에도 차명이 없는 게 독특하다. 86이라는 이름은 펜더에 붙은 전용 로고에서만 확인된다. 외관의 디자인만 본다면 스바루 BRZ쪽이 더 괜찮아 보인다.

타이어는 미쉐린 프리머시 HP가 기본이다. 프리우스와 완전히 같은 타이어이다. 86 성격의 차라면 보다 그립이 좋은 타이어가 달리는 게 상식이라서 어떤 면에서는 신선하다고도 할 수 있다. 타다 테츠야 수석 엔지니어는 프리머시 HP로도 충분한 성능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타이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수동 모델에는 요코하마 dB 타이어가 달린다. 이 역시 일반적인 승용차에 어울리는 타이어이다. 충분한 성능이 나오는 것도 맞겠지만 한편으로는 드리프트와 오너의 유지 비용까지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본격 UHP보다는 수명이 길테니까. 참고로 국내에서 팔리는 86의 자동 모델은 휠이 17인치, 수동은 16인치가 기본이다. 물론 수동도 17인치를 선택할 수 있다.

INTERIOR

실내는 전적으로 운전자를 위한 구성이다. 운전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간단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라디오와 시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라디오와 시계는 마치 80년대의 차에서 가져온 듯하다. 아주 좋게 말하면 클래식하고, 느낀 대로 말하자면 낡은 티가 난다. 86의 뒷 배경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으니 이를 갖고 크게 흠 잡기도 뭐하다. 라디오 패널 자리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딱 들어가기 좋아 보인다.

그 아래에는 공조장치가 마련돼 있고 라디오 보다는 한층 있어 보이는 디자인이다. 비교적 큰 액정이 있어 눈에 잘 들어오고 다이얼이라서 사용하기도 편하다. 엔진 시동 버튼이 상당히 큰 것도 특징이다. 별다른 편의 장비는 없지만 USB 단자가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시트 열선도 있다. 자동 기어 레버는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빨간색 바늘땀으로 엑센트를 줬다. 기어 레버 뒤에는 주행 모드와 VSC 오프 버튼이 마련된다.

스포츠카답게 계기판에는 타코미터가 가운데 위치해 있고 크기도 속도계보다 크다. 빠른 속도 파악을 위해 타코미터 안에 작은 디지털 속도계도 마련했다. 타코미터 스케일은 9천 rpm이며 레드라인은 7,500 rpm부터 시작된다. 작은 스티어링 휠에는 일체의 버튼이 없다.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의미다. 운전대는 거의 90도로 곧추서 있고 크기도 작다. 림도 손에 잘 잡히고 시프트 패들도 손에 잘 닿는 위치에 있다.

86의 시트는 지지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라디오와 시계에는 원가를 팍팍 줄였지만 운전에 정말 필요한 시트에는 돈을 아끼지 않은 티가 난다. 지지력도 좋지만 앉자마자 원하는 자세를 금방 찾을 수 있다. 중간 부분이 세무로 돼 있어 옷과의 밀착력도 뛰어나다. 시트는 모두 수동 조절이다. 토요타가 밝힌 것처럼 시트 포지션이 참 낮다. 2열 시트는 폴딩은 되지만 분할은 되지 않는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기본적으로 스바루의 F20 유닛에 토요타의 D-4S 기술을 접목한 형태다. 직분사와 포트 분사를 혼용한 D-4S도 유니크한 기술이다. 토요타의 차에 수평대향 엔진도 처음이지만 스바루에 이 같은 고회전 자연흡기도 처음이다. 7천 rpm에서 리터당 100마력을 낸다. 현대의 엔진 기술로 7천 rpm 이하에서 리터당 100마력이 나오는 것은 힘든가 보다. 재미있게도 86의 엔진은 보어×스트로크도 모두 86mm이다.

86의 특징이 바로 낮은 무게 중심인데, 시트처럼 엔진도 낮게 배치된다. 수평대향 엔진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다. 86의 엔진 위치는 닛산 GTR보다 낮고 서스펜션을 공유하는 임프레자보다는 120mm가 낮다. 포르쉐 박스터, 카이맨보다도 낮다. 렉서스 LFA보다 15.2mm가 높을 뿐이다. 실제로 보닛을 열어 봐도 엔진이 매우 낮게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닛을 보면 공간이 많이 남는다. 소문으로 떠도는 터보 시스템이 충분히 들어갈 만한 공간이다.

86은 경쾌하게 움직인다. 요즘 기준으로 203마력이 특별히 강한 출력은 아니지만 86에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가벼운 거동을 보인다. 영국에서 팔리는 86의 제원을 보면 0→100km/h 가속 시간은 자동이 8.4초, 수동이 7.7초이다. 자동과 수동의 차이가 약간 있는 편이다. 8.4초는 스포츠카로서 최소한의 순발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핸들링이 좋아도 0→100km/h 가속 시간이 10초를 넘어가면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들다. 최고 속도는 자동이 209km/h, 수동은 225km/h이다.

높은 회전수에서 최고 출력이 나오는 자연흡기가 그렇듯, 86 역시 고회전 파워에 비해 저회전 토크는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는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면서 달리는 엔진이다. 하지만 타기 전에 생각했던 기대치보다는 성능이 괜찮다. D 모드에서 7천 rpm까지 깔끔하게 회전한다. 수동 모드에서는 자동 시프트업이 되지 않아 레드라인 부근까지 회전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엔진의 버벅거림이 생각보다 없다. 엔진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은 편은 아니다.

기어비는 거의 50km/h씩 끊어진다. 페이스카에 따라 달렸기 때문에 영암 서킷에서 내본 최고 속도는 3단의 끝에서 나온 150km/h이다. 이 속도에서의 안정감은 대단히 뛰어나다. 렉서스를 포함해 최근 타본 토요타 중에서도 가장 좋다. 에어로다이내믹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말이 실감난다.

수동과의 차이가 커서 자동변속기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느낌은 상당히 좋다. 토크 컨버터 방식을 사용하지만 직결감이 우수하다. 인피니티의 7단과 비슷한 느낌이다. 특히 7천 rpm 이상에서 변속 시 클러치의 미끄러짐이 없고 착착 달라붙는다. 6단 자동에는 노멀과 스포트, 스노우까지 3가지 모드가 내장된다.

잠시의 시승이었지만 86을 타면서 느낀 점은 수평대향 엔진이다. 스바루를 시승할 때 뭔가 편하다가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86도 이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확실히 무게 중심이 낮은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면 좋은 서킷이긴 하지만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엔진은 앞에 있지만 회전할 때는 엉덩이 밑을 중심으로 차가 돌아가는 것 같다. 첫 두 랩은 낮은 속도로 달렸고 저속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빠르지 않아도 재미있는 게 스포츠카의 본질 중 하나이다. 속도가 높아져서 타이어의 그립이 모자라도 VSC가 엔진의 출력을 줄이거나 하진 않는다. 잠시 제동을 걸어 자세를 바로 잡은 후 어느 정도는 구동력을 살리면서 재가속할 수 있게 한다. VSC의 이런 세팅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요즘은 예전처럼 ESC가 확 출력을 줄이는 세팅이 드물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언더스티어 성향이다. 속도가 높으면 VSC가 바로 잡지만 그 이상에서는 조향보다 밖으로 밀린다. 차와 하체의 능력에 비해 VSC의 개입이 조금은 빠른 게 아닌가 싶다. 중요한 것은 타이어나 리어가 미끄러져도 가속 페달을 더 밟을 수 있을 정도로 거동이 안정적인 것이다.

VSC를 오프하면 더욱 퓨어한 몸놀림을 보인다. VSC 온과는 반대로 속도가 높아지면 조금씩 오버스티어 성향을 보인다. 조향보다 머리가 더 안쪽으로 향하는 거동은 운전자를 더 긴장하게 만들어서 VSC 온보다는 한층 스릴이 있다. 운전의 스킬이 된다면 VSC 오프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VSC 오프라도 결국 나중에는 개입을 한다. EPS로서 운전대의 감각은 놀랄 만큼 뛰어나다. 내가 경험한 최고의 EPS 중 하나이다.

수치로 보는 86의 동력 성능은 평범하다. 이보다 빠른 차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리고 86이 서킷이나 슬라럼에서 월등히 빠르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이보다는 운전의 재미, 운전자의 요구대로 잘 움직여주는 능력이 86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86은 요즘 시대에는 만나기 힘든 스포츠카다.


주요제원 토요타 86

크기
전장×전폭×전고 : 4,240×1,775×1,285mm
휠베이스 : 2,570mm
트레드 앞/뒤 : 1,520/1,540mm
공차중량 : 1,239kg
트렁크 용량 : 50리터
연료 탱크 용량 : --리터

엔진
형식 : 1,998cc 수평대향 4기통
보어×스트로크 : 86×86mm
압축비 : 12.5:1
최고출력 : 203마력/7,000rpm
최대 토크 : 20.9kg,m/6,400~6,600rpm

변속기
형식 : 6단 자동
기어비 : 3.538/2.060/1.404/1.000/0.713/0.582
최종감속비 : 4.10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 215/45R/17
구동방식 : 뒷바퀴굴림

성능
0→100km/h 가속 : 8.4초
최고속도 : 209km/h
최소회전반경 :
연비 : 11.6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 150g/km

시판가격 : 수동 3,890만원, 자동 4,690만원
(작성일자 : 2012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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