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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BMW Z4 3.0i 포르투갈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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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2-11-04 14: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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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Z4의 시승회가 포르투갈의 남쪽 끝 아프리카를 바라보고 있는 지역인 파로(Faro)라는 휴양지에서 있었다. 전 세계에서 800여명의 기자들을 순차적으로 초청해 실시한 이번 Z4 시승회에서는 디자인 측면에서 크리스 뱅글의 의지를 실감할 수 있었고 또한 507에서 시작된 BMW의 오픈 로드스터가 정통 스포츠카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르투갈 현지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국장)

2002 파리살롱에서는 디자인 면에서 이렇다하게 눈에 띠는 작품이 없었지만 크리스뱅글의 BMW Z4만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떤 점에서인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던 차에 Z4의 시승 기회를 얻었다.


실제로 만난 첫 느낌은 그러나 뉴 7시리즈 때만큼 이질적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이미 뉴 7시리즈를 통해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2001년 디트로이트 쇼에 컨셉트카로 등장했던 X쿠페에서 그 라인과 터치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Z4의 라인은 그야말로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교과서처럼 여겨져왔던 풀 웨지(쐐기형 모양)의 라인이라든가 안정적인 웨이스트라인 등과는 거리가 먼 선의 사용 때문이다. 보닛 끝 부분에서 리어 필러 시작 부분까지 이어지는 선이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뒤쪽의 휠 하우스와 같은 개념으로 원을 그리며 트렁크 쪽으로 돌아간다. 분명 직선이 강하게 사용되어 있으면서도 곡선이 살아있는 선의 사용은 통상적인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웨이스트 라인(허리선)을 두 개를 설정한 아이디어도 기발하다. 아래쪽은 클래식한 특성을 살리고 위쪽은 파워풀한 성격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앞쪽 필러(도어와 앞 유리 사이의 기둥)에서 프론트 휠 하우스 뒤쪽으로 내리 꽂는 선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할 것 같은 터치이다. 거기에 도어 아래 부분과 보디가 만나는 선도 예사롭지가 않다.

Z3가 마쓰다 미아타 MX-5로 시작된 경량 로드스터의 트렌드를 추종한 면이 없지 않았다는 평가와는 달리 이번에는 Z4가 오히려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크리스 뱅글은 변화에 대해 주저하고 있는 세계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하나의 화두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차체의 전체적인 중량 배분은 프론트 50.3: 리어 49.7로 거의 같은 비율로 되어 있다. 엔진은 당연히 앞바퀴 차축 뒤쪽에 탑재되어 있고 그것이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해 리어 휠에 전달되는 구조를 하고 있다. 물론 뒷바퀴를 구동한다.

길고 넓게 설정된 후드와 상대적으로 긴 휠 베이스, 그리고 억제된 오버행 등이 극단적으로 주행성에 비중을 둔 차임을 알게 해주고 있다. 그것은 이 차가 더 이상 단지 경량 로드스터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무장된 스포츠카임을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Z4의 소프트 톱은 단 10초만에 간단하게 열리고 닫힌다. 그리고 그것을 별도로 덮어주는 커버가 없다는 것도 색다른 점이다. 그 소프트 톱을 수납하는 트렁크는 골프백 두 개가 들어갈 공간이라고 BMW측은 주장하는데 조금은 힘을 들여야 가능할 것 같다.
전장은 4,091mm, 전폭 1,781mm에 휠 베이스는 2,495mm.

인테리어 사양은 전체를 가죽으로 감싸고 있었는데 블랙톤의 분위기다. 에어컨과 오디오 등이 있는 센터 페시아의 간결한 디자인과 오른손에 저절로 잡히도록 위치한 기어 레버, 그리고 원형으로 설계된 계기판이 Z4가 추구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암시하고 있다. 물론 BMW의 자랑인 온보드 컴퓨터용 LCD디스플레이도 채용되어 있다. 에어컨 조절 스위치의 로터리방식은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구성이다. 버튼으로 눌러서 조절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좋다. 시트 포지션은 당연히 낮고 약간은 뒤로 누운듯한 자세로 발을 앞으로 쭉 내밀어 페달류와 자세를 맞추면 레이싱카의 감각이 그대로 살아난다. 등을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는 안정감을 더욱 높여 주며 시트백 뒤로 솟아 있는 롤 오버 바가 안전에 대한 배려를 읽을 수 있게 한다. DVD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핸즈프리등이 옵션으로 설정된다고 하는데 그런 내용보다는 어서 빨리 달려 보고 싶은 충동만이 다가온다.

일반 운전자도 스포츠 주행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세팅


Z4의 엔진은 192마력/6,000rpm을 발휘하는 2.5리터와 231마력/5,900rpm을 내는 3.0리터 두 종류가 있다. 여기에 3.0i에는 6단 수동 변속기 또는 5단 스텝트로닉 AT, 2.5i에는 5단 수동 또는 스텝트로닉 AT가 조합된다. BMW측에 따르면 내년 봄부터는 두 모델 모두에 SMG(Sequential Manual Gearbox)가 옵션으로 채용된다고 한다.

시승차는 3.0리터에 6단 MT 사양이란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시동키를 돌리니 뒤쪽 머플러에서 경쾌한 시동음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0에서 100km/h까지 가속성능이 5.9초라고 하는 가속성능은 내 오른발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예 풀 스로틀을 요구한다. 그만큼 적응속도가 빠르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일단은 통상적인 포장된 시골길. 저속에서 Z4의 하체는 어지간한 요철은 그대로 히프에 전달한다. 그런데 스티어링 휠에 킥백(노면 충격이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는 현상)은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아니 전혀 없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BMW가 강조한 EPS(Electric Power Steering)의 채용으로 인한 스티어링의 조타감은 일품이다. 유격이 최대한 억제되어 있고 예민하게 조타를 해 준다. 핸들링에 대한 자신감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하체는 틈만 나면 머리를 뒤로 젖혀지는 가속감을 즐기게 해준다.
클러치를 미트시키는 것은 정통 스포츠카처럼 무겁고 딱딱한 감각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을 허용하는 스타일이다. 다만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1단 미트시에 숙달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에는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차들이 별로 없다. 편도 2차선포르투갈 고속도로는 전에도 한번 타본 적이 있다. 톱을 내린 상태로 달렸다. 통상 속도 영역인 100km/h 부근에서는 바람 들이침으로 인해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우선 생각없이 가속을 해 갔다. Z4는 여기서 진가를 발휘했다. 5단에 시프트 한 상태에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아도 어느새 속도계의 바늘은 200km/h를 넘어선다. 앞쪽 상황을 파악하며 계기판으로 눈을 내리자 엔진회전계의 바늘은 5,300rpm 부근에 달해있고 속도는 230km/h에 이른다. 그러면서 차체는 더 가라앉는 느낌이다. 필자가 흔히 하던 말대로 엉치뼈 부근에 아직은 아무런 느낌이 없다. 그 상태에서 어깨에 전달되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이 오른발을 더 자극한다.
조금은 더 가속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자 속도제한계가 작동하는 250km/h 약간 미치지 못하는 속도까지 올려 보았다. 그 상태에서 오른발을 왼쪽 페달로 옮기는 것만으로 속도는 충분히 줄어든다.
이어서 굴곡이 심한 산악도로에서는 약 100km/h에서 130km/h 사이의 속도로 달려보았다. 엔진회전을 특별히 올리지 않아도 되고 기복에 따라 기어 변속을 요구하지 않는다.

스티어링의 감각은 손에 달라 붙는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분명 뒷바퀴를 구동하는 차임에도 오버 스티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DSC(Dynamic Stability Control)과 DDC(Dynamic Driving Control) 등과 어울려 실제 위험한 상황에서 탈피하게 해 주었다.

그 상황을 설명해 보자. 웬만한 코너링에서 어깨에 부하가 없이 라인 추종을 해주는데 재미를 붙여 점차 속도를 높여갔다. 어지간한 각도에서는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를 내지 않고 속도와 라인을 그대로 밟아가며 전진해 주었다. 항상 그렇듯이 과유불급이다. 그저 90도 정도의 커브가 연속되자 계속 그러려니 하고 ‘슬로우 인 패스트 아웃’ 개념을 망각한 채 ‘패스트 인 패스트 아웃’을 해 갔다. 속도는 100km/h에서 120km/h 정도를 유지했다. 그런데 갑자기 스티어링 조작 정도보다 훨씬 심한 U자형 급 커브길이 나타난 것이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그대로 밀어 붙였다. 반대차선을 반 정도 물고 들어갔지만 오버 스티어(과도한 핸들링)라든가 차 뒤쪽이 미끄러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이내 자세를 잡아 주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찔한 것은 드라이버였지 Z4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이후로 속도가 더 올라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브레이크를 밟고 천천히 코너를 진입해 보기도 해 보았지만 굳이 그렇게 해서 속도를 떨어 트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Z4는 높은 추종성을 보여 주었다.
BMW Z4는 더 이상 헤어 드레서라는 평가를 받았던 Z3의 성격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스타일링 면에서는 물론이고 주행성면에서도 아예 정통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주행성을 살려내고 있었다. 특히 BMW가 경쟁 상대로 지목한 포르쉐 복스터와는 또 다른 BMW만의 달리기 성능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모처럼만에 당장에라도 소유하고 싶은 차를 후회없이 달려 본 포르투갈에서의 하루였다.

BMW_C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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