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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현대 월드카 파문, 앞뒤가 맞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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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05-16 19: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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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간을 시끄럽게 하고 현대자동차의 월드카 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사건의 전말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5월 7일 일요일 현대자동차가 일본의 미쓰비시와 독일의 다이믈러크라이슬러와 함께 월드카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8일 아침 영국의 파이넨셜 타임즈지가 다이믈러크라이슬러측 관계자의 말을 빌어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자 국내 언론들은 현대가 최근 루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한 건 주의의 결과라고 들고 나왔다.

이어서 이틀 뒤 미쓰비시는 소형차를 개발하는 문제에 대해 현대와 협의를 진행했다고 발표해 어느 정도 위신은 살려 주었다.시의 가와소에 사장은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까지는 협의되지 않았다며 현대와 다임러크라이슬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3사가 협의할 상황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주도권 다툼의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개발비 부담문제 때문에 서로 신경전을 벌인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다. 현대는 그에 대해 미쓰비시가 다이믈러크라이슬러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미쓰비시와의 협의는 곧 다이믈러크라이슬러와의 협의와 다름없다는 주장을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 언론들은 복잡한 계산을 너무 잘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식의 사고방식으로, 우리식의 잣대로 계산을 해 거의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잘 만들어 낸다.

그런데 정작 그 프로젝트의 대상인 월드카(World Car)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라면 세계 어느곳에서나 통하는, 즉 팔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아시아카(Asia Car)다. 배기량 1,000cc 정도의 리터카에 차체의 크기도 배기량에 비해서는 약간 큰 듯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서 팔릴 수 있는 차를 말한다. 당연히 연료 소비도 적어야 한다.

리터당 25km를 달릴 수 있는 차라고 현대측이 말했는데 어쩌면 3리터카(3리터의 연료로 100km를 달릴 수 있는 차: 독일의 오펠 코사, 일본 도요다 프리우스 등 꾀 여러 종류의 모델들이 있다)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월드카 전략은 이미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10여년 전부터 구상해 온 모델이다. 더 좁혀서 이야기하면 21세기 최대 잠재시장인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먹힐 수 있는 차라는 얘기이다.

그런 차를 만드는데는 분명 다이믈러크라이슬러보다는 현대자동차나 미쓰비시가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고급차 만들기만을 고집해왔던 벤츠나 미국시장에서 잘 팔리는 3,000cc 이상의 모델들만을 만들어 온 크라이슬러보다는 이미 국민차 개념의 모델들을 만들어 왔고 완성도가 높은 현대나 미쓰비시가 이런 류의 모델을 개발하고 만드는데는 더 앞서 있다.

벤츠의 경우 지금 MCC에서 스마트라는 미니카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벤츠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발매 후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 다시 수정하느라 고전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도 네온이라는 2리터급 모델이 있지만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인데 현대가 다이믈러크라이슬러와 같이 개발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측의 경영진들이 자신들과 미쓰비시, 다이믈러크라이슬러의 그런 차이를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 사건은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의 M&A물결 속에서 현대의 위치 확인을 위한 고민 중 나온 돌발 사태일 수 있다. 또 하나 국내의 시각처럼 시장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난국을 탈피하고자 대형 프로젝트를 내 세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는 자동차산업에서 잔뼈가 굵어 온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의 의도를 재대로 읽지 못하고 성급하게 내린 결과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을 통해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자동차의 위치가 그리 만만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대해 처음 부인했던 다이믈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 모두 월드카 개발에 대한 계획이 진행 중에 있음은 시인함으로써 무조건 현대를 궁지에 빠트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현대자동차의 이런 돌출 행동을 보는 세계의 자동차업계의 시각이 어떨까 하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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