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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현대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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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13-03-21 22: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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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다. 운전 감각이 자연스럽고 주행 성능은 대단히 부드럽다. 연료전지의 시스템은 미래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운전 자체는 현실적이다. 전기 모터의 특성상 초기 순발력은 좋은 대신 고속으로 뻗어나가는 힘은 부족하다. 순발력만 놓고 보면 일상 용도로는 무난한 수준이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흔히 내연기관→클린 디젤→마일드 하이브리드→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EREV→전기차 순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한다. 풀 하이브리드까지는 어느 정도 대중화 됐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후의 기술은 아직까지 와 닿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전기차도 빠른 시일 내에 대중적인 보급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기차 이후의 친환경 기술로 연료전지를 꼽는다. 연료전지가 궁극적으로 가장 친환경적인 기술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연료전지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나타난 성과는 없다. 연료전지는 너무 먼 미래의 기술로 느껴지고 이에 따라 여기에 많은 투자를 할 만큼의 여유 있는 자동차 회사가 많지 않다. 연료전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는 손에 꼽는다. 그중 하나가 현대이다.

GM과 토요타, 벤츠 등의 회사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2015년에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도 2015년까지 1,000대 규모의 연료전지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연료전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신기술은 비싸고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연료전지 상용화 여부도 비용 절감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다.

현대는 지난 1998년부터 연료전지차의 개발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차량 제작 가격이 25억 원에 달했다. 비싼 차라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보관하라는 농담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억 원까지 낮아진 상태이고 앞으로는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혼다의 연료전지차 FCX도 2005년 당시 제작 비용이 100만 달러를 넘었지만 지금의 FCX 클래러티는 12만 달러까지 낮춘 상태다. 토요타는 지난 2009년에 열린 CARB(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의 ZEV 기술 심포지움에서 2015년까지 연료 전지의 비용을 현재의 10분의 1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토요타는 상용화 되는 시점에서는 6만 달러까지 낮추는 게 목표이다.

참고로 혼다의 FCX 클래러티는 2008년 6월부터 생산이 시작됐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리스 판매가 시작됐다. 일반 고객에게 판매된 첫 번째 연료전지차가 2005년에 나온 초대 FCX이다. 2010년에는 미국에 50대, 전 세계적으로는 200대가 리스 판매됐다.

연료전지 시스템은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전기 모터가 구동축을 돌리는 것은 전기차와 같지만 이에 공급되는 힘은 다르다. 전기 모터를 돌리는데 필요한 힘을 연료전지가 생산한다. 연료전지는 두 전극을 통해 수소와 산소가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의 열효율은 20%에 불과하지만 연료전지는 최대 60%에 이른다. 그리고 머플러에서는 오직 수증기만 배출한다.

유럽 메이커는 보통 전문 회사와 함께 시스템을 개발하고 혼다와 토요타는 독자 개발로 방향을 잡았다. 현대는 후자에 속한다.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으며 국산화 비율이 95%에 달한다. 특히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택과 인버터 등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 눈에 띄는 부분이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의 개발에는 120개 이상의 국내 부품 회사가 참여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20% 컴팩트한 연료전지 시스템도 나온다. 그리고 투싼 같은 SUV 이외에도 중형급 승용차 기반의 수소연료전지차도 나올 계획에 있다.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간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3세대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시스템 구성은 연료전지스택(100 kW)과 수소 탱크(700기압),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24 kW)로 구성된다. 구동력을 공급하는 전기 모터의 출력은 약 136마력이다. 투싼의 차체 사이즈와 무게를 감안하면 약간은 부족해 보이는 출력이다. 대신 연비는 빼어나다. 유럽의 NEDC 기준으로 공인 연비가 27.8km/L에 달한다.

연료전지차는 전기차와 비슷하다. 엔진 시동을 거는 게 아니라 시스템 대기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는 ‘READY`가 뜬다. READY 상태가 되면 운전이 가능한 상태다. 시스템 대기 상태에서의 정숙성은 그야말로 고요하다. 아주 희미하게 소음이 들리긴 하지만 내연기관 차와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조용하다.

연료전지차의 또 다른 장점은 정숙성이다. 일반적인 자동차의 진동과 소음은 내연기관에서 비롯된다. 연료전지차는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 면에서도 크게 유리하다. 시스템 대기 상태에서는 각종 전장품이 내는 소리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당연히 진동도 없다.

수소연료전지는 미래의 차이다. 이런 종류의 차를 타면 모르게 이질감이 드는 경우가 많다. 어딘지 낯선 분위기다. 하지만 투싼ix 수소연료전지는 일반 투싼과 동일하다. 실내에서 다른 점은 계기판과 시스템의 작동을 보여주는 모니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디자인이 약간 변경된 기어 레버 정도이다. 나머지는 일반 투싼과 동일하다. 실내 공간 자체도 같다. 트렁크 용량만 약간 줄어들었다. 그리고 스티어링 컬럼 우측에는 냉간 시동을 도와주는 CSD 버튼이 추가됐다.

주행 중에도 정숙성은 그대로 이어진다. 엔진 소리가 없기 때문에 노면 소음이나 바람 소리가 좀 더 부각될 뿐, 전체적인 정숙성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정숙성은 방음 정도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투싼 연료전지차의 경우 전체적인 소음 차단을 잘했다.

‘수소연료전지차’라고 하면 뭔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실제로 어렵다. 하지만 운전하는 자체는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일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진배없는 수준이다. 느낌이 조금 차이가 날 뿐이다.

연료전지차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전기 모터가 구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전기차와 같다. 그래서 그동안 타봤던 전기차와 가속 느낌이 비슷하다. 다른 것은 이전에 시승했던 전기차보다 이질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브레이크 감각이다. 전기차는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어색했는데, 투싼 연료전지차는 그런 부분이 많이 줄었다. 물론 일반 자동차보다는 조금 다르지만 이정도면 별 무리 없는 수준이다.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의 세팅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설명이다. 브레이크의 반응도 전기 모터처럼 초기 반응이 민감한 세팅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엔진과 전기 모터는 성질이 다르다. 엔진은 기본적으로 회전수를 올려야 힘이 나오지만 전기 모터는 다르다. 전기 모터는 0 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그러니까 작동하는 즉시 가장 큰 힘을 내고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토크가 하락한다. 엔진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투싼 연료전지차는 가볍게 출발하고 가속 페달을 많이 밟지 않아도 가속이 잘 된다. 가속 페달을 약간 밟으면 전기 모터에서 큰 힘이 나온다. 단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지속성이 없다. 초반 토크만 보면 굉장히 잘 나갈 것 같지만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았을 때는 생각만큼의 반응이 없다. 그러니까 내연기관차처럼 뭉클하는 토크는 없고 꾸준히 가속되는 타입이다. 이는 전기차와 비슷하다. 대신 볼트나 리프 같은 전기차보다 가속의 느낌 자체가 한층 가볍다.

0→100km/h 가속 시간은 12.5초이다. 이정도면 일상용도로는 무리 없는 순발력이다. 대신 100km/h 이상의 속도에서는 가속력이 많이 처진다. 100km/h까지는 힘들지 않고 가속되지만 고속까지 뻗는 힘은 많이 부족하다. 제원상 최고 속도인 160km/h 도달이 쉽지 않다. 아직까지 전기 모터가 갖는 한계이다. 더 큰 출력의 전기 모터를 얹으면 이보다 좋긴 하겠지만 기본적인 특성은 그렇다.

계기판 구성은 하이브리드와 비슷하다. 오른편에 속도계가 있고 왼편에는 전기 모터와 회생 에너지의 작동을 알려주는 액정이 있다. 가속을 하면 엔진의 회전수가 올라가는 것처럼 ‘POWER`의 눈금이 올라간다. 가속을 세게 하면 눈금도 더 올라가고 바닥까지 밟으면 가장 끝까지 치솟는다. 반대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늘은 ’CHARGE` 영역으로 들어온다. 배터리 충전이 되는 상태이다.

기어 레버 디자인도 약간 다르다. 기본적으로 P-R-N-D가 있는 건 같은데 E와 L이 추가됐다. D 상태에서 레버를 위로 올리면 E 모드가 된다. 그러니까 연비 위주 모드이다. L은 하이브리드에서도 볼 수 있는 모드이다. 내리막에서 L로 모드를 바꾸면 제동이 강하게 걸린다. 충전이 더욱 빨리되는 모드이다. 내리막에서 L 모드를 사용하면 브레이크의 부담도 한결 줄어든다.

투싼ix는 현대 라인업에서 가장 고속 안정성이 좋은 차 중 하나였다. 연료전지차도 마찬가지다. 직진 안정성이 좋고 탄탄한 주행 안정성을 보여준다. 연료전지차는 일반 투싼보다 약 200kg이 무겁다. 회전할 때 보면 확실히 무겁다는 게 느껴지지만 무게 중심은 오히려 낮아지지 않았나 싶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핵심 파츠 중 하나인 수소 탱크의 용량은 5.6kg이고 기압은 700이다. 한 번 충전으로 가능한 최대 주행 거리는 600km를 육박한다. 5.6kg의 수소 탱크를 충전하는 시간은 5분 이내이다. 이정도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고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 시간과 비교해서는 월등히 빠른 것이다. 미국 DoE에 따르면 앞으로 수소 가격은 1kg 당 최대 2달러까지 낮아질 예정이기 때문에 유류비 면에서도 유리하다.

따라서 연료전지 시스템의 비용이 크게 낮아지고 수소 인프라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연료전지가 주류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연료전지 같은 친환경차에 투자를 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현대는 자동차 업계에서 후발주자이고 지금까지는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역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출발점도 다르다. 하지만 연료전지는 비교적 비슷한 선상에서 시작을 하는 기술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현대가 연료전지 분야의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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