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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포르쉐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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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3-01-23 16: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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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시리즈가 996보디로 변신한 시점을 경계로 미국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혹자는 사라질 뻔했던 브랜드가 부활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90년대 초 포르쉐는 어려웠다. 996보디로의 진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자동변속기의 채용이 가장 큰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보급형이라고 할 수 있는 복스터의 히트도 크게 기여한 점도 있지만. 작년 여름 TV시승을 위해 시승을 했던 911 카레라 컨버터블을 오늘 글로벌오토뉴스와 채영석의 자동차세상 독자들을 위해 다시 스티어링을 잡았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nodikar@megauto.com)

포르쉐는 잘 알다시피 정통 스포츠카 장르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모델이지만 시장 측면에서 본다면 니치마켓 브랜드다. 많은 모델을 쏟아 내놓는 양산차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911만 하더라도 연간 5만대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요즈음 포르쉐는 아주 잘 나가는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표정조절을 해야 할 정도다.

그 이유는 절묘한 라인업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포르쉐는 과거 944와 968, 그리고 GT카 카테고리에 속했던 928 등으로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모델들도 모두 시승을 해 보았지만 흔히 말하는 스파르탄 감각에 충실한 소위 말하는 포르쉐류의 주행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996보디로 진화한 이후 복스터가 고성능 버전 S와 함께 혁혁한 공을 세우고 여기에 최강 포르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 세운 터보와 GT2 등이 추가되며 수요를 적절히 창출해 나갔다.

순서대로 살펴 보자. 우선은 신세대 포르쉐라고 할 수 있는 복스터를 1996년 204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엔진을 탑재해 출시했다. 이듬해 포르쉐는 300마력에 달하는 신형 포르쉐 911(996보디)을 선보였다. 그러자 이 두 모델의 격이라든가 성능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포르쉐는 1999년에 최고출력 252마력을 발휘하는 엔진을 탑재한 복스터 S로 그 갭을 매꾸었다. 여기에 더해 911시리즈 전체적인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무려 420마력의 911터보를 데뷔시켰다.

포르쉐는 이 라인업 구성을 절묘하게 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고 특히 미국시장에서 높은 반응에 힘입어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모든 것들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그동안 목을 옥죄었던 실적부진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모두가 부러워 할 정도로 힘을 펴게 되었다.

오늘 시승하는 포르쉐 911 카레라 컨버버블은 1999년에 리디자인 된 것이다. 그것이 2002년형 모델로 다시 변신했다. 업데이트된 버전인 셈이다. 2001년 프랑크푸르트쇼 취제 갔을 때 이미 첫 대면이 있었던 모델이다. 크기는 4430×1770×1305mm, 휠 베이스 2,350mm. 그다지 큰 덩치는 아니지만 무게는 1,910kg으로 2톤에 가깝다.

익스테리어는 날렵하고 낮고 곡선미가 살아있지만 어딘지 고집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프론트와 리어 오버행이 긴 것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전통적인 패스트백 프로필은 35년간에 걸친 911의 라인을 통해 살아있다. 카레라 모델은 옵션으로 스포츠 서스펜션을 선택할 수 있고 쿠페는 루프랙도 장착할 수 있다. 잡다한 것을 거의 붙이지 않은 것은 역시 순수 스포츠카다운 맛을 살려준다.

카레라 시리즈에는 쿠페와 카브리올레 그리고 AWD의 카레라 4가 있다. 외형은 분명히 911인데 헤드램프 디자인은 터보의 것을 유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복스터와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프론트 엔드가 새로워졌고 더 넓어진 리어 엔드 패널과 타원형으로 된 배기가스 테일 파이프의 디자인도 바뀌어 있다. 그 중에서도 불만으로 여겨졌던 카브리올레의 리어 윈도우를 수지제에서 글래스제로 바꾼 것도 눈에 띤다.

인테리어 역시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 4인승 포르쉐인 911은 앞좌석 승차자를 위해서는 넉넉한 공간이다. 하지만 리어 시트는 사람이 앉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과거와는 달리 갖가지 옵션들이 넘쳐 나고 있다. 텔레스코프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파워 선루프라든가 카세트 스테레오 시스템, 도난방지 시스템, 열선 파워 미러, 파워 윈도우,자동 온도조절장치, 크루즈 컨트롤, 중앙집중 도어잠금장치, 분리 폴딩 리어 시트 등 헤아릴 수 없는 편의장비들을 만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파워 프론트 시트 메모리와 CD 플레이어, CD 체인저, 바이 제논 헤드램프, 헤드램프 워셔 등 GT카 수준의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잠금장치가 있는 글로브박스가 채용되었고 4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3스프크 휠로 바뀌었다. 컵 홀더가 센터 대시보드에 내장된 것과 새로운 시트벨트 프리텐셔너와 로드 리미터가 장착된 것도 변화다. 여기에 Bose 디지털 사운드 시스템이 옵션으로 추가되었다.

시승차는 직물로 된 톱을 채용하고 있는데 옵션으로 탈착 가능한 하드톱도 선택할 수 있다.

포르쉐의 정신은 살아있다.

911 카레라는 2002년형으로 변신하면서 엔진 배기량을 200cc 확대해 출력을 20마력 올렸다. 2002년형 911은 3.6리터의 수평대향 6기통으로 320ps/6,800rpm의 최고출력과 37.7kgm/4,2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스트로크가 78.0에서 12.8mm 연장되어 보어×스트로크=96×82.8mm로 되어 배기량 3,596cc로 확대되었다. 물론 공랭식이 아닌 수냉식이다. 출력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오히려 6% 개선되었다고 한다. 물론 출력이 향상된 만큼 섀시를 강화하고 각종 장비도 더욱 충실하게 보강했다. 그동안 사용해 온 흡기측의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바리오캠)에 더해 혼다 VTEC처럼 가변 리프트 시스템도 추가했다. 터보 모델에 한발 먼저 채용된 바리오캠 플러스가 그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배기량의 확대로 인한 출력의 향상 덕에 성능면에서도 한층 강화되었다. 실제로 오른발에 느껴지는 감각은 고회전에서의 뛰어난 파워의 추출도 감탄이 나오지만 더불어 3,000rpm 전후에서의 토크감이 인상적이었다. 굳이 풀 스로틀을 시도할 필요가 없다. 오른발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조절하면서 원하는 만큼의 가감속을 즐길 수 있다.

가끔씩 킥다운을 시도하면 5단에서 2단까지 단숨에 내려가며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의 등을 때리는 듯하는 파워를 즐기는 재미도 만만치 한다.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는 포르쉐만의 특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매력이 포르쉐를 사랑하지 않을 수없게 하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스티어링 휠에 설계된 팁트로닉 버튼도 굳이 아끼지 말고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느 영역에서나 부담없이 조작을 해 가며 달릴 수 있다.

종래보다 강력한 가속감은 결코 포르쉐가 연성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작년 봄 TV시승 시 공로에서 0에서 100km/h 도달 가속성능 간이 테스트를 해 보았었다. 앞좌석에 두 명, 뒷좌석에 카메라기자 포함 두 명 등 네명이 탄 상태에서 시도한 결과 6초가 나왔다. 촬영 후 스튜디오에서 필름을 돌리며 시간을 측정한 것이니 비교적 정확한 수치라 할 수 있다. 제원표상에는 5.7초. 네사람이나 탑승한 상태라는 것을 감안하면 가공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제원표상의 이 차의 최고속도는 280km/h. 과거 두어차례 돌파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차는 최고속도에 집착하기보다는 전 영역에서 차와 하나가 되어 몸으로 느끼는 것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것은 특히 안정적인 하체를 믿고 와인딩 로드 등을 자신있게 공략할 때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바퀴 굴림방식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몸에 익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반복된 연습을 한 후에 시도하기를 권한다. 일반적으로 안정성에서는 뒷바퀴 굴림방식이 더 좋다고 하지만 앞바퀴 굴림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훨씬 예민하게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헤어핀 등에서는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리어가 흘러 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그것을 제어할 능력을 습득하지 못한 운전자에게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운전특성을 이해하면 이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2002년형 911카레라는 프론트 범퍼의 디자인 변경 또는 프론트 휠이 앞쪽에 설계된 리프 스포일러의 채용에 의해 저항계수는 그대로인체 양력계수를 대폭 낮추었다고 한다. 에어로다이나믹스의 강화다. 이로 인해 초고속역에서도 기본적인 안정성은 충분한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프론트가 맥퍼슨 스트럿, 리어 코일스프링. 다만 오늘 시승에서는 눈길인데다가 톱 개폐장치의 고장과 일부 문제로 인해 심리적인 안정감이 떨어져 220km/h까지 밖에 도전하지 못했다. 이때 타코미터 바늘은 5,400rpm 전후.
핸들링 우선의 차만들기와 거친 노면에 대한 반응, 가속감 등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이래서 포르쉐를 탄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대목에서는 양보가 없다는 얘기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포르쉐의 정신은 그대로 살아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안전성에서의 배려도 충분하다. 사이드 임팩트 에어백과 4륜 디스크의 ABS, 리어 시트 뒤쪽에 설계된 전복사고에 대비한 세이프티 바 등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다. 전자제어 안정성 강화 시스템인 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늘날의 포르쉐는 다루기 쉽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과거의 스파르탄 감각을 선호하던 정통파들에게는 아쉬운 대목도 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판매가 신장되었다는데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도 로드 머신이라고 불렀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크게 실망시키지 않는 포르쉐만의 자세는 여전하다. 요즈음의 스포츠 세단이라고 주장하는 모델들과는 확연히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르쉐는 말 그대로 온 몸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그 스티어링을 허락하는 차다. 요즘은 그 범위가 좀 넓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포르쉐의 이미지이고 포르쉐는 여전히 그 점에서만큼은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

*오늘은 톱 개폐장치가 고장이 나 오픈 상태의 촬영을 할 수가 없어 독자들에게 죄송하다. 최근 시승이 잦아지면서 업체의 시승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요제원 :카레라 카브리올레(5AT)
:전장×전폭×전고=4430×1770×1305mm/휠 베이스=2350mm/차량중량=1480kg/구동방식=RR/3.6리터/수평대향6기통 3,596cc DOHC 24밸브(320ps/6800rpm, 37.7kgm/4250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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