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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푸조 607 3.0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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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3-02-07 19: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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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플래그십 607은 605의 후속으로 1999년 가을 프랑크푸르트쇼를 통해 데뷔한 모델이다. 3.0리터와 2.2리터 두 가지 엔진을 구비하고 있다. 실용성과 성능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는 프랑스차 중에서 럭셔리 모델에 속한다. 프랑스는 대통령도 3리터급차를 탄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곳곳에 스며있는 607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nodikar@megauto.com)

오랜만에 프랑스차를 탔다. 그것도 90년대 중반 총 생산대수 250만대를 몇 년만에 350만대까지 끌어 올리며 확실하게 살아남을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푸조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98년을 마지막으로 국내시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605의 후속 607이 오늘 만나는 모델이다.

유럽의 자동차들은 각 나라마다 성격이 독특하고 이미지가 강하다. 차의 기본 성격에서 영국차가 귀족적인 분위기를 추구한다면 독일차들은 안전과 성능에 중심을 둔 합리성이 무기다. 이에 반해 프랑스차는 실용성을 가장 중시한다. 무엇보다 필요 이상으로 큰 차를 만드는 것에 대해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프랑스차의 특징이다.

그런데 그런 프랑스차 중에서도 메이커별로 성격의 차이가 난다. 르노와 시트로엥이 전위적이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반해 푸조는 보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차 만들기를 한다. 특히 푸조는 기본기가 충실한 차만들기로 실용성과 주행안정성에 가장 비중을 둔다.

어쨌거나 이런 배경을 가진 푸조의 플래그십 607은 우선 이름부터 궁금하다. 106, 206, 406, 806 하는 식으로 하위 모델들이 307을 제외하면 모두가 6세대다. 그런데 이 모델은 7세대 모델 표기를 하고 있다. 6세대를 건너뛴 것이다.

607은 1989년에 505의 후속 모델로 데뷔한 605의 후속 모델이다. 그런데 그 605는 과거 604에서 맥이 끊겼다가 다시 살아난 모델이다. 그것이 다시 1999년 가을 프랑크푸르트쇼를 통해 607로 진화했다. 그런데 왜 606이 아니고 607이라고 했을까?

푸조는 과거 305에서 309로 갔다가 다시 306으로 돌아오는 헷갈리는 네이밍을 한 경력이 또 있다. 606이 아닌 607로 그냥 건너뛴 것은 이미 다른 시리즈들이 모두 6세대로 진화해 있는 상황에서 나중에 데뷔한 플래그십 모델이 뒤따라간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아예 07 세대 모델의 첫 번째 모델로 내 세운 것이다. 6세대이면서 7세대라고 표기한 것이다.

쿠페 형상의 실루엣이 인상적

서론이 길었다. 607의 보디 크기는 전장 4,871mm, 전폭 1,835mm, 전고 1,460mm로 605보다 한층 커졌다. 휠 베이스는 2,800mm로 변함이 없다.

첫 인상은 대형 세단이면서도 쿠페와 같은 형상의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경량화를 위해 합성수지제를 사용한 후드와 펜더가 만나는 선은 505의 라인이 그대로 살아 있다. 보디 캐릭터 라인이 명확해 406쿠페와도 비슷한 우아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 피닌파리나의 406과는 터치가 다르다. 206에 이어 피닌파리나를 벗어난 것이다.

프론트는 볼륨감있는 실루엣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날카로운 인상의 헤드램프 등이 외관상 특징이다. 프론트의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새겨져 있는 푸조 엠블럼은 과거에 비해 키가 작아졌고 훨씬 매끄러워졌다. C필러에서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라인이 인상적이다. 트렁크 리드의 독특한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605의 보수적인 밋밋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사진으로 보는 것도 그 독창적인 선이 아름답지만 실제 만났을 때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 차는 직접 보아야 그 캐릭터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유행에 맞춰 크롬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웨이스트 라인에는 크롬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시동을 끄고 리모콘으로 도어를 잠그면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접힌다. 트렁크를 열기 위해 607이라는 숫자의 0을 누르는 것도 참신한 발상이다. 주행 중에 방향지시등을 켰다가 소등하는 것을 잊고 30초 이상 전진하면 작동음이 커지며 알려 주는 시스템도 재미있다.

인테리어는 단정함이 주제다. 실내 공간은 예상외로 넓다. 휠 베이스 2,800mm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랩 어라운드 방식의 대시보드 처리와 도어 부분의 슬림화로 인해 넉넉한 공간이 느껴진다. 뒷좌석도 부족함이 없다. 리어 암 레스트와 스키스루는 물론 기본. 앞뒤 시트 네 개 모두 히팅 기능이 설정되어 있는 등 편의성 면에서도 플래그십다운 구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트와 앞뒤 도어 네 개 모두를 전동으로 한 것 등을 비롯해 여기저기 푸조답지 않은 사치스러운 면이 많이 보인다.

디자인은 블랙 컬러의 단순함에 허리 부분에 크롬 라인을 넣고 센터 페시아와 도어 일부에 우드 트림을 적용해 엑센트를 주고 있다. 스티어링 휠에 리모콘 버튼 같은 것은 없다. 스티어링 칼럼 오른쪽에 별도의 조절 레버가 있는 것도 특이하다. 센터 페시아 위쪽에 멀티 기능 디스플레이는 트립 컴퓨터 기능을 수행한다. 주행속도에 따른 연료소모 정도 표시가 있어 경제운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시계표시는 너무 작다.

그레이드는 컴포트와 스포츠 두 종류. 전자는 천연가죽과 우드 패널을 적용하고 있는데 후자는 직물 내장과 카본풍으로 된 것과 휠 사이즈가 다른 정도의 차이다. 시승차는 컴포트. 천연가죽과 우드 패널로 치장된 컴포트 모델인만큼 고급감이 느껴진다.

전통의 푸조 컴포트가 살아있다.

이 차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전화벨소리가 들린다. 1분 가까이 끈질기게 울린다. 물론 벨트를 착용하면 사라진다.

607에 탑재되는 엔진은 406계의 상급 모델에도 사용되고 있는 210마력을 발휘하는 3리터 V6 DOHC와 160마력 사양의 2.2리터 4기통 DOHC 두 가지. 이중 시승차는 3.0리터 모델로 르노와 공동으로 개발한 엔진이다. 헤드 주변이 새로이 설계되고 새로운 흡기측에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를 채용한 유닛이다.

출력면에서는 변함이 없지만 포르쉐 팁트로닉과 같은 ZF제 4단 AT의 ECU가 지멘스의 8비트에서 모토롤라 32비트로 진화한 것이 두드러진 내용이다. 신형 ECU를 채택한 607의 변속기는 푸조 모델 중에서도 가장 변속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엔진과의 매치는 압권이다. 시승 도중 거의 매뉴얼 모드로 달렸는데 이쪽이 훨씬 즐겁다. 수동모드로 적극적인 운전을 권하고 싶다. 2,000rpm에서 4,000rpm 사이에서 거의 같은 수준의 토크가 발휘되며 당겨주는 맛도 일품이다. 자동변속기 비율이 3%밖에 되지 않는 프랑스에서도 통할만한 세팅이다.

엔진의 회전상승 느낌은 아주 기분 좋다. 저회전에서 부드럽고 고회전역까기 플랫한 토크를 발생해 준다. 소음이 커지거나 하지 않는다. 일단 통상영역인 100km/h에서 타코미터의 바늘은 2,300rpm 부근에서 움직인다. 이 상태에서 무심코 스로틀을 열어보았다. 중후하기보다는 가볍게 전진하는 편이다. 4,400rpm 부근에서 200km/h를 돌파한다. 기대 이상의 가속감이다.
분명 컴포트성에 더 비중을 두는 모델이지만 가끔씩 스포츠 드라이빙의 충동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BMW처럼 운전자를 자극하는 적극적인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푸조 컴포트(Peugeot Comfort)’와 어울려 여유있는 가속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같은 엔진이면서도 406 세단 V6보다 130kg 더 무겁기 때문에 실용영역에서의 가속성능은 약간 떨어진다. 하지만 그 핸디캡은 기어박스의 성능으로 충분히 커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오늘날 스카이 훅의 선조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타이트한 스트로크와 플랫한 승차감으로 정평이 있는 ‘푸조 컴포트’는 여전하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 여기에 9단계로 조정되는 전자제어 댐핑 시스템 AMVAR도 607만의 장비이다. 오토와 스포츠 두가지 모드가 있고 오토는 9종류의 다른 댐핑을 설정할 수 있다. 주행조건에 따라 최적의 설정을 자동으로 선택해 준다. 스포츠 모드의 경우는 그 중 가장 하드한 세팅으로 되어 있다. 실렉트 레버 뒤쪽의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댐퍼가 하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동시에 스티어링도 응답성이 무거워진다.

여기에 주행성을 위한 ESP, EBD, ASR, ABS, 비상 브레이크 보조장치 등 최신 전자제어 장치들도 만재하고 있다. 물론 앞좌석 듀얼 에어백과 사이드 에어백, 그리고 커튼식 에어백도 채용하고 있다. 브렘보제 브레이크는 4륜 디스크로 프론트만 벤틸레이티드. ABS가 작동되는 급제동 상황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비상등이 점등되어 후속차에게 경고해 주는 것도 아이디어다.

다만 엑셀러레이터 페달 주변의 잡소리가 가끔 들려오는 것은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슬린다. 505의 전통(?)이었던 바람 가르는 소리도 많이 억제되어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다.

전체적으로 607은 프랑스차 푸조의 플래그십다운 차만들기에 호화로운 편의장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져 여유있는 주행을 가능케하는 쾌적성을 중시하는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프랑스의 독특한 분위기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그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요소를 구비하고 있다. 색깔이 있다는 것은 그 차를 오래도록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과 통하는 이야기다.


주요제원
전징×전폭×전고=4871×1835×1460mm/휠 베이스=2800mm/차량중량=1580kg/3리터 V6 DOHC 24밸브 210ps/6000rpm, 29.1kgm/3750rpm 225/50VR17
가격: 2.2 5,700만원, 3.0 6,750만원(각VAT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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