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2004 렉서스 RX330 시승기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3-03-20 20:45:33

본문

오늘날 SUV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미국제 SUV의 정통파라 할 수 있는 지프 체로키나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미국에서 더 극성을 부리고 있는 렉서스의 SUV들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미국시장 전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토요타가 선보인 RAV4라는 모델과 이번에 데뷔한 RX330이 SUV의 트랜드를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2대째 소형 SUV인 RX330은 올 초 디트로이트쇼를 통해 정식으로 데뷔했다. 전 세계 시장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RX330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nodikar@megauto.com)



렉서스는 일본차의 품질이 세계 제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 브랜드다. 렉서스라는 브랜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9년이었다. 그런데 불과 1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세계인들은 렉서스의 위력에 압도당하고 있다.

렉서스가 SUV 시장에 먼저 선 보인 것은 지금은 LX470으로 진화한 LX450. 그 뒤를 이어 RX300이 1997년 데뷔했고 이번에 풀 모델 체인지를 해 RX330으로 등장했다. RX300은 97년 데뷔 이래 미국시장에서 월 7천-8천대를 꾸준하게 판매해 온 인기모델로 렉서스 브랜드의 리더격 모델이다.

2002년 연간 7만대 정도 RX300을 미국시장에 판매해 동급 시장 점유율 2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당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BMW X5나 아쿠라 MDX 등과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캐딜락 SRX를 비롯해 닛산 무라노, 인피니티 FX45 등 쟁쟁한 모델들이 등장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게다가 올 들어 주가를 올리고 있는 볼보 XC90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렉서스는 이런 후발 모델들을 따돌리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삽입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우선 SUV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서 RX300이 성공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다 알다시피 RX300이 데뷔할 즈음 미국 시장의 SUV는 주로 트럭을 베이스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픽업보다는 사용이 용이해졌지만 그래도 무기로 내 세우는 것은 강력한 파워와 오프로더의 주파성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렉서스는 이런 점에 착안해 역으로 아예 럭셔리 세단을 지향하는 SUV라는 컨셉을 내 세웠다. 당연히 플랫폼도 인기 모델인 캄리계의 것을 베이스로 했다. 그런 만큼 모노코크 보디의 RX300은 승용차에 가까웠다. 토요타는 이미 RAV4를 통해 이런 장르의 가능성을 시험한 상태였다. RX300은 그보다 한 단계 큰 사이즈로서 더욱 고급 설룬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가졌다. 이 컨셉이 미국의 오너들에게 먹힌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도 EF쏘나타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같은 개념, 같은 등급의 모델로 미국시장에서 인기가 높다는 점이 RX의 선진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렉서스의 초기 타겟 마켓을 아예 생활 수준이 높은 여성 오너로 잡았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미국에서는 패밀리카라고 하면 미니밴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는 차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등장한 것이 바로 RX였다. 특히 성능이나 드라이버빌리티를 중시하는 유럽과는 달리 쾌적성과 정숙성을 갖춘 다루기 쉬운 차를 더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모델로 포지셔닝을 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렉서스는 아예 드러 내놓고 여성 오너를 지향하는 마케팅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먹혀 들었고 이후 등장한 모델들도 이런 추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고급 세단 지향의 럭셔리성을 추구

그런 선대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이번에 등장한 RX330 역시 가장 비중을 둔 것은 럭셔리성이다. 호화로운 장비와 다양한 아이디어로 감각적인 차 만들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풀 타임 4WD를 채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로드성보다는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고급성, 쾌적성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안정성과 달리는 즐거움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RX330의 스타일링은 리어 부분을 가리고 보면 세단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다. 최저지상고가 일반적인 SUV는 200mm가 넘는데 데 비해 RX330은 180mm로 웬만한 승용차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기존 모델에 비해 수치상으로 분명히 더 커졌는데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오히려 작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전장은 155mm 늘어난 4730mm, 전폭은 30mm 증 1,845mm, 전고도 15mm 증 1,680mm로 휠 베이스는 100mm 증가한 2715mm. 전장이 길어지면 보통은 최소회전반경도 동시에 커지는데 RX330은 타이어의 꺾이는 각도를 크게 해 기존 모델의 16인치 타이어가 17-18인치로 커졌는데도 이전과 변함없는 수치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인상은 어딘지 재즈풍의 분위기가 살아난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한 얼굴 부분은 샤프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범퍼도 기존 모델보다 더 두터워졌고 노즈의 경사도 더 강조되어 있다. 헤드램프는 요즘 고급차에 유행하기 시작한 스티어링 연동 방식이 적용되어 있다. 사이드 뷰는 재즈풍으로 날렵한 이미지를 살려내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그보다 큰 변화는 리어의 쿼터 윈도우가 있는 부분. 기존 모델은 리어 쿼터 윈도우를 설계해 왜건과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별도의 쿼터 윈도우를 없애고 숄더 라인을 뒤쪽 위로 치고 올라가는 형태를 하고있다. 이것이 루프에서 내려온 필러와 교차해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리어 윈도우의 디자인도 아주 특이하다. 폰티악 아즈택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기존 모델이 스테이션 왜건 분위기가 강했다면 RX330은 해치백쪽의 분위기를 내려는 터치가 느껴진다.

실내로 들어가면 우선 대시보디 디자인의 변화가 눈에 띤다. 계기판의 클러스터를 3연식 분리형태로 처리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어두운 곳에서의 시인성 또한 뛰어나다. 그리고 센터 페시아의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기존과 컨셉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드로 처리했던 것을 위쪽을 메탈 그레인으로 분리해 별도의 음향기기와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그 가운데 설계된 하이엔드 마크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은 또 다른 바이어스 포인트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관계없이 오디오에 대한 비중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렉서스의 배려는 높이살만하다. 실렉트 레버 게이트도 일직선에서 Z게이트로 바꾸었다. 스티어링 휠 부분에도 우드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적절한 비율인 것 같다. 듀얼 존 온도조절 장치는 기본.

다음으로 눈에 띠는 것이 선루프다. 내 기억으로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차중에 3단으로 열리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개구부가 아주 커 거의 캔버스 탑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리고 다양한 수납공간의 배열을 통합해 슬라이딩식으로 처리한 센터콘솔의 설계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우드 트림을 적용해 기존의 슬라이딩 방식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되었다. 여성 취향이 강하다는 것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 이쯤 되면 이 차가 럭셔리 세단인지 SUV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를 알 수 있다. 다만 차고에 비해 히프포인트를 높게 설정한 시트 아래쪽에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별도의 수납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곳에 신발을 보관한다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요즘 그런 차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외부에서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크기의 확대가 실내에서는 크게 다가온다. 운전석에 앉으면 크기가 확대된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을 빠져 나갈 때 크기로 인한 부담이 약간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소회전반경은 그대로여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별 문제가 없다.

프론트 시트는 착좌감이나 지지성에서 부족함이 없다. 히프를 받쳐 주는 느낌도 안정적이다. 작아보이는 크기와는 달리 히프 포인트는 일반 SUV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이런 장르의 특성은 그대로 살아있다.

리어 시트는 40:20:40 3분할식으로 해 좌우 시트의 개별 슬라이드와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또한 시트자체가 앞뒤로 120mm 슬라이딩되는 것은 여전히 높이 살만한 부분이다. 센터 부분만 젖혀 스키 스루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차체가 커진 만큼은 시트보다는 화물공간 확대에 더 많이 배려를 하고 있다. 화물실 길이가 100mm나 길어진 것이다. 휠 베이스 연장만큼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해치게이트의 설계도 사용 용이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운전석에 버튼을 누르거나 리모콘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점 역시 토요타다운 발상이다.

정숙성과 쾌적성을 무기로
여유있는 즐거움을 지향


RX330은 차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3.3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여전히 커지고 있는 추세는 변함이 없다. 토요타측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시장의 오너들이 파워를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가솔린 엔진으로 3311cc V6 24밸브 VVT-i 방식으로 최고출력 233ps/5600rpm, 최대토크 33.5kgm/3600rpm을 발휘한다. 구동방식은 온로드 지향을 표방하면서도 풀타임 4WD를 설정하고 있다.

이그니션 키를 돌리면 조용하지만 경쾌한 시동음이 들린다. 요즘이야 디젤엔진도 소음부분에서는 신경 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SUV에 가솔린 엔진이 주는 부드러움은 상당하다. 스스르 미끄러져 나간다. 오른발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 얼마 되지 않아 익숙해지면 1845kg이나 되는 차체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치고 나간다.

특히 통상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100km/전후의 영역에서 부담 없이 전진해 준다. 이때의 엔진회전은 순항시 1800rpm 부근으로 상당히 낮은 설정이다. 이 상태에서 킥 다운을 하면 기존 일본차에서 느꼈던 히스테리 비슷한 현상이 없이 쭉 밀고 올라가 준다. 120km/h에서는 2,200rpm 정도. 이 상태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정숙성이다. 그것은 곧 쾌적성으로 이어지며 안락한 주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기왕에 내친 김에 스로틀을 열어갔다. 금새 속도계는 180km/h를 넘어서며 엔진회전은 5,000rpm 약간 못 미치는데 이때 스피드리미터가 작동되며 속도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130km/h 전후의 가속감은 일품이다.

몸놀림은 기대 이상으로 경쾌하다. 스티어링의 유격이 약간 여유있는 설정인데도 정확하게 반응해 준다. 서스펜션은 프론트가 새로 설계한 L형 로어암식 맥퍼슨 스트러트, 리어가 듀얼 링크식의 스트러트 방식이다. 톱 그레이드에는 차고를 4단계로 조절하는 새로운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도 채용되어 있는데 국내 버전에는 적용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이 시스템은 하이 모드에서 210mm나 높아져 오프로드 주행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온 로드 주행시에 차고를 15mm 낮게 해 푸트워크를 향상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와인딩 로드에서 빠르고 갑작스러운 코너링을 시도하면 SUV로서의 한계를 보여 준다. 과도하게 조작하면 뒤쪽 타이어가 끌리며 TCS 등이 깜박이고, ‘딩동 딩동’하는 소리를 내며 자세를 잡아준다. 승용차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했지만 롤 센터가 높아진 만큼의 자세변화는 어쩔 수 없다. 기본적으로 소프트 지향의 승차감이지만 차체 강성은 향상되어 있다.

브레이크 감각도 BAS(Brake Assist System)를 적용해 안심감을 높이고 있다. 물론 ABS와 EBD등도 기본. 여기에 타이어 압력 모니터 시스템이라든가 TCS등 하이테크 대부분을 채용하고 있다. 브레이크와 스티어링이 합해 오버 스티어나 언더 스티어 현상을 막아주는 VSC(vehicle skid control)도 채용하고 있다.

안전장비로는 운전자를 위한 앞 무릎 보호 에어백를 비롯해 사이드 에어백,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을 만재하고 있다. 이런 각종 하이테크를 동원한 개량과 새로운 설비의 채용에 더해 차음성의 향상과 풍절음의 저감 등도 개선된 내용이다.

극단적인 고급감의 표현에 있어 렉서스는 분명 독일차와는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렉서스의 그것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RX330은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렉서스류의 고급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