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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사브 9-5 에어로 2.3 TS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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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3-07-14 23: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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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몸으로 느끼는 성능ꡑ을 표방하는 사브 9-5의 스포츠 버전 에어로는 1998년에 첫 선을 보였고 현행 9-5는 작년에 페이스 리프트를 단행했다. 기존 라인업에서 리니어와 아크에 에어로를 추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고 세부적인 개선도 1,265군데에 달한다는 것이 사브측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다시 일부 변화를 주어 출시한 것이 오늘 시승하는 2003년형 모델.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사진 실장)

사브는 9-5와 9-3 두 가지 모델에, 9-5에는 왜건을 9-3에는 컨버터블을 라인업에 추가한 많지 않은 모델 구성을 하고 있다. 연간 판매대수도 13만대가 채 되지 않을 정도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본다면 니치마켓용 모델이다. 유럽 메이커로서는 탄생도 비교적 늦다. 1949년 12월 첫 번째 모델을 출시했으니 이제 55년 정도 된 메이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브의 아이덴티티는 여느 메이커 못지 않게 강하다. 그것은 항공기회사가 만든 자동차라는 점 때문이다.


사브(Saab)는 Svenska Aeroplan AB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ꡐ스웨덴 항공기 회사ꡑ란 뜻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브는 처음에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항공기 회사였다. 1937년 스웨덴 트롤헤탄 북부 강 기슭 대규모 부지에서 항공기 제조공장으로 출발하여 2차 세계 대전 때 군사용 비행기를 제작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더 이상 군사용 비행기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 대체 상품으로 자동차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 사브의 첫 자동차는 저 유명한 사브92.

그리고 오늘 시승하는 9-5의 원조인 9000은 1985년에 데뷔했다. 넓은 실내공간과 16밸브 터보차저 엔진으로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을 추구한 것으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9-5의 기본적인 키워드는 스포티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메이커이지만 사브는 독특한 차만들기를 통해 그것을 극복하려했다. 기본적으로 사브는 세단으로서의 일상성을 만족시키면서도 동시에 스포츠카로서의 성능을 겸비한 이중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 표현방법은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몸으로 느끼는 성능.

사브는 1998년 차명을 900과 9000에서 9-3와 9-5로 바꾸었다. 그리고 2002년에 모델체인지를 했고 2003년형은 부분적인 변경이 있었다. 하지만 프론트와 리어 스타일링은 항상 9-5의 스포티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다.

외관은 패밀리룩을 강조한 아이덴티티가 강하다. 이에 대해 사브측은 훨씬 시대감각에 충실하고 매력적이며 스포티한 드라이빙에 비중을 두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사브 특유의 후드처리와 프론트 라디에이터 그릴이 결합된 사브의 이미지다. 그리고 그릴 좌우로 부드러운 범퍼 라인이 일체 형태로 뒤쪽으로 흐른다. 그 사이에 바이제논 헤드램프도 더 커져있다.

프론트에 나타난 강한 사브 이미지가 인상적

사브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보닛의 처리는 마치 뚜껑처럼 펜더를 감싸는 형태로 되어 있다. 대부분 펜더가 보닛을 감싸는 형태로 되어 있는 것과는 다르다. 9-3도 이 부분은 9-5와 다르게 바뀌었다. 작년에 데뷔한 기아자동차의 2대째 리오도 이런 시도를 했는데 끝 선이 산뜻하게 처리되지 못했었다.

그리고 스포츠 버전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범퍼 아래의 립 스포일러다. 립 스포일러는 대부분 고속에서 다운포스를 유도하기 위한 장비로 쓰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라운드 이펙트보다는 디자인 측면의 배려가 더 강한 것이 현실이다.

사이드 실루엣은 낮게 설정된 웨이스트 라인으로 인해 차체가 더 낮아 보인다. 실제로 에어로 모델은 최저 지상고가 10mm 더 낮다. 뒤쪽에는 9-3와 마찬가지로 머플러가 범퍼 안쪽에 숨겨져 있지 않고 스테인레스 스틸 파이프가 드러나 있다.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825×1,790×1,475mm, 휠 베이스 2,703mm, 차량 중량 1,645kg. 휠은 17인치 10스포크 알로이가 장착되어 있다.

인테리어는 사브의 독창성이 훨씬 강조되어 있다. 계기판과 센터 페시아 부분이 완전히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비대칭 형상의 대시보드를 이루고 있다. 이것을 두고 우리는 항공기 타입의 콕핏이라고 한다. 물론 그런 점을 강조해서인지 센터 페시아의 버튼이 약간 어지러운 감이 있는 것은 거슬린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열된 버튼을 보고 이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은 여전하다. 올 봄 데뷔한 뉴 9-3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차답지 않게 계기판의 클러스터가 너무 단순하다. 크롬 링으로감싸진 9-3가 더 좋아 보인다. 물론 리니어나 아크가 우드 트림을 사용한 것과는 달리 스포티한 실버 컬러의 메탈그레인으로 처리한 것은 마음에 든다.

조목조목 들여다 보면 사브만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나는 내용이 많다. 예를 들면 센터 플로어에 위치한 이그니션 스위치를 비롯해 나이트 패널, 그리고 머리보호장치가 내장된 시트 등이 그것이다. 나이트 패널 버튼을 누르면 모든 램프가 꺼지고 계기판 중 속도계에만 불이 들어온다. 야간 운전시 시선을 흐트러뜨리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다.

스티어링 휠도 가죽으로 감싸져 있어 그립감이 아주 좋다. 스티어링에 있는 버튼 중 좌우에 있는 +와 - 버튼은 사브 센소 트로닉의 수동모드를 위한 장치. 다른 세미 오토매틱은 D레인지에서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옮겨 그 자체로 시프트 업다운을 할 수 있는 형태이지만 센소트로닉은 D레인지 아래로 실렉트 레버를 내리고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으로만 조작이 가능하다.

시트는 세미 버킷 타입으로 착좌감과 지지성이 아주 좋다. 특히 고급 세단으로서의 역할을 고려한 통풍구가 설계되어 에어컨 기능이 있는 시트는 무더운 여름 운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등급의 모델 중 에어컨 기능이 있는 시트를 채용한 모델은 9-5 에어로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리어 시트는 6:4 분할로 폴딩이 된다. 물론 가운데 스키스루가 별도로 있다. 재미있는 것은 리어 시트를 앞쪽으로 젖힐 때 헤드레스트는 뒷 선반에 그대로 남고 시트백만 앞으로 폴딩이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9-5 에어로 모델에는 후진 시 뒤쪽에 장착되어 있는 4개의 센서가 물체와의 거리를 1.8m부터 경고음으로 오너에게 알려주는 주차보조시스템 및 야간주행 시 눈부심을 막아주는 오토디밍 미러 등이 장착되어 있다. 여기에 라디오, 카세트, CD 데크, 200W 파워앰프, 9 스피커 등의 하만 카돈사 오디오 시스템이 세팅되어 있다.

말끔한 외관과는 다른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주행성


9-5의 엔진 라인업은 베이스 모델인 리니어에 탑재되는 185마력 직렬 4기통과 아크에 탑재되는 3.0리터 V6, 그리고 에어로 모델에 탑재되는 2.3리터 등 세 가지가 있다. 이중 에어로에 탑재되는 2.3리터 터보차저 사양은 최고출력이 2002년 모델체인지시 20ps 향상되어 250ps/5300rpm 최대토크는 33.7kgm/1900rpm를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사브의 신개발 센소트로닉 시스템으로 수동모드를 가진 자동변속기로 기존 4단 AT에서 5단으로 바뀌었는데 아이신제를 채용하고 있다.

오늘 시승하는 2.3TS는 배기량은 V6보다 적지만 250ps/35.7kgm의 파워를 발휘하는 직렬 4기통 터보 사양.

시내 주행에서는 아주 실키한 럭셔리 세단으로서의 주행감각을 보여 준다. 그냥 D레인지에 놓고 편안하게 진행을 하면 쾌적성에 비중을 둔 세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분명 이 차는 그런 식으로 운전해서는 진가를 느낄 수 없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마음껏 고회전 영역을 누비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80년대 말 피아트, 아우디와 함께 ꡐ바람난 과부ꡑ라고 했던 기억이 새롭다. 달라진 것은 가속감이 더 매끄러워졌다는 것이다. 오른발에 발을 올리면 금세 속도가 올라가는데 무심코 계기판을 보면 160km/h 영역이다. 통상영역인 100km/h의 속도에서 엔진회전은 1900rpm, 120km/h에서는 2,800rpm 부근이다. 초기 가속감은 약간 난폭한 감이 있다. 급 발진 시 토크 스티어 현상이 느껴진다는 얘기이다.

100km/h 가 넘는 속도에서도 킥 다운을 하면 시트가 등을 밀어 붙이며 헤드레스트가 뒷머리를 친다. 생각없이 가속을 해간다. 기어비를 살펴 보았다. 55km/h 부근에서 2단으로, 115km/h에서 3단으로, 다시 155km/h 부근에서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앞쪽을 잠깐 살피는 사이 다시 속도는 180km/h를 넘는다. 여기서 약간 주춤거리는 듯하다가 이내 200km/h 벽을 넘는다. 5,400rpm 부근에서 210km/h에 도달한다. 기존 4단 AT 사양에서는 3단에서 180km/h를 넘었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수동모드에서 2, 3단으로의 시프트업은 이루어지는데 4단으로의 시프트업은 엔진회전이 레드존을 넘어 6,500rpm 부근에서 연료차단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가속 시 토크감은 일품이나 어느 단에서나 타코미터의 바늘보다 속도계의 바늘이 눈에 띠게 더 빨리 올라간다. 최대토크 발생지점인 1,900rpm부터 4,000rpm까지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두터운 토크감이 일품이다.

직진 안전성도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이 속도 영역에서의 제동 시 타이어가 약간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여러 사람이 시승을 한 차라서 그런지 휠 얼라인먼트도 틀어져 있다. 타이어도 닳았는지 미끄러지는 감이 있다. 브레이크는 ABS를 기본으로 308mm의 디스크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가속감에 뒤쪽 머플러에서 자극적인 사운드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기왕에 스포츠 세단을 표방했으면 강렬한 배기음을 넣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아우디는 아예 사운드 팀을 만들어 그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과 리어 멀티링크 타입. 전체적으로는 2002년형으로 바뀌면서 약간 하드한쪽으로 한발 더 진행되었다. 또 핸들링과 승차감의 향상을 위해 새로운 타입의 피스톤을 세팅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저속에서 노면의 요철은 거의 전달하지 않는다.

9-3도 그렇지만 와인딩로드 공략 시 사브의 주행성은 또 다른 맛을 준다. 어지간한 반경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더 편하다. 이는 리어 서스펜션을 토 아웃으로 세팅한 독특한 설정으로 인한 것이다. 더불어 전차에 보쉬와 공동으로 개발한 ESP가 2003년형에서는 전 모델에 표준으로 채용되어 있는데 그점도 안심하고 공략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어지간한 속도역에서는 ESP가 개입을 하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든다.

스티어링은 약 언더로 리어의 추종성이 발군이다. 이로 인해 어지간한 코너에서도 평소 달리던 속도보다 10% 이상 더 올려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회두성도 부족함이 없다.

섀시는 앞뒤 모두 스프링과 댐퍼, 안티 롤바 그리고 부시까지 재 튜닝이 실시되어 있다.

안전장치로는 승객 감지 센서를 부착한 에어백과 자동 조절되는 안전벨트, 미국의 머리보호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내부설계, 탑승자 및 운전자의 무릎 보호 장치와 ISOFIX 아동 보호 좌석이 장착되었다.

9-5 에어로는 흔히 말하는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델 중 하나다. 외관상으로는 분명 고급세단, 특히 쾌적성을 중시하는 럭셔리 세단이다. 중저속에서의 주행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저 부드러운 승차감 등에만 만족한다면 이 차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된다. 내면에 숨겨진 전혀 다른 스포츠카로서의 난폭함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왜 사람들이 사브를 좋아하는지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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