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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푸조 307 2.0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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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3-08-04 0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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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제네바쇼를 통해 데뷔한 푸조 307은 푸조의 중핵 모델에 해당한다. 실내로 들어가면 해치백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실내 공간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섀시 구성과 세팅에 가장 비중을 둔 307은 짜임새 있으면서도 승차감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뛰어난 핸들링을 바탕으로 달리기 성능을 극대화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사진 실장)

지구상에서 해치백 모델을 가장 많이 타는 나라가 프랑스다. 같은 유럽이라도 프랑스와 이태리 등 남부지역 국가들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중북부 유럽 국가들의 자동차 선호 취향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크기에서도 남부쪽이 더 작은 것을 선호한다. 전체 자동차 출고대수 중 자동변속기의 비율이 3% 전후밖에 되지 않는 나라 또한 프랑스다. 그 나라에서는 자동변속기를 타면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자동차의 주행성 측면에서는 이탈리아인들이 속도를 즐긴다면 프랑스인들은 핸들링을 느낀다. 특히 우리가 흔히 유럽차라고 분류하지만 프랑스차와 독일차, 그리고 이태리차가 각각 추구하는 방향이 상당히 다르다. 프랑스차는 와인딩 로드가 많은 지역 특성상 스티어링의 정확성을 우선하는 조종성이 중시된다. 이에 비해 독일차는 속도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을 배경으로 숙성되었다. 독일은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굴곡로가 적고 편안한 도로가 많다. 당연히 자동차의 운동성능은 조종성보다는 안정성이 우선된다. 결국 프랑스차와 독일차 사이에는 조종성을 중시하는 것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 나라 자동차는 승차감과 핸들링에서 기본적인 접근 방법에 차이가 있다. 우선 프랑스는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독일차에 비해 더 길게 설정되어 있다. 당연히 승차감은 독일차의 하드함과는 다른 부드러운 맛이 가미되어 있다. 그러면서 롤 각을 최대한 억제해 굴곡로를 달릴 때 자세 변화를 최소화한다. 이것이 동시에 발전한 것이 소위 말하는 푸조 컴포트(Peugeot Comfort)다. 푸조 컴포트란 오늘날 스카이 훅의 개념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주로 랠리를 통해 숙성된 주행성을 양산차에 피드백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독일차는 주로 럭셔리카를 만들어 미국시장을 주 무대로 하고 있는데 반해 프랑스차는 아예 미국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20세기 말 21세기 초에 걸쳐 유럽시장에서의 판매를 두 배 가까이 늘리고 있다. PSA 푸조시트로엥 그룹의 1955년 판매대수는 185만대 수준이었는데 2001년에는 313만대로 늘었다. 대부분 유럽지역에서의 판매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물론 그러다 보니 디젤 엔진의 비중도 훨씬 높다. 307의 경우 디젤 대 가솔린의 비율이 7대 3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차에 익숙하다보니 프랑스차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로 조건 등을 감안한다면 프랑스차의 특성이 더 적합하다고도 볼 수 있다.

골프를 의식한 차만들기 느껴져

오늘 시승하는 307은 2001년 3월 제네바쇼를 통해 정식으로 베일을 벗은 푸조의 핵심 모델이다. 그 전에 모터쇼를 통해 컨셉트 모델로 선보였던 프로메테의 시판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는 2박스 모노 스페이스. 외관과 실루엣은 일본 혼다의 시빅과 비슷한 터치인데 성격은 골프와 비교 되는 차다.

푸조의 베스트 셀러 306의 후속 모델로 포지셔닝은 206과 406의 갭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대 모델보다 약간 커져 차체 크기는 전장 4,202mm, 전폭 2,746mm, 전고 1,510mm. 전장에 비해 짧은 노즈와 큰 캐빈이 특징이다. 밖에서 본 것보다 실제로 느껴지는 실내공간은 훨씬 넓다. 디자인은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피닌파리나의 손길에서 벗어나 푸조 자체 디자인팀이 한 것으로 206이나 607과 비슷한 터치다. 느낌상으로는 빵빵한 외형에서 말쑥한 형상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307은 골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약간 선 듯한 드라이빙 포지션, 높은 루프, 스티어링 휠이 센터 옵셋되어 있는 것 등이 그렇다.

익스테리어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헤드램프. 아주 인상적인 트윈-렌즈 헤드램프에 설정된 소위 Follow me home 기능이다. 이는 시동을 끈 후 45초 동안 헤드라이트가 그대로 켜져 있도록 해 야간에 차를 주차시킨 후 문을 열고 켜져있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따라 안전하게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607에 채용된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모두 삽입된 것은 아니지만 푸조다운 발상이다.

차체에 비해 전방 시야가 넓은 것도 폭이 넓은 프론트 윈드실드의 독특한 설계 덕택이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넓이이다. 좌우 폭은 물론이고 헤드룸도 넉넉하다. 센터 페시아를 중심으로 한 대시보드의 구성은 메탈릭 터치를 위주로 한 스포티한 감각. 계기판의 각종 클러스터를 크롬 링으로 감싼 것이라든지 센터 페시아의 메탈릭 터치, 실렉트 레버 주위의 디자인도 일관되게 스포티성을 추구하고 있다. 센터 페시아 가운데 가느다란 홈이 다섯 개가 있는데 이는 CD를 꽂는 곳이다. 디자인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성을 결합시킨 것으로 이 역시 푸조다운 아이디어인 듯 싶다.

프론트 시트는 풀 버키트 타입. 와인딩 로드 공략을 즐기는 프랑스차다운 발상이다. 리어 시트는 6.5 대 3.5로 분리되어 폴딩이 가능하다. 센터 암 레스트는 물론이고 스키스루도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다. 더불어 시트 아래의 수납 공간이라든가 글로브 박스의 냉장기능 등도 눈길을 끈다. 이 냉장고는 온도조절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한가지 선루프의 개폐방법은 다이얼식인데 조작방법이 다른 모델에 비해 약간 까다롭다. 예를 들어 다이얼을 돌리면 선루프가 뒤쪽으로 열리고 다시 역으로 돌리면 닫히는 것이 보통인데 307의 그것은 다이얼 가운데 버튼을 눌러 주어야 해, 이 역시 숙달이 필요한 내용이다.

조종성과 승차감의 밸런스 추구로
독일차와는 다른 달리는 즐거움 제공


엔진은 206 S16과 406 2.0에 탑재되는 2리터 직렬 4기통 DOHC 16밸브를 메인으로 최근 일신된 1.6리터 트윈캠 16밸브, 그리고 2리터 HDi 디젤 등 세 종류가 있다. 시승차는 2.0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이 138ps/6,000rpm, 최대토크 19.4kgm/4,100rpm.

여기에 5단 MT와 포르쉐 팁트로닉 4단 AT 사양이 조합된다. 국내 사양에 기본으로 설정되는 팁트로닉은 실렉트 레버로만 수동모드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실 이 차는 5단 MT가 훨씬 재미있는 설정인데 국내 수입차 시장은 수동변속기가 금기처럼 되어 있어 아쉽다.

엔진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중저회전역에서의 풍부한 토크감각이 일품이다. 그만큼 응답성도 좋다. 시내 주행 시 주로 사용하는 2,000rpm 전후의 감각이 특히 좋다. 자동변속기와의 매칭도 크게 나무랄 데는 없다. 물론 기본적으로 MT와 똑 같다고는 할 수 없다. 기어비가 약간 높게 설정되어 있고 가끔씩 등판로에서는 MT가 그리워지는 감이 있다. 프랑스차, 특히 푸조의 소형차는 MT가 훨씬 재미있고 차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설정인데 국내에도 수동변속기가 수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어비를 체크하기 위해 풀 가속을 해 보았다. 55km/h 2단, 115km/h에서 3단, 160km/h에서 4단으로 시프트업이 진행된다. 그 상태에서 가속을 해 가면 4,600 rpm부근에서 170km/h를 넘는다. 통상 영역인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2,650rpm으로 상당히 높은 설정이다. 킥다운을 하면 기어가 한단 아래로 내려가며 타코미터의 바늘은 1,400rpm에서 1500rpm정도 상승한다.

특히 재미있는 영역은 120km/h부터 140km/h정도로 이 상태에서도 어깨에 별다른 긴장을 하지 않고도 가볍게 코너를 돌아 나갈 수 있다. 전동 펌프를 가진 파워 스티어링의 느낌은 역시 프랑스차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운전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어떤 영역에서든지 예민하고 미세하게 반응해주는 맛은 프랑스차다운 즐거움이다. 스티어 특성은 완벽한 뉴트럴 지향.

흔히 럭셔리카들이 하듯이 ESP를 채용해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은 푸조만의 장기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코너링 시 차체의 거동이 흐트러진 특정 상황에서도 ESP를 통해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이 차가 가진 특징이다. 그 상태에서도 뉴트럴한 스티어 특성으로 자세를 잡아준다. 물론 이런 특징은 안정성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자신이 없으면 채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스티어링의 응답성은 아주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견고하다. 스티어링 휠에 전달되는 진동은 선대 모델에 비해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라이벌인 골프보다 핸들링은 좀 더 예민하다. 다만 스파르탄 개념에서는 골프보다 약하다.

서스펜션은 프론트가 맥퍼슨 스트럿, 리어는 기존 풀 트레일링암 방식에서 토션 빔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스트로크 감 등은 푸조다움을 살려 튜닝하고 있다. 소프트한 터치가 살아 있으면서도 롤 각이 이 정도로 억제되는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으로 보듯이 코너링시의 자세 변화가 거의 없다. 글로벌오토뉴스 시승기에 나오는 사진 중 코너링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푸조 307은 골프를 의식하고 만든 차라는 점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다시 말해 푸조만의 개성을 희생시키면서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는 면도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푸조만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살려 타협을 한 형태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푸조만의 아이덴티티란 조종성과 승차감의 밸런스라고 할 수 있는데 독일차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특성은 프랑스라는 조건과 랠리라는 혹독한 시험장을 통해 숙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푸조의 매력이라면 바로 이런 점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97년 5월 이집트와 요르단 일대에서의 시승 시 나왔던 평가인 ꡐ펀 투 드라이브의 교과서ꡑ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안전장비로는 프론트 듀얼 에어백과 측면 에어백, 그리고 커튼 에어백이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고 ABS 및 EBA(Emergency Braking Assistance;비상 제동 보조장치), ESP, ASR(Anti-Wheel Skate System; 휠 미끄럼 방지 시스템) 등이 있다.

206 시승 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307 역시 핸들링과 코너링시의 자세 제어에서의 안정감은 그대로 나타난다. 양자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그런 점에서 운전자와 일체가 되어 달릴 수 있는 즐거움을 가능하게 해 주는 모델이라는 기본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

주요제원
전장×전폭×전고=4202×1730×1510mm / 휠 베이스=2608mm / 차량중량=1202kg / 구동방식=앞바퀴 굴림방식
엔진 :2리터 직렬 4 기통 DOHC 16밸브, 최고출력 138ps/6000rpm 최대토크 19.4kgm/4100rpm)
차량가격: 3,450만원(VAT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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