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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전기 선교사, 쉐보레 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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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0-25 02: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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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모터와 배터리만을 사용하는 순수 전기차의 시대는 손쉽게 올 것 같진 않다. 전기차의 높은가격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짧은 주행거리와 주유하는 시간보다 긴 충전시간, 충전소가 곳곳에 없는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자동차를 바꿀 시기가 된 가정이라면 전기차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하다가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꽤 될 것이다. 1년에 장거리 주행을 몇 번만 하는 가정이라도 따로 렌터카를 이용하기는 힘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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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PHEV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주로 사용하는 출퇴근 등의 단거리는 전기 모터로, 장거리 주행이 필요할 때는 엔진을 깨워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HEV와 다른 점은 전기 모터만으로 일정 이상 거리 주행과 평균 100 km/h가 넘는 속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자동차를 사용하는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서는 장기간 동안 엔진음을 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기차의 큰 약점인 주행거리의 제약을 없애고 전기차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점에서 ‘전기 선교사’라고 부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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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PHEV도 두 가지 방식으로 분리됐다. 배터리가 바닥났을 때 엔진이 동력에 개입하는 모델이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엔진은 전기 충전만 담당하고 전기 모터를 동력에 계속 이용하는 모델이 EREV(레인지 익스텐더) 이다. 일반적으로는 두 모델 모두 PHEV라고 부른다. 아쉽게도 두 모델 모두 한국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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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승을 진행할 볼트도 PHEV로, 차이가 있다면 충전 시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거리가 80 km 가량 된다는 것. 일반적인 출퇴근 거리를 이용하는 회사원이라면 출근한 후 충전을 하지 않아도 퇴근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전기 모터만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2세대로 진화했다는 것, 그리고 그래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엔진이 동력성능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엔진이 발전만을 담당하던 기존 1세대 모델과는 시스템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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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의 외형은 의외로 평범하다. 하단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은색으로 막혀있는 프론트 그릴과 프론트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 측면의 VOLT 로고, 프론트 펜더 왼쪽에 위치한 별도의 충전용 홀이 이 차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임을 알려줄 뿐이다.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서 날렵함을 강조하는데, 잘 보면 전면부터 B필러까지는 신형 크루즈와 비슷한 디자인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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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은 완만한 경사를 갖고 있어 ‘쿠페 라이크 스타일’을 실현하고 있다. 아마도 연비 향상을 위해 에어로다이나믹까지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후면을 장식하는 캄 테일 디자인은 전동화 자동차의 공통분모인 것일까? 볼트의 경우에는 리어 윈드실드의 면적이 크기 때문에 창을 두 개로 나누지 않았고, 이로 인해 후방 시야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리어 펜더를 파고드는 형태의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의 디자인이 한 덩어리처럼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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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외형과 마찬가지로 평범하다. 쉐보레 특유의 듀얼 콕핏 레이아웃을 적용한 대시보드의 디자인은 말리부와 비슷하다. LCD를 적용한 계기반과 기어노브 상단의 파란색을 제외하면 어느 곳에도 PHEV임을 강조하는 표시가 없다. 센터페시아 상단에서 운전자 쪽으로 약간 돌출된 LCD 모니터는 말리부와 동일한 사양으로 기능도 거의 같다. 네비게이션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에너지 관련 게이지가 위치할 뿐이다. 최근 쉐보레의 흐름에 따라 애플 카플레이도 내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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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포크 스티어링은 좌우에 고무로 마감한 버튼을 두르고 있는데, 버튼 크기와 위치, 누르는 감각이 명확해 시선을 떼지 않아도 기능을 잘못 누를 일은 없다. 스티어링 후면에도 패들 시프트를 숨겨놨는데 왼쪽 패들은 에너지 회수를, 오른쪽 패들은 음량 조절을 담당한다. 시트는 모두 수동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최소한 불편함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루프 디자인 때문에 걱정했던 2열 머리공간도 양호한 편으로 몸을 기대고 허리와 목을 쭉 펴고 앉아도 뒤통수의 머리카락이 살짝 유리에 닿는 정도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4명분의 컵홀더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 4인 가족이 탑승했을 경우 각자 음료수를 준비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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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카쉐어링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이번에 볼트를 시승하면서 더 회의적이 되었다. 실내의 그득한 먼지와 쓰레기 때문이 아니라 배터리 충전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차였기 때문이다. 배터리 주행 모드로 전기차에 대한 예비 연습을 하고 싶었던 계획이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충전을 시키지 않고 떠난 이전 사용자를 원망하는 것도 잠시, 어떻게든 볼트를 전기차 모드로 만들기 위해 운전과 생각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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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는 배터리가 바닥나면 자연스럽게 엔진을 작동시키고 충전을 진행한다. 기어를 P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을 회전시킬 생각이었지만, 이는 곧 실패로 돌아갔다. 엔진이 잠시 가동하다가 약간 전기를 충전하자 바로 정지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속 페달을 밟아도 반응하지 않는다. 결국 전기는 주행 중에 자연스럽게 충전하는 방법밖에 없다. 엔진을 강제로 가동시켜서 전기를 충전하는 모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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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하철역 주차장에 있는 충전기를 찾아서 충전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충전을 하려면 충전 전용 회원카드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회원카드는 전기차를 구입한 사람에게만 발급해 주기 때문이다. 이대로 전기 주행 모드 시승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 엄습해 올 때, 충전 회원카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불현 듯 생각났다. 일단은 기름을 태우면서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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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의 하이브리드 모드는 일반 HEV와 다른 점이 없다. 회생 제동 또는 엔진이 발생시키는 잉여 전기를 축적했다가 끊임없이 사용한다. 사실 엔진 소음은 일반적인 준중형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편이지만 엔진이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는 순간의 소음이 심리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전기를 일정량 이상 축적했다가 사용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축적 되는대로 바로바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엔진이 자주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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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회생 제동을 위해 굳이 브레이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티어링 왼쪽 뒤에 위치한 회생 제동 패들시프트를 누르면 전기를 축적하는데 강한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시킨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시내 주행에서 상당히 요긴하게 쓸 수 있는데, 앞 차와 속력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미세한 브레이크 조작도 필요 없다. 브레이크 관련 부품 수명 연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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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한 후 겨우 회원 충전카드를 입수했다. 즉시 근처에 있는 ‘이마트’를 검색했는데, 그 이유는 볼트가 배터리 충전에 ‘DC 콤보’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도 한참을 내려간 후에 겨우 전기차 충전소를 발견한 후 바로 충전기를 꽂고 충전 모드에 돌입했다. 급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볼트의 특성 상 최소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전기차 모드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다. 마트 구경과 늦은 식사를 마치니 1시간 10분이 되었고, 이제야 계기반에서 선명한 녹색 충전 게이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전기차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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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충전이 이루어지면 왼쪽 하단에 ‘EV 범위’가 표시된다. 배터리 충전량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표시되는 것인데, 실제 주행 가능한 거리는 표시 거리보다 짧은 편이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키면 더 짧아진다. 이 때 엔진은 완전히 잠들어 있으며, 배터리를 다 사용하기 전에는 절대로 깨어나지 않는다. 일반적인 PHEV와 다른 점은 100 km/h를 넘는 고속 영역에서도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완벽한 전기차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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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주행 모드에서의 볼트는 놀랍도록 조용하다. 일반적인 가속에서는 모터의 작동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며 급가속을 진행할 때만 ‘위이잉-’ 정도의 낮은 주파수 같은 음이 들려올 뿐이다. 소리도 차단되어 있지만 에어로다이나믹을 고려한 차체 덕분인지 풍절음도 차단되어 있다. 초고속 영역까지는 도달해보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일상 영역에서 전기 모드로 주행할 때는 소음과는 안녕을 고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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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가속도 즐겁다. 사실 전기 모터가 제공하는 40.6 kg-m의 막강한 토크는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도 동일했겠지만, 조용해서 그런지 체감 상 토크가 더욱 잘 느껴진다. 미래가 한 순간에 현재로 다가온 느낌이다. 배터리 내에 축적된 전기가 모두 떨어지는 순간 미래가 순식간에 다시 멀어지겠지만, 지금은 에어컨도 켜고 음악도 재생하면서 미래를 즐기고 싶은 생각 뿐 이다. BOSE에서 제공하는 스피커와 서브우퍼가 적용되어 있어 음악 감상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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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볼트는 아직 소비자가 구입할 수 없다. 소수의 볼트만이 카쉐어링 업체와 렌터카를 통해 공급되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전기차와 달라도 너무 다른 보조금 정책도 한 몫을 차지한다. PHEV의 방식과 충전 시 주행 거리에 따라 차등화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주 거주 지역인 아파트나 연립 주택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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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볼트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하이브리드와 EV를 모두 체험하고 나니 EV에 대한 저항감은 많이 사라졌다. 이 점에서 볼트는 ‘전기 선교사’라고 부를 만하다. 시승이 끝날 시간이 되어 주차장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려 비어있던 충전기를 작동시키고 충전 소켓을 꼽았다. 다음에 볼트를 빌리는 누군가는 전기 모터가 제공하는 미래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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