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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우아함과 역동성의 경계, 메르세데스 SL 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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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1-09 0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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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SL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메르세데스의 대표 로드스터이다. 1954년에 등장해 다양한 레이스를 정복했던 300 SL로부터 시작된 역사는 최신 기술의 적용과 쿠페 또는 로드스터 레이아웃을 유지해 왔으며, 4세대 모델(R129) 부터는 제거가 가능한 하드톱을 적용해 쿠페와 로드스터를 하나로 합쳤다. 이 모델은 영국의 다이애나 왕비가 영국 왕실에 처음으로 들여온 외제차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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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5세대 모델(R230)부터는 ‘바리오 루프’라고 부르는 전동식 하드톱을 적용했다. 이 루프로 인해 쿠페와 로드스터의 경계가 사라지고 두 모델을 따로 제작할 필요 없이 하나로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엄격하게 따지면 지붕이 열리는 로드스터 모델인 190 SL부터 역사를 따져야 하지만, 루프 하나로 쿠페의 역사까지 통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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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 6세대 모델(R231)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한 때 맥라렌과 협력하여 제작한 SLR과 300 SL의 걸윙도어를 계승한 SLS가 등장하면서 SL의 자리가 위협받은 적도 있지만, 메르세데스는 역시 자신들의 뿌리를 쉽게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정밀하게 다듬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증거로 SL에는 메르세데스가 다듬은 경량 알루미늄을 적용한 차체와 안전을 위한 전자장비 등이 대부분 적용되어 있다. 특히 알루미늄 차체는 과거 경량화를 위해 차체에 적용되는 도료까지 제거해 ‘실버 애로우’라는 별칭을 획득했던 메르세데스의 스포츠카를 연상시킨다. 역사가 최신 기술과 함께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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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L 시리즈들은 그동안 날카로운 선과 역동적인 라인을 품은 적이 없었다. 300 SL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스포츠카라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하는데, 이와 같은 이미지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역동보다는 우아함에 더 치중한 느낌으로, SL의 정체성인 GT, 즉 장거리를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는 로드스터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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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서 역동성을 약간씩 갖춰나가고 있는데, 럭비공을 형상화한 듯한  LED 헤드램프는 메르세데스 AMG GT의 헤드램프 형상과도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AMG GT의 헤드램프가 원 하나로 구성된 데 비해 SL의 헤드램프는 두 개의 원을 품고 있어 가로로 더 길다는 정도. 사다리꼴 형태의 프론트 그릴은 압도적인 크기로 고성능을 품고 있음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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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스포츠카라면 ‘롱 노즈 숏 데크’를 표방하지만, SL은 트렁크를 포함한 데크의 길이도 길다. 이와 같은 형상을 취하게 된 이유는 트렁크에 하드톱 루프를 품어야 하는 구조 때문인데, 트렁크 라인과 리드에 기교를 부여해 어색함은 없다. 삼각형으로 다듬어진 테일램프는 기존 모델과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기존 모델의 방향지시등 부분이 흰색에서 약간 붉은빛이 도는 주황색으로 다듬어진 덕분에 일체감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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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AMG 패키지가 적용되어 있어 프론트 범퍼는 역동적으로 다듬어졌고 리어 범퍼에는 디퓨저와 스포츠 머플러가 적용되어 있다. AMG에서 다듬은 5 스포크 휠은 SL에 역동성을 보탠다. 휠의 지름은 19인치로 최근의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큰 편은 아니지만, 워낙 차체가 낮기 때문에 높이 올라온 휠하우스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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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고급스럽다는 단어 외에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시승차는 강렬한 레드 색상의 가죽을 시트와 도어 트림 일부, 대시보드 하단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실내에서는 물론 외부에서 지붕을 개방한 채로 실내를 드러내도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D컷 스티어링 휠과 금속으로 제작된 패들시프트는 SL이 스포츠카임을 알려주는 주요 요소다. 자동변속기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힐앤토를 구사할 일은 없지만 시각과 촉각으로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다. 계기반은 아날로그 타입으로 중앙에 작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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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중앙 상단에는 보조 스피커와 함께 다소 밋밋한 형상의 아날로그 시계가 적용되어 있다. 만약 AMG 모델이라면 시계도 IWC의 제품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모니터 크기는 여전히 작지만, 최신 시스템과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되어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환영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 배치된 많은 수의 물리 버튼은 아직 SL의 디지털화가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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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형태의 시트는 착좌감도 우수하지만, 횡가속력에서 상체와 허벅지를 잡아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2인승 로드스터임에도 시트 후면에 제법 넉넉한 공간이 있어 시트를 눕힌 채로 수면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구조 상 평평하게 눕혀지지는 않는다. 에어 스카프는 시승 당시 따뜻한 날씨로 인해 사용해 보지는 못했지만, 겨울에도 따뜻함을 유지하도록 해준다고 하니 고마운 장비임에 틀림없다. 시트 후면에는 옷걸이도 있고, 공간도 있어 간단한 짐이나 상의 정도는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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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 시리즈는 등급에 따라 총 4가지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시승 모델은 SL 400으로 이름만 들어보면 4.0L 엔진을 탑재했을 것 같지만(과거에는 그랬다) 실제로는 3.0L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8.9 kg-m을 발휘한다.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되면서 명칭도 정리가 필요해 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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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과 동시에 직분사 기술과 캠샤프트 기술 적용, 실린더 내부에 나노슬라이드 가공 등을 적용하는 최적화를 통해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메르세데스 엔진의 공통분모나 마찬가지로, 1.9 톤에 달하는 차체 무게에도 불구하고 출력의 아쉬움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트윈터보의 적용으로 과거와는 달리 1,600 rpm이라는 낮은 영역부터 최대토크가 분출되니 여유 있는 운전을 즐긴다는 GT의 정체성도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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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사용하게 될 주행 모드인 C(컴포트)모드에 맞추고 가속을 진행하면 약간 낮은 엔진음과 잔잔하면서도 낮은 배기음이 들린다. 루프를 열어도 바람 소리만이 추가될 뿐이다. 촘촘히 단수를 나눈 9G 트로닉은 변속 충격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 큰 느낌 없이 변속을 진행한다. 회전계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과 기어 단수의 변경이 없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시트 뒤에서 불어오는 약간의 바람도 전동으로 작동되는 윈드 프로텍터가 막아준다. 장거리 여행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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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스포츠)모드에만 맞춰도 엔진음과 배기음이 달라진다. 좀 더 깊숙이 그르렁대는, 미국 머슬카와도 비슷한 음색을 낸다. 엔진은 V6 엔진이지만, 트렁크 하단에 제법 크기가 큰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배치되어 있어 이와 같은 음색을 쉽게 내는 것이다. 여기에 록투록 2.2 회전의 예리한 감각을 자랑하는 스티어링과 멀티링크 유압식 서스펜션이 조화를 이뤄 날카로운 코너링 성능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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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SL의 상위 모델에는 코너링 시에 차체를 안쪽으로 기울여주는 다이나믹 커브 기능이 추가된 것도 있지만, 이 기능이 없어도 코너링 성능이 우수한데다가 직관적이기 까지 하니 굳이 하나의 기능을 추가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역시 기본이 탄탄해야 즐거운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헤어핀에서의 반응인데, 반복되는 땜질과 아스팔트의 갈라짐이 심한 와인딩 로드의 헤어핀을 지날 때 리어가 순간적으로 그립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립을 잃기 쉬운 노면이라는 것을 파악하기도 쉽기 때문에 대처할 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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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전자장비는 거의 적용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히 무장된 전자장비가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윈드실드에 장착된 카메라와 프론트 그릴의 삼각별 엠블럼이 품고 있는 레이다, 프론트와 리어 범퍼에 내장된 센서들이 상황에 따라 반응하며, 전방 상황에 따라 충돌 경고를 보내거나 브레이크를 일정 수준으로 제어하기도 한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SL인 만큼 자율주행에 가까운 반자동 운전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큰 규모의 사고를 작은 규모의 사고로 줄일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은 갖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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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SL 400은 그 이름에 맞게 GT를 표방하고 있고 우아한 거동을 나타내고 있지만,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조상인 SL 300이 품고 있었던 다이내믹을 발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루프 조작 하나만으로 쿠페와 로드스터를 넘나들 듯이, 우아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등장할 E 클래스 컨버터블 또는 S 클래스 컨버터블과도 차별화되는, SL만의 특징이다. 이 경계를 유지하는 한, 메르세데스 SL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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