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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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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3-21 02: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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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가 한 순간에 터지는 성격 때문에 시승 일정 중 일부 차질이 생겼다. 연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급가속을 지양했더니 벌어진 거리 사이로 다른 차들이 잇달아 7대나 진입한 것이다. 급기야 차선 변경을 노리던 버스까지 끼어들기를 하니 뒤에서 오는 차가 경적을 울린다. 급가속으로 진입을 차단하고 코너에서 진입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느려지는 다른 차들을 추월하고 나니 후회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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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가속과 코너에서의 속도 유지를 위해 높은 엔진 회전을 사용한 시간이 대략 3~5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해도 (법규 내에서 진행한)난폭운전으로 인해 연비가 얼마나 하락했을지 걱정이 되어 연비 트립미터를 확인해 본다. 확인된 숫자는 18.3 km/l. 성질만 좀 더 죽였어도 앞자리 숫자를 2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와 그 정도의 난폭운전을 하고도 이 정도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는 놀라움이 동시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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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렇게 기자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중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과 시트를 통해 느껴지는 코너링 속도와 감각, 탄탄함은 ‘연비를 조금 생각한 무색무취의 중형세단’이라는 편견을 깨버렸다. 혼다의 DNA 안에 내재되어 있던 역동성이 하이브리드를 통해 다시 깨어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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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외형만으로는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기 힘들다. 혼다가 최근 내세우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프론트 그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내는 LED 헤드램프, 역동성을 추구하는 형태의 프론트 범퍼도 일반 어코드와 차이가 없다. 측면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하이브리드 전용 휠과 프론트 펜더에 위치한 하이브리드 엠블럼뿐이다. 후면에서는 리어 범퍼 하단에 돌출된 머플러가 없다는 것과 하이브리드 엠블럼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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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어코드 하이브리드임을 알 수 있는 곳도 운전석과 센터콘솔 외에는 없다. 3개의 원을 품은 일반 어코드의 계기반과는 달리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속도계를 담당하는 한 개의 원을 중심으로 출력과 충전, 배터리와 연료계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가 디지털로 표시된다. 속도계 안의 디스플레이 전환은 스티어링에 위치한 버튼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스티어링에 버튼이 복잡하게 많이 배열된 것 같지만 대부분의 기능은 좌우에 위치한 두 개의 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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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의 특이한 점은 각 주행모드에 대한 버튼이 모두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운전석 왼쪽에는 경제 운전을 위한 ECON 버튼이, 기어 노브 오른쪽에는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하기 위한 EV 버튼이, 노브 하단에는 스포츠 주행을 위한 버튼이 있어 일반적으로 주행 모드 버튼 안에 모두 몰아넣는 다른 자동차들과는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각각의 모드를 조작하는 즐거움을 운전자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혼다의 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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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혼다의 이전 모델들은 네비게이션 작동을 위해 ‘Back’ 버튼을 길게 눌러야 했는데,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메인 메뉴에서 네비게이션을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기 때문에 배터리를 탑재하지만, 실내 공간의 희생은 없으며, 앞뒤로 넉넉한 실내 좌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트렁크 공간이 다소 희생당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며, 그만큼 전기 모터가 커버하는 영역이 넓기 때문에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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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어코드의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서 차체와 서스펜션의 개선, 경량화를 위한 소재 변경 등을 통해 그동안 무색무취의 특성을 보였던 어코드에 역동성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경제성을 중시하는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과연 어떨까?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시승하는 내내 역동성이 충분히 느껴졌다. 단, 역동성을 어느 지점에서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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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혼다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2.0L 앳킨슨 사이클 DOHC i-VTEC 엔진을 탑재하며, 이 엔진은 최고출력 143 마력, 최대토크 17.8 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두 개의 모터가 적용되는데 한 개의 모터는 전적으로 발전만을 담당하며, 다른 한 개의 모터는 가속 시에는 바퀴에 강한 토크를 공급하고 감속 시에는 발전기로 전환되어 에너지 회생을 수행한다. 모터만으로도 최고출력 184 마력, 최대토크 32.1 kg-m을 발휘할 수 있으며,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구동할 경우 합산출력은 215 마력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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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은 분명히 빠르지만,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엔진의 회전 속도와 소리가 증가하는 짜릿함은 느낄 수 없다. 연비 향상을 위해 CVT를 적용했고, 이로 인해 가속 시 엔진 회전수와 소리가 한 구간에 머물기 때문이다. CVT에 인위적인 비율을 배분해 기어 단수를 나눈 느낌을 주는 기술도 있지만, 혼다는 이 기술을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적용하지 않았다. 혼다가 1.5L 하이브리드 또는 NSX 하이브리드에 적용하는 DCT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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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에서 느낄 수 없었던 짜릿함은 코너에서 드러난다. 강성을 보강한 댐퍼와 개선을 가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이 제법 날카로운 코너링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탄탄하면서도 독일차와는 다른 감각을 보여주는데 그 느낌이 제법이라 와인딩 로드를 몇 번이고 왕복하게 만들었다. 배터리가 트렁크에 위치하면서 무게 배분도 약간 달라졌는지 일반 어코드보다 언더스티어가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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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모델의 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 모터의 개입 능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배터리만 충분히 있다면 출발 후 60 km/h까지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섬세한 가속페달 조작을 필요로 하지만 지금까지 시승했던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가속페달을 다소 깊게 밟아도 엔진을 쉽게 깨우지 않는다는 점이 기특하다. 회생 제동 시스템을 적용했으면서도 하이브리드 모델 특유의 브레이크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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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안전 시스템인 혼다 센싱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실용적인 안전은 챙기고 있다. 우측 차선 변경 시 카메라를 통해 차체 우측의 상황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잇는 ‘레인 와치’기능은 사각지대를 줄여주며, 주차 보조 센서도 적용됐다. 무엇보다 충돌 시 충격을 차체에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탑승객의 충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상대방 자동차까지 보호하는 ACE 테크놀로지가 차체에 적용되어 있어 운전자에게 큰 안심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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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특별한 자동차임을 드러내지 않지만 특별하다. 그런 특성은 어쩌면 가족들이 모르게 뒤에서 활약하고 실질적으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론 이끄는 데 지친 가장에게 짜릿함으로 휴식을 주고 연비 걱정은 하지 말고 가속을 느껴보라는 혼다의 배려가 담긴 차가 어쩌면 어코드 하이브리드일지도 모르겠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렇게 묵묵히, 역동성을 주며 뒤에서 기름을 챙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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