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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다이나믹 세단의 부활, BMW 5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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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5-12 01: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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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시리즈라는 자동차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클라이브 오웬’이 등장했던 BMW 필름이었다. 당시 그는 수퍼스타 ‘마돈나’를 태운 운전기사로 등장해 콧대 높은 그녀의 요구를 묵묵히 들어주다가 매니저의 복수심에 불타는 전화를 받은 후 도심을 가르는 드리프트와 점프로 마돈나를 골탕먹인 후 행사장 바닥에 내팽개쳤다. 사실 그 모델은 5시리즈(E39) 중에서도 고성능 버전인 M5 였지만, 당시만 해도 갓 운전을 배웠던 시절이라 자세한 것도 모르면서 엠블럼에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처음으로 ‘크리스 뱅글’이 디자인을 맡았던 5시리즈(E60)의 운전대를 잡고서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BMW가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는 ‘Sheer Driving Pleasure(운전의 즐거움)’가 그대로 드러나는 스티어링, 가속, 차체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가 맡았던 5시리즈(F10) 에서 이런 느낌은 옅어졌다. 당시에 5시리즈를 운전하면서 ‘승차감을 중시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가’라고 계속 의문을 던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디젤 엔진을 적용해 연비는 우수했고 소음도 차단되었으며 안락했지만 뭔가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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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기자 앞에 서 있는 모델은 새로 태어난 5시리즈(G30)다. 국내에 출시되기 전에 발표된 새로운 BMW 필름 시리즈를 통해 모습을 확인한 5시리즈는 오랜만에 BMW 전문 운전기사로 돌아온 클라이브 오웬과 함께 다시 매력을 되찾고 역동성을 발산하고 있었다. 비록 영상에 등장했던 540i는 아니지만, 예전에 운전해 봤던 이전 세대 모델과 동일한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비교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고 침착하게 차 주변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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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5시리즈를 둘러보면서 받은 첫 인상은 ‘7시리즈의 축소판’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라인과 키드니 그릴 등 주요 부분의 디자인 변화, 그 외 소소한 라인의 차이 등으로 차별성은 확실히 두고 있다. 사실 BMW는 예전부터 전 라인업에 걸쳐 패밀리룩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 라인업에 들어서는 그 패밀리룩이 정점에 달한 느낌을 받는다. 단순히 BMW 대, 중, 소로 나뉘기 보다는 세세한 부분에서 차별을 두어 ‘수평적, 수직적 친화력’의 샘플을 보는 듯 하다.

 

역동성을 중시하는 BMW인 만큼 전면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우직스러움’이다. 크기가 큰 키드니 그릴과 여기에 바로 맞닿은 헤드램프가 이런 인상을 만들고, 국내 수입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M 퍼포먼스 패키지로 인해 프론트 범퍼의 형상도 역동적이다. 이와 같은 느낌은 측면으로 이어지며 프론트 펜더 하단에 마련된 에어벤트와 사이드, 루프 라인이 앞으로 달려가는 듯한 형상을 취하게 도와준다. 롱 노즈 숏 데크 형상으로 인해 세단이면서도 역동성이 적극적으로 가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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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함을 보여주는 루프라인은 C 필러를 거쳐 단 한번의 완만한 꺾임만으로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진다. C 필러를 장식하는 호프마이스터 킥은 이 차가 BMW임을 알려주는 상징으로 이를 통해 예부터 스포티한 형상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후면의 테일램프는 이전 세대부터 이어져 온 L자 형태로 이번에는 조금 더 완만한 각도로 눕힌 형상으로 다듬어지고 좌우로 좀 더 길어졌다. 리어 범퍼 하단을 장식하는 작은 디퓨저와 좌우에 배치된 머플러는 M 스포츠 패키지 덕분에 가능한 형상이다.

 

크기 상으로는 분명 이전 모델보다 커졌지만, 그렇다고 ‘크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다른 경쟁 모델들도 같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자인상으로도 날렵함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전 모델보다는 확실히 남성적인 면이 강조된다는 것으로, 헤드램프 내의 코로나 링도 원이 아닌 각을 품고 있고 앞뒤로는 직선이 눈에 띈다. 그러면서도 공기 저항계수가 0.22 Cd로 이전 모델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공기 저항은 연비는 물론 차체의 자세 제어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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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리즈를 7시리즈와 진짜 구별하기 힘들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대답이 다르겠지만 기자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외형을 보이지 않고 바로 실내에 앉히는 것’ 이라고 하겠다. 그만큼 신형 5시리즈의 실내, 특히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센터터널의 구성은 7시리즈와 거의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 버튼의 색상과 대시보드를 구성하는 재질의 차이, 스티어링 휠의 버튼 구성과 디자인 차이로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날로그 게이지를 일부 적용했던 이전 모델과 다르게 이제는 풀 LCD 화면이 계기반을 가득 채운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알맞게 감기고, 시프트 패들도 준비되어 있어 ‘역동적인 운전’을 부추킨다. 센터페시아와 모니터가 운전석을 향해 약간 기울어져 있어 팔을 길게 뻗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신형으로 진화하면서 스크린 터치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아이드라이브를 돌리고 누르면서 기능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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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 컨트롤은 반응 수준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아직은 조작하기 어렵다. 공중에서 손가락을 돌려서 음량을 조절하고 손짓으로 스와이프를 조작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직접 사용해 보면 아직은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은 버튼 또는 스크린 터치가 편안한 시점이다. 센터페시아와 센터터널의 스위치 일부는 버튼 대신 터치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각 영역을 굴곡으로 구분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손가락을 더듬어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어 노브는 전통적인 BMW의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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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편안함을 우선으로 제공하지만 코너에서 신체를 지지하는 능력도 우수하며 1열 시트는 물론 2열 시트에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2열 시트는 40:20:40 비율로 접을 수 있어 크기가 큰 화물을 적재할 때 유용하고, 트렁크도 530리터로 제법 큰 용량을 자랑한다. 차체 크기가 커지면서 공간이 늘어나고, 여기에 편안함이 더해진 셈이다. 오디오는 이전 모델에 적용했던 하만카돈이 아니라 바우어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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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리즈는 등급에 따라 다양한 배기량의 가솔린 또는 디젤, PHEV 엔진을 제공한다. 이번에 시승하는 모델은 520d로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해 4,000 rpm에서 최고출력 190 마력, 1,750~2,450 rpm에서 최대토크 40.8 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하는데, 세대가 변하면서 520d 모델에서도 4륜 구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시승 모델 역시 BMW의 4륜 구동 시스템인 xDrive를 적용하고 있다. 바야흐로 2.0L 엔진에서 4륜 구동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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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인 만큼 4,000 rpm 부근에서 변속이 진행되기 때문에 고회전을 즐길 수는 없다. 최고출력이 나오는 순간 바로 변속이 되기 때문에, 최고출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차를 견인할 수는 없는 셈이다. 대신 낮은 엔진 회전부터 발생하는 두툼한 토크가 이를 보상한다. 진동도 소음도 기존 모델보다 억제되어 있는데다가, 고속 순항 영역에서는 오히려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유리함을 제공한다. 물론 이는 순항 시의 낮은 rpm이 큰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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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을 거칠게 밀어붙일 운전자는 별로 없겠지만, 5시리즈는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BMW의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이전 모델보다 조금 더 노면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아주 예전에 BMW가 추구했던 스파르탄보다는 아직도 약하다. 시대가 변했고 세단의 덕목은 편안함에 있기 때문에 이 정도 타협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5시리즈는 스포츠카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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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코너에서의 거동은 안정성을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세단에 가미된 스포츠 성능에도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BMW만이 갖고 있는 역동성은 5시리즈도 유지하고 있다. 정확히는 이전 모델보다 반응이 좀 더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코너링 성능의 향상에는 4륜구동 시스템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고, 이 감각은 스티어링을 잡고 직접 느껴보기 전에는 잘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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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리즈는 풍부한 ADAS 장비가 적용됐다. ACC와 차선 유지 시스템, 스티어링 컨트롤 시스템을 연동시키면 잠시나마 자율주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잠시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스티어링에서 손을 뗀 지 10초 이내에 계기반에 경고 디스플레이가 표시되고, 이후에도 한동안 스티어링을 잡지 않으면 두 번 경고음이 울린 후 바로 해제되기 때문이다. 아직 자율주행을 2단계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차선 인식률은 상당히 우수한 편이고, 차체를 차선 중앙에 일치시키는 능력도 좋다. 기능 작동 도중 급작스럽게 차량 앞으로 다른 차가 끼어들기를 해도 금방 인식하고 속도를 낮춰 거리를 벌린다. 단지 굴곡이 일정 이상 있는 코너에서는 스티어링을 조향하려는 동작 없이 시스템이 곧바로 해제되어 버리기 때문에 기능을 믿고 있다가 차선을 이탈하는 동작에 당황할 수도 있다. 아직은 코너에서 항상 스티어링을 직접 조작하고 ADAS 장비는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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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신형 5시리즈는 치열한 중형 프리미엄 세단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접 운전해 보면서 느꼈던 것은 BMW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내놓은 해답이 아마도 ‘백 투 더 스파르탄’일 것이라는 짐작이다. 여기에 최근의 운전자들이 원하는 편안함을 남겨두고,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전자장비와 ADAS 장비를 더했다. 역동성을 조금 더 내세우는 혼종의 등장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스포츠카를 따로 가질 수 없는 운전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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