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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날 것 그대로의 운동성능을 보다 - 쉐보레 크루즈 VS 현대 아반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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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5-26 0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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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국내에 쉐보레 신형 크루즈가 출시되기 전, 시승기 작성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양평에 있는 산에 올랐다가 위장 패턴으로 디자인을 숨긴 신형 크루즈와 마주친 적이 있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당시 국내 도로 사정에 맞도록 제작한 자동변속기를 테스트 중이었는데, 대열 중간에서 같이 주행하던 현대 아반떼가 기억에 남았다.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경쟁 모델과 비교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에 그대로 넘겼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두 모델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장소로 용인 스피드웨이가 마련됐다. 모터스포츠를 위해서 만들어진 서킷은 자동차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장소로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코스를 통해 엔진의 가속 감각과 브레이크, 서스펜션의 성능, 차체의 조화 등 여러 가지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일반도로에서처럼 속도계의 숫자에 연연할 필요 없이 단순하게 자동차가 전하는 감각에만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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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풀체인지를 단행한 쉐보레 크루즈의 목표는 단 하나, 현재 국내 준중형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현대 아반떼를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이고, 아반떼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2017년 4월 판매량만을 놓고 봐도 약 8,200 대를 판매한 아반떼를 약 1,500 대 판매의 크루즈가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크루즈는 정말 이대로 주저앉아도 좋을 정도의 자동차인가? 그렇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철저한 검증뿐이다. 비교시승을 위해 준비된 모델은 각각 최상위 등급에 적용할 수 있는 옵션을 대부분 적용한 모델들로 준비됐다. 각각 가장 높은 등급에 옵션을 모두 적용했을 때의 가격은 아반떼 2,570 만원, 크루즈 2,679 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크루즈가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가격을 조정하면서 비교 가능한 가격까지 떨어진 것이다. 불과 몇 달 전처럼 ‘가격 차이로 인해 구매를 망설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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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역이기에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 크루즈는 듀얼 포트 그릴을 기반으로 하는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 코드를 입히고 역동성과 날렵함을 강조한다. A필러의 각도와 루프 라인의 절묘함으로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쿠페의 이미지가 더 강조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리어 윈도우 상단에 돌출되어 있는 LED 보조제동등과 트렁크 리드에 붙어있는 스포일러도 역동성을 더한다.

 

반면 아반떼는 육각형의 헥사고날 그릴을 중심으로 하는 플루이딕 스컬프쳐 디자인을 정제시켜서 적용해 역동성보다는 단정함이 조금 더 부각된다. 헤드램프의 형상과 강한 캐릭터 라인으로 공격성을 표현하고 있지만 온 몸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크루즈보다는 얌전한 형상이다. 좁은 그린 하우스와 날카로운 숄더 라인을 갖고 있지만 루프와 트렁크에는 단정한 라인을 사용했기 때문에 쿠페 라이크가 아닌 세단의 이미지가 더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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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도 취향이 크게 갈리는데, 크루즈는 쉐보레의 실내 디자인 상징인 듀얼 콕핏을 적용하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대부분의 버튼을 센터페시아 상단과 중단 부분으로 모았다. 대시보드를 장식하는 역동성을 중시한 형태의 스티치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역동성을 한층 강조시킨다. 무엇보다 선대 모델보다 커진 차체로 인해 뒷좌석의 레그룸이 넉넉해졌고, 쿠페 라이크 형상을 취한 루프라인 안에 성인을 위한 헤드룸이 마련되어 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해 앞좌석과 뒷좌석의 높이는 낮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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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의 실내는 직선을 기조로 다듬었기 때문에 역동성보다는 안정적인 분위기가 강조된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역시 직선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직선의 라인이 안정감을 부여한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크루즈보다는 세단 형태에 가까운 루프라인을 갖고 있으면서도 뒷좌석에 헤드룸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앞좌석의 경우에는 탑승에 전혀 문제가 없고, 뒷좌석 레그룸도 일정 수준으로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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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델을 서킷에서 비교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스펙이 있다. 먼저 크루즈의 경우 1.4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5,600 rpm에서 최고출력 153마력, 2,400~3,600 rpm에서 최대토크 24.5 kg-m을 발휘한다. 타이어는 225/40R 18 사이즈고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를 적용하고 있다. 비교 대상인 아반떼는 1.6L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6,300 rpm에서 최고출력 132마력, 4,850 rpm에서 최대토크 16.4 kg-m을 발휘한다. 타이어는 225/45R 17 사이즈고 넥센 엔프리즈 AH8을 적용하고 있다.

 

두 차량의 공차중량과 휠베이스가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반떼가 가속 성능과 코너링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 서스펜션은 크루즈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타입이고 아반떼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튜블러 빔(CTBA) 타입으로 대동소이하다. 타이어는 두 모델 모두 승차감과 정숙성을 고려한 타이어를 선택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자동차 개발 초기부터 타이어도 같이 차체와의 조화를 고려해 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각의 자동차에 적용된 타이어가 최선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서킷에서의 비교 시승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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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서킷 내에서의 크루즈와 아반떼의 운동 성능은 막대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차체의 외부 거동만 보고서 어느 쪽의 운동 성능이 우위에 있는지 알기 어려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말로 외부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고,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은 운전자나 같이 탑승한 동승자가 느끼는 안정감은 크루즈가 아반떼에 비해 좀 더 우위에 있다. 타이어 사이즈의 차이를 고려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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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크루즈부터 이야기해보자. 배기량의 한계 상 폭발적인 가속력은 없지만, 풀 스로틀을 진행할 때는 상위 배기량, 1.8L 자연흡기 엔진과 맞먹는 가속 감각이 전해진다. 또한 터보차저 엔진의 장점으로 인해 저회전 영역에서는 토크가, 고회전 영역에서는 출력이 차체를 이끌어준다. 서스펜션이 상하로 움직이는 길이가 상당히 짧은 것 같이 느껴지는데, 이로 인해 코너 공략 시 서킷 안쪽의 연석을 다소 거칠게 밟아도 차분하게 반응한다.

 

크루즈는 차체의 74.6%라는 광범위한 범위에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서스펜션과 관련된 하체 부품 일부를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는데, 이로 인해 바퀴 부분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어지면서 운동 성능이 더 좋아지고 있다. 차체와 하체 부품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나타나는 효과는 진중한 거동. 다소 속력을 높인 상태로 헤어핀에 뛰어들어도 차체가 요동치지 않는다. 침착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언더스티어를 유지한 채로 코너를 탈출할 수 있는데, 이 상황에서도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불안감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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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의 가속력은 크루즈와의 출력과 토크 차이를 고려하면 준수하다. 단, 서킷이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선대 모델에 비해 보강되었다는 중저속 토크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엔진 회전이 크루즈에 비해 높은 회전 영역에 있어서 엔진의 개도를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출력을 사용할 수 없다. 서킷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상 영역에서는 크루즈에 비해서 발진 감각이 약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반떼는 차체의 53%에 초고장력강을 적용했고 서스펜션의 세팅도 선대 모델에 비해 개선을 이루었다. 이로 인해 선대 모델보다 코너에서 진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크루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스펜션이 상하로 길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며, 고속 주행 후 강한 브레이킹을 구사했을 때 리어에서 하중이 한 순간 없어지는 듯한 현상이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철을 적용한 하체 부품도 바퀴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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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크루즈는 진중함 속에서 안정감을 부여하는 운동 성능을 좀 더 중시한 서스펜션을 적용한 것이고, 아반떼는 운동 성능 개선에 신경을 썼지만 아직까지는 일반 운전자들이 중시하는 승차감과 부드러움을 중시한 서스펜션을 적용한 것이다. 만약 비교시승 무대가 서킷이 아니라 복잡한 도심 속 도로였다면 아반떼의 서스펜션이 조금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운동 성능이 도심 속에서 발휘될 일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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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전자에게 사랑받는 자동차라는 것은 없다. 이는 결코 자동차를 잘못 만들어서가 아니고 운전자가 자동차의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선택하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같은 준중형 세단을 선택해도 역동적인 스타일과 운동 성능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크루즈를 선택할 것이고, 정제된 스타일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아반떼를 선택할 것이다. 그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니 ‘왜 그 차를 선택했냐?’면서 비난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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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고속 주행 또는 와인딩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무엇보다 단단한 차체가 주는 안정감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운전자라면 크루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굳이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과격한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들이 한국에는 생각 외로 많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 크루즈는 아반떼의 좋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준중형 세단이 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그리고 고객들이 더 좋은 자동차를 손에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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