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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걱정없이 달리는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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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6-15 03: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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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충전으로 383 km, 쉐보레 볼트 EV가 내세우는 주행거리다. 지금까지 소개된 대부분의 전기차, 그 중에서도 보조금 지급을 통해서 일반 승용차와 비슷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들이 200 km 내로만 주행할 수 있었고 테슬라의 모델들을 포함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들은 높은 가격을 자랑했기 때문에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운전자들이 전기차 구매 시 주행거리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하루에 출퇴근 및 가정용으로 100 km를 주행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선택에 있어서는 주행 거리에 유독 신경을 쓴다. 그 모습은 마치 책상 옆에 스마트폰을 놓고 충전하는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과 충전 퍼센트에 항상 신경쓰면서 일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디지털 세대와의 모습과 겹친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엄연히 다른 물품임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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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디지털 운전자들에게 저렴하면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등장은 구세주와도 같다.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올해의 판매 분량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볼트 EV는 운전자 앞에 실차가 도착하기까지 몇 달 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우수한 자동차일까? 예약을 진행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탑승해보지도 못하고 예약을 진행해야 했을 것인데, 막상 차를 받아보고 후회하지는 않을까?

 

이번에 진행한 볼트 EV 시승은 그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준중형 정도의 공간과 소형의 트렁크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초고속 주행을 원하지 않는다면 볼트 EV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였다. 막대한 주행거리가 주는 혜택은 전기차의 충전이 원활하지 않은 아파트에서도 빛났다. 볼트 EV는 ‘오랜 기간을 기다려서라도 살 만한 전기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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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EV는 멀리서 바라보면 ‘소형 해치백’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차체 길이 4,165 mm, 폭 1,765 mm 이기 때문에 소형차에 속한다. 그러나 전고가 1,610 mm로 소형 SUV와 비슷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해치백보다는 MPV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작은 차체 내에서 바닥에 배터리를 배치하기 위한 공간과 실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고를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고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면으로 이동할수록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스프린터의 느낌을 내는 벨트라인으로 인해 둔중하기보다 날렵하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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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는 쉐보레의 디자인 정체성을 상징하는 ‘듀얼 포트 그릴’이 적용되어 있고, 전기차라는 것을 강조하듯 보타이 엠블럼을 적용한 상단의 프론트 그릴은 막혀있다. 헤드램프는 단순하면서도 하단의 LED 주간주행등을 강조하는 형태로 다듬어졌고, 프론트 펜더를 가로지르는 라인에는 ‘BOLT EV’를 새겨 전기차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럭비공을 반으로 가른 듯한 브레이크램프는 내부에 물결무늬를 적용했고, 리어 범퍼에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이 가로로 길게 적용됐다.

 

전체적으로는 해치백 디자인으로 전기차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디테일 면에서 전기차임을 은근히 알리고 있다는 것이 의외의 면으로 다가온다. 17인치 휠에는 5스포크 디자인을 적용해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타이어는 215/50R17 사이즈로 미쉐린의 타이어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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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EV의 실내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심플하다’고 할 수 있다. 대시보드를 구성하는 라인도 계기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직선, 듀얼 콕핏을 단순화시킨 하단의 라인으로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기능 조작이 센터페시아의 10.2인치 대형 터치스크린과 그 아래에 위치한 버튼과 다이얼에 몰려 있다. 이 화면에서는 에너지 효율, 흐름도, 충전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모니터링하고 조작할 수 있다. 버튼은 화면 터치를 힘들어하는 운전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느낌이고, 대부분의 조작은 터치로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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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반은 8인치 스크린을 사용하고 있으며, 표시되는 글씨는 작으면서도 선명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스티어링은 쉐보레 라인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3 스포크 방식으로 좌측 후면에 회생제동을 위한 버튼이 달려 있다. 센터터널의 전자식 기어노브는 익숙한 형태인데, 노브를 편안하게 감싸쥐려고 하면 팔꿈치가 센터콘솔에 걸리기 때문에 팔꿈치를 들고 손목을 꺾어서 쥐게 되어 조금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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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편안함보다는 단단함이 조금 더 우선시되는 타입인데, 신체에 불편함을 야기시키지는 않는다. 2열은 레그룸에도 약간의 여유가 있지만 높은 전고로 인해 헤드룸에 여유가 있어 실내 공간이 작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은 용량이 충분하므로 다양한 짐을 간단하게 보관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평상시 479L이고 플로어 패널을 제거하면 용량이 조금 늘어난다. 2열 등받이를 접으면 조금 더 트렁크를 넓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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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EV에 적용되는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204 마력, 최대토크 36.7 kg-m을 발휘한다. 60kWh 용량을 자랑하는 288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 셀로 인해 공차중량이 1,620 kg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가속을 자랑하는데, 회전을 시작하자마자 적극적으로 분출되는 토크는 물론 고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차체를 앞으로 끌어주는 출력이 인상적이다. 연비 위주의 타이어를 장착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출발 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앞바퀴가 헛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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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가솔린 자동차와 같은 자연스러운 감속이 이루어진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기어를 L 모드로 변환해 강한 회생제동 에너지를 축적할 수도 있지만 통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앞 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면 페달 조작대신 스티어링 왼쪽 뒤에 있는 회생제동 버튼을 누르면 서서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감속하면서 에너지를 모은다. 전방의 상황이 급하게 변하지 않는다면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릴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전기차는 주행 시 의외의 소음이 발생한다. 체감상 50 km/h를 기준으로 보면 이 이하의 속도에서는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이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풍절음과 전기모터 특유의 ‘우우웅~’소리가 섞여서 들리고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조용함을 깬다. 정확히 재 보지는 못했지만 체감상으로는 4기통 가솔린 엔진보다 아주 약간 조용한 정도라고 짐작된다. 질주한다는 느낌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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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은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지고 150 km/h까지는 거침없이 가속하지만, 그 이상의 속력을 내기는 힘들다. 더 이상 가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모터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도 받는데, 계기반에서도 모터의 출력이 감소되어 일정 수준에서 계속 머무는 것이 표시된다.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모터를 제어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차체 하단에 대부분의 무게가 쏠려 있어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지만, 무거운 차체와 효율을 중시한 타이어로 인해 언더스티어가 발생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스포츠카 못지않은 가속력을 가졌지만 스포츠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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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성능도 성능이지만 넉넉한 주행가능거리가 주는 장점은 또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동차의 에어컨, 히터 등 부가기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가능한 한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더운 여름 또는 추운 겨울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봤다. 인간의 편안한 이동을 위해 제작된 자동차가 오히려 인간의 편의를 뺏는 현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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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볼트 EV에 관해서는 그런 걱정은 접어도 좋을 것 같다. 시승하는 내내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켜고 음악의 볼륨을 최대로 맞추고 다니면서도 배터리가 바닥날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았다. 마침 배터리가 떨어져 가고 있는 스마트폰을 충전시키면서 주행하니 전기차라기 보다는 ‘이동하는 대형 스마트폰 보조배터리’가 된 느낌이다. 다른 전기차의 경우 충전소 위치를 신경쓰면서 다녀야했지만, 적어도 볼트 EV하고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고 마트 등 특정 장소에 들렀을 때 잠시 세우고 충전하면 만사형통이다.

 

직접 체험한 볼트 EV는 주행거리, 가격, 성능 등 여러 면에서 운전자에게 만족을 주었다. 기본 가격은 4,779 만원 이지만 여러 가지 보조금을 합하면 2,000 만원대 후반까지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전기차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선택할 만하다. 단, 올해는 글렀으니 렌트카 등으로 반드시 체험해 보고 내년을 기약하며 느긋이 기다리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동안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다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볼트 EV의 라이벌이 쉽게 등장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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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EV는 주행거리와 가격으로 인해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던 전기차라는 세계를 현재로 쉽게 끌어당겼다.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전기차라는 것만으로도 선택의 이유는 충분하다. 새 시대를 여는 개척자들은 힘들다고 하지만, 전기차의 시대를 여는 개척자들은 볼트 EV로 큰 힘 안들이고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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