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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대륙 횡단의 꿈, 혼다 아프리카 트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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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7-10-16 0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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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트윈은 ‘다카르 랠리’를 정복하겠다는 혼다의 꿈이 담긴 모델이다. 변화무쌍한 아프리카 대륙을 마치 평지처럼 주행하면서도 라이더에게는 피로를 주지 않고 장거리를 고속으로 주행해도 무탈한 성능을 보여주는, 도로 상황을 가리지 않는 장거리 고속 투어에 딱 맞는 모델이었던 것이다. 당시 혼다는 이 모델로 1980년대 후반에 다카르 랠리에서 4회 연속 우승을 거두었고, 이 모델이 양산형으로 등장한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았다.

 

2003년을 끝으로 단종되었던 아프리카 트윈은 그래서 재 부활의 필요성을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장거리 주행을 즐기는 라이더들이 많아졌고, 자동차가 일반 세단에서 SUV로 이동하듯 모터사이클도 네이키드 등 일반적인 모터사이클에서 멀티퍼퍼스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 그런 라이더들의 염원을 안고 아프리카 트윈이 부활한 것은 2016년, 엔진도 변속기도, 편의 장비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지만 일치하는 것은 언제나 하나, ‘대륙 횡단이 가능한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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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아프리카 트윈의 정식 명칭은 CRF1000L 이다. CRF는 혼다 모터사이클 내에서 임도 주행을 주 목적으로 하는 라인업이고 1000은 배기량을 나타낸다. 사실 이름이 바뀌었다고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본래 아프리카 트윈도 정식 명칭은 XRV750 이었다. XR은 과거 임도 주행을 목적으로 하던 혼다 모터사이클 라인업, V는 V형 2기통 엔진, 750이 배기량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혼다의 임도 주행용 모터사이클 역사가 이어져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혼다의 임도 주행용 모터사이클 역사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실전을 통해서 검증해 보는 것뿐이다.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는 일반도로부터 모래와 자갈로 인해 평탄하지 않은 임도, 좀 더 큰 돌과 모래로 구성되어 있는 거친 길까지 ‘아프리카 트윈’이라는 이름만큼 어디까지도 거침없이 주행할 수 있는지 말이다. 오프로드 주행 기술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두렵기는 하지만, 혼다의 모터사이클이니까 초심자에게도 친절하리라 믿고 스로틀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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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트윈의 이름을 잇고 있는 만큼 디자인에서 1세대 모델의 오마주가 느껴진다.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와 곡선을 갖춘 디자인으로 다소 둥글둥글했던 인상을 갖췄던 1세대와 다르게 현대적으로 다듬어지면서 마치 고글을 착용한 듯한 인상의 헤드램프와 각을 갖춘 디자인을 취하게 되었지만 누가 봐도 아프리카 트윈의 이름을 잇는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한 디자인의 교범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프론트 카울, 윈드실드, 연료탱크, 시트 등 대부분의 부품이 각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언뜻 보면 날카로운 인상이어서 착석이 불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 앉았을 때 각과 돌출된 부위로 인해 불편한 점은 하나도 없다. 프론트 카울은 폭을 적당히 좁히면서 바람을 흘려보내도록 해 바람으로 인한 피로는 줄이면서 모터사이클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도록 했다. 카울 좌우에 적용되어 있는 붉은색의 날개 혼다 엠블럼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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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모두 LED로 구성되어 있으며, 헤드램프 하단에는 LED DRL도 마련되어 있다. 시동을 걸면 헤드램프는 물론 프론트 시그널 램프도 같이 점등되며, 이로 인해 밤에도 존재감이 강조된다. 계기반은 8세대 시빅과 같은 느낌으로 상단에 회전계와 속도계, 하단에 연료계와 수온계, 트립 미터와 기어 포지션 그리고 TCS 단계 표시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모터사이클도 최첨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폭이 넓고 평평하게 다듬어진 시트는 안락함을 중시하는 타입으로 장거리 여행에서도 피로가 느껴지지 않도록 해 준다. 운전석과 동승석이 분리되어 있어 각 포지션의 편리함을 강조하는 느낌. 시승 모델에는 옵션으로 좌우에 장착하는 페니어 케이스와 탑박스가 적용되어 있는데 좌우의 케이스는 레버를 한 번 젖히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으며, 제거 시에도 깔끔한 외관을 자랑한다. 모든 케이스를 장착했을 경우에는 상당히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어 장거리 여행 또는 캠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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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주행을 병행할 수 있는 모델답게 휠은 와이어 스포크 휠을 적용하고 있다. 프론트 21인치, 리어 18인치로 휠 지름이 상당히 큰 편이고 임도 주행을 대비해 서스펜션도 상당히 높게 솟아 있다. 그로 인해 키가 작은 사람은 탑승한 상태에서 양발을 땅에 딛기가 힘든데, 키 170을 약간 넘기는 기자가 탑승했을 때 양 엄지발가락이 땅에 겨우 닿는 정도이다. 신호대기 시에는 한 발로 버티는 것이 차라리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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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트윈에 탑재된 엔진은 1.0L 병렬 2기통 엔진으로 7,500rom에서 최고출력 92마력, 6,000rpm에서 최대토크 9.7kg-m을 발휘한다. 기존 모델의 경우 토크를 중시하여 V형 2기통을 적용했었는데, 그동안 엔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굳이 V형을 적용하지 않아도 풍부한 토크를 낼 수 있도록 했고 병렬 2기통의 구조로 인해 엔진 크기가 작아진 것은 물론 무게중심 확보에도 유리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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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한 후 스로틀을 가볍게 당기는 순간 저속에서 손쉽게 발휘되는 토크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터급 모터사이클이라고 하면 시내 주행 시 자주 기어변속을 해줘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지만 아프리카 트윈은 2-3단에 기어를 고정시키고 스로틀을 차분하게 감아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없이 차체를 끌고 나갈 수 있다. 저회전에서는 약간의 진동이 오기는 하지만 시동이 꺼질 정도의 위태로움은 아니며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엔진의 회전 감각은 모터사이클 보다는 자동차에 더 가깝다. 7,800rpm부터 레드존이 시작되는데다가 회전 한계도 8,200rpm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그래서인지 엔진도 대부분의 영역에서 진동을 주는 일 없이 매끈하게 돌아간다. 대략 6,000~6,500rpm을 넘기는 순간부터 고동이 진동으로 바뀌지만 일반적인 투어 중에 이 정도 영역까지 회전이 도달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초고속 투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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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급 모터사이클인 만큼 1-2단의 기어비가 상당히 넓다. 1단에서 88km/h, 2단에서 135km/h를 기록한 뒤에는 여유가 없어 더 이상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만약 속도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을 주행한다고 하면 200km/h를 넘길 수도 있을 것 같다. 100km/h에서의 회전은 3,200rpm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이로 인해 21.6km/l(WMTC 모드)의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시승 중 기록한 연비는 18.6km/l인데, 시승 시 고회전을 자주 사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수한 연비라고 생각된다.

 

코너링은 상당한 안정감을 준다. 모터사이클의 코너링은 기본적으로 다리와 엉덩이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다리에는 약간만 힘을 주고 손에다가 힘을 주어 핸들바를 지그시 눌러도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만큼 코너를 가볍게 돌 수 있다. 물론 이 때는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므로 좀 더 완벽하게 코너를 돌기 위해서는 다리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살짝 빼야 하지만, 코너링에 큰 힘이 들지 않고 쉽게 기울어지면서도 안정감이 전해진다는 점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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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시의 안정감과 더불어 임도 주행 시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혼다에서 개발한 TCS인 HSTC다. 이 시스템은 앞바퀴의 회전을 감지하여 뒷바퀴와 앞바퀴의 회전이 어긋날 경우 ECU를 통해 엔진을 제어하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뒷바퀴의 구동을 제어하는데, 이를 통해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걱정할 염려 없이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역동적인 주행을 원하는 라이더를 위해 HSTC의 개입 강도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고, 필요가 없다면 끌 수도 있다.

 

임도 주행도 가능한 모델인 만큼 약간의 험로를 찾아서 주행해 본다. 흙과 잔돌로 뒤덮인 길 정도는 평지와 다름없이 지나가면서 그 위용을 보여준다. 오기가 생겨서 조금 더 험한 길을 찾아서 주행해 보니 주행 능력은 평소와 다름이 없지만 라이더에게 조금씩 진동이 전해져 온다. 임도 주행 교범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다리로 충격을 흡수하고 전방을 멀리 바라보면서 스로틀을 감으니 주행에서 편안함까지 밀려온다. 뒷바퀴에서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만약 드리프트를 즐기고 싶다면 뒷바퀴의 ABS만 따로 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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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트윈 라인업에는 자동으로 기어를 변속해주는 DCT가 적용된 버전도 있지만, 시승차는 아쉽게도 수동변속기 모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 변속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풍부한 토크 덕분에 변속을 자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토크가 높아서 마음에 드는 점은 장애물 돌파를 위해 무조건 엔진 회전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제법 가파른 언덕도 1단 기어를 넣고 3~4,000rpm 정도로 가볍게 넘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진입 시 망설임이 많이 사라진다. 아프리카 트윈의 위용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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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트윈은 이름 그대로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할 수 있는’ 능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 능력은 수 없는 임도 주행을 통해 숙련된 라이더뿐만 아니라, 주행을 갓 배운 초심자에게도 거의 동등하게 부여된다. 모터사이클의 주행 능력을 라이더의 능력으로 착각하면 안 되겠지만, 그 막대한 능력으로 라이더에게 끝없는 안정감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제 더 이상 장거리 여행이라고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트윈을 탑승하고 나니 한동안 잊혀져 있었던 해외 대륙횡단의 꿈이 다시 떠오른다. 본래 그런 꿈을 위해서 제작된 아프리카 트윈인 만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분의 식량과 텐트, 짐을 실어도 될 대용량 페니어 케이스, 동승자가 없으면 추가로 짐을 실을 수 있는 평평한 공간, 고속 주행에서도 편안함을 보장하는 포지션과 장거리 주행을 보장하는 높은 연비, 이 모든 것이 뭉치면 어쩌면 지구 횡단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가볍게 모터사이클 캠핑이라도 떠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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