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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아늑함을 맛보다, 벤틀리 벤테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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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4-11 03:09:13

본문

처음에는 사실 믿기 힘들었다. 그동안 세단과 GT 스타일의 쿠페 모델에 집중하던 벤틀리가 SUV를 제작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위장막을 씌운 테스트 모델이 등장했을 때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그 모습이 공개되었을 때 느껴졌던 감정은 미묘하면서도 복잡했다. 벤틀리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처음으로 적용하면서 당당한 모습을 만들었기에 SUV에 어울리는 풍채를 지녔다고 감탄하면서도 진짜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본래 자동차라는 것은 짧은 시간이라도 직접 운전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그동안 평가를 자제하고 있었지만, 벤테이가와의 연은 쉽게 닿지 않았다. 고급을 지향하는데다가 수입 물량이 적으니 도로에서 접할 기회조차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벤테이가를 가까이서 만지고 직접 운전하며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도 자동차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서킷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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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장소가 결정되니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본디 벤틀리가 자신있게 주장하는 것이 모터스포츠이고 컨티넨탈 쿠페 등 GT 모델을 라인업에 갖추고 있어 그 운동성능에 대한 의심은 그다지 없는 편이지만, 벤테이가는 GT 모델과는 궤를 달리하는 SUV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 와중에 라즈 밀란이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경주에 벤테이가를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니 혼돈이 더 깊어졌다. 과연 벤틀리는 벤테이가에도 모터스포츠의 혼을 성공적으로 부여한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역시 결론은 ‘직접 운전해봐야 알 수 있다’였다. 무엇보다 벤틀리가 아무런 자신감도 없이 벤테이가를 서킷으로 초대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용인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더 가벼워졌고, 서킷에서 만난 벤테이가는 그 커다란 차체와 엔진음으로 위압감을 뽐내고 있었다. 무리해서 오버스피드를 발휘하지는 않겠지만, 감당이 가능한 한에서는 최대한 거칠게 몰아붙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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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으로부터 압도된다. 사진 상으로도 거대한 크기가 느껴지는데, 실제로 눈 앞에서 보게 되면 거대한 프론트 그릴을 갖고 있는 전면에서부터 위압감이 느껴진다. 차체 폭이 2m에 달하고, 높이가 1.7m가 넘으니 더더욱 그렇다. 헤드램프와 원형 LED DRL을 품은 전면은 프론트 펜더에서 연장되어 이어져 있는데, 이음매가 없이 한 덩어리로 되어 있어 단정하면서도 그 존재감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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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는 벤틀리의 초대 모델인 ‘버킨 블로워(Birkin Blower)’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라인과 리어 펜더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라인은 프론트 펜더 측면에 마련된 ‘B’자를 강하게 표현한 형태의 에어 벤트로부터 시작되어 벤틀리의 모델임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휠 디자인은 년도마다 조금씩 다른데, 국내에 수입되는 2018년식 W12 모델은 독특한 에어홀을 갖춘 5 스포크 형상의 22인치 휠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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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는 단정하게 다듬어졌지만 그 안에서 고급 모델다운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다. 사각형의 테일램프는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내부를 자세히 보면 ‘B’자 형상으로 점등 라인이 그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리어 해치 상단에 위치한 스포일러는 크게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공력 특성에 큰 영향을 준다. 리어 범퍼 하단 좌우에 위치한 두 개의 대구경 타원형 머플러가 이 차의 숨겨진 성능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길이 5,140mm, 너비 2,000mm, 높이 1,740mm에 달하는 차체는 이 차를 한국에서 대형 SUV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한다. 주로 직선을 사용했음에도 그 인상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벤틀리 디자인의 힘일 것이다. 차체 주요 부위를 장식하는 크롬도 과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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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손에 닿는 대부분의 부품이 가죽과 우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컨티넨탈 GT도 이렇게까지 실내가 화려했던 기억은 없는데, 벤테이가의 경우 필러는 물론 루프까지도 가죽을 적용하고 있는데다가 도어 트림과 시트를 다이아몬드 패턴의 스티치로 촘촘하게 채우고 있어 더욱 그렇다. 우드는 각 패널을 숙련된 장인이 직접 손으로 깎아서 제작한 것으로, 최상의 나무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며 나무만 연구하는 팀이 따로 있다고 하니 그 정성을 알만하다.

 

대시보드는 벤틀리 윙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운전석의 계기반으로 인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지는 않은데 그런 점 역시 좌우 날개의 개수가 다른 벤틀리의 엠블럼과 어우러지는 면이 있다. 3 스포크 형태의 스티어링 휠은 가죽과 금속으로 구성되어 고급스러움이 배가되는 것은 물론 손에 쥐어지는 감각도 우수하며, 그 너머의 아날로그 계기반과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빠르게 정보를 파악하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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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의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네비게이션은 물론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한국어도 지원하고 있어 조작이 쉬운데다가 선명도가 높아 한 눈에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센터터널에는 벤틀리 특유의 디자인을 갖춘 전자식 기어노브가 있고, 특이하게도 스타트 버튼이 주행모드 변경 다이얼과 통합되어 있다. 일반도로 주행모드 4개, 임도 주행모드 4개가 마련되어 있어 모드 변경만으로도 서스펜션 높이 등을 알아서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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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극상의 편안함을 강조하는 타입이지만, 좌우에서 상체를 잡아주는 능력도 일정 부분 갖추고 있어 벤테이가가 스포티 모델임을 알려주고 있다. 1열은 물론 2열도 좌우 독립식 시트로 구성되었고 제법 폭이 넓은 센터콘솔이 마련되어 있는데, 독립식 좌석이 주는 안락함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1열에 키 190cm에 육박하는 거인이 탑승하면 2열 레그룸이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지만, 그 정도의 체격을 갖춘 운전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트렁크 용량은 431L(4인승 기준)로 간단한 캠핑 장비 정도는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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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테이가는 PHEV를 비롯해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에 시승하는 모델은 폭스바겐 그룹에서 개발한 6.0L W12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V6 엔진 두 개를 좌우로 겹친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5,000~6,000rpm에서 최고출력 608마력, 1,350~4,500rpm에서 최대토크 91.8kg-m 이라는 막강한 출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ZF에서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네 바퀴를 구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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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거대한 차체가 약간의 숨만 내뱉은 채로 거침없어 튀어나간다. 무게가 느껴지긴 하지만 출력이 더 세게 발휘되어 출력이 무게를 가볍게 끌고나가는 느낌인데, 약 2.6톤에 달하는 벤테이가의 공차중량에 기자 3명과 레이서 한 명이 탑승해서 주행 시에는 무게가 3톤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움이 먼저 느껴진다. 엔진음은 실내에서는 크게는 들리지 않지만, 회전을 높이면 그 음이 나지막하게 전달되면서 운전자를 조금씩 고양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차 안이 상당히 평온하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호화로운 거대 요트에 탑승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분명히 페이스카의 바로 뒤를 쫒아가면서 더 빨리 달리기를 재촉하고, 속도계는 이미 200km/h를 넘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안정적이다. 마치 거대한 파도를 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흔들리지 않고 굳세게 항해하는 요트처럼 윈드실드를 통해 급속도로 다가오는 서킷의 정지 알림 표지판이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가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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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점은 코너에서 발동되는 벤테이가 자체의 실력이다.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있는데, 사실 벤테이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스펜션의 방식이나 연속으로 댐핑을 제어하는 에어 서스펜션이 아닌 48V 전자식 액티브 안티롤바이다. 코너를 다소 거칠게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론트와 리어의 스테빌을 따로 제어하면서 자세를 잡아주는데, 이를 통해 느껴지는 것은 극단적인 편안함과 롤링 억제이다.

 

만약 다른 모델의 시승이었다면 루프에 마련된 손잡이를 잡았겠지만, 벤테이가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헤어핀을 거칠게 돌고 있음에도, 상체가 조금은 흔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함이 먼저 느껴지다 보니 루프 손잡이를 잡기보다는 센터콘솔에 팔을 기대고 편안한 자세로 관망하는 모드가 되어버린다. 오버스피드로 진입하면 자세가 무너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으로, 자세가 무너질 틈도 주지 않고 엔진을 제어해 속력을 줄이고 바퀴와 차체의 자세를 즉시 제어해 안정화를 이루어 버린다. 극상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GT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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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공략 시 옆에서 운전법을 알려주던 김종겸 레이서가 자리를 바꿔 운전석에 않았다. 그는 작년 슈퍼레이스에서 ASA GT-1 챔피언을 지낸 모터스포츠 차세대 대표주자로 올해에도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실력파 레이서다. 그런 그가 최선을 다해 벤테이가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코스를 거의 모두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었고 고속으로 주행하는 고급 택시를 탄 기분까지도 들었다. 벤테이가의 편안함이 극단적으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가속 그리고 코너링에서는 불만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카의 느낌을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올수도 있겠지만 SUV라는 벤테이가의 포지션과 성격을 생각하면 이것이 맞을 것이다. 단, 브레이크는 서킷 주행을 상정하지 못해서인지 2~3바퀴 주행 후에는 페이드가 쉽게 발생했다. 3.2톤의 차체로 서킷을 공략했으니 이 정도 버틴 것이 용할 것이고, 아마도 일반도로에서는 이런 상황과 마주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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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인 만큼 당연히 임도 주행 능력도 갖추고 있다. 사정 상 거친 임도를 본격적으로 주행할 수는 없었지만, 인공 구조물을 돌파하면서 한 바퀴, 때론 두 바퀴가 공중에 떠 있어도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토르센 센터 디퍼렌셜과 뒷바퀴에 적용된 전자식 디퍼렌셜이 작동되는 소리가 들리면, 바퀴 하나만 지면에 붙어 있어도 이론 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30도에 달하는 경사로 역시 거침없이 올라가고, HDC 역시 작동되는 느낌이 전달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하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큰 차체와 어울리는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그것은 주행 중에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 것으로, 벤틀리의 전통인 역동적인 주행을 챙기면서도 안락하면서 편안한 승차감을 동시에 실현한다. 그것을 받쳐주는 것은 작동되는 것조차 느끼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게 개입하고 빠지는 수 많은 전자장비 그리고 가죽과 우드, 금속으로 고급스럽게 장식한 실내일 것이다. 여러 가지 요소가 모여 극상의 아늑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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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테이가는 기존 벤틀리 오너에게도 사랑받고 있으며, 새롭게 벤틀리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그것은 상급의 럭셔리와 기술로 무장한 SUV를 타고 싶다는 욕망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 제일 클 것이다. 또한 일의 패턴이 변하면서 주말에 생기는 여유를 가족들과 아늑하게 보내고 싶은 오너드라이버들이 많아진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짧은 시간만을 즐겼을 뿐이지만 벤테이가의 매력이 준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주요 제원 벤틀리 벤테이가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40×2,000×1,740mm
휠베이스 : 2,995mm
트레드 앞/뒤 : 1,689/1,693 mm
공차중량 : 2,620kg

 

엔진
형식 : 5,950cc W12 TSI
보어X스트로크 : 84 X 89.5mm
압축비 : 10.5 : 1
최고출력 (마력/rpm) : 608/5,000-6,000
최대토크 (kg·m/rpm) : 91.8/1,350-4,500
연료탱크 용량 : 85리터

 

트랜스미션
형식 : ZF 8단 AT
기어비 : 4.71/3.14/2.1/1.67/1.29/1.00/0.839/0.667
최종감속비 : 2.85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타이어 : 285/40 ZR 22
구동방식 : AWD

 

성능
0-100km/h : 4.1초
최고속도 : 301km/h
복합연비 : 6.1km/L(도심 5.2/고속 7.9)
CO2 배출량 : 291g/km

 

가격
W12 : --

 

(작성 일자 2018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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