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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수트 입은 근육질의 청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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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4-12 03: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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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캐쥬얼 의류만 입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최신 패션 감각을 지닌 몸에 거의 딱 붙는 수트를 입고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 사람의 생김새에 따라 ‘잘 어울린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운동한다면서 불편한 옷을 입고왔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근육과 운동량보다는 생김새와 수트의 디자인이 판단에 끼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5세대로 진화할 때의 느낌이 그랬다. 기자가 기억하고 있는 디스커버리라는 자동차는 거의 사각형의 형태로 디자인되어 같은 그룹의 디펜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험로 주행을 목적으로 하는, 조금은 마초적인 냄새를 풍기는 그런 자동차였다. 어릴 적 자동차 잡지에서 보았던 노란색으로 도색한 디스커버리가 진흙이 파고드는 정글과 헤드램프가 잠길 정도의 강을 건너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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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모델까지만 해도 각을 세우며 다소 투박한 모습을 보였던 디스커버리는 5세대에 접어들며 깔끔하면서 몸에 딱 맞는 브리티시 수트를 입었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2차 대전 때 전장을 누비던, 전쟁이 끝난 후 군대로부터 차량을 저렴한 가격에 불하받아 숲 속과 사막, 강 등을 건너던 SUV들은 도심의 발달과 함께 시내 도로를 주행하게 되었고, 험로를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1년에 1~2회 정도 사용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주 무대를 험로에서 도심으로 옮겨버린 디스커버리는 과연 어떤 능력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렇게 되면 디스커버리의 진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진흙과 바위가 널려 있는 험로를 찾기보다는 잘 포장된 도로 위에서 능력을 알아보는 시간이 더 길어져야 할 것 같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시승을 진행하는 동안 공사 구간을 상당히 많이 지나갔고, 도로에 존재하는 수많은 땜질의 흔적이 험로 주행과 비슷한 감각을 줬다는 것이다. 도심의 도로가 SUV를 배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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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한 세대 전 모델에만 해도 헤드램프 등 곳곳에서 사각형을 찾을 수 있었는데, 세웠던 각은 눕히고 크고 두툼했던 파츠들을 얇게 다듬으면서 미려한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그 변화를 맨 처음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 프론트인데,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이 얇고 가는 형태로 다듬어져 있는데다가 헤드램프 내의 LED DRL 역시 ‘U’자 형태로 하단을 감싸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그런 변화는 측면과 후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직각으로 세웠졌던 C 필러는 이제 눕는 형태로 변했고, 필러 후면에서 루프까지 차지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했던 윈도우도 평범한 형태로 다듬어졌다. 디스커버리 특유의 이중 굴곡을 지닌 루프는 이제 형태만이 살짝 남았다. 아무래도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 부분일 것이니, 주행 능력 향상을 위해 다듬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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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램프는 과거의 세로로 긴 형태를 버리고 가로로 긴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언뜻 보면 레인지로버 벨라와도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기존 디스커버리의 세로 배열을 그대로 고수함으로써 전통을 잇는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다. 번호판이 좌측으로 최대한 이동하여 적용된 것은 디스커버리 모델들에 대한 전통이다. 이전 모델까지만 해도 클램쉘 방식을 적용했던 테일게이트는 이번에는 하나의 게이트로 거대하게 열린다.

 

길이가 5m 미만이지만 너비가 2m에 달하고 높이가 1.8m를 넘기 때문에 상당히 커 보인다. 디자인이 단정하게, 도심에 어울리는 형태로 다듬어졌지만, 프론트와 리어 범퍼 하단에는 험로 주행에 대비한 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하고 차체 하단에 전체적으로 매트 블랙 플라스틱을 적용해 언제든 험로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디스커버리 본연의 모습은 잃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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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그야말로 단정 그 자체다. 주행 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함이겠지만 대시보드 디자인을 자를 대고 선을 그은 것처럼 직선으로 다듬어서 ‘심플의 미학’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센터페시아에 ‘인컨트롤 터치 프로’를 적용하면서 물리 버튼의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는데, 디스커버리도 예외는 아니며 실제로 에어컨과 음량 조절 버튼 그리고 다이얼을 제외하면 버튼을 찾을 수 없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림이 얇아서 험로 주행을 고려했다는 점이 바로 느껴진다. 좌우로 배치된 버튼들은 벨라보다는 좀 더 조작하기 쉽고 누르는 느낌이 명확하다. 그 뒤에 있는 디지털 계기반은 기존 아날로그 계기반처럼 쓸 수도 있고,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화면 전체에 네비게이션을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운전자마다 필요한 정보만을 띄운 채로 주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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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터널에는 시동을 걸면 돌출되는 다이얼 방식의 기어 노브와 주행 모드를 다이얼로 조절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서스펜션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버튼과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빼곡이 들어차 있지만, 의외로 이들이 차지하는 공간은 적다. 측면의 컵홀더와 센터 콘솔을 비롯해 다양하면서도 용량이 큰 수납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은 디스커버리에게 있어 긍정적인 요소다.

 

시트는 7인승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소가족이 탑승한다고 하면 평상시에는 3열 시트는 접혀 있을 것이다. 디스커버리의 주행 능력 상 극상의 편안함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단단하면서도 오래 앉아도 몸에 불편함은 주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2열과 3열 시트는 터치만으로 간단하게 제어할 수 있는데, 인컨트롤 터치프로를 통해 시트를 접고 펴는 동작을 간단하게 지정할 수 있다. 헤드레스트를 직접 펴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실제로 조작해 보면 그 간단함과 신속성에 신비함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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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도 조작이 가능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시트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시골에 내려갔다가 부모님을 동시에 모시고 이동해야 한다면, 탑승 전 스마트폰을 통해 접어두었던 시트를 미리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트렁크는 3열 시트를 접고 있을 평상시에도 1,137L에 달하니 캠핑 등을 즐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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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에 따라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골고루 준비되는 디스커버리이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과 3.0L TDV6 디젤 엔진을 탑재한다. 시승차는 3.0L 모델로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1.2kg-m을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구동한다.

 

차체를 알루미늄 모노코크로 다듬어 경량화를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디스커버리는 기본적으로 덩치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무겁다. 그러나 엔진의 토크가 높아서 그런지 공차중량 2.5톤의 차체가 경쾌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속 감각의 둔화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발진한다. 발진시에는 아무래도 엔진 회전이 올라가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조용한 것이 인상적으로, 높은 토크가 부족한 출력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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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로, 그 중에서도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감각 역시 세련되어졌다. 액티브 서스펜션이 작동되면서 고속 주행 중에는 자동으로 높이를 낮춰주는데, 이를 통해 안정감을 더 배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시트 포지션이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승용 모델과 동일한  감각까지는 느낄 수 없지만, 안정감만큼은 상당하다. 엔진조차 조용하게 반응하니 높이만 제외하면 도심 또는 고속도로에서도 SUV라고 인식하기 힘들 것이다.

 

일반도로 주행 감각 향상에는 아무래도 모노코크 방식으로 다듬어진 차체가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4세대 모델까지만 해도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던 디스커버리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모노코크로 전환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 변화는 레인지로버 때부터 감지되었던 것이지만, 그동안 레인지로버 모델들을 직접 고객들에게 전달하면서 받은 피드백도 디스커버리에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차체의 제작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과감한 도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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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반도로를 잠시 달린 후 스티어링을 돌려 다소 거친 산길로 올라갔다. 도심형이 되면서 수트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험로를 달릴 수 없다면 디스커버리라고 부를 수 없으니 말이다. 따로 지형 선택 버튼을 돌리지 않아도 약간의 험로는 쉽게 돌파하고, 심지어는 진흙으로 인해 타이어가 쉽게 빠지는 무른 지형도 아주 가볍게 돌파한다. 예전에 험로 주행 때 익힌 교범대로 왼팔을 창틀에 올린 후 필러를 손으로 잡고 조작하면 거의 어느 지형이든 돌파할 수 있다.

 

단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무가 우거진 숲을 돌파할 때 차체를 긁으려고 하는 나뭇가지들의 존재이다. 이전 디스커버리 까지만 해도 이런 존재들을 신경쓰지는 않았는데,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이제는 이런 험로에서 쉽게 다칠 것만 같은’ 느낌이 무의식적으로 다가온다. 다행이 나뭇가지에 차체가 손상당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의미로 험로 주행을 방해하는 존재가 나타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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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인테그럴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승차감 면에서는 최상의 선택이다. 디스커버리의 성격 상 코너링 성능을 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거처럼 상하로 크게 출렁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는 발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거친 조작만 하지 않는다면 완만한 코너는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브레이크에 대해서는 불만은 없지만 아무래도 무게 때문인지 약간의 노즈 다이브가 발생한다.

 

ADAS 장비는 제법 성능이 좋다. 저속에서도 ACC와 조향 등을 비롯한 기능에 잘 작동하기 때문에 정체된 도로에서도 피로를 덜 수 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단지 중앙 정렬이 정확한 편은 아니라 스티어링에는 약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은 간과하면 안 된다. 헤드램프는 켜 두기만 하면 상황에 따라 조사각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360도 모니터는 험로 주행 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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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스타일도, 엔진도, 차체도, 기능도 모두 변경되었지만 험로 주행 성능을 간직한다는 명제는 그대로 두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믿음은 확실히 받을 수 있고 이제는 도심에 어울리는 스타일까지도 챙기고 있으니 ‘만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험로에서 주로 놀던 아이가 도심에서 수트를 입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시대가 그만큼 변했기 때문이기도, 디스커버리 역시 진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가격이 세다 보니 이 차로 과감하게 험로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디스커버리의 험로 주행 성능을 한 번 겪고 난다면 그 안심감으로 인해 도심에서도 자신 있는 주행이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도심에서 부드러운 주행으로 운전자를 감싼다. 수트 입은 캐쥬얼 청년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주요제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TD6 HSE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70×2,000×1,850mm
휠베이스 : 2,923mm
트래드 : 1,692/1,687 mm 
공차 중량 : 2,500kg

 

엔진
배기량 : 2,993cc V형 6기통 DOHC 터보 디젤
보어×스트로크 : 84.0×90.0mm 
압축비 : 16.1 : 1 
최고출력 : 258ps/3,750rpm
최대토크 : 61.2kgm/1,750~2,250rpm
연료탱크 용량 : 85리터

 

변속기
형식 : 8단 AT
기어비 : 4.714/3.143/2.106/1.667/1.285/1.000/0.839/0.667/ R 3.317
최종감속비 : 3.21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위시본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55/55R20/ 255/55R20
구동방식 : AWD
 
성능
0→100km/h 가속 : 8.1초
최고속도 : 209km/h
최소 회전반경 : 6.15 
연비 : 9.4km/L(도심 8.4/ 고속 11.1)
이산화탄소 배출량 : 208g/km
적재 용량 : 258/2,406리터

 

시판가격
8,560~1억950만원

 

(작성 일자 2018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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