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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가벼움이 주는 뜻밖의 재미, 재규어 F 타입 P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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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5-03 00: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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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누군가는 출력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이는 핸들링을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로 의견은 갈릴 수 있지만 그 근본을 더듬어가면 결국 도달하는 것은 운전자 개개인의 감성적인 영역이다. 2도어, 쿠페 또는 컨버터블 스타일 등 어느 정도 차체의 구조에 대해 정해진 틀은 있지만, 그 기준을 넘어선다면 운전자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자동차가 스포츠카가 된다는 것이다.

 

다소 젊은 나이였던 십여 년 전만 해도 개인적으로 스포츠카라고 하면 최소 배기량 3L 이상, 최고출력 300마력 이상이라는 기준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기준이 예전보다 훨씬 완화되었는데, 고성능을 자신의 수족처럼 다루는 일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운사이징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2L 엔진으로도 3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달성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규어 F 타입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개인적으로 V8 5.0L 엔진을 탑재한 모델만을 진정한 F 타입으로 인정했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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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에 시승하는 재규어 F 타입 P300은 신기한 스포츠카다. 기자가 처음으로 스티어링을 손에 쥐었던 F 타입은 3.0L V6 수퍼차저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었고, 당시 온 종일 다양한 코스를 주행하면서 ‘브리티시 머슬’ 영역에 조금 더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 탑승하는 P300은 엔진이 바뀌었을 뿐인데 경량 쿠페의 영역으로 가뿐하게 발을 딛고 있다. 만약 컨버터블 모델이었다면 경량 로드스터의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다. 특히 F 타입과 같은 고가의 스포츠카라면, 어떤 모델을 구매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그 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고성능 엔진으로 가겠다’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훈수(?)를 두려 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진다. 그렇다면 F 타입 P300은 그러한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운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엔진 또는 성능을 갖춘 스포츠카일까? 이미 어느 정도 답은 나와있지만,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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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타입 쿠페 모델과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프론트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이 약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프론트와 A 필러의 디자인까지는 일전에 마주했던 컨버터블 모델과 동일하다. ‘J 블레이드’ 라고 부르는 독특한 형태의 LED DRL을 품을 헤드램프는 그 형태가 심플하면서도 차체와 조화를 이룬다. 차체에 비해 결코 작지 않은 프론트 그릴 가운데에는 붉은색의 재규어 엠블럼이 위치한다.

 

스포츠카 특유의 롱 노즈 숏 데크 디자인은 쿠페도 동일하게 갖고 있지만, A 필러 이후로 약간 솟았다가 트렁크 리드까지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쿠페와 컨버터블의 차이를 가른다. 벨트 라인부터 시작해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또 한 개의 라인은 측면의 캐릭터 라인과 조화를 이루어 리어 펜더를 좀 더 도드라지게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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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미묘한 곡선을 유지하면서도 매끈하게 흐르는 라인은 가로로 긴 쐐기 형태에 반원을 추가한 테일램프와 어우러져 우아한 뒷모습을 갖추게 한다. 리어 범퍼 중앙에 위치한 머플러는 그 크기로 인해 존재감이 높아 보인다. 리어 스포일러는 평상시에는 트렁크 리드와 일체형으로 숨겨져 있다가 일정 이상 속력에 도달하면 돌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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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지만 실내 디자인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센터페시아와 센터터널의디자인 그리고 그 오른쪽에 위치한 손잡이를 통해 운전석과 조수석을 완전히 구분하는 독특한 형태는 변하지 않았다. 단지 쿠페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컨버터블과 동일한 형태의 아주 작은 선바이저가 적용되었다는 것은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구매 후 틴팅을 하지 않을 거라면, 운전 중에는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선글라스가 필수일 것이다.

 

두 개의 원형 아날로그 계기반과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기어노브와 함께 주행 중 조작을 하다 보면 재규어가 말하는 ‘스포츠카의 감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기능을 조작하는 주요 버튼이 손이 닿는 곳에 몰려 있으면서도 직관적이어서 다루기 쉽고, 운전 중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센터페시아의 재규어 인컨트롤 터치 프로는 기존 시스템보다 반응이 빠르고 T맵 과의 연결도 가능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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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모델이기 때문에 1열에만 시트가 마련되어 있는데, 기존 F 타입보다 시트 두께가 얇아졌다. 경량 마그네슘 프레임을 사용해 무게를 덜어냈고, 두께도 줄어들어 공간이 아주 조금 더 생겼다. 승차감보다는 지지력에 조금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그래도 몸에 불편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에서도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트렁크는 스페어타이어가 차지하고 있는데, 만약 대형마트를 가야 한다면 그 전에 스페어타이어를 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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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타입 P300에 탑재되는 엔진은 재규어가 자사의 자동차 라인업에 골고루 사용하고 있는 2.0L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이다. 같은 배기량이라고 해도 탑재되는 모델에 따라 출력이 조금씩 다른데, F 타입에 탑재된 것은 5,500rpm에서 최고출력 300마력, 1,500~4,5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ZF에서 공급받는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뒷바퀴를 구동한다.

 

V8 또는 V6 엔진을 탑재한 모델에 비해 출력이 낮은 만큼 급가속 시 상체가 시트에 파묻히는 것 같은 감각은 거의 느낄 수 없다. 분명히 빠르게 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가속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먼저 드는데, 약간의 출력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시내 주행에서는 절대로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준으로, 부드러우면서 매끈하게 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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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영역에 진입하면서부터는 가속 페달을 밟으면 출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엔진의 반응이 느껴진다. 흔히 대배기량 엔진에서 느낄 수 있는 ‘엔진의 깊은 곳으로부터 출력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감각이 아니라 ‘작은 엔진에서 조금은 쥐어짜서 출력을 내는 듯한’ 감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고속 영역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버거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사실 쥐어짠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가속 상태라면 터보래그 등을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애초에 터보래그가 상당히 제어되어 있는데다가, 300마력이라는 출력은 F 타입에서는 ‘손 안에서 약간 넘치는 정도로 갖고 놀 수 있는’ 적당한 출력이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이 출력을 부족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출력을 온전히 뒷바퀴로 그리고 지면으로 전달하는 것을 생각하고 운전한다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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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 4기통 엔진이지만 가속 시 발생하는 부밍음은 V6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듬어져 있다. 대배기량 엔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음색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음색이라면 스포츠카를 운전하고 있다는 감각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전에는 터보차저 엔진이라고 하면 터빈이 작동하는 소리와 높은 음색으로 인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터보차저를 적용해도 깊은 배기음과 엔진음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기술이 그만큼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고속에서의 주행 감각도 좋지만, F 타입 P300이 진짜로 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산기슭을 따라 천연의 코너가 기다리고 있는 와인딩이다. 엔진 배기량이 줄어든 만큼 프론트의 무게도 줄어들었는데, 이로 인해 스티어링을 돌리는 재미가 더욱 더 살아나고 있다. 과장을 좀 더 보태서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돌리는 대로 머리가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에 스포츠카들이 경량화를 위해 차체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인상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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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리어 모두 더블 위시본을 적용한 서스펜션은 코너에서의 거동을 용이하게 도와준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코너링의 재미를 좀 더 보태주는데, 승차감 향상에는 아무래도 F 타입 라인업 중에서는 지름이 작은 편인 18인치의 휠타이어도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일전에 시승했던 4륜구동 모델과는 다르게 앞바퀴에 구동 저항이 없어서인지 코너를 돌아나갈 때 좀 더 깔끔하게, 매끈한 감각으로 돌아나간다고 느껴진다.

 

지금 시대에 출시되는 스포츠카들은 과거처럼 스파르탄 감각은 추구하고 있지 않다. 코너를 돌아나간다고 해도 다양한 전자장비들이 코너에서 차가 이탈하지 않도록, 운전자에게 안정된 느낌을 부여하도록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F 타입은 운전자가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어 스파르탄에 조금은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극단적인 불안감은 주지 않으며 안심하고 코너를 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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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특별히 튜닝된 것 같지는 않지만, 차체가 가벼워서 그런지 조금 더 날카롭게 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벼운 만큼 고성능 모델들보다는 페이드 걱정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ADAS 장비는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등 아주 최소한으로만 갖춰져 있는데, 아무래도 달리기를 강조하는 스포츠카 모델인 만큼 이것이 맞을 것이다.

 

F 타입 P300은 고성능과는 다른, 다루기 쉬운 출력을 통한 운전의 맛을 일깨울 수 있는 모델이다. 가격표만을 보고서 ‘좀 더 보태서 고성능 모델을 구매하자’라고 가볍게 외칠 수 있는 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엔진이 달라지면서 경량 로드스터(시승차는 쿠페 모델이지만 컨버터블도 판매하고 있으므로)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는, 그 주행 성격을 일정 이상 바꿔버린 모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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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언제나 운전자의 몫이다. 경량이 주는 운전의 재미에 주목했다면 그 재미를 위해 이 차를 선택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동차의 스티어링을 잡는 것은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아니라 운전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P300은 그렇게 말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주요 제원 재규어 F-타입 P300 쿠페

 

크기
전장×전폭×전고 : 4,482×1,923×1,310mm
휠베이스 : 2,622mm
트레드 앞/뒤 : 1,597 / 1,649 mm
공차중량 : 1,650kg

 

엔진
형식 : 1,997cc 4기통 인제니움 터보차저
보어X스트로크 : 83 X 92.3mm
압축비 : 9.5 : 1
최고출력 (마력/rpm) : 300/5,500
최대토크 (kg·m/rpm) : 40.8/1,500-4,500
연료탱크 용량 : 63리터

 

트랜스미션
형식 : 8단 퀵시프트 AT 
기어비 : 4.714/3.143/2.106/1.667/1.285/1.000/0.839/0.667/ R 3.295
최종감속비 : 3.55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더블 위시본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타이어 : 245/45/R18, 275/40/R18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방식

 

성능
0-100km/h : 5.7초
최고속도 : 250km/h
복합연비 : 9.8km/L(도심 8.4/고속 12.3)
CO2 배출량 : 172g/km

 

가격
쿠페 : 8,880만원(VAT 포함)

 

(작성 일자 2018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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