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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르노 트위지 VS 베스파 GTS 125, 최강의 시티 커뮤터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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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5-16 03: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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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커뮤터’, 이 말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도시를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이만큼 이동수단에 알맞은 단어도 없을 것 같다.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정체와 지체가 일상이 되는 도심, 특히 서울의 도로에서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차체가 큰 자동차는 아무래도 낭비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 가족 당 한 대의 자동차만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집에다 ‘작은 차를 구매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힘들다.

 

일반적인 봉급생활자는 세컨카 라이프를 영위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런 세컨카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여기에 유지까지 할 수 있다면? 그런 점에서 보면 세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트 커뮤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가격과 유지비다. 물론 크기도 작고 조작하기 쉬워야 한다. 여기에 운전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세컨카라면, 가족을 위해 스포츠카의 로망을 포기한 가장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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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티 커뮤터를 문득 비교하고 싶어졌을 때, 자동차는 후보가 금방 떠올랐지만 이를 상대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은 후보가 너무 많아서 추려내기 힘들었다. 고민 끝에 간단하게 생각하여 후보를 뽑기로 했고, 그 결과 선택된 것은 베스파 GTS 125. 이탈리아의 대기업이자 역사가 깊은 피아지오그룹 산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쿠터 브랜드이기도 하고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탑승하면서 인상이 깊게 남은 스쿠터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르노 트위지를 선택했다. 2012년에 등장한 이후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이동을 책임지고, 2016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2인승 초소형 전기차다. 다른 전기차들과는 다르게 220V 플러그로 충전하고, 주행 거리도 짧지만 도심 내 이동에 있어서는 높은 능력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르노 트위지와 베스파 GTS 125, 자동차와 스쿠터의 시티 커뮤터 능력은 어느 쪽이 좀 더 위일까? 그것이 이번 시승의 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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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지의 디자인은 ‘실용성 안에서 재미있는 작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폭이 좁고 세로로 긴, 마치 땅콩과도 같은 디자인을 갖고 있는데, 헤드램프와 도어 등의 구성이 아기자기하여 개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헤드램프와 시그널 램프는 원형으로, 브레이크 램프와 후진등은 사각형으로 크게 다듬었다. 바퀴가 차체에서 돌출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트위지에서 가장 큰 개성을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하면 도어를 위로 여는 형태의 시저도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시저도어는 도심의 주차장 등 좁은 공간에서 문을 열고 내리기에 상당히 이상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시승차는 도어 상단을 완전히 감싸는 플라스틱 윈도우를 추가로 장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이 상당 부분 차단된다. 사이드미러는 도어에 플래그 타입으로 장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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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 GTS는 베스파의 라인업 중에서도 상위급 모델이다. 언뜻 보면 약간은 오래된 디자인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려하고 신선함이 느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랜 기간동안 이탈리아인들의 이동수단으로 사용되어서인지 디자인 면에서 이탈리아의 감성이 느껴진다. 다른 제조사의 스쿠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싱글암 방식의 프론트 서스펜션과 원형 헤드램프, 크롬 도금된 원형 사이드미러가 그렇다.

 

프론트 카울과 사이드 카울 측면에 규칙적으로 홈이 나 있다. 사각형의 대형 브레이크 램프는 GTS 모델의 상징으로 뒷모습에서 포인트를 주는 것은 물론 시인성도 우수하다. 서스펜션이 왼쪽에 적용되어 있어 오른쪽에서는 베스파 특유의 휠 디자인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것이 도심애세도 멋의 포인트가 된다. 과거와는 달리 전면 방향지시등 부분에 LED DRL을 적용하고 있어 밤에도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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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지의 인테리어는 자동차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 만을 모아놓았다. 대시보드는 심플한 형태로 다듬어졌고, 그 가운데에 작은 타원형의 디지털 계기반과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자리잡고 있다. 왼쪽에는 변속 버튼과 비상등 버튼이 있고, 대시보드 하단에는 사이드 브레이크가 위치한다. 방향지시등 레버와 와이퍼가 갖춰진 것이 신기할 정도다. 대시보드 좌우는 수납함으로 구성되었고, 오른쪽 수납함은 키로 잠글 수 있다.

 

시트는 최소한의 쿠션만을 갖춘 플라스틱으로 등받이 일체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앉으면 제법 편안함이 느껴지며 신체도 잘 잡아준다. 2열 좌석은 성인이 앉을 수는 있지만 보조 시트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앉아야만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는 권하기 약간 어려운 자리가 된다. 도어를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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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 GTS의 계기반은 과거에는 사각형이었는데 이제는 부채꼴 형태로 바뀌었다. 시트는 앉기 편하도록 부드럽게 만들어져 있는데, 보이는 것보다 시트고가 상당히 높다. 키 173cm인 기자가 앉으면 양 발의 발가락 부분만 땅에 닿는 수준인데, 평균적으로 신장이 큰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맞춰져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발판의 구조 상 다리를 쭉 뻗기보다는 책상다리 자세를 자연스럽게 취하게 된다. 시트를 열면 드러나는 트렁크는 오픈페이스 헬멧도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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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트위지는 최고출력 12.6kW(17.1마력), 최대토크 5.8Nm의 전기 모터를 탑재하고 있다. 최고속도는 80km/h까지 발휘할 수 있는데, 도심에서는 사용하기 충분한 출력이라고 할 수 있다. 베스파 GTS는 피아지오 그룹이 새로 개발한 i-get 단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2마력, 최대토크 1.13kg-m을 발휘한다.

 

트위지의 움직임은 카트에 가깝다. 배터리 전기차의 특성 상 초반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가속에서의 불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출발 시 가속을 붙여 일정 속력에 도달하고 나면, 그 뒤는 가속 페달의 깊이를 조절해가면서 속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가속을 풀었을 때 회생제동이 미약하게 걸리는데, 이 정도 제동이라면 페달 유지의 스트레스는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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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음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아닌 것도 있겠지만, 급가속 시에는 강렬한 모터의 음색이 들려온다. 옵션으로 플라스틱 윈도우를 적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곳곳에 틈새가 있어 이를 통해 바람이 유입되는 소리가 들린다. 만약 실내에서의 조용함이 우선이라면, 트위지를 손쉽게 이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행하다 보면 의외로 이러한 소리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게 되는데, 그만큼 직결감 있는 운전의 재미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프론트와 리어 모두 맥퍼슨 스트럿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서스펜션은 충격 흡수 능력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요철 또는 과속방지턱을 만나게 되면 여지없이 차체가 튀어오른다. 그러나 르노 스포츠에서 다듬은 서스펜션이 위력을 발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코너링의 재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워낙 차체가 작고 휠베이스가 짧은 것도 있겠지만, 언더스티어 없이 앞바퀴의 궤적을 뒷바퀴가 그대로 따라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차체 폭이 좁은 만큼 폭이 좁은 도로나 골목길에서는 상당한 위력을 발한다. 그러나 주행하다 보면 좁은 폭을 사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작은 크기가 위력을 발하는 것은 주차를 할 때로, 가로로 주차한 차들 사이에 세로로 주차하는 등의 묘기가 가능하다. 모터사이클을 대체하기 보다는 별도의 장르를 갖춘 자동차로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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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 GTS에서 놀라운 점은 역시 새로 개발한 i-get 엔진인데, 단기통임에도 불구하고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에 경험했던 125cc 이하 모터사이클의 엔진들 중 가장 진동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라이더에게는 편안함을 제공하고, 주행 중 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를 덜 수 있다. 소음 역시 상당히 적은 편으로, 머플러를 통해 작게 울리는 배기음만이 발생한다.

 

가속 그립을 돌리면 60km/h까지는 경쾌하게 가속한다. 그 이상의 속력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한데, 그것도 90km/h를 약간 넘기는 수준에서 그친다. 시티 커뮤터로서 사용하기에는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고, 과거보다는 확실히 주행 중 피로를 덜 수 있기에 그 부문에서 타협이 가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승차는 옵션으로 대형 윈드스크린을 장착하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라이더가 주행풍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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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싱글 암, 리어 더블 쇼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있는데, 구세대의 방식이기도 하여 처음에는 충격 흡수 능력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철 등을 통과해보면 자잘하게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제법이다. 스트로크가 긴 영향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탈리아의 거친 도로에서 다듬어진 서스펜션의 위력이 실감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거친 길에서도 라이더가 충격을 받을 일이 적다고 말할 수 있겠다.

 

모터사이클의 코너링 능력은 라이더에 의해서 좌우되는 면이 많지만, 베스파 GTS는 코너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기울이는 형태가 되어야 코너링 능력을 최대로 얻을 수 있다. 그래도 핸들 그립을 방향에 맞춰 누르는 것만으로 일반적인 코너는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앞 뒤 모두 디스크를 적용하고 있고, ABS가 있어 락이 걸릴 걱정은 없다. 브레이크 레버를 살짝 쥐면 초반에는 답력이 약한 것 같지만, 조금 더 힘을 주어 쥐면 그만큼 제동력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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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베스파 GTS는 좁은 골목에서 높은 기동력을 발한다. 좁은 길을 통과하는 능력은 트위지보다 훨씬 우수하다. 운전자의 시선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인데, 아무래도 베스파 GTS가 르노 트위지보다 시트 포지션이 좀 더 높은 만큼 멀리 보기에는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충전 인프라가 잘 마련되지 않아 불편함이 있는 트위지보다는 손쉽게 가솔린을 주유할 수 있는 베스파 GTS가 더 유리한 면이 있기도 하다.

 

르노 트위지와 베스파 GTS는 두 대 모두 도심에서 상당한 주행 능력과 실용성을 보여줬다. 특히 트위지의 경우에는 카트에 가까운 운전 재미를 보여줘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 자신의 행동 범위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좀 더 안정적이면서 스티어링을 돌리는 감각과 재미를 찾고 싶다면 르노 트위지를, 어느 곳이든 주행할 수 있으면서 가볍게 달리고 싶다면 베스파 GTS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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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것은 두 대는 시티 커뮤터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장르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트위지는 모터사이클을 대체할 수단이 아니며, 베스파 역시 자동차를 대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어떤 것을 시티 커뮤터로 선택하든, 운전자 또는 라이더가 똑바로 선택했다면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티 커뮤터간의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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