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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대우, 삼성차는 여전히 한국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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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07-04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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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문제가 이제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포드가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이 되자 많은 전문가들은 나름대로의 평가들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여러 매스컴들의 반응을 보면 좋은 면보다는 한국차산업의 미래가 대외종속형태로 가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은 것 같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격을 가장 중시했다는 우선협상 대상업체에 70억 불선을 제시한 포드가 선정이 되었다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40억불 선을 제시한 GM과 꾀 큰 격차여서 선정 최종결정 회의가 10여분만에 끝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든 메스컴에서는 인수금액과 고용보장등에 대해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하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나타난 금액은 소위 말하는 논 바인딩 조건에 따른 입찰 금액이다. 논바인딩이란 응찰하는 사람이 자신이 제출한 입찰 조건에 구속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포드가 70억불의 가격에 대우 인수에 입찰했지만 협상과정에서 실사를 해보니 그 절반밖에 안된다고 하면 그건 다른 얘기가 된다는 뜻이다. 정부나 업체나 외국과의 협상력 부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어느 업체든지 50억불 이상의 가격으로 인수한다면 그 회사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것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우측에 불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소위 우발채무다. ‘나중에 할부’가 그 중에 하나다.

대우자판이 대우캐피탈과 협의해서 차 값의 50%로 차를 구입하고 나머지는 중고차로 보상받도록 해준다는 등 자동차 값 지불을 뒤로 미뤄놓은 것에 대한 것이다. 최근에 다시 시작한 이 판매방식은 벌써 시행한 적이 있는 것으로 외국에서 판매할 때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그 액수가 어느정도인지는 상상할 수 없을 뿐더러 과연 이것을 부채로 인정해 인수금액에 포함해줄 것인지 아니면 부실채권으로 판단해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대처할지가 궁금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도난 회사가 어떻게 절반 값만 받고 나중에 돈을 받겠다며 차를 판매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은 대목이기도 하다. 만약 잘못되면 그것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 풀어야 할 문제는 대우차의 해외공장 문제다. 포드가 해외공장까지 인수하겠다고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하게 얽힌 문제 때문에 매각 협상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용승계와 기술이전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이다. 우선 대우자동차가 외부의 힘에 의해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점과 현대자동차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이 시점에서 최대의 쟁점이 아닌가 싶다.

만약 최종적으로 포드가 대우를 인수하게 된다면 포드의 힘으로 대우가 회생할 수 있을까. BMW가 로버를 다시 매각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사브나 오펠처럼 특화된 업체로 성장해 갈 것인가. 나아가 현대자동차는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흔히들 4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규모의 경제론자들의 얘기대로라면 현대는 설자리가 없다. 그 문제 해소를 위해 다이믈러 크라이슬러에게 9.9%의 지분을 넘겨 전략적 제휴를 했다지만 그것만으로 방패막이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 논리가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라는, 예전부터 10개 업체만 살아남느니, 6개 업체만 살아 남느니 하는 얘기가 있어왔지만 그대로 실현된 적은 없지 않느냐는 미국 업체 사장의 얘기도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규모의 경제론 때문에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될 현대자동차의 자세에 달려있다. 살아남기 위해 당장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해 당사자가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해야한다. 그렇게 해도 그 누구도 현대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인데도 현대자동차의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경영권 문제로 내분이 수습되지 않아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하루 빨리 체재를 정비하고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도 부족할 판에 엎치락 뒤치락, 우왕좌왕,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깝다.

자력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지구상에 몇 안되는 나라들에 속하게 된 것은 그만큼 한국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현대차를 그저 싸구려라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8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각고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중요한 부분에서는 일본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도요다 오쿠다 회장의 말처럼 현대는 완전한 자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늦었다고 주저앉기 보다는 이 분야의 자립부터 하고 볼 일이다. 현대자동차는 적어도 중저가 컴팩트카와 서브 캠팩트카 시장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확실히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최근 내수시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품질불량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곧 경쟁력의 출발이 된다. 자동차산업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렇다는 구태의연한 말보다는 그 힘을 차라리 기술력 향상에 쏟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그동안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국가적인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자리를 잡았고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의 시장보호정책 때문에 완전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이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찾아 보기 힘든 우리 국민의 넘치는 애국심(?)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장의 원천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자동차 이외의 부문에서는 이미 외국 상품이 넘쳐나고 있고 그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 부분 상쇄되어 있다. 그러면서 좋은 제품과 나쁜 제품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데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소비 풍조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그렇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식의 논리만 앞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소비자가 언제까지 그런 논리 때문에 품질에 차이가 나는 제품을 사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제품력 자체로 완전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찾아내고 실현해야 한다.

그것은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차와 대우차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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