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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기아 K9, 심기일전 2 라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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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8-02 0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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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것 같다. 특히 그 신생이 ‘럭셔리’를 노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예전에 종종 들은 이야기 중에 ‘계급 제외하고 제대로 대결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면에는 철저한 준비를 마쳤다는 도전자의 자신감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자동차로 옮겨보면 ‘엠블럼의 가치를 제외하고 제대로 대결하자’는 것이 되는데, 럭셔리 세계에 갓 발을 딛게 된 신생 브랜드 또는 자동차가 종종 하는 말이기도 하다.

 

2012년 5월, 기아 K9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기존 럭셔리 브랜드들에 하고 싶었던 말도 이것일 것이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겠지만, 럭셔리를 논하면서 엠블럼의 가치를 제외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리 ‘엠블럼을 제외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치면 럭셔리 브랜드와 차이가 없다’라고 외쳐도, 눈에 보이는 엠블럼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만약 그것을 무시한다면, 럭셔리 브랜드로써의 헤리티지를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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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K9은 판매량만 바라본다면 성공한 자동차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자동차를 잘 만들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견뎌온 럭셔리 그리고 브랜드의 무게를 한 번에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K9을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에 위치시키려 했던 포지셔닝 전략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이었는지, 럭셔리 플래그십 자동차를 고르는 고객들의 고정관념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보여준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기아차가 1세대 K9에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토요타도 미국에서 렉서스 브랜드를 ‘니어 럭셔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오랜 세월이 걸리는 작업을 불과 몇 년 만에 자동차 한 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모피어스’가 “기존 럭셔리의 세계가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만든다”고 외쳐도, ‘네순 도르마’를 불러도 뒤집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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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아 K9의 2세대 모델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약간 놀라기도 했다. 그것은 기아차가 진지하게 럭셔리 시장에 2라운드 도전을 준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1세대 모델에서 보여줬던 첨단 안전장비와 편의장비, 가죽 등 최신 기술로 다듬어진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소한 면에 조금 더 럭셔리를 추가하는 등 큰 공을 들였다. 이제는 엔진 라인업도 EQ900과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으니, 등급 차이라는 말도 무색하다.

 

새로 태어난 2세대 K9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과연 스팅어가 등장했을 당시만큼의 충격을 운전자에게 던져줄 수 있을까? 이번에는 럭셔리에 어느 정도만큼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의문은 상당히 많지만 역시 의문들을 해결하려면 직접 시승해 보는 것 외에는 더 좋은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제 문을 열고 앉아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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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보기에도 1세대 모델과는 전혀 달라진 디자인 코드가 느껴진다. 다소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지향했던 1세대와는 달리 상하로 크기를 늘린 것 같은, 마치 웅장한 벽과도 같은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좌우는 물론 상하로도 길이가 늘어난 대형 호랑이코 그릴과 세로로 길어진 헤드램프 그리고 그 안에서 두 줄로 독특하게 빛나고 있는 LED DRL이 그런 이미지를 더더욱 강조한다. 그릴이 전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프론트 범퍼는 형상만 남았으며, 하단에는 가로로 긴 형태의 대형 에어 인테이크가 위치한다.

 

측면에는 기교는 거의 없으며, 약간의 장식과 도어의 거대함으로 진중하게 럭셔리카임을 어필하고 있다. 프론트 펜더부터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라인 하나와 도어 하단과 사이드스커트를 장식하는 크롬 라인만이 눈에 띈다. 플래그십 세단을 지향함에도 루프 라인은 쿠페와 비슷한 완만한 형상을 갖고 있고 트렁크를 굉장히 짧게 잡고 있는데, 전체적인 인상과는 약간 다른 부분이라 여기서는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측면 윈도우를 두르는 크롬 라인은 사이드미러 하단에도 둘러져 멋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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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램프 역시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세로로 긴 형태이며, 속에는 두 개의 LED 라인이 그려져 있다. 후면은 전면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트렁크 리드를 약간 세우고 번호판이 적용되는 부분을 안쪽으로 눈에 띄게 집어넣어 입체적인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 리어 범퍼는 프론트 범퍼보다 형상이 조금 더 돌출되어 있으며, 하단에 크롬 라인을 넣고 양 측면에 사각형의 대형 머플러를 배치해 존재감을 발휘한다. 전체적으로는 중후함을 더 강조하고 있는 형태다.

 

길이 5,120mm, 폭 1,915mm의 차체는 본래 크기도 하지만, 디자인으로 인해 좀 더 크고 중후해 보인다. 1세대와는 달리 성숙함 그리고 품격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K9의 구매를 고려하는 운전자들에게 어필하는 형태이다. 휠베이스는 3,105mm로 실내 공간 확보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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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가 상당히 화려해졌다. 대시보드가 직선으로 구성되고 계단식으로 층을 진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알칸타라와 가죽, 우드를 아낌없이 사용해 실내를 장식하고 있어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바로 든다. 예전에는 물리 버튼이 센터페시아를 가득 채운 것에 비해 이제는 물리버튼이 많이 사라진 것도 또 다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단, 4 스포크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버튼은 더 많아졌다.

 

대시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잡은 돌출형 12.3인치 모니터. 현대 넥쏘를 통해 먼저 만나본 것이긴 하지만 K9에서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안에서는 네비게이션은 물론 공조장치, 음악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고 화면이 가로로 넓기 때문에 정보를 3등분하여 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날씨는 물론 야구, 축구 등 경기 정보도 표시하고 있어 다양한 정보 또는 뉴스를 빠르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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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에는 송풍구와 에어컨 조작 버튼이 있는데, 모니터에서 에어컨 조작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보니 별도의 모니터가 없어 더 깔끔해 보인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이 ‘모리스 라크로와’에서 제작한 시계인데, 진작 적용했으면 더 좋았을 정도로 고급스러우면서도 K9의 실내와 따로 놀지 않고 잘 어울리는 형태다. 모든 분야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더 좋다는 결과이리라.

 

디지털 계기반은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해당되는 후면의 모습이 계기반에 비친다. 이 기능도 넥쏘에서 먼저 체험했던 것인데 K9은 계기반 화면이 넓어서 그런지 좀 더 시원하게 비춰준다. 카메라도 선명하여 측면에서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카메라만 남겨도 좋겠다 싶을 정도다. 정말 다양한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보니 차를 바꿀 때까지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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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5인승이지만 실질적으로는 2열 암레스트를 내리고 4인승으로 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푹신함과 단단함의 경계에서 신체를 잘 잡아주며, 1열 좌석은 물론 2열 좌석도 등받이 각도 조절 등으로 인해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다. 시승을 혼자서 진행했기 때문에 주행 중에는 운전석에만 앉아야 했지만, 뒷좌석의 편안함을 생각하면 오너 드리븐은 물론 기사를 두고 사용하는 소퍼 드리븐으로써도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겠다 싶다. 렉시콘 오디오는 클래식 음악에서 강점을 보이는 오디오이지만 다른 음악들도 평균 이상의 사운드로 재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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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의 파워트레인은 3 가지로 모두 가솔린을 사용하며 3.3L 트윈터보, 3.8L V6, 5.0L V8 엔진이 탑재된다. 시승차는 트윈터보 모델로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을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구동한다.

 

같은 엔진을 탑재했던 스팅어가 우렁찬 음색으로 역동성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K9은 정숙성을 강조한다. 물론 회전을 높이면 조금씩 그르렁거리기는 하지만, 워낙 차음 능력이 높아서인지 아주 낮게 음색이 실내로 침입하고 그마저도 평상시에는 그다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와는 다르게 속도는 거침없이 올라가는데, 차체의 크기와 무게가 있어 눈 깜짝할 새 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빠르게 가속이 붙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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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밟아나가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실키 드라이빙’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K9의 주행특성이다. 부드럽고 운전자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스트레스도 주지 않는, 모든 면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스티어링을 직접 잡고 있어도 거칠게 다루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운전자에게도, 동승자에게도 피로를 전혀 주지 않는 극상의 안락함과 이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 느낌을 무시하고 그래도 스포츠 주행을 즐기고 싶다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맞추고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면 느낌을 조금 더 살릴 수 있다. 고속 영역에서도 안정적인 차체는 초고속 영역에 진입해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고속 주행 중 간간히 만나는 요철을 부드럽게 처리해 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으면 어느 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자연스럽게 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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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차를 오너드리븐 세단으로 사용하고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장거리 출장이 잦아진다면, 내장되어 있는 ADAS 장비들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이제 한층 더 진화해 주행 속도를 설정해도 전방의 제한속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일반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처럼 앞차와의 거리를 맞춰 자연스럽게 가속과 감속을 진행한다. 여기에 차선 유지 기능도 상당히 뛰어나다보니 스티어링 위에 손을 얹고 있으면 고속도로에서는 거의 할 일이 없을 정도다.

 

물론 아직까지는 ADAS 장비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상황도 어디까지나 맑은 날을 상정하는 것으로, 폭우가 내렸을 때 기능을 작동시켰더니 차선이 합류하는 지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었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어 어느 정도의 비 또는 눈까지는 허용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보다는 전방을 주시하며 긴장해야 되는 상황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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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프론트와 리어 모두 멀티링크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간극이 꽤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짧게 잡아도 좋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차가 역동성을 조금씩 살려주는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럭셔리와 편안함을 지향하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보니 이러한 세팅이라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한국 운전자들을 공략해야 하는 자국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으로써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만약 수출을 노린다면 다른 방식으로 세팅을 해야 되지 않나 싶다.

 

와인딩을 공략할 만한 차는 아니지만, 코너에서 자세가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4륜구동이라는 특성 상 언더스티어가 조금씩 발생하긴 하지만 주행 감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스티어링은 날카롭지는 않지만 진중하고, 모든 주행 감각은 안정감에 우선하고 있다. 몇 번이고 일부러 흔들어봐도 진중하게 버텨내고 있으니 확실히 운전의 재미보다는 안락함에 우선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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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은 2세대로 바뀌면서 플래그십 세단의 정의를 진중함으로 잡은 것 같다. 그래서 디자인과 주행 감각으로 스포티함을 조금씩 내비쳤던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주행 감각을 내세웠고, 그런 변화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데뷔 첫 달에 1,200대를 넘긴 후 지금까지 매월 1,400대 이상은 꾸준히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는 가격을 통해 국내에서 K9의 위치를 제대로 잡았다는 것도 있다.

 

과연 이 인기가 해외에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그래서 더 이상 ‘모피어스’가 ‘네순 도르마’를 부를 필요가 없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기아차는 이제 플래그십에 대한 희망을 조금은 더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니어 럭셔리가 되고 싶다면 아마도 4~5세대 모델에게 그 자리를 넘겨야 하겠지만, 토대는 일단 쌓았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탑을 더 올릴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기아차에게 달렸다.

 

 

주요제원 기아 K9 3.3 T-GDI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20×1,915×1,490mm 
휠 베이스 3,105mm 
트레드 앞/뒤 : 1,620/1,627mm 
공차중량 : 2015kg 
 
엔진 
배기량 : 3,342cc 
형식 : 3.3 T-GDI

보어 x 스트로크 : 92.0 mm x 83.8 mm

압축비 : 10.0 : 1
최고출력 : 370마력/6,000rpm 
최대 토크 : 52.0kg,m/1,300~4,500rpm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8단 
기어비 : 3.665/2.396/1.610/1.190/1.000/0.826/0.643/0.556/R 2.273
최종 감속비 : 3.538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 245/45R19, 275/40R19 
구동방식 : 4WD 
연비 : 8.1km/리터 
 
시판가격 
3.8 가솔린 모델 : 5,389~7,608만원 
3.3 터보 가솔린 모델 : 6,528~8,079만원
5.0 가솔린 모델 : 9,159만원

 

(작성일자 : 2018년 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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