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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여인의 향기 Again, 페라리 GTC4 루쏘 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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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10-03 23: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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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 파치노가 주연했던 영화인 ‘여인의 향기’를 다시 보게 되었다. 페라리가 매력적으로 등장했던 영화들을 다시 감상하던 중 보게 된 것인데, 어느 한 매력적인 여인과의 탱고를 잊지 못하고 잠시 실의에 빠져 있던 슬레이드 대령에게 잠시나마 미소를 찾아준 것이 바로 페라리였다. 시력을 잃은 후 무료한 삶을 살던 그에게 있어 페라리의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어쩌면 젊음을 다시 돌릴 수 있는, 그런 것이었으리라.

 

당시 그가 탔던 모델은 몬디알(Mondial) T 카브리올레. 영화가 등장한 후 평론가들은 ‘페라리가 알 파치노에게 F40을 주지 않았다’면서 혹평하기도 했지만, 과연 그런 것이 중요했을까. 다소 비현실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한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는 것. 어쩌면 페라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 의의일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운전자들이 ‘손에 쉽게 닿을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페라리를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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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GTC4 루쏘 T라고 하고 갑자기 왜 몬디알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GTC4 루쏘 T의 조상을 찾아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몬디알이 등장한다. 페라리 캘리포니아와 GTC4 루쏘가 등장하기 전까지 페라리의 모델들 중 4인승이면서 V8 엔진을 탑재했던 것은 몬디알이 마지막이었으니까. 2인승 모델이 아니면 혹은 12기통 엔진을 탑재하지 않으면 페라리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러면 페라리의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된다.

 

어떤 모델이든 페라리에 탑승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며 그것은 자동차를 비롯해 수 많은 이동수단을 다루고 있는 기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특별히 마련된 GTC4 루쏘 T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황홀에 물들게 된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다 한들, 페라리는 페라리이고 그것은 4명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다고 하는 GTC4 루쏘 T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만큼 가격 역시 일반인들은 섣불리 접근할 수 없지만, 옛날부터 페라리는 그랬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조금 더 긴 여행을 떠난다. 일전에 GTC4 루쏘 T를 잠시 느꼈던 서킷이 아닌, 고속도로와 와인딩 도로를 이용하는 일반도로를 통해 움직일 것이다. 마치 페라리의 운전대를 잡고 뉴욕 시내를 신나게 질주했던 슬레이드 대령처럼, 강원도의 산길을 즐겁게 휘저을 것이다. 하루라는 아주 짧은 시간의 향기겠지만, 페라리를 즐기는 데 있어서는 충분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느 새 손에는 붉은색의 페라리 키가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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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실물을 처음 접한 뒤 두 번째로 가까이에서 접해본다. 그 동안 전체적인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이 변해왔고 세단조차도 날렵한 쿠페의 스타일링을 지향하는 모델이 많아졌다. 그래서 실물을 보면 감흥이 조금은 덜할 것 같았는데, 역시 페라리는 페라리인 것 같다. 4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슈팅 브레이크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다가 차체가 상당히 크고 긴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날렵하게 보이고 그 디자인의 신선함도 좀처럼 감소하지 않는다.

 

그냥 지나치면 알 수 없는 것이겠지만, 차체를 가까이에서 조금 더 자세히 보면 보닛과 측면을 지배하는 수 많은 라인이 보인다. 헤드램프 끝부분에서 출발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라인, 상어의 아가미를 닮은 프론트 펜더의 에어벤트에서 출발해 리어 펜더의 휠하우스 상단까지 이어지는 라인, 보닛의 굴곡을 만드며 U자 형태로 흐르는 라인 등 여러 개가 있다. 차고를 거실에 마련하고 페라리를 세운 뒤 소파에 앉아 내내 감상한다는 부자들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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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라고 하면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다소 과도한 형태의 에어로파츠를 떠올릴 사람들도 있겠지만, GTC4 루쏘 T는 차체에서 약간 돌출되어 있는 검은색의 사이드스커트를 제외하면 에어로파츠 자체가 과도하게 돌출되거나 존재감을 발산하지 않는다. 리어 범퍼에서 디퓨저가 존재감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페라리임을 생각하면 다소 초라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차체를 다시 한 번 잘 살펴야 한다. 그 거대한 차체 전체가 에어로파츠이기 때문이다.

 

보닛의 라인은 공기를 흘린다. 에어 인테이크로 들어간 공기는 엔진에 힘을 주는 것과 동시에 펜더를 통해 배출되며 차체를 바닥에 누른다. 차체 바닥에서 유입된 공기는 리어 범퍼 상단에 있는 작은 에어벤트를 통해 나오면서 뒷바퀴 그리고 리어를 바닥에 밀착시킨다. 이런 흐름은 그저 지나가면서 페라리를 몇 분만 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페라리가 특별하고, 페라리를 소유한 오너가 특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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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들어오면서 드는 생각은 ‘이토록 넓고 안락한 페라리’이다. 특히 센터페시아를 장식하고 있는 10.25인치 터치스크린을 보고 있으면 ‘이제 페라리도 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사실 여기까지는 그냥 ‘디지털 시대의 페라리’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실용적인 페라리라는 생각이 드는 곳은 시트보다는 센터콘솔의 덮개를 열면 나타나는 두 개의 대형 컵홀더다. 페라리를 운전하면서 한 손에 대형 커피컵을 들고 음료를 마시는 순간, 왜인지 모를 여유와 미소가 감돈다.

 

스티어링 휠은 페라리의 그것으로 ‘온전한 운전의 집중’을 위해 스타트 버튼을 비롯한 모든 스위치가 집중되어 있다. 스티어링 좌우의 버튼을 눌러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감각은 분명히 다른 차와는 다른, 이런 장르의 수퍼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스티어링 하단에 위치한 음성명령과 통화 버튼은 이제 스마트폰과 친해져야만 하는 최근 자동차들의 숙명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국내에 수입되는 페라리는 네비게이션이 없지만 이제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네비게이션 앱을 사용할 수 있으니 좀 더 편해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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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콘솔이 앞뒤로 크게 자리잡고 있기에 4명만 탑승할 수 있다. 1열 좌석은 버킷 형태이지만 앉아보면 안락함이 먼저 느껴질 정도인데, 일상 생활을 중시한다는 GTC4 루쏘 T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2열 시트 역시 버킷 형태로 일전에 서킷에서도 그 위용을 느낀 적이 있지만, 성인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데다가 흔들림도 제어해주고 있다. 트렁크는 상당히 넉넉해 유모차를 적재하고도 공간이 남을 것으로 보이며, 스키와 같이 긴 짐을 적재할 때는 2열 시트의 중간을 접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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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C4 루쏘 T에 탑재되는 엔진은 3.855cc V8 터보차저 엔진으로 8,000 rpm에서 최고출력 610 마력, 3,000~5,250 rpm에서 최대토크 77.5 kg-m을 발휘한다. 이 출력은 순수하게 뒷바퀴로만 전달되며 0-100 km/h 3.5초, 최고속도 320 km/h에 달한다. 일전에는 자세하게 살펴보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엔진룸을 살펴보니 거대한 엔진룸 내부에서 엔진이 차지하는 구역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엔진 자체도 객석 쪽에 가깝게 위치한다. 소위 말하는 ‘프론트 미드십’이라는 구조인데, 조상인 몬디알이 4인승이면서도 ‘리어 미드십’ 구조를 갖고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시동을 걸면 밖에서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제법 크게 들리지만, 안에서는 엔진음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2열에 앉은 이들만 잔잔한 배기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 그렇다고 해서 상당히 조용해진 최근의 세단들을 기대하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페라리라는 브랜드를 고려할 때 조용하다는 것이지, 일정하게 엔진음은 들려온다. 배기음 역시 마찬가지로, 만약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모님을 2열에 모신다면 ‘비싼 차가 시끄럽다’는 핀잔부터 듣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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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성격은 3,000rpm이하에서는 잘 유지된다. 페라리가 터보차저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V8 터보차저 엔진은 낮은 엔진 회전에서도 토크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시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속 페달을 살짝 밟는 데 있어 스트레스가 없다. 오래 전, 정체된 도심의 도로에서 페라리 한 대가 출발할 때마다 엔진음을 높여 주목을 끌었던 것이 생각나는데, 이제 그런 성격은 옛날의 추억으로 묻어두어야 할 것 같다. ‘일상적인 라이프를 위한 페라리’라는 말이 결코 허언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변속 역시 부드럽다. 7단 DCT는 그 특성 상 출발 시 약간의 주춤거림이 있긴 하지만, 일단 출발하고 나면 낮은 속도에서도 자동으로 변속을 진행하며 여유로운 느낌을 보여준다. 센터콘솔의 ‘AUTO’ 버튼을 누른 뒤 오른쪽 패들을 한 번만 당겨주면 그걸로 주행 준비는 끝이다. 게다가 마련되어 있는 주행 모드 중에 ‘컴포트’가 있다. 페라리에서 컴포트라고 하면 왜인지 모를 어색함도 느껴지지만, 가족과 함께 하시라는 페라리의 작은 배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컴포트 모드라고 해도 엔진 회전을 낮추었을 때 이야기일 뿐, 페라리는 페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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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오르자마자 자동차가 없는 길이 펼쳐졌다. ‘AUTO’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자동변속 모드를 해제하고 본격적으로 4,000rpm 이상으로 엔진 회전을 높여본다. 이 때부터는 페라리 특유의 소프라노 음색이 펼쳐진다. 터보차저를 적용하고 있으니 그 음색이 약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으로, 여전히 특유의 음색으로 운전자에게 가속 페달을 더 밟을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 홀려 가속 페달에 계속 힘을 주다 보면 어느 새 스티어링 상단에서 붉은색의 LED 라이트가 빛난다. 변속 시점을 알리는 것이다.

 

변속 후 계속 속력을 높이면 음색과 함께 배기음이 다시 운전자를 자극한다. 어느덧 고속 영역을 지나 초고속 영역에 진입하고, 이를 살짝 넘기고 있는 시점이지만 스티어링은 물론 시트 그리고 차체에서도 불안감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이 감각은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 그리고 2열 시트에도 동일하게 전달되는데, 만약 가족을 태운 상태로 초고속 영역에 진입한다 해도 페라리의 음색을 좋아해준다면 다 같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겠다. 물론 가족이 이해해준다는 것이 전제가 되겠지만, 페라리라면 그런 기적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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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고속도로를 지나 자연이 만들어낸 높은 난이도의 와인딩 로드에 진입한다. 보닛이 제법 길이가 있지만 앞 머리는 기민하게 회전한다. 후륜구동 특유의 특성으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엔진을 가능한 한 차체 중앙에 위치시킨 것이 더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그 느낌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형태의 FR 자동차와 MR 자동차의 중간 영역을 지난다는 느낌이다. 장르는 약간 다르지만 일전에 혼다 S2000에 탑승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것을 패밀리카에서 다시 느낄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엔진 회전을 높일수록 좀 더 수월하게 회전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자동차이든 마찬가지이지만, 페라리 GTC4 루쏘 T는 그런 성격이 조금 더 강하다. 2열이 있는 패밀리카임에도 불구하고 코너에서 머리가 회전하고 그것을 뒤에서 받쳐준다는 느낌이 상당히 잘 느껴진다. 물론 일상적인 영역인 3,000rpm 이하에서는 이를 느낄 수 없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도 2열에 탑승한 사람들이 어느 새 잠들어 있는 것을 보면, 페라리의 감각을 전달하면서도 편안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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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엄청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페라리는 아니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일반도로에서 이 차를 느끼면서 더 확실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TC4 루쏘 T의 오너가 될 수 있다면,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엔진의 회전도, 주행 감각도 페라리의 그것이며 제대로 유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탑승하기 힘들 수도 있는 다른 모델들과 비교하면, 매일 탑승하는 것도 가능한 GTC4 루쏘 T가 매일 페라리를 느끼며 살기에 더 좋기도 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페라리 GTC4 루쏘 T는 페라리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준다. 물론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멀리 있기는 하지만, 다른 모델들이 ‘아주 특별한 파티에만 착용하고 다닐 수 있는 보석으로 장식한 고급 시계’라면 GTC4 루쏘 T는 ‘고급 시계이지만 정장을 입고 일상적인 용도로도 찰 수 있는 다이버 손목시계’에 가깝다. 여전히 희귀하긴 하지만 페라리를 조금 더 보편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모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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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페라리 GTC4 루쏘 T와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고 일상 속의 비일상 같은 향기가 느껴졌다. 비록 지금은 페라리에서 내려 모터사이클을 운전하고 있지만, 어느 새 “페라리를 안 보는 순간 운전자로써의 나는 죽는 것이다”라고 자연스럽게 되뇌고 있다. 페라리의 향기는 강렬하고, 그 향기를 항상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을 어느 새 GTC4 루쏘 T가 실현시켜 주고 있었다.


주요 제원 페라리 GTC4 루쏘 T

 

크기
전장×전폭×전고: 4,922×1,980×1,383mm
휠 베이스 : 2,900mm
트레드 전/후 : 1,674/1,668mm

 

엔진
형식 : 3855cc V8 터보 
최고출력 : 610ps/7500rpm、
최대토크: 77.5kgm/3000rpm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스티어링 휠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 V.디스크
구동방식 : FR

 

성능
최고속도 : 320km/h
0-100km/h:3.5초

 

(작성 일자 : 2018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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