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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볼보 XC40, 여심 자극하는 산토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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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8-11-11 21: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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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자동차를 구입해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결혼한 후 자동차를 새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친 남자라면 구매하기도 전부터 정말 강력한 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남자의 선택을 좌절시키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아내의 존재는 자동차의 디자인부터 실용성, 엔진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며 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차량 구매 금액까지도 강제하게 만든다. 청와대에 있는 ‘통곡의 벽’이 이런 느낌일까. 아니, 그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그런데 사실 여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지금에 와서야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예로부터 자동차 구매 과정에서 여성이 미치는 여력은 무서울 정도이다. 애초에 ‘자동변속기’라는 존재가 운전 중 기어변속이 서투른 여성을 위해 탄생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자동차가 발전하면서 출퇴근 일상 생활에 사용하는 비중도 늘었는데, 그 중에 많은 부분 그러니까 아이들 등하교와 장보기 등을 수행하는 주체가 아직 여성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동안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여성을 위한 차’를 출시했다. 화장을 자주 하는 여성을 위해 조명이 있는 대형 거울을 장착하거나, 핸드백을 놓을 공간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여성을 위해 실내에 별도의 고리를 마련한다든가 하는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운전이 서툴 수 있는’ 여성들을 위해 시야를 넓게 확보하는 등 운전하기 편안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동안 여성들을 위한 차 중에 소형차가 많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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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배려라고 하면 사실 ‘볼보’도 빠질 수 없다. 미니밴을 주로 애용하는 미국의 ‘사커맘’들과는 다르지만 유럽에서 아이를 돌보는 여성이라면 왜건을 주로 이용한다. 왜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볼보가 여성에게 선택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물론 속력과 운전의 즐거움을 구사하기 위한 폭발적인 가속 감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왜건으로 레이스에 출전해 우승하기도 했지만 기본은 ‘안전’. 그것이 실용성과 겹쳐져 볼보를 선택하게 만들었으리라.

 

그래서 눈 앞에 있는 XC40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여성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잠시 놀랬지만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역사를 읊어보니 이게 볼보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게 정했다. 볼보 XC40은 ‘여심을 자극하는 자동차’ 라고. 여기까지 읽는다면 세상의 반을 차지하는 남성들이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남성을 자극할만한 요소도 있기에 아직까지는 실망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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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처음으로 XC40의 모습을 공개했을 때를 기억한다. 그 동안 볼보가 직선 위주의 디자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것이 다시 초기화되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데 예전처럼 각을 살리고 있으면서도 날카로움은 많이 줄이고 있다. 프론트 그릴을 비롯해서 각 파츠들이 상당히 크게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차체는 높이에 비해 폭이 좀 더 넓은데, 측면에 XC60이 같이 서 있으니 상당히 깡충해 보인다.

 

헤드램프에 적용된 ‘토르의 망치’는 위 아래를 따라 두 갈래로 갈라져 있어 다른 모델들과는 다른 느낌이 난다. 프론트 그릴 하단이 살짝 들어가 있는데, 이를 통해 각 형태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다. 측면과 후면에서도 하단을 이런 식으로 살짝 파내고 있는데, 그대로 두면 밋밋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입체적인 자동차임을 구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체 하단과 휠하우스는 무광검정 플라스틱으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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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는 대부분 직선을 구현했지만, 2열 벨트라인의 하단이 중간부터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이 라인이 테일램프의 상단과 이어지는데,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실용성 면에서는 약간 마이너스이지만, BLIS를 적용하고 있기에 그것이 또 문제가 안 되는 것이 볼보의 신기한 점이다. 리어 양 끝에 위치한 테일램프는 상위 모델들하고 형태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디자인으로 XC40의 정체성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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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사진을 언뜻 본다면, XC40의 실내가 XC60과 어떻게 다른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단순히 ‘대·중·소’라고 할 수는 없는데, 송풍구의 디자인이라든지 대시보드 하단의 디자인이 각 등급마다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 듯 해도 소소한 터치로 명확하게 다른 모델임을 표현하고 있다. 역시 그 중심은 세로로 긴 형태의 LCD 화면을 기반으로 하는 ‘센서스’. 에어컨 조작을 포함한 모든 기능이 집중되어 밖으로 드러난 물리버튼은 극히 적다.

 

볼보는 크리스털 기어 노브가 고급감을 준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기자가 탑승한 시승차는 평범한 플라스틱 기어 노브를 갖고 있었다. 다른 모델에 탑승했을 때도 크리스털을 만져본 적이 없어 손 안에서 어느 정도의 고급감을 주는지 전혀 모른다. 그 아쉬움을 살짝 넘기며 센터콘솔 앞에 손을 가져가니 휴지통 입구가 있다. 센터콘솔은 티슈 상자를 넣기에 거의 딱 맞는 크기. 주유소에서 주는 저품질의 휴지를 사용할 필요 없어 티슈 사용 후 휴지통에 집어넣기만 하면 깔끔한 실내를 유지할 수 있다. 다양한 용도로 티슈를 많이 사용하는 여성들을 위한 배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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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려는 실내에서 여러 모로 보인다. 조수석의 글러브박스에서 돌출되는 후크는 핸드백이나 쇼핑백 등을 걸기에 적합하다. 도어 트림뿐만 아니라 곳곳에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흔히 여성들이 자동차 실내를 지저분하게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정도의 수납공간과 별도의 휴지통까지 있다면 실내가 지저분해 질 일은 없을 것 같다. 도어 트림은 붉은색의 거친 천 재질로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오염을 걱정했지만 자세히 보니 검붉은색을 적용해 때 또는 먼지로 인한 변색 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시트는 볼보답게 편안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착좌감 자체는 좋은데, 운전자의 신체에 따라 운전 시 포지션이 조금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자의 경우 팔 다리가 짧고 허리는 긴 체형을 갖고 있는데, 평상시처럼 시트를 최대한 낮춰봐도 그리 낮아지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만약 구매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운전석에 앉아서 시야를 맞춰보길 권하고 싶다. 다른 좌석에서는 단단함은 느껴져도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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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수입되는 XC40의 파워트레인은 단 한 가지, 2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T4뿐이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4륜 구동 시스템을 조합한다. 디젤 엔진도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앞으로 미래가 불투명한데다가 앞으로는 전동화를 지향하고 있는 볼보이기에 수입 시에도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볼보의 드라이빙 특성은 ‘언뜻 밋밋하면서도 다루기 쉬운, 그러면서도 살짝 맛을 살리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고성능 모델을 담당하던 ‘폴스타’가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하면서 그것이 더 강해진 것 같다. 그런 경향을 원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아쉬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XC40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을 지향한다. 이 장르의 자동차를 구매하는 주 고객들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볼보는 대중적이기를 원하는 차다.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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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은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기에 다루기 쉽다. 좀 더 과감하게, 엔진음을 높이고자 하면 사실 못 높일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을 잡고 있으면 그리 다루고 싶지 않게 만든다. 손과 발 끝으로 느껴지는 감각 뿐 아니라 시트 포지션도, 시야도 어느 새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맞추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연결하고 잔잔한 노래를 듣고 싶어진다. 그런 느낌에서 크게 작용하는 것이 차체와 엔진의 조화 그리고 안정성으로 고속 주행 시에도 불안감은 없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롱 스트로크의 느낌인데 또 단단하다. 그래서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요철을 고속으로 지나는 등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미처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통~’하면서 살짝 튀는데, 불안감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그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가 저절로 반응하니 살짝 놀라게 된다. 이것은 시승으로 인해 고속 영역을 주행하다 보니 그런 것이고, 평범한 운전을 한다면 안전벨트가 반응하지는 않을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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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은 움직일 때 유격이 있는데 헐렁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단시간을 탑승하고 있어도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단점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운전자에게 안심을 주기 위한 인위적인 유격으로 보인다. 상위 모델보다 짧은 차체와 휠베이스를 갖고 있으니, 그만큼 코너에서는 더 긴밀하게 돌아나간다. 가끔씩 나타나는 과속방지턱이 차체를 튕기고 있지만, 그건 과속방지턱의 문제이니 뭐라고 할 수 없겠다.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는 상위급의 제어 능력을 보여준다. ACC 기능과 함께 사용하고 있으면, 그저 스티어링에 살짝 손을 얹고 있는 정도로도 대부분의 주행이 가능할 정도. 덕분에 강원도의 절경을 달리면서 가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전방에서 다른 차가 주행 차선에 진입해도 이를 상당히 빨리 감지하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을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보행자는 물론 자전거, 큰 동물에도 반응한다는 ‘인텔리세이프’는 운전이 서툴 수 있는 여성에게도 유리한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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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40은 작고 옹골찬 모습으로 ‘눈 위를 뛰어다니는 산토끼’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여심을 자극하는 장비들을 내장하고 있지만, 결국 이것은 성별에 상관없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편의들이 될 것이다. 차 안에 쓰레기통이 필요한 것은 남녀가 상관없을 것이니 말이다. 다루기 쉬운 것도, 안전을 생각하는 것도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런 점들을 보고 있으니, XC40이 조금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가격을 지불할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주요 제원 볼보 XC40 T4 AWD
 
크기
전장×전폭×전고 : 4,425×1,875×1,640mm
휠베이스 : 2,702mm
트레드 앞/뒤 : 1,601 / 1,626 mm
공차중량 : 1,740kg

 

엔진
형식 : 1,969cc 직렬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보어×스트로크 : 82.0×93.2mm
최고출력 (마력/rpm) : 190/4,700
최대토크 (kg·m/rpm) : 30.6/1,400~4,000
연료탱크 용량 : 54리터

 

트랜스미션
형식 : 8단 자동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 19” I 235/50R
구동방식 : AWD

 

성능
0-100km/h : 8.5 초
최고속도 : ---
복합연비 : 10.3km/L(도심 9.2/고속 12.2)
CO2 배출량 : 168g/km

 

시판 가격
모멘텀 : 4,620 만원
인스크립션 : 5,080 만원
R-디자인 : 4,880 만원

 

(작성 일자 2018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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