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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혼다 뉴 파일럿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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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12-21 02: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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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레저 문화가 발전하면서 가족과 화물 적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SUV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것도 맞는 의견이긴 하나 국내에서는 또 다른 조건이 있지 않나 싶다. 가족 탑승과 화물 적재만을 생각한다면 굳이 SUV를 선택할 필요가 없으며, 왜건과 미니밴 등 MPV의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사실 대형 SUV는 나이가 있는 가장의 로망이라고 생각한다. SUV라는 장르가 본래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운전석이 높긴 하지만, 대형 SUV의 운전석 높이는 상당히 높아 다른 자동차들을 내려다보면서 운전할 수 있다. 여기에 길이 5m 전후의 넓고 높은 차체는 만약에 발생할 수도 있는 교통사고에서도 운전자와 탑승객을 단단하게 지켜줄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높이와 크기가 도로를 호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운전자에게 준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국내에는 대형 SUV가 상당히 많다. 국내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모델들도 있지만, 수입 브랜드에서 국내에 들여오는 모델들도 찾아보면 꽤 있다. 미국에서는 그 정도 되는 크기도 작다고 해서 ‘미드사이즈 SUV’라고 부르는 모델들이지만, 국내에서는 모두 충분히 큰 모델들이다. 여담이지만 미국은 진짜 큰 차들이 많은 곳이고 그 덕분에 국내에서는 크기 때문에 주차도 여의치 않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평범한 크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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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 와중에 국내 브랜드에서 대형 SUV 열풍에 본격적인 불을 붙이는 모델이 나타난 이후 대형 SUV 시장에서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칠 기세다. 그 열풍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장의 로망이 본격적으로 실현되기 좋은 날’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대형 SUV들은 실용적이고 3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들이 꽤 많아졌다. 험로 주행 기능은 기본이고 승차감도 이제는 세단 못지않다. 가족이 타기 편하니 재력을 쥔 누군가의 승인을 얻기도 편하다.

 

그런 와중에 혼다가 ‘뉴 파일럿’으로 국내 대형 SUV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3세대 신형 파일럿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것이 추가되었고 본격적으로 가족을 챙기는 SUV임을 알리고 있다. 개발 컨셉은 가족 모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어드밴스드 패밀리 프리덤’, 특히 안전성과 성능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의 편안한 이동을 지향하는 혼다의 정신은 미국 시장 공략 모델인 파일럿에서도 변함이 없다.

 

뉴 파일럿은 기존 경쟁자들도 있었지만, 이제 방탄소년단을 앞세운 막강한 경쟁자와도 만나야 한다. 그렇다면 그 경쟁자를 상대로 파일럿은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어찌되었건 집중을 해 보기로 한다. 비록 싱글이지만 지금만큼은 자식을 셋 둔 이웃집 이씨 아저씨에 빙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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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 모델이기 때문에 한 눈에 봐서는 파일럿의 바뀐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3세대에 들어서면서 혼다의 최신 디자인 코드를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대형 SUV로는 쉽게 볼 수 없는 ‘날렵한 인상’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차체 크기에 비해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는데, 이에 대해서는 운전자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존재감보다는 다이내믹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전면에서는 신형 어코드에서도 사용된 거대한 가로 바 그릴, ‘혼다 플라이 윙’이 눈에 띈다. 그릴의 날카로운 부분이 헤드램프까지 파고들고 있어서 존재감도 확실히 내세우고 있지만, 그 주변을 두르고 있는 LED DRL도 눈에 띈다. 헤드램프는 내부 그래픽이 변했는데, 이제는 LED 헤드램프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프론트 범퍼도 그 형상이 변했는데, 가는 형태의 방향지시등을 검은색의 몰딩이 자연스럽게 감싸는 형태가 되었다.

 

측면에서는 디자인의 변화가 없지만, 블랙 투톤 컬러의 휠을 적용해 다소 밋밋한 측면에 엑센트를 주고 있다. ‘ㄱ’자 형태의 테일램프는 그 형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부 그래픽을 변경해 방향지시등과 후진등 자리를 마련했으며 그로 인해 과거의 붉은색이 아닌 주황색으로 방향지시등이 빛난다. 리어 범퍼에서는 스키드플레이트가 다른 색상으로 그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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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레이아웃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굳이 꼽자면 스티어링 휠, 계기반, 센터페시아의 모니터 정도가 변했는데 이 부분이 운전자에게는 상당히 크게 다가온다. 회전계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가로로 길게 늘어섰는데, 과거에 잠시 운전했던 S2000의 추억이 불현 듯 떠오른다. 무엇보다 크게 바뀐 것은 센터콘솔에서 기어노브가 사라졌다는 것인데, 새로 탑재한 9단 자동변속기가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소소한 것이 바뀌고 휴대폰 무선충전 등 편의기능이 많이 추가되었지만, 파일럿 특유의 넉넉한 수납공간은 바뀌지 않았다. 이미 센터콘솔에 넉넉한 용량의 컵홀더 두 개가 있지만, 도어까지 합하면 수많은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생긴다. 센터콘솔의 수납함은 신발 박스도 들어갈 정도로 크다. 적어도 이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갈 때 수납공간이 없어서 간식 또는 음료수를 못 챙길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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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으로 마감한 시트는 크기가 크고 넉넉해서 덩치가 큰 운전자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서 1열에 통풍시트가 생겼기 때문에 장시간 편안한 운전이 가능해졌다. 7인승 모델의 2열 시트는 독립식이라 넉넉하게 탑승할 수 있으며,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2열 시트가 젖혀지기 때문에 3열 승하차도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1열에서 뒤로 갈수록 조금씩 높아지기 때문에 모든 탑승객이 편안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가족이 탑승하기 좋은 이유가 또 있다. 7인승 모델은 카시트 3개를, 8인승 모델은 4개를 장착할 수 있으므로 만약 두 가족이 한 번에 이동한다고 해도 걱정이 없다. 오딧세이에도 적용된 캐빈 토크 기능이 파일럿에도 생겼기 때문에 운전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아이들에게 주의 문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엘리트 등급의 모델은 뒷좌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모니터가 별도로 있어 주행 중 지루함을 느낄 일은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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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g-m을 발휘하는 V6 3.5L i-VTEC 가솔린 엔진. 기존 모델과 동일한 엔진이지만, 변속기가 기존 6단에서 9단으로 다단화를 진행하면서 좀 더 부드러운 SUV가 되었다. 네 바퀴를 구동하는 것은 기존과 동일하며, V6 엔진을 주행 상황에 따라 V4로 변환할 수 있는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도 여전하다.

 

출발 시부터 느껴지는 것은 가솔린 엔진이 주는 극상의 부드러움이다. 저속 주행에서는 소음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다고 느낄 정도인데다가 진동도 없으므로 가족에게 편안함을 안겨주기에는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9단 변속기는 빈틈없이 변속을 진행하고, 변속 충격조차 안기지 않는다. 평범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3,000rpm을 넘길 일은 거의 없을 것이고, 그 안에서도 충분한 출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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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의식적으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보면, 엔진 회전을 높게 쓰면서 제법 다이내믹의 맛을 낼 수 있다. 레드존은 6,700rpm에서 시작하지만 통상적으로 가속하면 5,800rpm 즈음에서 변속을 진행한다. 1단 40km/h, 2단 80km/h, 3단 115km/h를 기록한다. 밟으려면 밟을 수 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은 파일럿의 용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패들시프트에 손을 가져가게 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전에도 ‘차체 크기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파일럿의 운전 포지션’에 대해서 칭찬을 한 적이 있는데,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도 그 점은 바뀌지 않았다. 다른 대형 SUV와 비슷한 크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오메트리의 절묘한 조정으로 인해 훨씬 안정된 자세로 운전할 수 있는 것은 혼다의 장점이다. A 필러를 통한 사각지대가 적다는 점도 이러한 감각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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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아무래도 승차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댐핑 스트로크는 긴데, 의외로 단단함이 느껴진다. 평상시에는 보들보들한, 온순한 승차감을 보이지만 요철과 만날 때는 충격이 전해지면서 차체를 약간 울린다. 아무래도 대형 SUV인 만큼 차체가 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사실 가족에게 불편을 주거나 운전자가 크게 신경써서 주행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이다.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는 스티어링으로 인해 아무래도 일반적인 승용 모델처럼 코너링을 즐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너링을 즐기고 싶다면, 예상했던 스티어링 각도보다 좀 더 돌려가면서 가속 페달을 적절히 제어하면 된다. 그보다는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연비를 갖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연비를 신경쓰지 않고 가속 페달을 밟은 기자는 7km/l의 연비를 기록했지만, 자제하면서 달릴 경우에는 11km/l도 기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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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전 모델에 기본 적용한 혼다 센싱은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 후측방 경보 시스템,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ACC는 가속 시에는 부드럽게 작동하는데, 감속 시에는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밟는 것이 아니라 마치 ABS를 느리게 작동시키는 것 같은 감각을 보인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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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로 새롭게 태어난 혼다 뉴 파일럿은 그만큼의 상품성을 갖추고 있고 가족을 품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두달 새에 급격하게 커진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파일럿의 승부처는 다른 모델의 시장을 뺏어오기 보다는 커진 시장에서 일정 부분의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대형 SUV를 살펴보다가 조건을 따지게 되고, 그 조건에 부합하게 되어 파일럿을 찾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어도 파일럿은 그 사람들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주요제원 혼다 뉴 파일럿

크기
전장×전폭×전고 : 5,005×1,995×1,795mm
휠 베이스 2,820mm
트레드 : 1,685 / 1,685
공차중량 : 1,950kg
연료탱크 용량 : 73.8리터
트렁크 용량 : --리터

 

엔진
형식 : 3,471cc V6 3.5리터 SOHC i-VTEC
보어 x 스트로크 : 89 x 93 mm
압축비 : 11.5 : 1
최고출력 : 284ps/6,000rpm,
최대토크 36.2kgm/4,700rpm
구동방식 : AWD

 

트랜스미션
형식 : 9단 AT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4.334

 

섀시
서스펜션 :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 245 / 50R 20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
연비: 8.4km/L(도심 7.4km/L, 고속 10.0km/L)

 

시판 가격
일반 : 5,490 만원
엘리트 : 5,950 만원

 

(작성 일자 2018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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