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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난무하는 자동차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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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00-04-09 17: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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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3년 째 자동차잡지 편집 책임자의 일을 해 오고 있다. 그러면서 느낀 것 중 자동차잡지를 읽는 많은 독자들 중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 자동차 시승기라는 점이다.

자동차 시승기는 말 그대로 차를 타 보고 느낀 점을 적는 것이다. 따라서 시승기를 쓰는 사람은 나름대로 자동차관이 있어야 하고 비교적 많은 차를 섭렵한 경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필자도 시승기를 자동차잡지에 발들 디딘 직후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사실 초창기의 시승기를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어슬프기 그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변의 여건이 그나마 필자처럼 새차가 나오면 언제나 시승을 해 보고 그 느낌을 적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명맥을 유지해 와 지금에 이르렀다. 정확히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기록에 의하면 대략 430여 꼭지의 시승기를 쓴 것으로 안다.

물론 시승기를 쓰지 않고 단지 달려 본 차까지 합하거나 그레이드가 다른 모델도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들을 타 본 셈이다. 이 일이 너무나 즐거워 필자는 새 차를 만날 때만큼은 반드시 정장을 한다. 차에 대한 예의의 표시인 셈이다. 나는 그 차로 인해 즐겁고 그로 인해 먹고 살기까지 하지 않은가.

본론으로 돌아가서 언제부터인가 국내에도 자동차잡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고(지금은 많이 폐간되었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시승기들이 실렸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덩치가 커지자 광고가 많이 나왔고 그로 인해 일간신문들까지도 자동차면을 별도로 운영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거기에도 시승기가 예외 없이 실린다. 조금은 미안한 얘기이지만 어떨 때는 너무 어이가 없는 시승기들이 난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동차 시승기는 그냥 폭발적인 성능이나, 안락한 승차감, 넓은 실내공간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다. 뉴 모델인 경우 그 배경을 알아야 하고 모델 체인지의 경우는 기존 모델과의 차이점도 밝혀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서스펜션의 종류와 구조, 엔진의 형식과 구동방식, 쇽 업소버의 세팅 방법과 개발자의 의도, 시인성, 쾌적성, 착좌감, 편의성, 마무리,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부분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 소비자들이 이런 시승기에 대해 어느 정도 불신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생각은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있듯이 이 분야에도 전문가의 시각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필자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전문가의 수준에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시각에 지나지 않는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실속이 없다는 얘기이다. 역사를 알고 테크놀러지의 발전과정을 섭렵하며 모델의 진화과정을 아는 사람들이 쓰는 시승기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사회 분위기상 거대 그룹 소속의 자동차회사에서 만들어내는 자동차를, 그것도 뉴 모델을 나쁘다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핑계를 대는 이들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자동차회사 마케팅 부서에서는 그런 단점을 정확히 꼬집어 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워 한다. 그래야 신속하게 피드백을 할 수 있고 그만큼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승기 쓰는 사람도 전문가여야겠지만 읽는 사람도 그런 배경을 알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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