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가 전면 수입 개방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직접 판매활동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도요다는 이미 현지법인을 설립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정지작업을 펴왔고 닛산과 혼다, 미쓰비시도 현지법인을 곧 설립해 마케팅 활동에 들어갈 전망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던 것에 비하면 꾀 더딘 속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차 메이커들은 유럽차나 미국차가 들어올 때보다 훨씬 긴장을 하고 있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모델들을 나름대로 선 보여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입시판 될 모델 들 중 한국 시장에서 빛을 보게 될 모델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그에 대응하는 한국차는 어떤 모델들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 세계 시장에서의 활약도를 기준으로 살펴 본다면 다음의 모델들이 눈에 들어 온다.

도요다 셀시오의 해외 브랜드인 랙서스와 셀시오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VIP카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는 닛산 시마의 수출 브랜드인 인피니티 Q45, 그리고 혼다 레전드의 수출 브랜드인 아큐라 RL(배기량 3.5리터) 등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모델들이다. 이 외에도 일본 국내 전용이라고 할 수 있는 도요다의 크라운과 닛산의 프레지던트 등도 주목할만한 모델이다. 98년 기준 랙서스는 미국시장에 10만 3,065대가 팔렸다.

랙서스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미국시장 최고의 고급차로 자리잡은 모델이다. 이 랙서스의 베이스 모델인 셀시오는 일본식 고급차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는 모델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숙성과 부드러움, 곳곳에 오너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부한 장비 등이 자랑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뉴 E클래스에 V형 8기통 엔진을 장착한 것도 이 차의 영향이 컸다. 극도로 정숙한 4리터 V8엔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진동 억제 기술이 자랑으로 280마력의 파워를 자랑하는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뒷바퀴 굴림방식 차다.

랙서스의 라인업은 최고급 모델인 LS430을 시작으로 ES(일본 내 윈덤), GS(일본 내 아리스토), SC(일본 내 소아러), IS(일본 내 알테짜) 등 베리에이션도 다양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

이 랙서스의 특기는 이런 호화장비 말고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진가를 느끼게 해준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5년 동안 단 한번의 고장도 없이 똑 같은 성능을 유지하는 차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작년에도 J.D.Power사의 조사에서 결함지수가 가장 낮은 차로 또 다시 선정되어 그 가치를 여실히 입증해 보였다.

여기에 랙서스만이 할 수 있는 A/S도 자랑거리다. 랙서스는 고객의 차가 고장이 나면 다른 차를 집 앞에까지 가져가 수리기간 동안 오너의 불편을 없애준다. 또 수리가 끝나면 연료탱크에 가솔린을 가득 채워 다시 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 여기에 랙서스를 타는 오너들만을 위한 수준 높은 이벤트와 파티 등을 마련해 랙서스를 소유한 사람들만이 받을 수 있는 극도의 대우를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들이 고급차 분야에서는 일본 메이커들로부터 차 만들기를 배워 왔다. 때문에 일본차의 특징에 많이 익숙해져 있고 거기에 높은 완성도를 갖춘 일본차를 직접 만난다면 충분히 구매의욕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닛산의 인피니티 Q45는 V형 8기통 4.5리터의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270ps/5,600rpm, 최대토크 40.2kgm/4,000rpm의 파워를 자랑하는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로 차량중량이 2톤에 가깝다. 고급차답게 기본형인 세단 이외에 스트레치판인 로얄 리무진도 있으며 뒷좌석의 고급스러움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 모델들이 한국차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무엇보다 내구성을 중심으로 한 고장 없는 차라는 점일 것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각종 편의장비의 다양성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대부분 앞바퀴 굴림방식으로 전환한 미국차와는 달리 여기 소개된 모델들은 모두가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로 승차감과 중후함에 최대의 비중을 두었다는 점에서도 이 차들이 노리는 타겟을 알 수 있다.

현재 시판 중인 국내 모델 들 중에서 단순히 배기량 기준으로 앞서 소개한 일본차와 비교가 되는 모델들은 현대 에쿠스와 기아 엔터프라이즈 정도. 그리고 약간 낮은 배기량이지만 대우의 채어맨도 럭셔리카 분야에서는 나름의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모델이다.


현대 에쿠스는 일본의 미쯔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한 모델로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시장의 특성을 가장 잘 안다는 장점이 있는 모델로 편의장비면에서만 보자면 결코 뒤질게 없다. 특히 최근 EF쏘나타 이후 전체적인 품질력이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국내외에서 받고 있는 만큼 당장 크게 흔들릴게 없다는 것이 현대측의 주장이다.

초기 품질면에서는 그런 주장이 가능할지 몰라도 그렇게 간단하게 넘기지 못할 부분은 다름 아닌 내구성이다. 아직까지 미국시장에서의 결함지수 조사에서 일본차의 3/2수준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에쿠스의 결함지수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으나 일본차와는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5월 J.D.Power사가 미국 자동차업체들에 보낸 올 1/4분기 자동차 품질 측정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 99년형 모델들이 신차 100대당 333개의 결함을 드러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99년 모델을 구입한 4만 1,004명에게 취득 후 90일 이내에 발생한 문제점을 물은 이번 조사에서 대우와 현대도 각각 100대당 216개와 194개의 결함을 보여 한국 자동차들의 품질 개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일본의 도요다는 135개, 랙서스 131개, 닛산의 해외 브랜드인 인피니티 118개, 혼다 137개 등으로 우리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 J.D. Power의 보고서는 유럽 등지에서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또 여기에 소개되는 고급차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일본차와 한국차의 경쟁력에서의 차이는 브랜드 인지도도 물론이지만 이 분야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제원 비교

▣ 크기

	전장×전폭×전고	휠 베이스	차량중량	구동방식
랙서스 LS400	5,005×1,830×1,440mm	2,850mm	1,780kg	FR
닛산 인피니티	5,225×1,830×1,435mm	3,030mm	1,930kg	FR
현대 에쿠스(4.5ℓ)	5,065×1,870×1,465mm	2,830mm	1,990kg	FF
기아 엔터프라이즈(3.6ℓ)	5,020×1,810×1,435mm	2,850mm	1,750kg	FR

▣ 엔진

	배기량	최고출력	최대토크	연비
랙서스 LS400	3,969cc	294ps/6,000rpm	41.5kgm/4,000rpm
닛산 인피니티	4,494cc	270ps/5,600rpm	40.2kgm/4,000rpm	7km/ℓ
현대 에쿠스	4,498cc	260ps/5,000rpm	38.8kgm/3,500rpm	8km/ℓ
기아 엔터프라이즈	3,605cc	230ps/5,500rpm	32.5kgm/4,000rpm	8.1km/ℓ

▣ 판매가 비교

	미국	일본	한국
랙서스 LS400	53,805＄	598만￥(셀시오C 사양)	8,000만원(예상)
닛산 인피니티 Q45	48,200＄	660만￥(시마VIP)	7,300만원(예상)
캐딜락 세빌STS	48,250＄	623만￥	7,400만원
링컨 타운카 까띠에	43,025＄	677만￥	6,635만원
현대 에쿠스VS450			6,360만원
기아 엔터프라이즈3.6			4,14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