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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휘발유 가격, 이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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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10-04 09: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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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지난 9월 28일 교통세 인하를 통해 휘발유 가격을 ℓ당 1200원 선으로 내려줄 것을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건의했다.

협회는 교통세와 교육세 등 각종 세금이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5.4%와 36.9%라며 이는 원유가 상승보다는 교육투자재원 확보나 세수 보전 등을 이유로 교통세를 계속 인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공업협회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유가에 반영, 소비자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휘발유 가격의 47.7%를 차지하는 교통세를 하향 조정, ℓ당 1200원선으로 가격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휘발유 가격이 계속 인상될 경우 내년 내수가 20만대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나온 것으로 자동차업체로서는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 문제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부의 잘못된 세금 정책과 정유사의 폭리가 복합적으로 얽혀 소비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정유사 부분. 이미 알려졌다시피 정유사들은 올 들어 7월말 현재 99만여톤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의 휘발유를 국내 세전 평균 공장도가격인 리터당 347원보다 135원이 낮은 212원에 일본 등에 수출했다. 수출물량 99만톤은 작년 국내 휘발유 총 소비량 724만톤의 1/7 수준. 연말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전체 휘발유 생산량의 20%가 넘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도착 기준으로 9월 평균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 기준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37.2달러. 1배럴이 158.984리터이고, 최근 달러대 원화 환율이 1,150원 정도이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리터당 269원 꼴이다.

그런데 이 1리터당 269원이라는 가격은 운반비, 보험료 등 일본까지의 운반에 필요한 제 경비를 포함한 가격이므로 생산원가만 따진다면 휘발유 원가는 좀더 낮아질 수 있다. 이를 7월말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세전 평균 공장도 가격인 347원과 비교해 보면, 리터당 100원 내외의 차이가 있다. 9월 들어 국제 원유가 폭등을 이유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인상된만큼 그 차이는 더 클 것이다.

작년 한해 국내 휘발유 판매 총량이 101억5860만리터였으므로 정유사들은 최소한 연간 1조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셈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세금정책도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없지 않다. 우리가 수입해 오는 원유는 정제과정을 거쳐 LPG, 나프타,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기타 등으로 분류된다. 각 성분별 석유제품의 생산비중은 휘발유 7.3%, 경유 19.5%, 등유 19.0%, 중유 37.0%, LPG 2.9%,기타 14.3%라고 한다. 구성비율상 7.3% 밖에 되지 않는데도 휘발유 과소비가 원유수입증가의 원인이라고 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휘발유가 과잉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입량을 꾸준히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휘발유 과소비가 문제가 아니라 나프타 등 다른 원유 추출물의 국내 소요량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세계적으로 싸다는 의견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세계적으로도 가장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국민소득 대비 휘발유가로 따진다면 아마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비교도 있다. 결국 휘발유 가격이 비싼 것은 조세 편의주의적 발상에 젖어 세수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당국에도 책임이 있고 또한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훨씬 높게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는정유사들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소비자는 경제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과소비의 주범으로 몰린다. 에너지 절약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것은 범국민적인 운동을 통해 장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고 유통체계인데도 가격을 올리니 세금을 올리니 하는 식의 대응에 그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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