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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토요타 랙서스, 한국자동차산업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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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10-31 09: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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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이면 토요타의 해외 브랜드인 랙서스를 판매하는 전시장이 서울과 부산에 오픈되며 소비자들에게는 내년 초부터 차량이 인도된다. 작년 7월부터 일본차의 수입이 완전 자유화된 이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토요타 랙서스 전시장의 오픈을 앞두고 비로소 일본차의 판매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 시작했다. 당장에 수입차 업체들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랙서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랙서스의 판매와 함께 수입차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느냐 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하나의 화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차의 한국 상륙은 단기적인 면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지금의 위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을 것이고 역으로 한국차업체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한 단계 발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일본차는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다. 한국은 자동차 만드는 법을 거의 일본으로부터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세계 5위의 자동차대국의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너무 숫자만 앞세운 나머지 내실을 기하지 못하고 과당경쟁을 한 결과 작금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일본산 자동차가 직접 상륙한 것이다. 일본산 자동차는 우선 이미 수입 시판되고 있는 유럽차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고 저가격 공세를 펼치고 있는 미국차에 대해서는 고품질의 마케팅으로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수입차 시장의 일대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의 수입차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냐 아니면 한정된 시장을 잠식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많은 의견이 있지만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제대로 불붙기 시작하면 일본의 수입차 시장보다 빠른 속도로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차 수입이 시장을 넓히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일본의 자동차 소비자들은 일본차를 사는 이유가 품질이 좋아서라고 답하고 있지만 한국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일본과 한국시장의 큰 차이다. 가격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의 수입차 시장이 확실하게 살아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형식승인 문제 등 아직은 걸림돌이 많다.

또한 한국차 메이커들은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품질의 자동차회사를 만들어야만 하게 되었다. 단순히 품질만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다. 일본차가 지금 세계적인 존재로 부각되어 있는 것은 단순히 품질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철저한 마케팅과 소비자 최우선의 정신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일본의 업체들은 하나의 시장에 진출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것이 일본업체들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일본 업체들은 ‘10년 전에 광고하고 10년 후에 판매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케팅을 철저히 하는 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정작 일본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처지이면서 알게 모르게 이미 친숙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뿐인가. 그들의 A/S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실례로 국내에 근무하는 미군들 중 일본차를 소유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니 일본차를 사지 않을 수 없다’고 혀를 내 두른다. 그들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을 때 구입한 자동차를 전근지인 이곳으로 가져오더라도 주소지를 추적해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이나 불만 등을 앙케이트하며 끝까지 관리를 하는 것이 일본 업체들이다. 만약 고장이 나면 수리할 동안 차를 대여해 주고 수리가 끝난 자동차에는 가솔린을 가득 채워 대문 앞까지 가져다 준다.

이런 철저한 마케팅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석권한 그들이 한국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당장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국민감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어떤 계기로든지 ‘반 일본차’ 감정이 촉발되게 되면 그것을 회복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이다. 세계적으로 배타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우리 시장에서 그것도 일본에 대한 감정은 어떤 이유로든 한번 폭발하면 온 나라가 들끓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일본은 처음부터 적극적인 공략은 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그보다는 소비자의 입맛을 철저히 계산해 불만을 극소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미 그런 움직임은 벌써부터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어쨌든 일본차의 수입이 완전히 개방된 첫 해에는 그다지 큰 움직임은 없었고 올해도 판매에서는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우선은 한국시장에 주는 수입차업체들이나 한국차 메이커들에게 심리적인 부담만으로도 일본차의 한국상륙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리고 토요타가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는 2001년이 되고 재차 닥쳐 온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는 뚜렷한 기미가 나타나고 뭔가 시장이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그 영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에 그때가 되면 일본차의 판매신장이 두드러진다기 보다는 차츰 일본차에 대해 재대로 눈을 뜨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대략 3년 정도만 일본차를 가져보면 ‘단 한번도 잔고장이 나지 않는’ 것에 놀라고 말 것이다. 닛산차를 거의 그대로 조립하다시피한 삼성 SM시리즈의 예를 보면 어느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앞으로 수년 동안의 시간이 한국산 자동차가 소비자들로부터 확실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도 된다. 그것은 단지 품질만이 아니라 A/S와 가격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의 얘기이다. 80년대 말 수입차 개방과 함께 놀랄 정도로 기술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를 배려하는 측면에서는 일본차와 비교될만한 수준에는 아직 미흡하다.

이제 더 이상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국산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할 것을 부추기고 강요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연간 17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차 업체들까지도 그런 비뚤어진 애국심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품질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모든 상품은 가격과 품질, A/S 3대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일본차는 이 3대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 일본차를 이길 수 있는 것은 결국 가격과 품질과 A/S다. 애국심에 불을 지르는 어설픈 마케팅이 아니다.

일본차의 상륙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한국차업체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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