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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차가 커야 대접 받는 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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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04-09 17: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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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오너들만의 특징은 아니다. 일본이야 워낙에 작은 것에 익숙한 문화를 갖고 있으니까 그렇다치더라도 중국과 대만 등은 그야말로 배포 큰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의 수도 북경의 거리에는 벤츠, 그중에서도 최상급 모델인 S클래스가, 한술 더 떠 베이직 모델인 S320(3,200cc 모델)도 아니고 S500(5,000cc), S600(6,000cc)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 우리나라차도 많이 보이는데 소형보다는 2리터 이상의 중형들이 더 많다. 그들의 한달 봉급이 300위안(3만원)에서 600위안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큰 차를 굴리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의 서울보다 훨씬 많은 고급 대형차들이 굴러 다닌다. 물론 흔히 말하는 일반인들은 달구지를 연상케하는 조그만 차에 의지하며 살고 있고 그나마도 없는 사람들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북경은 아파트를 지을 때 주차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이 중국이다.

우리는 어떤가? 북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 배기량 차가 많고 고급차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그 형태는 조금 다르다. 같은 배기량이라도 외형과 실내가 큰 차를 선호한다. 그런 토양을 반영하듯이 같은 차체를 가지고 더 넓은 실내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국차의 전매 특허처럼되어 있다. 그래서 베스트 셀러에 속하는 2리터급 중형차의 경우 정작 팔리는 모델은 2리터 사양이 아닌 1.8리터 사양이다. 세금만 조금 쌀 뿐 연비 면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차를 사는 이유는 초기 구입비용에서의 차이 때문이다.

유럽을 한번 둘러 보자.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세단형 승용차는 3,000cc가 가장 큰 배기량이다. 도로에는 리터카(배기량 1리터급의 모델을 일컫는 말)들이 넘쳐 난다. 2리터급 중형차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변속기만해도 그렇다. 프랑스는 AT 비율이 3%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에서 AT 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독일도 15%정도다.

하지만 미국은 97%, 일본은 85% 이상의 AT장착차가 출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미국과 일본의 흐름을 따라 65%를 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체 시 불편해서 AT를 산다고들 하는데 대도시 지역 이외에 사는 사람들도 교통상황과는 상관없이 AT를 사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분야에는 익숙치 않는 반응을 보인다. 이 외에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지만 남들이 다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편의장치들을 무조건 선호하는 추세가 강하다.

최근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일본의 자동차 평론가들이 한 말이 있다. `일본의 자동차회사들은 잘 팔리는 차는 만들었을지언정 좋은 차는 만들이 못했다.`

그런 일본차가 각종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편의장비 달기에 앞장서왔고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들은 주로 일본차회사들과 협력해 차를 만들어 온 결과 자동차의 기본 임무인 `달리고 돌고 멈추는`성능 이외의 분야에 더 신경을 써 탄탄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크고 화려한 것만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그것을 교묘히 이용한 자동차회사들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IMF로 인해 경차가 반짝 잘 팔리는 듯하더니 어느새 과거의 흐름이 다시 기세를 부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과연 이런 소비 패턴을 우리는 구조조정, 개혁을 통해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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