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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르노 닛산이 살아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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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12-12 09: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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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조업 최대의 실패사례로 꼽히던 닛산 자동차가 살아나고 있다. 1999 회계연도 6400억엔(약 7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적자를 냈던 닛산이 올해 결산(2000년 4월~2001년 3월)에선 2500억엔 흑자가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4년만의 흑자 전환이고, 흑자폭은 회사 설립 이후 최대다. 1년 전만 해도 가망 없는 부실덩어리로 불리던 회사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대우, 쌍용 등의 처리 문제로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인 사장 카를로스 곤에 의해 1999년 토쿄 모터쇼를 통해 발표된 NRP(닛산 리바이벌 플랜)란 이름의 3개년 재생계획상의 르노 닛산의 올해 흑자 목표액은 600억엔 이었다. 하지만 두 달 전 발표에 의하면 그 4배 이상 달성이 확실하다고 한다.

이처럼 놀라운 성과는 외부인을 영입해 파격적인 개혁을 단행한데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운 뒤 조금씩 개선하는 형태가 아닌 혁신적 충격요법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 회사의 프랑스인 사장 카를로스 곤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1년 내 흑자전환을 못하면 그를 비롯한 모든 임원이 사표를 낸다고 선언했다. 부채 1조4000억엔의 부실기업을 1년 내 흑자로 만든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으로 보였지만 회사 분위기 쇄신에는 효과적이었다.

동시에 계열사와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채산성 없는 공장은 폐쇄했다. 인원감축과 영업거점 정리, 그리고 자산매각으로 부채규모를 축소했다. 종속관계에 있던 1,145개의 부품업체들에게는 3년 내 평균 20%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내용들이다. 실행에 있어서도 카를로스 곤은 단호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정해진대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치에 대해 장기적 관점으로 신차 개발이나 R&D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 등 비판도 있다. 하지만 생존 자체가 위협 받던 위기에서 탈출한 카를로스 곤의 경영에 근본적으로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다. 그는 처음 닛산에 부임했을 때 부실기업 특유의 느슨한 분위기가 느껴졌으며 ‘충격요법’이 필요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런 충격요법도 모든 것을 부정하는 형식은 아니다. 지금까지도 르노 닛산에는 과거 부실의 책임자들이 그대로 있다. 그에 대한 비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2, 3년 이내에 사원들의 사기는 아주 높아지고 부품업체들과 국내외 판매점들의 사기도 진작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3년 후면 소비자, 부품 업체, 사원, 판매점 등 파트너들의 닛산에 대한 평가는 NRP 이전보다 훨씬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닛산의 신 전략은 모든 클래스에서 토요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일본시장에서 닛산은 제품부재 때문에 판매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매력과 파워가 약해서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지 형성 작업에서의 실패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경쟁상대의 분석, 시장 세그먼트 동향, 일본의 구매층 경향의 변화는 고객이 자동차를 원하는 이유, 여성의 기호, 젊은층의 선호도, 광고 방향, 가격설정, 등등 수없이 많은 부분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2000년 4월 1일 닛산자동차에 마케팅부가 생겼다.

그리고 판매망도 새로운 개념을 불어넣고 있다. 닛산자동차의 계열판매점 비율은 일본에서 최대인 50%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닛산은 판매 수익과,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적이지 못했다. 참고로 계열판매점이란 우리나라의 영업소와 비슷한 종속적 관계이고 일본차 회사들은 여기에 독립 판매점인 딜러와 혼합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그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판매망의 강화가 필요했고 그를 위해서는 독립 딜러들과의 관계를 보다 밀접하게 하려는 방침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대목에서 카를로스 곤은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 브랜드에 관해서는 변화는 필요하지만 신중하게 한다는 것이 카를로스 곤의 또 다른 일면이다. 물론 품질, 신뢰성, 테크놀러지, 생산방식 등 과거 닛산의 강점은 충분히 살린다는 원칙을 지킨다는 얘기다. 다만 그 외의 부분, 적합하지 않는 부분은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의 걱정과 달리 모델정책도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블루버드 실피(Sylphy)는 닛산의 전통을 살리면서 거기에 시대적인 흐름에 맞는 이미지를 구현화한 차로 새롭게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내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뉴 페어래디Z를 발표한다. 미국에서 닛산의 Z가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의 효과는 절대적이기 때문에 발표장소를 미국으로 잡은 것이다. 반면 일본시장에서는 스카이라인의 먹히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강한 GT-R을 선보일 계획이다. 일부의 우려대로 모델 정책을 등한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더불어 르노와의 공동 플랫폼 개발은 앞으로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르노 닛산의 최초의 공유 작품인 ‘플랫폼 B’. 이 플랫폼에서 신형 마치/마이크라, 큐브, 트윙고, 클리오(일본명 루테치아) 등등의 모델이 나온다.

르노, 닛산은 이 플랫폼에서 연간 30만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른 플랫폼에서 50만대, 또 다른 것에서 40만대라고 하는 것처럼 다양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을 하나로 통합한다면 경제적인 이익이 만만치 않다. 부품 메이커에 있어서도 부품의 공유화는 절대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정말로 계획대로 진행이 될 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지부진 하기만한 우리의 구조조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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