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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페라리 360 모데나 스파이더 F1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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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07-12 15: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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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의 후속인 430의 스파이더 모델까지 이미 발표되었지만, `페라리`가 가지는 매력은 비단 현행모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페라리 360에 좀더 자세한 사진과 조금 긴 분량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사진 유승민 (글로벌 오토뉴스 미국 통신원)

신형인 430이 이미 출시, 수입된 상황에서 단종된 360의 시승기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전 세계적으로도 페라리 본사나 수입처에서 시승차를 제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니, 미국과 유럽의 잡지들도 페라리 등의 시승은 오너의 허락 하에 소비자가 보유한 차를 빌려서 시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라리의 시승기는 매번 그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번 시승의 경우도 후자에 해당한다. 기존에 필자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우연한 기회를 통해 페라리를 시승해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당시는 시승기를 기고 하는 고정란이 있었던 때가 아니어서 시승기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360 쿠페와 355 F1, 그리고 550 마라넬로에 이은 필자의 4번째 페라리 시승으로, 국내 자동차 매체 사상 처음 공로에서 주인의 허락하에 페라리 360 모데나 스파이더 F1 을 시승하게 되었다.

Exterior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인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외관은 전형적인 페라리 모델이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남성적(Masculine)이면서 물 흐르는(Fluid) 것 같은 디자인은 그야말로 섹시(Sexy) 하다고 밖에 표현하기 힘들다. 특히 측면에서 바라본 도어와 쿼터패널(Quarter Panel) 사이의 라인은 상/하단의 냉각 벤트를 위한 디자인임을 감안해도 `과연 페라리!`라고 외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후 신형 사브 9-3 컨버터블에 채용된 `날아가는 UFO` 스타일로 열리는 컨버터블 토네우 커버(Tonneau Cover)와 이제는 BMW 6시리즈가 채용한 컨버터블의 `ㄷ`자형 뒷 마무리는 16초 만에 완전히 열리고 닫히는 컨버터블 탑에 360 스파이더 만의 특색을 더해 준다. 두개의 롤바 사이에 위치한 윈드 블락커는 BMW나 사브 같은 유럽차 메이커들이 별도 옵션으로 제작하는 그것의 재질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연한 재질로 구성 되어 있다. 워낙 소위 `파묻히는 듯한` 시팅 포지션 덕분에 흔히 2시터 로드스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강한 뒷바람은 거의 없는 편. 실제로 시속 200Km 이상의 고속에서도 오픈 시에 머리 위쪽을 치는 바람조차 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헤드라이트는 턴 시그널을 포함해 3개의 램프가 바디컬러의 베젤(Bezel) 과 투명한 강화 플라스틱 커버와 어우러져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있다. 일반 차의 후드처럼 열리는 트렁크는 가볍다 못해 새끼 손가락으로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이고, 이 트렁크 속에는 전용 공구와 18인치 지름의 임시 스페어 타이어, 그리고 실내 공기 필터와 워셔액, 브레이크 액 등을 점검할 수 있는 부분이 별도로 마련 되어 있다. 이 트렁크 공간을 마감하고 있는 것도 BMW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 S 클래스 급의 바닥에 사용되는 카펫과 동일한 재질이다.

휀더에는 많은 유럽차들이 공유하는 사이드 리피터가 달려 있지만 워낙 크기가 작아 잘 알아보기는 힘들다. 흔히 VIN 패널이라고 불리는 차대번호가 각자된 패널은 운전석과 앞 휀더 사이에 부착 되어 있었다. 뒷 본네트(?)를 열기 위한 스위치도 기아 엘란의 탑 수납구를 열기 위한 스위치가 있는 운전석 도어와 뒷 쿼터 패널 사이에 위치해 있다. 도어 사이드 스탭에 음각된 페라리 로고도 당연하게 보인다. 다만 시승차에는 옵션인 휀더의 페라리 로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얇은 알루미늄 패널에 직접 손으로 페인트로 그림을 그렸다는 이 페라리 로고의 가격도 개당 수십 만원 이상의 가격이다. 도어를 열고 닫는 데에 있어서 조그만 도어 핸들이 감당하기에는 도어가 약간 무겁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 점은 후에 오히려 탑승자에게 조그마한 안정감을 전해주는 요소로 이해되었다.

엔진과 브레이크 등을 냉각 시키기 위해 군데군데 마련 되어 있는 쿨링 벤트, 그리고 광폭의 뒷타이어와, 휠 사이로 보이는 브렘보제의 빨간색 캘리퍼, 그리고 노란색으로 살짝 표시 되어 있는 피렐리제의 P-zero 로고 까지.. 조그마한 디테일에서 조차 이 차의 성격을 대변해 주고 있다.

엔진이 위치한 본네트는 대부분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다. 이 유리는 열을 견디기 위해 특수 강화 처리된 와이어가 들어가 있는 유리로서, 아주 뜨거워진 상황에서도 거의 변형되거나 약해지지 않는다. 이 본네트를 열면 기본이 되는 프레임과, 엔진 그리고 배기구가 그대로 노출 되어 있는데, 특히 엔드 머플러와 사일런서의 역할을 하는 플로우 박스(Flow Box) 가 가장 뒤쪽에 위치해 있어, 엔진이 뜨거운 상태에서 본네트를 열 때 화상의 위험이 있다.

뒤쪽에서 보이는 브레이크등과 시그널 마커가 부착된 패널은 강화 플라스틱 소재이다. 같은 모델의 고성능 버젼인 스트라달레 (Staradale) 모델의 경우 이 부분이 순수한 카본 화이버 캐벌라 소재로 되어 있다. 뒷 범퍼도 앞 범퍼와 거의 동일한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있는 발견이다.

차 전체의 높이는 어지간한 성연 어른의 허리 높이 수준이다. 넓이는 국산 대형 승용차와 맞먹는 넓이에 길이는 어지간한 스포츠 쿠페에서 팔 하나 만큼 더 튀어 나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Interior

붉은색의 나파 (Napa) 가죽과 브러쉬드 알루미늄 (Brushed Aluminum) 그리고 탄탄한 검정색의 몬타나 (Montana) 가죽이 어우러진 실내 인테리어는 화려하면서도 간결하고 그 속에 `이태리 가구`로 대표되는 이태리 특유의 장인 솜씨 (Craftmanship)가 숨어 있다. 보통 이정도 가격대의 차량들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인테리어 감성 품질에 도달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페라리의 감성품질은 이제는 독일회사에 인수되어 버린 람보르기니와도 다른 수준이고, 독일제 차량과도 성격을 달리 한다. 독일제 차량, 특히 포르쉐의 인테리어의 경우 바늘땀이나 인테리어에 사용된 재질이 단단하고 일정하여 실용적이며 만족감을 주는 데 비해 페라리의 인테리어는 어느 정도 여유를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미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스포티하게 보여야 한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도출하고, 이 개성에 응답하는 사람만이 만족을 가질 수 있는 구성이다.

모든 조명은 계기판의 일부 디스플레이를 제외 하고는 연한 초록색으로 되어 있다. 도어트림과 센터콘솔을 비롯, 브러쉬드 알루미늄은 흔히 양산차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얄팍한 철판을 붙인 플라스틱이 아니라 실제 알루미늄판이 붙어 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60 Spider` 로고와 함께 센터콘솔에 위치한 F1 트랜스미션의 스위치다. 가벼운 망치처럼 생긴 후진 기어 스위치와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Auto 모드 스위치가 시프터 대신에 달려 있다. ASR 과 함께 차의 성격과 변속에 걸리는 시간을 바꿔 주는 Sports 모드 스위치 등이 스티어링 휠 왼쪽으로 달려 있다.

스티어링 휠은 요즈음의 페라리 모델들에서 공용되는 에어백 핸들이 달려 있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은 320 파이 정도로 적당한 수준이다. 눈에 띄는 것은 스티어링휠 뒤쪽의 칼럼에 붙어있는 페라리의 에어백 장착 로고와 함께, 한번 더 양각된 차대 번호가 붙어 있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위치한 UP/DOWN 시프터는 BMW 의 SMG 시프터와 모양과 규격이 거의 동일하다. 다만 BMW 의 그것은 시프터를 클릭할때 `찰칵` 하고 걸리는 느낌이 적은 편이지만, 페라리의 시프터는 찰칵 거리는 느낌이 강렬하다. 시프터 뒤로 만져야 하는 컴비네이션 스위치 (Combination Switch)의 위치가 다소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슷한 레이아웃을 채용하고 있는 모델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계기판은 그야말로 달리기 위한 계기 뿐이다. 연료 게이지는 오른쪽 아래에 막대그래프로 표시될 뿐이고, 속도계는 세자리 숫자 미만의 속도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크게 만들어진 타코메터에는 현재의 기어를 표시하는 인디케이터와 함께, 각종 도어의 열림등을 표시하는 VDO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다. 수온계와, 엔진오일 압력계, 그리고 엔진오일 온도계가 장착되어 있으며, 오너가 가장 불만을 표시하는 점은 좌우 방향 지시등을 켰을때 어느 방향이 켜져 있는지를 나타내주지 않고, 단지 방향 지시계가 켜져 있다는 `<->` 램프만 잠깐 깜빡거릴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럽차와 미제차의 대부분에서 사용되는 녹음된 딸깍거리는 릴레이 소리도 미쳐 오너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레벨로 맞추어져 있다.

데쉬보드의 중앙부분에는 HVAC 컨트롤과 CD 플레이어, 그리고 양쪽 파워 윈도우 스위치가 간결하게 위치해 있다. 오히려 트렁크와 컨버터블 탑, 주유구 열림 등을 관리하는 스위치는 센터콘솔의 가장 뒤쪽의 커버속에 숨겨져 있어서 사용하기는 아주 불편하다. 조수석쪽의 데쉬보드 가장 오른쪽에는 페라리의 F1 챔피언쉽을 기념하는 플레이트가 부착되어 있다.

파워 시트마저 옵션인 페라리에서 국내 수입품은 파워 시트가 장착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페라리 로고가 양각 되어 있는 버켓시트는 허리를 잡아줄 뿐만 아니라 사람이 미끄러져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것도 방지해 준다. 신장 183Cm 의 필자도 시트 뒤쪽에 오너의 가방과, 차 커버등을 넣고서도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 만큼 레그룸은 넓은 편이다. 탑을 닫은 상태에서도 3중 탑을 통해 들려오는 외부 소음의 억제는 어지간한 4시터 컨버터블을 능가하는 편이며, 헤드룸도 충분하다. 메르세데스의 SL 클래스나 BMW Z8 같이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는 소위 하이클래스 GT 로드스터들의 경우도 필자에게 편안한 시팅 포지션을 제공해주기 힘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부분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실제 운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해두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시승기의 주인공인 페라리의 오너가 차를 구입한지 이제 9개월 즈음이 되어 간다. 그동안 그가 주행한 거리는 약8천 킬로. 그렇지만 아직 흔히 말하는 극한의 주행은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속도계 상으로 확인한 오너의 최고 기록은 250Km. 필자도 이에 근접한 수치를 확인했다. 오너가 340Km 까지 표기 되어 있는 속도계를 절반이상 넘기지 않았던 것은 차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가 아닌 오너 자신이 설정한 자신의 한계점이었다. 국내도로에서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을 넘기는 속도를 내기 힘들뿐 아니라 그가 페라리를 구입한 이유중에는 극한의 스피드를 즐기려는 목적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오너가 받은 속도 위반 범칙금은 2번. 그것도 100킬로 도로에서 113킬로와 80킬로 도로에서 98킬로 두 번 뿐이었다.

오너는 필자에게, 막상 페라리를 사고 나서 느낀 것들을 여러가지 이야기 해 주었다. 그중 한가지 말을 인용해 본다.
"모데나가 페라리 중에서 가장 아랫 등급의 차니까, 어쩌면 엔조나 마라넬로 같은 차들이 주는 느낌보다는 아무래도 덜 하겠지. 포르쉐 911타는 사람과 비교해 봐도, 911보다 비싼 값어치는 하겠지만, 이 차가 압도적으로 더 만족감을 준다고 말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아. 단, 페라리의 오너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느끼는 자부심과 주변의 관심 만으로도 충분히 이차의 가치가 있다고 봐. 내가 모데나를 산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스타일 때문이야.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이쁘고 감성적인 차는 없을 것 같아서지. 빨리 달리기 위한 차가 아니라 그저 쳐다 보고 내가 주인이라는 것에 행복해 할 수 있는 그런 차로서 말야.."

이미 그의 말 속에 어느정도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순히 최고 속도가 높고, 빨리 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같은 수퍼카들은 오너의 감성 적인 측면에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비싼 가격 속에 숨겨진 소위 `이름값 (Name Value)` 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오너가 가지고 있는 다른 국산 스포츠카의 10배 쯤에 해당하는 가격을 가진 페라리지만, 순수한 성능이나 객관적인 비교에서는 모든 것이 2배에서 3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만족감도, 가속력도, 유지비도.. 그렇지만 이렇게 높게 책정된 Name Value 를 감안하고도 이 차를 가져야만 하는것은.... 어쩌면 순수한 카 매니아들만이 이해 할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닌가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페라리를 `페라리라서` 구입한 사람보다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용으로 구입한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똑같은 페라리 오너들이 모여 있어도 페라리를 사게된, 또 좋아하게된 이유들은 다르다. 필자에게 마라넬로를 시승시켜 줬던 독일의 지인은 13년간 4대째의 페라리를 바꿔 탔던 사람으로서 단지 `페라리` 이외의 차가 그의 부와 이미지를 알맞게 대변해 줄수 없다라는 이유만으로 페라리를 타게 되었고, 360 쿠페를 필자를 통해 중고로 구입했던 사람의 경우도 총 9대에 이르는 자동차 컬렉션 속에 페라리가 빠져 있어서 꼭 사야만 했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반대로 오늘 소개한 모데나의 오너처럼, 355 F1 의 오너는 페라리 만큼 `페라리 레드`가 어울리는 차도 없으며, 그 강렬한 빨간색에 걸맞는 성능을 가진 차이기 때문에 페라리를 가져야만 했다고 했다. 람보르기니나 BMW 의 Z8 같은 차를 타는 오너들도 비슷한 이야기 들을 했다. 결국 어떤 차가 얼마나 훌륭한 차인지는 각기 개인이 가진 다른 관점에서 평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페라리 같은 수퍼카들은 우상에 가까운 `드림카`로서 실제 소유에 이르는 사람들이 극 소수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필자가 지금부터 이야기 하는 것들이 어쩌면 이미 가져보고 타본 자의 행복한 투정이나 혹은 질투심에 찬 깎아 내리기로 비추어 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필자는 여러가지의 수퍼카를 접해보기 이전부터 어쩌면 현실과는 너무 동 떨어져 있는 딴 세상 이야기 같은 이런 차들을 그리 실용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렇게 높게 평가 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승기인 만큼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려고 노력했지만, 필자가 늘 그러 했듯이, 흔히 다른 언론에서 볼 수 있는 `~환상적이다. 꿈만 같았다. 일생 최대의 경험이었다` 라는 표현은 지양 하고자 한다.


운전석을 넘겨 받고 나서 의자를 조절하면서 일반적인 차와는 완전히 다른 시트 포지션 구성에 익숙해 져야만 했다. `ㄷ`자를 꺼꾸로 해놓은 모양에 가까운 시트 포지션에서 보이는 시야는 의외로 상당히 넓고 간결한 편이다. 국산 중형차의 100킬로 정도의 속도감은, 일본제 중형차에서는 110 킬로, 미국제 중형차에서는 90킬로, 유럽제 중형차에서는 약 120 킬로 정도에 느껴지는 것이 필자의 주관적인 비교인데, 국산 중형차의 100킬로 정도의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모데나 스파이더는 170 킬로 정도가 되어야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시팅 포지션과 차량의 셋업이 불러오는 착시현상 등에도 관련이 있다. 이는 가속감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국산 중형차의 제로백 10초 정도의 느낌이 이러한 수퍼카 레벨로 오면 제로백 5초 이내의 수준으로 느껴진다. 기존에 시승해 보았던 동형 모델의 하드탑 쿠페와 비교 했을 때, 오히려 스파이더에서 속도감은 더욱 무디어 진다. 이는 필자와 차량의 오너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이었는데, 필자와 차량의 오너가 둘다 이미 다른 차량을 통해 컨버터블을 경험해 보았고, 특히 컨버터블(로드스터)에서 오픈시의 속도감은 차량의 소리와 머리 위를 스쳐가는 바람등의 요소(Factor) 가 더해지면서 좀더 입체적으로 다가 오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모데나 스파이더의 속도감과 관련된 구성 자체가 워낙 정숙성과 고급성에 맞추어져 있는 바람에 엘란이나 혹은 Z3 같은 소형 로드스터에서 130 킬로 정도에서 느끼는 정보들을 시승차에서는 약 170 에서 190 킬로 정도에서 느낄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오너와 필자에게 공통적으로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 온다. 예를 들어 드라이버의 감정에 따라 어떤 날은 조용하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느끼며 산들 바람 같이 뺨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받고 싶은 날이 있고, 반대로 굳이 그렇게 빨리 달리지 않더라도 등 뒤에서 시트가 몸과 차 전체를 밀어 붙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적당히 강렬한 배기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고 싶은 날이 있는데, 이 360 모데나 스파이더의 경우는 전자의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너무나 차 서스펜션이 딱딱한 편이고, 후자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차를 극한까지 밀어 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차를 극한 까지 밀어 붙였을 때 나오는 성능이 어지간한 드라이버가 컨트롤 하기에는 너무나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필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페라리를 살수 있는 것이 아니라. 페라리를 구입하고 나서 안전하고 재미 있게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오너/드라이버의 자기 수련이 필요 하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하다못해 동일한 후륜 구동의 고성능 차량인 BMW M시리즈 모델이나 비슷한 구성을 가진 포르쉐 911과 비교해 봐도 확실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 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필자는 공공도로에서 BMW M3의 SMG 를 가지고 M3 의 한계점 이상을 요구 하다가 차를 슬립 시킨 경험이 있었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모데나는 부드럽게 그 상황을 지나칠 뿐 아니라 약 20% 정도 더 높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모데나의 긴 차체로 인해 포르쉐 911은 가볍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모데나는 위험에 빠지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수십만대 단위로 대량 생산되는 차종들의 경우 보통 가장 일반적인 드라이버의 한계점 속에서 거의 동일한 반응을 보여 주는데, 소량 단위 생산 차량이자 고성능 차량으로 갈수록 이러한 각 모델 별로 다른 특성에 따른 완전히 다른 반응들이 좀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360 F1 스파이더의 반응은 필자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점이 남아 있다. 분명히 공도에서 튀어 나갈때는 그 어떤 차보다도 빨리 튀어 나가지만, 실제로 이를 운전하고 있는 드라이버의 관점에서 보면 이 차가 분명히 잘 달리기는 하는데, 엑셀에 발을 올렸다가 뗄 때마다 감동을 느낄 만큼 그렇게 압도적으로 운전자를 밀어 붙여 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교통 법규와 차량 흐름에 맞춰 차를 움직이기 위해 조심하다 보면 짜증이 나기 까지 한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마찬가지라고 본다. 필자가 360과 355를 시승했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였지만, 550 마라넬로를 시승했던 독일의 아우토반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뒤바뀐 가속도에 대한 느낌이 편안 하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그동안 특히 국내에서 페라리의 사고가 많았던 것은 이러한 제한된 환경 속에서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받기를 원하는 드라이버들이 주의를 잘 기울이지 못했거나 혹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차량의 한계를 무리하게 시험하다가 아니었던가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페라리를 샀고 어느정도 차에 익숙해지다 보니 무엇이든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차의 한계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되면서 차량의 한계를 무리하게 시험하게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즉, 돈이 있어야 이러한 차들을 사겠지만, 진정 이 차를 걸맞게 즐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차의 한계 범위 이내의 자신의 한계 범위를 최대로 이끌어내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절제 할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승차의 오너는 페라리 오너가 되기 위한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실제 주행에 있어서 스포츠 모드와 F1 트랜스미션의 조합은 고속도로 운전이 오히려 재미없게 만들어 버린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간단한 더블 시프트 다운을 통해 6단에서 4단 혹은 5단에서 3단으로 내리면서 가볍게 100 킬로 초/중반대에서 200킬로 초반대로 뛰어 오른다. 과속 카메라를 의식해 빠르게 달리지 않고 있다 보면, 처음 보는 차가 신기한지, 주변에 몰려드는(?) 차들 덕분에 위험해 진다. 페라리를 보면 그게 무슨 차인지 모르면서도 무조건 덤벼(?) 보고 싶고, 페라리의 성능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 욕심인가보다. 필자가 고속도로 공사장을 향해 움직이는 짧은 20킬로 정도의 구간에서도 1톤 트럭과 국산 스포츠카등의 맹렬한 도전(?)을 받아야만 했다. 페라리를 타고 다니면 법규를 지킬 수 없게 만드는것은 차가 아니라 위험한 이웃(?)이었던 것이다. 주행거리와 운전 습관을 감안해보았을 때, 실제 시승차의 브레이크 패드는 50%정도 남아있는 상태였으나 고속에서 느껴지는 감속율은 국산차의 소위 "꼳힌다" 라고 말할만한 2피스톤 브레이크의 그것에 2배쯤의 효과를 보여준다. 이후 짧은 공사 구간으로 인해 최고속에 가까운 상태에서 급제동을 여러번 했으나 브레이크는 쉽게 페이드 되지 않는다. 브렘보 로고와 페라리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브레이크 캘리퍼와 패드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다시 한번 들어 올린다.

여러번의 급제동과 급 가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승차의 연비는 시내주행 때보다 고속주행이 훨씬 더 나은 면을 보인다. 시내 주행시에는 금방 기름이 줄어드는 것이 보이는데, 동일하게 완전히 탱크가 찬 상황에서 시작해도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이 체감상 훨씬 기름이 덜 들어가는 느낌이다. 보통 고급 휘발유를 사용하는 오너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번 주유할 때 약 30만원 정도의 기름이 주유 된다고 한다. 이걸로 보통 주말에 가까운 도시로 한번 드라이브를 다녀 오면 어지간 해서는 2/3이상 기름이 줄어 있다고 한다.

360 스파이더 F1 을 처음 운전하면서, 그동안 필자가 훨씬 더 많이 운전해 보았던 BMW 의 SMG 와 다른 점들에 익숙해 지기 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 했다. 비슷한 타입의 트랜스미션 동작이 거의 비슷하지만 , 모데나 F1 의 경우 먼저 중립으로 기어를 뺐다가 다시 1단 으로 넣기 위해서는, 혹은 후진으로 기어를 넣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밟은 상황에서만 가능 하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매뉴얼에서는 분명히 오너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정지 시에는 중립으로 빼라고 표기 되어 있었는데, 차를 상당히 아끼는 오너가 혹이나 클러치나 다른 부품들이 망가 질까 조심스레 운전하는 가운데 이러한 셋업은 익숙해 지는데 어지간한 시간이 걸렸다. 스티어링 휠 좌측 대시보드에 붙어 있는 Sports 모드를 선택하지 않았을 경우 시프터를 통한 기어 변속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아니 사실은 객관적으로는 빠른 반응이지만, 드라이버가 느끼는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느린 편이다. 6단까지 조작가능한 F1 기어가 장착된 시승차의 경우, 국내에서의 실용 영역은 3단과 4단에서 약 100킬로 초 중반대의 속도계를 뽑아 낼 때인데, 5단이나 6단으로 낮은 Rpm 에서 정속주행을 하다가 갑자기 가속을 하기 위해 점핑 시프트 (5단에서 3단으로나 6단에서 4단으로) 하기 위해 다운 버튼을 어지간한 컴퓨터 마우스의 더블 클릭속도로 두번 제껴 버리고 나면 스포츠 모드가 아닐 때는 속으로 `하나-둘-셋-쿵 (변속이 걸리며 Rpm 이 갑작스럽게 높아지는 충격)`을 외쳐야 할 정도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를 켰을 때, 차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프터의 더블클릭과 함께 바로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오른발의 반응과 차 전체의 컨트롤이 일순간에 하나가 된다. 최소한 변속 속도를 4분의 1 수준으로 낮추어 준다. 이뿐만 아니라 엔진의 반응도 달라진다.

차에 어느정도 익숙해 지다 보면 레드라인까지 무심하게 뽑아져 나오는 힘에도 익숙해 지게 된다. 흔히 아시아권에서 고회전용 엔진으로 신앙처럼 여겨지는 혼다의 S2000 엔진의 VTEC 에서 뽑아져 나오는 고 RPM 과도 다른, 그야말로 `배기량이 깡패`라는 말과, `역시 페라리`라는 말이 그대로 튀어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드럽고 빠른 엔진의 리스폰스가 훌륭하다. 포르쉐의 팬들이 받들어 모시는 마지막 공냉식 911 엔진의 터보프랍 엔진소리 같은 가볍고 시원하게 뚫어 나오는 반응과도 다르고, 독일차의 정교한 V10 이나 V8 고 배기량 엔진의 `기어가 정교하게 맞물려가면서 단단하게 갖추어진 토대위에 화려한 불꽃놀이를 하는것 같은` 반응과도 다르다. 그저 영어식 표현대로라면 "Pure Horse Power" 즉. 말 그대로 수백마리의 말이 한꺼번에 속도를 올리는 것과 같은 힘차고 부드러운 반응만이 남는다. 그렇다고 그 힘이 정말로 엄청나게 남아 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저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는 그런 적당함도 묻어 나온다.

낮고 긴 무게 중심 덕택에 어지간한 코너는 200Km 미만의 속도에서는 불안한 느낌이 없다. 이는 아무리 완만한 코너라도 필자 자신의 한계를 넘지 않으려는 소심함도 담겨 있다. 만약 지금 시승차가 공장에서 갖 나온 신차에 막 길들이기가 끝난 정도 였다면 아마 인터체인지의 코너도 170 킬로 이상으로 돌아 나가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시승동안 한국적인 고속도로의 대부분의 일반적인 코너 세팅이라면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에서도 법이 정한 한계속도의 2.5~3배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코너를 통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긴 차체 길이로 인해 포르쉐 911과 같은 짧은 차들이 반대편 차선을 넘지 않는 라인을 타고도 이러한 고속 코너링을 이루어 낼 수 있는데에 비해, 필자의 눈에 보인 이상적인 라인은 대부분 20~40% 정도 바깥 쪽을 걸치고 있었다. 이는 어렵게 얻는 시승기회를 사고로 날려 보내지 않으려는 필자의 조심함에 이유를 둘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도 굴곡이 심한 국내 도로에서 길고 낮은 차체가 도로에 닿는 소위 벨링 (Bellying) 상황에 빠지는 것을 걱정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대관령 옛길이나 이화령 같은 고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높게 설치된 과속 방지턱이나 심지어 중앙선 위에 설치된 반사판이 범퍼나 하체를 건드릴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국내 도로 사정은 이차에게 잔혹하다.

배기음 또한 오너와 필자의 불만이다. 주행중 실내에서 들리는 배기음은 오픈 상황에서는 소위 국내에서 폭주족들의 오토바이로 널리 알려져 있는 CBR 시리즈의 배기음과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배기음 자체가 낮은 RPM 에서는 그저 바람이 살짝 빠지는 소리로 들리고, 높은 RPM 에서는 실내에 들리는 배기음에 베이스에 해당하는 낮은 소리가 빠져 있다. 이는 미드쉽 구성이라는 차체 구성에도 이유가 있지만,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페라리 모델의 경우 미국 형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미국 배기 규정에 맞춘 배기 시스템이 달리다 보니 오너가 원하는 수준의 배기음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동일한 모데나 쿠페를 시승해 보았을때도 미국형이어서 거의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레이마켓을 통해 수입된 유럽형 모데나의 경우는 좀더 중후한 배기음을 보여 주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모데나 모델들이 구입후 오너에 의해 좀더 중후한 음색을 들려주는 배기 시스템으로 교체 되었다는 것에 그 예를 들수 있다.

성능면에서, 스펙면에서 분명히 시승차는 현존하는 양산차중에 가장 대중적인(?) 최고 성능의 모델이다. 그렇지만 그 비교 상대를 같이 놓고 보았을 때 포르쉐 911의 고성능 모델이나 람보르기니 등 흔히 말하는 럭셔리 스포츠 급에서 모데나는 그다지 특별하다거나 뒤쳐지는 성능을 보여 주지는 않았다. 이 말은 이 차가 `그저 그렇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급의 차들처럼 `다루기 힘들고, 그 뛰어난 성능을 드라이버가 쉽게 감동받을 수 있게 해주지 않으며, 어떤 평가를 내리기 힘든`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가장 `페라리`스러운 개성을 보여 주는 차라는 점에서는 의의가 없다. 분명히 포르쉐 911 오너나 람보르기니 오너들은 이해하지 못할 그런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급에서 고성능의 BMW M 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AMG, 혹은 아우디의 S 라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일본제나 미국제의 차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표적인 머슬카인 닷지 바이퍼나 셰보레 콜벳은 말할 필요도 없고, 가장 최근의 포드 GT 같은 모델의 운전 감각과도 분위기를 달리한다는 말이다. 그 `페라리 다움`은 람보르기니와도 방향을 달리하는 페라리만의 2시터 쿠페 스타일에서 오는 특유의 무게 중심과, 로마시대 전차를 연상하게 하는 강렬하고 부드러운 리스폰스의 엔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이틀에 걸쳐 약 200 킬로 미터 이상 소위 `길들여지고 난` 페라리 360 F1 스파이더(모데나)를 시승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모데나 360 F1 스파이더는 오픈로드스터에 Fun to drive 를 추구할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진 가장 대중적인 `페라리`` 라는 것이다. 페라리라는 이미지가 주는, 또 이태리제 럭셔리 스포츠카가 주는 이미지에 해당하는 모습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여준다. 열정적인 가속력, 온 몸으로 느낄수 있는 횡력 가속도, 그리고 `페라리`를 소유 했다는 오너만의 자존심 까지.. 다만 이 차를 다른 차와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뛰어난 부분을 보여준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페라리`라는 이미지 자체를 이해 하지 못한 사람이 그녀(페라리)를 모욕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차를 필자에게 부담없이 내주고, 시승기로 개제 할수 있도록 도와주신 오너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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