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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양재동 현대자동차와 한국의 자동차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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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1-01-03 09: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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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7일 현대자동차의 양재동 시대 개막을 알리는 대규모 행사가 있었다. 천여명에 이르는 축하객들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정몽구 회장의 인사말과 산자부장관, 전경련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2부에서는 성악가와 대중 가수들을 동원해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거대한 강당에서 현란한 레이저 빔 쇼와 더불어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자 한 현대자동차측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 행사였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동차회사이니만큼 입주식 행사가 거대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축하공연을 위한 2층 대강당 무대 한 가운데에는 거대한 양재동 사옥을 배경으로 레이저 광선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통합된 ‘한국의 자동차 메카 출범’을 휘황하게 비추고 있어 위엄을 과시함과 동시에 성공을 자축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967년 12월 29일 설립된 이래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왔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자체 모델을 만들어 내 유에서 무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 누구도 해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않았던 일을 해 냈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상황을 극복하고 고유 모델 포니를 만들었고 그 모델은 ‘한국의 벤츠’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였다.

이어서 엑셀을 미국으로 수출해 한해 판매 40만대를 넘기는 놀라운 기록을 세워 세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었다. 물론 싼게 비지떡이라는 오명을 쓰고 물러나고 말았지만 이후 절취부심한 결과 쏘나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EF시리즈에 와서는 감성품질을 내 세우며 제법 품질력을 갖추기도 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이제는 서브 컴팩트카와 컴팩트카 부문에서는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인정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 최근에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풍전등화에 있을 때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짧은 시간에 법정관리에서 졸업시키기도 해 30년에 불과한 역사이지만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한국의 자동차 역사는 현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업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현대자동차는 한국자동차산업 발전의 선도자라는 자긍심이 있으며, 그 자긍심을 바탕으로 ‘자동차를 통한 인류의 행복실현’이라는 이상을 내 세우며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양재동에 내집을 마련해 입주한다는 사실은 감회가 새롭고 뿌듯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대자동차의 직원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축하해도 좋을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 행사장에는 그런 즐거움 속에 왠지 모를 중압감이 행사 내내 참석자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관객들도 좀처럼 기분을 살리지 못했다. 신효범의 간곡한(?) 부탁에 그저 따라 웃고 박수를 치기는 했지만 김건모의 표현마따나 근엄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30년 동안 쌓아온 자동차산업의 저력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집념이 지금 전면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어서인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내 집을 사서 입주한다는 가슴 벅찬 성취감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싸워야 한다는 것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최근의 국내 경제상황이 어두워서인지 어쨌든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2000년대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로의 도약이라는 도전 과제를 내 세우고는 있지만 안팎으로 상존하는 복잡한 요소들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국제정세가 현대의 존재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완전하게 회생이 되기까지는 아직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대우가 휘청거리는 것도 현대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다. 형제 회사인 현대건설의 불안도 역시 또 다른 압박이다.

물론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아와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플랫폼 공유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옵티마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또한 자동차전문 그룹으로서 모든 힘을 한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공조할 수 있는 여건도 구축해 글로벌화에의 길도 열어 놓고 있다.

여건보다는 실행이 더 중요한만큼 어느쪽으로 방향을 잡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점이 더 많은 상황이다. 규모를 이루었고 자동차전문그룹이라는 점이 그동안과는 또 다른 가능성을 내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발전, 아니 한국자동차산업의 발전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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