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폭스바겐 골프 R32, GT 시승기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11-30 12:35:36

본문

2005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큰 도약을 이룬 메이커 중 하나가 폭스바겐이다. 이런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폭스바겐 코리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공식 임포터들의 대표 및 서비스, 마케팅, 세일즈 중역들을 대거 한국으로 초청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가졌다. 바로 폭스바겐 아태 지역 임포터 컨퍼런스가 그것인데 이 행사에는 2006년에 새롭게 아태 지역에 선보일 차량들을 행사 참가자들과 아시아 지역 전문 기자들에게 미리 선보이는 시승행사도 함께 가졌다.
이번 시승행사는 월드 프리미어 성격의 행사로서는 국내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행사일 뿐 아니라 유명 관광지가 아닌 전용 서킷에서 시승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시승 모델로는 골프 R32, 골프 GT, 골프 플러스, 뉴 제타, 파사트 바리안트, 폭스 등 6개 모델이 준비되었다.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시승한 6가지 모델 들 중 최강의 파워와 희소성으로 인기가 높은 골프 R32와 소형이면서도 파워풀한 최 첨단 가솔린 TSI 엔진을 장착한 골프 GT를 중심으로 시승한 느낌을 소개한다.

글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사진 / 박기돈, 원선웅

시승 장소인 스피드웨이에 도착하자 이미 6가지 모델, 13대의 시승차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이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마음대로(?) 골라 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거기다 시승차 들 중에는 골프 R32가 3대, 골프 GT가 한대 포함되어 있으니 이들을 타기 위한 스티어링 휠 쟁탈전 또한 볼 만할 듯했다.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양산차 최초로 적용된 트윈 차저 엔진인 1.4 TSI 엔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골프에 1.4리터 엔진은 다소 의외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그 작은 엔진에 놀라운 기술력을 숨겨 놓았다. 저회전 영역에서는 직접적인 파워 추출에 유리한 수퍼차저를 돌리고, 회전이 상승하면서 수퍼차저와 터보 차저를 유기적으로 조합함으로 1.4리터 엔진으로서는 경이적인 170마력의 출력과 24.5Kg.m의 강력한 토크를 얻어내는 것이다. 0 ~ 시속 100Km 가속에는 7.9초가 걸리며 연비는 100Km 주행에 7.2리터를 소모한다고 한다.
사실 최강의 골프인 R32에 모든 마음을 줄 요량으로 시승에 참가했지만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면서 마음이 조금씩 새로운 다크호스 골프 GT로 옮겨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시판 전 모델인지라 시승차는 단 한 대만 준비되었다. 그나마 수동 변속기 모델이어서 경쟁률이 다소 낮아지길 기대해 보았다.

6기통 엔진을 장착한 골프의 기함 R32는 4세대 골프를 베이스로 개발되어 지난 2002년 처음 선을 보였다. 그 전까지 골프를 야생마의 반열에 올려 놓은 주역이었던 GTI는 이제 그 위상을 R32에 물려 주어야만 했다. 골프 사상 가장 강력한 6기통 241마력 엔진을 장착하고, 골프가 자랑하는 4륜 구동 시스템인 4모션을 더해, 강력한 파워와 최상의 주행 안정성을 겸비한 막강 골프의 출현은 보다 특화된 모습과 더욱 폭발적인 힘을 가진 골프를 원했던 수 많은 골프 팬들에게 단숨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BMW M3와 페라리 계열 모델들에 이어 폭스바겐 최초로 수동변속기 베이스의 수동 겸용 자동 변속기인 6단 DSG 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이기도 하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4세대 골프의 R32는 출시와 함께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 그 인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2003년에 신형 5세대 골프가 선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까지 판매가 이어져 총 14,000 대가 판매되었다.
5세대 골프를 베이스로 한 새로운 2세대 R32는 지난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선을 보였다.

5세대 골프에는 기본형 외에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을 다양하게 포진시키고 있다. 우선 기본형인 150마력 2.0 FSI 위로 두 개의 170 마력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1.4리터의 소형 가솔린 엔진에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더해 170마력을 뿜어내는 골프 GT와 기존 140마력 2.0 TDI 보다 출력을 높인 170마력 TDI 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2.0 터보 200마력의 GTI가 있다. 이들 모델들까지는 모두 4기통에 앞바퀴 굴림 모델이며 이들 위에 군림하는 최강의 모델이 4륜 구동에 V6 3.2리터 엔진을 장착한 R32다.

새로운 R32는 선대와 같은 V6 3.2리터 엔진이면서 최고출력이 250마력/6,300rpm으로 증가했고 최대토크는 2,500 ~ 3,000rpm에서 32.6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수동 6단을 기본으로 듀얼 클러치 시스템의 수동 겸용 자동 변속기인 DSG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수동 6단 변속기로 네 바퀴에 힘을 골고루 전달하면서 달릴 경우 0 ~ 시속 100Km 가속에는 6.5초가 걸리고 6단 DSG에 의하면 0.3초가 빠른 6.2초가 걸린다.
공인 연비의 경우에도 수동 6단은 100Km 주행에 10.7리터의 연료가 필요하지만 DSG는 9.7리터만이 필요하다. 이로서 DSG는 완벽하게 수동변속기의 성능과 연비, 그리고 자동변속기의 편의성을 다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운전 재미에 있어서만은 수동 변속기를 따라 올 수는 없을 것이다. 수동 변속기와 DSG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되겠지만 오늘은 몸소 체험해 보고 비교할 생각이다. R32 시승차는 DSG가 2대, 수동이 1대이며, GT는 수동이고 다른 모델들도 자동과 수동이 섞여 준비되었다.

Exterior

시승차 중에는 기본형 골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골프 GT와 R32를 기본형과 직접 비교해 보긴 힘들었다. 하지만 언뜻 보아도 서로 다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우선 골프 GT는 외관상 GTI와 동일한 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GTI는 전체가 검정색이고 윗 부분에 빨간 색 라인으로 강조한 반면 GT는 바디 컬러를 적용했다. 그리고 그릴과 범퍼 아래쪽 에어 인테이크에 GTI는 벌집 모양을, GT는 가로선을 넣었다. 물론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각각 ‘GTI’와 ‘GT’로고가 자리하고 있으며, 알로이 휠 디자인이 서로 다르다. 뒷 모습에서는 ‘GTI’로고만 붙이는 GTI모델과는 달리 GT에는 ‘GOLF’와 ‘GT’ 로고를 모두 붙인다는 점 외에는 다른 점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R32는 첫 눈에 차이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의 기본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롬으로 마감되어 멀리서도 번쩍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약간 비스듬히 측면에서 보았을 땐 가로 핀들 사이로 스며드는 크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릴 상단 좌측에는 R32로고를 달고 상단 가로 핀들도 크롬으로 입혔다. 범퍼 아래쪽 좌우에는 보다 안정감있고 과격해 보이는 에어 인테이크가 기본형 골프나 GTI와 다른 모습이다. 범퍼 맨 아래 맆 스포일러는 바디 컬러를 입혀 차별화했으며 사이드 스커트를 지나 뒤 범퍼까지 라인이 이어진다. 범퍼에는 별도의 리플렉터를 가늘게 마련해 날렵함을 강조하고 범퍼 아래 가운데 부분만 검정 플라스틱으로 처리한 후 크롬 도금 듀얼 머플러를 중앙에 배치했다.
크기에서는 길이 4,246mm, 높이 1,465mm, 너비 1,759mm로 기본형인 골프 모델과 비교했을 때 길이가 42mm 늘어났으며 높이는 서스펜션을 낮춤으로써 20mm 줄어 들었고, 너비는 같다. 그리고 옆 모습에서는 멀티 스포크의 18인치 알로이 휠이 낮아진 차체와 어울려 강렬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GTI의 캘리퍼가 빨간색인데 반해 파란색으로 단장한 R32의 캘리퍼다. 포르쉐가 911 터보에 빨간색, 위 급 GT2에 노란색 캘리퍼를 쓰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로서 R32는 위상에 걸 맞는 매력적인 외관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GTI 조차도 멋진 앞모습과는 달리 뒷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R32는 과감히 앞 질러 나가면서 당당히 뒷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뒷 모습의 소유자가 되었다.

Interior

인테리어에서는 그 양상이 또 다르다. 기본적인 배치는 골프 기본형과 같지만 부분적인 변화에서 GT는 오히려 기본형에 가깝고 GTI와 R32가 비슷한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스티어링 휠이다. GT는 기본형과 같은 스티어링 휠의 아래 부분에 GT배지를 다는 정도로 그쳤지만 GTI와 R32는 그립 부분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원의 아래 부분을 잘라낸 모양의 멋진 스티어링 휠을 똑 같이 달았다. 보기에 좋은 떡이 잡기에도 좋았다. 아래쪽에 박힌 GTI와 R32 로고만이 신분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R32에는 헤드레스트 부분에 ‘R32’ 로고가 박힌 레카로 스포츠 시트를 마련했다. 시승차 중 두대에는 기본형 직물 시트와 가죽시트도 마련되어 있었다.
속도계에는 시속 300Km까지 새겨져 있어 현재 성능과 함께 잠재적인 성능에 대한 기대도 가늠케 한다.

Test drive

앞서 말했듯이 시승차는 13대, 그 중 R32는 3대, GT는 1대였으며, 기자는 국내와 아시아 쪽 기자를 합해 2, 30여명에 달했다.
시승은 각 자 타 보고 싶은 차를 골라 출발 준비가 되면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준비한 파사트 TFSI 페이스카를 따라 네 바퀴를 주행하도록 하였다. 페이스카가 적당한 페이스 조절을 통해, 처음엔 좀 천천히 돌면서 성능과 코너를 익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바퀴에서는 성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도록 간격을 벌여 주었으며 마지막에는 다시 숨고르기를 하며 피트로 돌아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렇게 네 바퀴 주행이 끝나면 다시 다른 차를 골라 또 네 바퀴를 타는 식으로 점심 식사 후 시작된 시승은 해가 저물어 갈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기자의 경우 모든 모델을 다 시승해 보았으며 특히 R32는 시승 3회, 동승 2회, GT는 시승 1회, 동승 1회를 하는 등 총 10여 회 이상 시승을 할 수 있었다. 합산하면 총 40여 바퀴 이상을 오후 내내 달린 것이다.
사실 한정된 서킷이라는 공간에서 차의 모든 부분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비교를 통해서 폭스바겐 모델들을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면 실제 서킷 주행이 어떠했는지 지금부터 전하고자 한다.
R32는 먼저 수동변속기 모델을 동승하고 뒤이어 시승했다. 동승을 먼저 한 것이 오히려 긴장을 풀고 코스를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미 수 차례 달려본 스피드웨이 서킷이지만 최강의 골프인 R32와 함께 하는 감회는 대단한 것이었다. 동승을 하면서 폭발적인 가속력과 뛰어난 접지력, 위기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는 ESP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기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수동으로 시트를 조절하고, 스티어링 휠 역시 수동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을 조절했다. 텔레스코픽 기능이 충분해 기자가 적당한 자세를 잡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시트 높낮이 조절은 방석의 뒷 부분, 그러니까 엉덩이 쪽만 레버로 조절하는 방식인데 시트의 허벅지 부분이 다소 높아 자세가 불편했다. 기자는 일반적으로는 시트를 최대한 낮추어서 자세를 잡지만 어쩔 수 없이 시트 뒷 부분을 들어 올려서 허벅지와 적당한 높이로 맞추어야 했다.
자세 잡기가 끝나자 스티어링 휠이 먼저 인사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튜닝 스티어링 휠을 능가할 정도로 두툼하게 그립 부분을 강조해 두 손이 운전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휠의 아래 부분을 잘라낸 모습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한 마디로 정말 멋지다.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 페달의 모양과 위치, 간격 등은 최상은 아니어도 힐앤토를 쓰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클러치 페달을 밟아 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가볍다. 4세대 골프 GTI나 아우디 TT에 사용되었던 클러치는 단절감이 분명하고, 다소 깊이가 깊으면서 탄력 있었던 데 비해 이 페달은 깊이가 조금 얕아졌고 답력도 조금 약하다. 하지만 동력전달에 부족함이 없다면 운전하기는 휠씬 편했다.

앞 선 차들을 보내고 1단부터 강력하게 밀어 부쳤다. 기어가 들어갈 때 약간 빡빡한 느낌이 들지만 BMW 수동 변속기 정도는 아니고 느낌상 힘을 약간 가해서 민다는 느낌 정도다.
첫 바퀴를 돌면서 다시 한 번 더 코너를 익히고 각 코너에서의 단 수를 확인했다. 그리 과격한 주행은 아니었지만 힐앤토도 연습했다. 마지막 코너를 빠져 나오면서 직선 코스. 풀 가속을 하자 직선 끝 부분에 이르러 160Km/h 정도에 이른다. 통쾌한 가속과 함께 전해져 오는 강렬한 사운드는 매력 그 자체다.
기어가 막 4단에 들어갔지만 이내 3단으로 힐앤토. 이후 계속 이어지는 코너들에서 4단을 사용할 일은 없었고 2단과 3단을 오가며 고회전을 마음껏 즐겼다. 이상적인 라인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코너들을 해쳐나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코너에 이르고 다시 풀 가속, 끝 부분에 이르러 170Km/h를 약간 웃도는 속도에서 힐앤토로 코너에 진입한다. 기자의 운전실력이 아직 좋은 편은 아니어서 힐앤토를 하려다 울컥이기도 하고 기어 선택에 고민하기도 하지만 R32는 그런 실수들을 전혀 히스테리 없이 너그럽게 잘 받아 주었다.
광폭 타이어와 4모션, 단단한 서스펜션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놀라운 접지력은 코너를 하나씩 클리어할 때 마다 다음 코너 진입 속도를 높여 보겠다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다소 높은 속도로 진입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면 ESP는 정말 멋지게 차가 튕겨 나가는 것을 잡아주었다. 물론 ESP조차도 감당 못할 한계 속도는 있지만 그 한계 속도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스릴과 감동의 시간들이 아니겠는가?
코너에 진입하면서 거칠게 브레이크를 작동하면 순간적으로 하중이 앞으로 쏠리고 뒤쪽 접지력이 약해 지면서 오버스티어가 발생했다. 하지만 앞 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하는 4모션인 만큼 약간의 카운터 스티어와 엑셀러레이션으로 쉽게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다. 물론 이 때도 심할 경우에는 ESP가 적절히 개입한다.

DSG를 장착한 R32로 옮겨 탔다. 어깨와 옆구리 부분에 멋진 날개를 가지고 헤드레스트 부분에 R32로고가 선명한 레카로 버켓 시트가 기자를 반겼다. 모양과 쓰임새에서 모두 높은 만족감을 제공하는 시트였다. R32를 장만한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옵션일 듯 하다.
먼저 대만에서 온 기자가 ESP를 끈 상태로 운전했는데 사실 기자는 ESP가 꺼진 사실을 모르고 동승했다. 코너에서 여러 번 뒤 꽁무니가 살짝 살짝 흐르는 오버스티어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ESP가 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얼굴의 대만 기자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고 인사를 건넸고, 기자는 그의 운전 실력이 좋다고 답했다.
기자가 운전할 차례, 여러 번 언급했듯이 이번에도 기어를 ‘S’, 스포츠 모드에 위치시키고 달렸다. ESP는 대만 기자가 끄 놓은 상태 그대로. DSG의 반응은 여전히 매끄럽고 강력한 파워의 전달은 훌륭했다. 하지만 지난 번 아우디 TT 3.2 콰트로 때처럼 회전수 사용이 과격하진 않았다.
두 번째 주행 직선로 끝부분에서 오버 스티어가 심하게 일어났다. ESP가 꺼진 상태였으므로 바로 카운터 스티어로 이어졌고 R32는 거의 10여미터를 드리프트로 미끄러진 후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 후 큰 오버스티어는 거의 잘 발생하지 않았고, 다른 R32로 ESP를 끈 상태로 주행하다 한번은 심한 언더스티어가 발생했다. 포장된 트랙을 거의 벗어나면서 오버스티어 상태로 바뀌면서 약간의 풀과 자갈이 깔린 벙크로 들어갔지만 카운터 스티어와 액셀러레이션으로 의외로 쉽게 탈출할 수 있었다. 접지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벙크의 특성상 탈출을 도운 것은 4모션이었던 것 같다.
DSG는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로도 변속이 가능하므로 마음껏 수동 모드를 사용할 수 도 있고, 부담 없이 S 모드로 달릴 수도 있었지만 손과 발을 쉴 새 없이 움직여가며 달려야 하는 수동 변속기의 재미만은 대신 할 수 없었다. 기자가 선택한다면 R32에는 수동변속기를 선택하겠다. 그런데 수동변속기의 성능과 연비가 더 떨어지다니...
R32로 서킷을 십 수회 주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결과, R32는 서킷에 아주 특화된 스포츠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속 6.2초의 강력한 돌파력과 단단한 하체, 4모션이 주는 최고의 접지력은 서킷에서 그 화려한 진면목을 발휘한다. 하지만 의외로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시내 주행에서 그리 큰 위화감을 줄 정도로 딱딱하지는 않을 듯하다.
R32는 원래 국내 수입 계획이 없었는데 이번 시승행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수입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고 한다. 이름처럼 32대만 한정 판매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골프 R32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독자들은 지금 바로 줄을 서시오."

골프 GT는 앞서 설명했듯이 양산차에 최초로 적용된 혁신적인 트윈 차저 1.4리터 TSI 엔진을 장착했다. 1.4리터 엔진으로 170마력이라는 숫자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4세대 골프의 GTI가 150마력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닌 셈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선물이 될 골프 GT는 과연 1.4리터 엔진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 할 지, 그리고 첨단기술이라고 선전하는 폭스바겐의 말 대로 과연 두개의 차저가 유기적으로 매끄럽게 회전을 뽑아 낼 수 있을 지가 관심이 대상이 되었다.
시승차가 한 대 뿐인 관계로 순서를 오래 기다렸다가 오후 늦게서야 시승할 수 있었다. 먼저 기자가 시승하고 후에 다른 기자가 운전 할 때 동승할 수 있었다.
수동 변속기의 느낌은 R32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왕에 GT라는 이름을 붙인 바에야 스티어링 휠도 R32와 GTI와 같은 것을 달았으면 하는 욕심이 일어난다. 직물시트는 모습은 수수하지만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은 우수했다.
출발과 함께 경쾌한 가속으로 차를 부드럽게 밀어 부쳤다. 아니 이게 1.4리터 엔진이란 말야? 2리터 엔진 이상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퍼차저와 터보차저가 너무도 부드럽게 엔진회전을 밀어올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서킷이라는 상황이 기분을 좀 들뜨게 하긴 하지만 아무리 예민하게 감각을 세워봐도 거친 반응을 찾을 길이 없었다.
사실 R32의 250마력에 빠져 있다 170마력으로 내려온 만큼 속도감에서 상대적인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GT에 집중하면 그 뛰어난 기술력에 감탄하게 된다.
짧은 시승 후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작고 가벼운 엔진으로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으니 현실적으로 골프에게 멋진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작은 엔진인 만큼 차라리 아래급 폴로에 얹는 다면 정말 대단한 퍼포먼스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그리고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룬 디젤 엔진에 이어 이제는 가솔린 엔진에도 새로운 기술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생각 등이었다.

해가 저물었다. 겨울의 문턱에 가까워진 어느 날 오후에, 서킷에 바로 뛰어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최강의 골프 R32를 위시한 다양한 폭스바겐 모델들과 서킷을 뒹굴었던 시간들은 오래도록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