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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미국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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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1-05 19: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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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은 적어도 ‘하이브리드’ 구동 계에 있어서는 역사적인 해로 남아야 할 것 같다. 일본 메이커들만의 힘겨운 하이브리드 대중화를 향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대체 연료 전쟁에서 급격하게 힘을 얻어 연료 전지와 수소 등을 간단히 밀어내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포드의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도 큰 역할을 했다. 하이브리드가 가장 많이 팔리고,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 현지 시장에서, ‘미국에서 생산된 첫 번째 하이브리드’ 라는 이유 덕분에 그 동안 ‘환경친화론자들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외제차인 일제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 하기를 망설였던 많은 정계의 지도층인사들’이 거침 없이 하이브리드를 구입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출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가 이러한 상징적인 역할이 아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살펴 보기로 한다.

글/사진: 유승민 <글로벌 오토 뉴스 미국 통신원>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출시 되기 이전인 2005년 새해 벽두부터 2005년 North American Truck of the Year 에 선정되면서 그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Made in U.S.A.’ 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흔히 타 메이커들이 이용하는 캘리포니아가 아닌 정/재계 인사들이 많은 뉴욕에서부터 출시 로드쇼를 진행했다는 것도 하나의 재미 있는 점이다.

포드는 이러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의 성공에 힘입어 결국 년 말부터 빠르게 이스케이프의 머큐리 버전인 머리너의 하이브리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포드가 많은 직원들을 감원하고 있는 와중에도, 하이브리드를 개발하는 인력인 메카트로닉스 (Mechatronics; Mechanical+ Electronics 의 약자) 전공을 300명 이상 충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포드의 하이브리드에 대한 확고한 의지표명은 분명 다른 빅3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포드는 급격하게 하이브리드 구동 계의 대표주자로 나서기 시작했으며, 순수 하이브리드 만으로의 선호도에 있어서는 미국인들이 ‘기술의 결정체’로 생각하는 혼다 브랜드를 뛰어 넘어 토요타 바로 뒤인 2위를 랭크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단 한가지의 (머리너 하이브리드는 이스케이프와 거의 동일한 차량이므로 하나로 보기로 한다.) 차량만을 발표 했는데 2종 이상의 하이브리드를 몇 년째 내어 놓고 있는 혼다를 뛰어넘었냐 물으신다면, 그것이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있는 ‘미국 빅3의 저력’ 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과 가장 처음 SUV 에 하이브리드를 올려서 장착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흔히 요즈음의 미국인들은 ‘하이브리드’ 모델들 간에도 개념과 구동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 하는 듯 하다. 오직 ‘하이브리드’라는 단어와 ‘높은 연비’ 이 두 가지가 구매자들이 찾고 있는 소위 구매 요소 (Buying Factor) 가 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 해야 한다. 필자는 그러나 이점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이미 하이브리드를 출시 하고 있는 회사들간에도 이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접근 관점은 상당이 판이 하다. 결국 다임러 크리이슬러, BMW와 하이브리드를 공동개발하기로 한 GM의 경우도, 이미 출시한 실버라도 하이브리드를 기존의 대량 구매자에게만 제한되었던 판매를 2005년 중반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 했는데, 이 차는 굳이 하이브리드 구동 계에 따른 연비의 상승이나 성능의 향상보다는 트럭의 하이브리드 구동 계를 110V 발전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덕분에 카트리나 태풍이 지나고 나서 뉴올리언스 재건을 위해 투입된 여러 차량/장비들 중에서 GM의 실버라도 하이브리드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토요타의 모델들을 비교해 보아도 그렇다. 이미 시승기를 올린 적이 있는 프리우스의 경우에는 모두가 연비만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It’s all about gas mileage.) 반대로 토요타의 렉서스 RX400h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프리우스와 비교해 보았을 때 연비라는 요소가 차량을 제작할 때의 최 우선 요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차후 렉서스 RX400h 시승기를 개제하게 되겠지만, 먼저 비교를 위해 이야기 해보면, 실제 이 렉서스 RX400h의 경우 하이브리드 시스템 셋팅은 정숙성 (최대한 엔진 rpm 의 상승을 막아 부드러운 출발을 강조하는 것) 과 스포츠 성 (가속 시에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의 공동 운용을 통해 가속력을 높여주는 것)에 우선적인 포커스를 두고 셋팅 했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렉서스와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이제는 구형이 되어 버린 시빅 하이브리드만 하더라도, 연비우선을 위해 셋팅 된 좁은 폭의 타이어를 제외 한다면, 마치 비타민 음료를 마신 시빅처럼 일반 시빅보다 뛰어난 가속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떠오르는 차량이다.

결국 질문은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과연 “포드는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를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제작했느냐?”라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이 어렵다. 분명 이스케이프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4기통 소형 SUV 시장만을 놓고 혼다 CR-V 같은 차량과 비교한다면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가속력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같은 이스케이프 라인업 내에서 V6 모델과 비교 하자면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그다지 설득력을 잃어 버리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혼다나 렉서스의 하이브리드가 위에서 설명한 다른 점들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로, 미국 시장의 70%정도의 판매를 차지하고 있는 소위 외곽지역 (혹은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도 충분히 어필 할만한 부분들을 보유하고 있는 데에 비해,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프리우스 같이 도시가 아닌 외곽 지역에서는 그 존재의 관점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포드는 이미 퓨전/밀란/제퍼 (같은 차량을 가지고 디비전 별로 하나씩 차를 만들었다) 의 하이브리드 뿐만 아니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프리스타일등의 차량에도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적용한다고 발표 하였다. 타 메이커와 비교해 보아도 발 빠른 행보다. 포드는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적으로 다른 빅3 메이커보다 먼저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점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2005년 상당량의 포드 매체광고가 CEO 빌 포드(Bill Ford)의 포드의 클린 에너지차량에 대한 의지 표명 광고 였다는 데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가 최초의 SUV 하이브리드라는 점을 뒤로 젖혀 놓는다고 해도, 본격적인 승용차인 퓨전/밀란/제퍼의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세팅을 할 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점에 대해서도 차차 또 한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terior

다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에 있어서 외관상 가솔린 이스케이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승차에 적용된 컬러와 양쪽 도어와 후방 트렁크 (Decklid) 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엠블럼 뿐이다. 포드는 시승차에 적용된 Titanium Green 이라는 색상을 하이브리드 이미지와 잘 부합된다는 생각하에 전폭적으로 ‘밀고 있는’ 색상이다. 여기에 포드는 “Appearance Package” 를 적용해 바디컬러 도어 핸들 등 자잘한 변경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에 걸맞는 룩을 주고저 노력했다.

이외에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지만, 운전석 쪽 맨 뒤 화물칸 유리를 보면 가솔린 모델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조그만 한 구멍이 나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배터리로부터 발생 되는 일부 가스들을 배출시켜 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여름에 배터리를 식혀주는 배터리용 에어컨의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여름인 7월뿐만 아니라 겨울에 시승을 할 때도 이 벤트는 부지런히 에어컨 소리를 내면서 외부 공기를 배터리로 공급해주고 있었다.

Interior

실내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같이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모니터다. 실제로 이 옵션은 프리미엄 펙케지에만 적용되는 사양인데, 필자는 아직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중에서 이 프리미엄 펙케지가 적용되지 않은 차량을 보지 못했다. 실제로 포드에서 이것을 강제 옵션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90%이상의 차량이 딜러에 의해 프리미엄 펙케지가 장착된 채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니터에서 보여주는 그래픽은 이미 토요타 프리우스와 렉서스등에서 보아왔던 그래픽이다. 기본적으로 같은 시스템에서 출발한 모델이기 때문일 수는 있으나, 특히 계기판도 하이브리드 전용의 계기판으로서, 수온계를 과감히 삭제하고, 하이브리드의 동작을 알려주는 게이지를 따로 설치 한 점을 감안하면, 내비게이션 자체로서도, 하이브리드 에너지 모니터로서도 화면의 크기로 인해 이 옵션의 실용성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로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센터 콘솔에 설치된 110V 아웃렛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교류를 사용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이 110V 아웃렛은 GM 의 실버라도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출력이 150W 로 제한되어 있다. 이 정도의 출력이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을 이용한 사양이라기 보다는 토요타 매트릭스/폰티악 바이브에 설치된 동일한 사양처럼 그저 편의 사양에 가까운 상징적인 선택이었을 터인데 굳이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적용시킨 점은 이해 하기 힘들다.

계기판은 이미 언급한대로 하이브리드 전용의 계기판으로서 과감히 수온계를 삭제하고 하이브리드 게이지를 설치한 점과 나름대로 간결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계기판에 수온계를 삭제함에 있어서, 포드는 전기모터와 휘발유 엔진용 쿨링시스템을 따로 설계함으로서 휘발유 엔진의 오버히팅을 방지하였다고 하고 있으나, 만약 여러가지 이유로 휘발유 엔진과 이를 제어해주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고장 났을 경우에 일어날 상황들을 상상하기 힘들다. 이론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장착된 엔진도, 휘발유 엔진이기 때문에 오일 이나 팬 벨트 류의 교환이 필요하고, 아무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휘발유 엔진의 오버히팅을 감시하다가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경우 전기 모터를 이용해 움직 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엔진이 오버히트가 될 정도의 상황이라면, 바로 엔진 옆에 붙어 있는 하이브리드 구동계 역시 열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지 않는 인테리어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트렁크 바닥에 설치된 배터리다.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배터리를 실제로 보기 힘든 부분에 위치하는 데에 반해,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화물칸 바닥에 있던 스페어 타이어를 외부로 빼내고, 여기에 배터리를 적용 했다. 심지어 포드의 로고까지 자랑스럽게 음각해 놓았다. 여기서 필자는 이러한 구성에 장점도 있지만, 배터리와 그 위에 화물을 놓게 되어 있는 구조 사이가 얇은 카페트 하나 뿐이라는 점에서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액체가 흐르거나 무겁고 날카로운 물건이 배터리에 손상을 입히는 점을 염려 해서다.

Powertrain & Impression

필자는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를 통해 신기한 경험을 했다. 원래 첫 시승은 지난 해 4월에 이루어 졌지만 해를 넘겨 1월 초에 개제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에 있었는데, 처음 4월경 이스케이프를 시승하고 나서, 필자는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필자가 보유했었던 1,2세대 프리우스나 혹은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비교해 보았을 때 “풀 하이브리드”인 포드 이스케이프가 순수한 전기모터로만 이용해 출발하는 경우가 1주일, 1천2백마일 기간 동안의 시승에서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시승 후 포드 홍보실을 통해 정식으로 이에 따른 문의를 하게 되었고, 7월에 다시 한번 동일 차량으로 3일간 시승을 하게 되면서 다시 확인 했을 때는 전기 모터를 이용한 출발이 여러 번 이루어 지는 것을 확인 한 후, 다시 추위가 찾아온 11월에 시승을 2일간 하게 되었을 때 다시 4월과 똑 같은 현상이 발생 하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포드는 이후 필자에게 엔지니어들과의 대화채널을 열어 주었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현상은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원활하게 운용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일정한 엔진 파워를 필요로 하고, 이는 소프트웨어에서 외부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 졌을 경우, 장착된 엔진의 예열과 그만큼의 출력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러 휘발유 엔진을 끄지 않는 상황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 추운 날씨에서는 전기모터로만 출발하는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시승차로 제공되었던 차량이 시승기자단에 의해 여러 번 혹사(?) 되었던 차량이라 배터리 출력에 있어서도 양산 품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결론이었다. 더군다나 포드가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에 적용한 4기통 엣킨슨 사이클 엔진의 경우 타사 하이브리드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더욱 강하게 작용을 한다고 한다.

글의 서두에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포드는 이스케이프 가솔린 V6 과 비교해 80%에 가까운 연비 개선 효과가 있고, 출력이나 가속도적인 측면에서 가솔린 V6 모델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그렇기 때문에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의 존재 가치가 의심 시 된다.’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사는 미시간의 경우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예열 때문에 전기모터로 인한 출발이 이루어 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 질 수 있는 날씨가 1년 중 3분의 1에 가깝다. 그렇다면, ‘풀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인 출발 시 전기 모터를 이용한 연료 절약이 이루어 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80%에 가깝다는 연료 절약을 이룰 수 있을까? 여기에 더군다나 이스케이프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제외한 4기통 엔진 모델이 이미 존재 하고 있고, 만약 정말로 1년 중 3분의 1 가까이를 하이브리드가 아닌 그저 무거운 가솔린 모델로만 운전해야 한다면, 필자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가격도 싼 V6 모델을 선택하고 싶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2006년 1월 초,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2불 30전 대를 유지 하고 있다.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프리미엄 펙케지를 포함한 가격이 약 3만불 정도인데, 비슷한 옵션의 휘발유 V6 XLT 트림은 인센티브와 리베이트를 거쳐 2만 2천불 정도에 구입할 수 있고 4기통 XLS 모델도 1만 8천불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다. 결국 평균적으로 만불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가격차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를 얼마나 오래 타야 하는 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 휘발유 가격이 2불 50전대까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약 4천 갤런 어치의 연료를 절약 해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도시 구역에서 평균 20%의 연료 절감을 보이는 하이브리드의 절약된 부분이 4천 갤런이어야 한다는 이야기 이므로 2만 갤런의 연료를 사용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 2만 갤런이면 거의 5십만 마일(80만 킬로) 을 주행해야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는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정책적으로 인센티브/리베이트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만약 순수하게 프리미엄 패키지가 없는 소위 ‘깡통 차’를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2만 7천불의 가격이고, 이스케이프 가솔린 모델들이 인센티브/리베이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4기통 모델이 약 2만불, 6기통 모델이 약 2만 5천불 정도 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계산이라면 약 1천~2천 갤런의 연료만 절약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도 약 십만 마일 (16만 킬로) 는 주행해야 상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유의 할 점은 오직 시내 주행 기준이라는 것이다. 만약 도시가 아닌 외곽에서 살고 있다면 이러한 장점마저도 없어진다. 바로 여기서 이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위의 계산을 다시 한국의 예를 들어 해보자. 하이브리드의 연비 차이를 20%로 보고, 여기에 서울과 같은 시내 주행일 경우 가중치를 두었을 때, 30%까지 여유를 줄 수 있다. 여기에 이스케이프 평균 연비인 10Km/L 에 맞춰 13km/L을 적용한 후, 1리터당 연료비를 1500원으로 계산 해보았을 경우, 만약 포드 코리아가 미국과 비슷한 가격 정책을 써서 하이브리드의 가격 차이를 3백만원 수준으로 맞춰 준다면, 그만큼의 연료를 절약하려면 2천리터의 연료를 절약해야 하고, 이는 약 7천리터의 연료를 소비 해야 한다. 이것 역시 9만 킬로 정도의 주행을 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경제성이다. 1년에 한국에서 일반적인 운전자들의 주행거리와, 또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문제인 배터리 문제를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 휘발유 가격이 추가로 20%이상 상승해야만 우리나라의 차량 구매 패턴에서도 하이브리드는 경제성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가격을 더 줄만큼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매력적인가?” 라는 질문의 답은 차량의 운동 성능 일 것이다. 이스케이프 가솔린 모델보다 뭔가 더 어필할 만한 매력이 있다면 이러한 프리미엄 계산(?)에 가중치가 주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필자의 대답은 “아니다.” 이다. 이스케이프 4기통과 6기통 모델을 전부 운전해 보았던 필자에게,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의 운동 성능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물론 필자가 하이브리드의 이득을 보지 못하는 시외 지역에 산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걸 반대로 필자가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이스케이프 휘발유 V6 모델이 훨씬 더 조용하고, 힘이 좋다. 또한 4기통 모델과 비교하면 그 가격차이는 둘째 치더라도, 그다지 더 조용하거나 눈에 띌 만큼 가속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가속력이 그다지 필요 하지 않는 도시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외 지역의 고속도로에서 V6 가솔린 모델만큼의 가속력을 보여 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수치상으로는 비슷한 가속력이겠지만, 훨씬 더 시끄러울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다.

결국 필자의 결론은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오히려 ‘풀 하이브리드’ SUV 라는 관점에 있어서 어필했지만, 이것이 차 자체의 매력을 증가시키지는 못했다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위에서 언급했던 하이브리드의 경제성 계산이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체를 “의미 없다” 라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히고 싶다. 분명히 차량마다 메이커에서 의도했던 성격이 있는데,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그런 점에서 존재가치가 불분명 하다는 것이다. 만약 똑 같은 시스템이 퓨전/밀란/제퍼에 적용된 것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면 말은 또 달라 질 수 있다. 또한 렉서스의 RX400h 도 마찬가지다. Rx400h 역시 이스케이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이야기 할 때는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가 처음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시승기를 언급하였을 때부터 1년이 지났다. 그 1년 동안 유가는 상당히 많이 올라갔고, 인센티브와 리베이트라는 거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렇지만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최초의 미국산 하이브리드’와 ‘최초의 SUV 하이브리드’ 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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