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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크라이슬러, 5년 호황끝의 급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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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1-02-06 09: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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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로부터의 ‘월요일의 굉음’은 한마디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3년에 걸쳐 2만6천명의 인원을 감축하고 6개의 공장을 폐쇄해 생산량을 15% 줄이기로 한다는 발표는 1999년 1,740만대 판매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인 호황을 누려왔던 지난 5년 동안의 기록적인 판매와 흑자시대가 끝났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크라이슬러 그룹의 대량 해고는 지난 12월초부터 예상됐었다. 당시 크라이슬러의 신임 CEO 디터 제체(Dieter Zetsche)는 기자들에게 다가올 구조조정계획에 대해 말했다. 월요일 발표된 그 숫자는 예상보다 더 많았을 뿐이다. 이번 크라이슬러 그룹의 감축은 10년만의 대량 해고다. 1991년 GM이 7만 4천명을 감행한 것이 가장 큰 것이었다.

이는 미국 자동차산업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전체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크라이슬러에게 훨씬 심각하다는 점이 특징. 즉, 크라이슬러의 시장점유율이 14.5%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전체 시장의 급속한 침체라기 보다는 크라이슬러를 중심으로 한 미국 업체들의 문제점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은 외국업체들과의 경쟁 격화와 미국 자동차회사들에게 심각한 위협인 신차가격의 인하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사상 최대인 1999년의 1740만대 판매기록과 5년동안의 판매 증가로 가려져 왔다는 것이다. 미국시장의 호황에 취해 수익성을 등한시했던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점진적인 시장잠식이 외국인의 눈에 정확하게 들어왔다는 얘기이다. 지금 크라이슬러 그룹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은 모 업체인 독일회사인 다이믈러크라이슬러다.

혼다와 토요타 등과 같은 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미국업체들의 주력 상품으로 여겨왔던 픽업 트럭 시장을 압박하고 있으며 포드와 GM등은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외부의 시각에 포착되었다는 얘기다. 미국 업체들은 아직도 너무 많은 자동차제조공장을 갖고 있고 판매에 비해 제조 용량이 많다. 그동안 미국 업체들은 높은 판매가로 이것을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하려들지 않는다. 미국차가 아닌 외국차들 중에도 저렴하고 조건이 좋은 차들이 많은 것이다.

작년 늦여름 인센티브 전쟁 때 징조를 보였던, 3사분기의 기대치 이하의 수익, 11월과 12월의 공장 가동중단, 그리고 12월 초 올즈모빌 브랜드를 없애고 6,600명의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을 감축할 것이라고 한 GM의 발표 등에 이은 이번 크라이슬러의 인원감축 파장은 그래서 더욱 커질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한 고용과 생산감축은 크라이슬러의 직원 뿐 아니라 900개 부품회사와 그 고용자들에까지 피해를 끼치게 되며 자동차호황으로 인한 경제적 활황으로 인해 혜택을 받아온 모든 분야에까지 파급될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 타개를 위해 충격적 규모의 감축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충분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0년 2/4분기 적어도 17억 5천만 달러의 적자, 2001년에는 구조조정과 시장점유율 감소로 인한 손실 50억 달러의 예상에 직면한 다이믈러크라이슬러는 발표한 수치 이상의 인원감축과 생산감축을 투자자들로부터 요구당하고 있다.

인원감축은 유연성을 키울 수 있고 더 많은 공장을 폐쇄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인원감축만으로는 기대했던 것 만큼의 높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노동코스트 절감은 효과가 늦고 부분적으로는 조기퇴직을 위한 비용지불로 상쇄되어 버릴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DC의 발표 뒤 이틀동안 관망자세를 취했다. 화요일의 장 마감시 주가는 75센트 상승한 48.04$였다. 그것은 감축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 금요일 보다 20% 하락한 것이다. 1998년에는 108$였다. 이 회사의 주가는 두 회사가 합병한 1998년 이래 주목을 끌어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가가 아주 낮아 다른 업체가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경영권을 탈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슈투트가르트의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두 개의 독일 투자 은행과 계약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토요타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어쨌거나 크라이슬러 그룹의 CEO Dieter Zetsche는 이 조치가 크라이슬러에게는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그것을 그대로 믿지 않은 것이다. 한편 노조문제도 크라이슬러에게는 큰 숙제로 다가온다. 발표대로 진행하기가 간단치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까지 크라이슬러측은 UAW와 CAW의 계약을 신중하게 지키고 있다. 1999년에 협의된 그 계약은 크라이슬러에서 일하는 9만명의 시간급 노동자들에게 해당된다. 그 계약에는 공장폐쇄나 매각, 스핀오프, 분리 합병, 처분은 대 재앙이나 심각한 경제적 침체 등의 상황에서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아직 계약기간이 있어 밀어 붙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공장을 폐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아마 조합과 현행 계약이 만료되는 2002년과 그들의 조합계약이 끝나는 2003년에는 더 많은 공장폐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AW계약은 2002년 9월에 만료되고 UAW 계약은 그 1년 뒤다. 또한 인원감축을 위해 드는 비용에 대한 우려로 인한 또 다른 파장도 만만치 않다. 한사람의 블루칼라 노동자에 대한 해고로 인한 비용은 182,000달러, 조기퇴직은 50,000달러가 소요된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블루칼라의 절반인 조기퇴직을 하고 절반이 해고된다면 회사측은 23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비용에 대한 의문은 회사의 독일측 주식을 발표 2틀 뒤 5.1% 끌어 내리는 역할을 했다. 프랑크푸르트의 DC 주식은 발표 이틀 뒤에는 1.76유로 떨어진 49.8 유로였다.

어쨌거나 이런 복잡한 상황까지 있어 투자자들은 북미의 감축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폐쇄는 아주 큰 비용이 들고 다시 재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느냐 없어지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국의 자동차시장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분석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조정 후에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도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부시 행정부의 연착륙 노력 성공 여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신장세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DC의 독특한 역사와 구조로 볼 때 역으로 GM이나 포드, 토요타 등에게 보다 더 많은 마케팅과 디자인 요원을 유지하기를 요구할지 모른다. 다른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여전히 미국의 경제는 건재하며 크라이슬러의 문제가 미국의 문제는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다른 이변이 없는 한 크라이슬러의 인원감축 충격이 곧 미국시장 자동차판매의 심각한 저하까지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더 힘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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