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아큐라 RL 미국 시승기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6-05 05:15:59

본문

토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와 함께 일본 빅3의 프리미엄 브랜드의 하나인 아큐라의 플래그십 모델 RL. 혼다 브랜드에서는 레전드로 판매되는 모델로 혼다의 정신을 잘 표현한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2005년 풀 모델체인지해 미국시장에서 시판되고 있는 아큐라 RL의 시승 느낌을 자동차 칼럼니스트인 권규혁씨의 글로 싣는다.(편집자 주)

글/권규혁(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권규혁,혼다자동차

토요타와 혼다는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인 동시에 많은 회사로부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있다. 제품만들기와 생산성에 일가견이 있는 토요타와 엔진메이커로 시작하여 이륜차, 사륜차로 발전한 진취적인 업체인 혼다는 일본 자동차공업의 양대 산맥으로 꼽는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혼다가 창설한 럭셔리 브랜드 아큐라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80년대는 일본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시기였다. 일본차들은 70년대 유류파동을 계기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품질과 신뢰도를 인정받게 되었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도산위기와 무역불균형등으로 미국의 대일감정이 나빠지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대미 자율 수출규제를 실시하며 미국에 현지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저가형 엔트리카 시장에 한국의 현대와 유고의 자스타바가 진출했다. 일제차의 가격이 올라가며 생기는 시장의 공백을 현대와 자스타바가 메우게 되었고 일본차들은 수출물량을 줄인 대신 보다 이윤이 큰 고급차 시장으로 진입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영한 일이었다.

일제차는 고품질이었으나 고급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품질면에서는 고급차에 근접하거나 넘어섰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바구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대신 새로운 고급차 브랜드를 런칭한 것은 혼다였다. 혼다는 86년 아큐라 브랜드를 런칭하며 첫 차로 레전드를 투입했다. 아큐라 레전드는 미국시장에 진출한 첫 일제 럭셔리카였다. 초대 레전드는 2.5리터 V6엔진을 얹은 쿠페와 세단의 두가지 형태로 발매되었고 추후 배기량이 2.7리터로 늘어났다. 90년 등장한 2세대 레전드는 200마력을 내는 3.2리터 SOHC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다. 93년에는 엔진 출력이 230마력으로 증가했으며 트랜스미션도 보강되었다. 2세대 레전드 세단은 아카디아라는 이름으로 대우에서 조립생산하여 국내 시판되기도 했다.

95년 아큐라는 레전드의 후속으로 RL을 내놓았다. RL은 선대모델인 레전드보다 오히려 보수적인 스타일링으로 바뀌었다. 진취적인 브랜드답지 않은 보수적 색채가 짙은 스타일과 함께 성능면에서도 렉서스를 제압할만한 우위를 갖지 못했다. F-1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혼다였지만 양산 V8엔진을 갖추지 않아 고급차 시장에서는 렉서스, 인피니티와의 싸움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미국시장에서는 기통수가 차의 등급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RL은 혼다다운 스포티함을 갖춘 것도 아니고, 고급스럽다고 보기에는 너무 밋밋한 스타일링을 갖추었던 데다 성능면에서도 라이벌을 압도할만한 부분은 없었다. 오너들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고급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끌어들일만한 흡인력은 부족했다.

2005년 출시된 신형 RL은 선대의 밋밋한 느낌과는 달리 스포티함을 추구한 스타일링을 보인다. 외관은 차의 실제 크기에 비해 작아 보인다. 윈드실드와 뒷유리가 많이 누운 형태여서 측면에서 실루엣만 보면 날렵해 보이지만 길이에 비해 휠베이스가 짧아보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에서는 스포티한 느낌이 희석된다. 가장 큰 문제는 5만 달러 정도의 차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큐라 RL의 기본형 권장 소비자 가격은 $49,300, 테크놀로지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 $53,100으로 경쟁차종보다 높게 형성되어있다. 물론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비롯한 많은 장비들이 기본장착되어있고 AWD라는 점등 내용면에서는 충실하지만 외관을 보았을 때에는 실제보다 조금 낮은 가격대의 차로 보인다.

사실 아큐라 RL의 진가는 외관 스타일링이 아니라 인테리어와 달리기 성능에서 나타난다. 차 안에 들어서면 화려한 대시보드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혼다 제품답게 인터페이스는 아주 훌륭하다. 모든 계기와 스위치의 배치도 적절하고 차의 각종 전자장비를 사용하기도 쉽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어 오디오와 공조장치는 스티어링휠에 달린 버튼을 한번 누르고 나서 명령을 내리면 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받아들여 프리웨이의 정체구간을 바로 바로 보여주는데 상당히 정확한 교통정보를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벤츠 S 클래스의 BAS Plus 와 비슷한 CMBS (Collision Mitigation Braking System), 앞차에 접근하면 자동적으로 속도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 스피커로 소음을 상쇄시키는 음파를 발생하여 가청 소음을 줄이는 ANC(Active Noise Cancellation)등 다양한 첨단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타이어는 미쉐린 팩스 시스템 P245/680R 460A다. 팩스 시스템은 사이드월이 유연하고 마운팅 방식이 다른 런플랫 타이어다. 245는 다른 타이어와 마찬가지로 폭을 나타내며 680은 전체 직경, 460은 비드부 평균직경을 mm로 나타낸 수치이다. A는 비대칭 (Asymmetric)을 나타내는 것으로 460A인 경우 바깥 비드부 직경이 450mm, 안쪽은 470mm 임을 나타낸다. 460A는 일반 휠의 18인치에 해당한다.

탑재되어있는 다양한 첨단장비 중에서도 SH-AWD (Super Handling All Wheel Drive)는 신형 RL의 핵심이다. SH-AWD는 구동력의 앞뒤 배분뿐만 아니라 좌우배분까지 하는 장비로 코너링시 바깥쪽 후륜으로 토크를 많이 배분하여 선회능력을 향상시켜준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에 쓰이는 AYC(Active Yaw Control)과 비슷한 컨셉트의 장비다.

전륜의 좌우 토크배분까지 할 경우 구조가 복잡해질 뿐더러 무게도 증가하고 스티어링에 간섭이 발생하기 때문에 토크의 좌우배분 변화는 후륜에만 발생시킨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SH-AWD의 동력배분을 보여주는 인디케이터가 장비되어 있어 선회중 바깥쪽 뒷바퀴에 동력이 집중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3.5리터 V6엔진은 SOHC이지만 혼다의 가변밸브기구인 VTEC을 장비하여 6200rpm에서 290마력의 최고출력과 5000rpm에서 35.5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AWD의 구동손실과 무게 때문에 스펙상의 출력과 토크에 비해 발진가속시에는 박진감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파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혼다 엔진답게 고회전에서 아주 활기차게 돌아가며 멋진 사운드를 뿜어낸다. 5단 자동변속기는 자동모드에서 가속페달 조작을 거칠게 하면 가끔씩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엔진과 잘 어울리는 변속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수동모드에서는 셀렉트레버나 스티어링휠 뒤쪽에 달린 패들식 버튼을 통해 원하는 기어를 사용할 수 있다. 브레이크도 충분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둔하지도 않아 제동컨트롤도 쉽다.

적당한 무게를 지닌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것으로 차는 쉽게 방향을 바꾼다. 서스펜션은 조금 부드러운듯 하면서도 차의 자세를 잘 추스려주고 미쉐린 팩스 시스템은 유연한 사이드월로 강한 횡력이 걸리는 상황에서도 접지면을 잘 유지시켜 준다. 일상적인 수준의 코너링에서는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충분히 원심력을 커버할 수 있음에도 SH-AWD인디케이터를 통해 후륜의 좌우 동력배분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게 몰아붙이면 SH-AWD가 차의 움직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롤각이 증가하고 언더스티어가 날것 같은 상황에서도 스티어링을 감은 대로 코너 안쪽을 향해 파고든다. SH-AWD의 작동이 상당히 자연스러워 상당히 빠르게 달리는데도 차 안에서는 그다지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다. 샤프한 주행성을 가지고 있지만 노면정보를 전해주면서 운전자를 독려하기보다는 전자장비가 알아서 처리하는 기분으로 빠르게 와인딩로드를 달려도 생각만큼 흥이 나지는 않는다. 외관과 성능에서 스포티함을 추구했다면 운전 감각 면에서도 스포츠 세단의 느낌을 더 강조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테크 덕분에 빠르고 수월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되었지만 감성적인 부분을 전자장비에 빼앗긴 느낌이다. 하지만 아큐라 RL은 필자처럼 고전적인 차들을 좋아하는 취향의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닌 만큼 이점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손쉽게 고성능을 구사할 수 있는 AWD 스포츠세단으로 RL은 분명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사용하기 쉽도록 배려된 풍부한 전자장비와 손쉽게 고성능을 구사할 수 있는 운전특성은 아큐라 RL이 지닌 주특기인 셈이다. 가격에 비해 존재감이 부족한 외모 때문에 잠재고객들이 다른 차에 눈을 돌릴 가능성은 높지만 선대 RL이 그랬듯이 신모델도 오너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주요제원 아큐라 RL

길이×너비×높이 4,917 × 1,847 ×1,452mm
휠베이스 2,800mm
트레드 앞/뒤 1,576/1,585mm
공차중량 1,828Kg

엔진
배기량 3,471cc SOHC V6
보어×스트로크 89×93mm
압축비 11.0
최고출력 290/6200rpm
최대토크 35.3/5000rpm

트랜스미션 자동5단
2.697/1.573/1.071/0.694/0.481/후진 1.889
최종감속비 4.600

스티어링 : 랙 &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 V 디스크/V 디스크
타이어 : P245/680R 460A
연료탱크 73리터
차량 가격(미국) : $53,10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