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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한국자동차산업 지금이 기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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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1-03-20 09: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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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문제는 어찌됐거나 너무 오래 끌어왔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철저하게 정치논리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정부 당국과 회사 경영진, 채권단, 그리고 노조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책임지고 나서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덤빈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주변 상황에 따라 좌충우돌한 결과만 낳았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깊은 분석 없이 매각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덤볐으며 채권단도 빛을 한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많은 부담을 안고 가는 선택을 해왔다. 경영진으로 위탁 받은 사람들도 그런 주변 상황과 맞물려 아무런 소신 없이 그저 흘러가는데로 보신에만 연연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왕에 매각을 할 바에는 일본의 닛산처럼 빨리 했어야 했고 기왕에 구조조정을 할 바에는 닛산처럼 과감하게 했어야 했다. 외부인사를 투입해 전광석화와 같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결과 1년도 안돼 흑자 전환이라는 믿지 못할 결과를 낳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대우차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 방안 용역을 의뢰 받은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아더 앤더슨은 대우차가 중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선 현재 연산 1백5만대의 생산능력을 절반 수준인 56만대로 줄이고 중대형 승용차와 상용차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안을 정부와 채권단에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아더 앤더슨은 2003년까지 부평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 주요 생산법인인 폴란드공장과 인도공장을 철수시키는 한편 경쟁력이 약한 중대형차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대우차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보고서가 정부의 최종 방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논리보다는 감정을 앞세우고 나아가 인기에 연연하는 정치인들이 그대로 둘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점차 대우 문제도 종착역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청산절차를 밟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아니 책임지지 못할 상황에서 또 한번 정치논리에 휩싸여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결정이 되던 이제는 이 최대의 위기의 끝을 보아야 할 때다. 지금의 상황은 누가 옳고 그른가 보다는 어떤 방법이 빨리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

성급한 처리는 더 큰 손실을 안게 된다는 논리 때문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확인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시간을 끌다가 98년 11조가 조금 넘는 부채를 2000년에는 18조까지 눈덩이처럼 키워 버렸다. 그 많은 부채 중 80% 가까이를 대손처리라는 항목으로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모든 부담은 국민 모두가 떠 안아야 하는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도 따지는 사람이 없다.

어쨌거나 이처럼 아사 직전에 있는 대우자동차와는 달리 지금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미국시장에서 휘파람을 불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차는 99년과 2000년 2년 동안 판매가 270%나 신장되었다. 그 결과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1%에서 2.7%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승세는 올해에도 계속되어 미국시장이 거의 수직 강하하는 상황에서도 1월 50%, 2월 33%, 기아자동차는 1월 53%, 2월 11%라는 미국시장의 현실에서는 믿기 어려운 판매 신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도 한국차의 최근의 상승세에 대해 단순히 가격경쟁력만이 아닌 종합적인 개선의 결과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는 지금이 오히려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재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는 징후다. 지금 세계의 자동차업계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는 수익성이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주장하는데로 400만대 이상의 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논리는 미국의 입장에서 본 규모의 논리에 불과하다. 문제는 부가가치가 높은 모델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더 큰 과제다.

또 하나는 에너지와 환경에 관한 대책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완전무공해차의 의무판매를 2003년까지 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전자제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동차회사들이 안고 있는 숙제다. 당장에는 끝없이 쏟아 붇는 투자이지만 그 천문학적인 투자가 없으면 자동차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다. 그래서 GM과 토요타가 협력을 하고 미국 정부는 빅3와 대형 부품업체를 동시에 참여시켜 차세대 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이런 분야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것을 차량가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당장에는 판매가 신장되고 있지만 또 다시 다음 세대의 자동차가 등장할 때가 되면 기술개발을 소홀히 한데에 대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노사문제다. 사실 노사문제는 세계의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내용이다. 르노의 경우는 회장이 암살되기까지 했으며 푸조는 소위 ‘포이시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영국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모든 자동차회사를 해외매각이라는 방법으로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미국도 UAW와의 계약으로 인해 정리해고를 우리나라에 비해 쉽게 할 수는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은 조금만 판매가 위축을 보여도 정리해고를 하고 공장을 폐쇄한다. 하지만 이번 크라이슬러의 경우 26,000명의 정리해고를 위한 비용이 23억 달러에 이르러 다이믈러크라이슬러의 경영진을 곤궁에 빠트리고 있다. 그로 인해 이처럼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해도 투자자들은 신뢰를 하지 않고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미래가 확실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대우자동차도 지금까지 노사관계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전력을 갖고 있으며 그런 것이 매각 과정에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지금도 울산을 비롯한 현대자동차의 생산인력은 과잉이라고 노동자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익숙해온 우리의 현실은 이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높은 신장을 기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일본의 아류가 아닌 우리의 브랜드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일본차와 동등한 입장에 서 있지는 못하지만 결코 꿀릴 것 없는 제품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반증이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이제 무엇이 중요한가를 알았다. 정리할 것은 하고 살릴 것은 살린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모델들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에너지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컨소시엄에 동참해야 하고 노사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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